〈 793화 〉 794. 거절을 하다.
[천무맹이 해체가 되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세인들은 경악을 하였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이 어떤 곳이란 말인가
이십여 년 전 정마대전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무림의 영웅들이 모여서 만든 정의구현 단체가 아니던가
그리고 이십여 년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며 무림의 질서를 주도하던 최강의 무력단체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천무맹이 해체가 되었다니?
믿을래야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세인들은 생각하였다.
분명 수습을 하기 위해 막 내뱉은 말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번복을 하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뒤이어 들려오는 소식으로 인해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다.
[의천맹이라는 새로운 정의 구현 단체가 설립된다.]
천무맹이 아닌 새로운 단체가 설립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그것도 천무맹의 해체를 공표하였던 검신에 의해서 말이다.
그 발표를 들은 대다수 사람들은 생각하였다.
천무맹의 이름을 버리고 잔존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게 분명하다고
세탁을 하기 위한 수순의 불과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의천맹이 제남이 아닌 남창에 세워진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그들은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잔존세력을 흡수할 생각이었다면 제남에 자리를 잡은 뒤
천무맹이 닦아놓았던 기반을 야금야금 흡수하였을 것이다.
회유와 협박을 통해서 말이다.
그런데 의천맹은 행보를 달리하였다.
그간 천무맹이 쌓아왔던 모든 기반들을 버리고 남창으로 향하겠다고 공표를 한 것이다.
그렇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천무맹을 흡수할 의사따윈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인정을 하고나니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어찌하여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세인들의 시선은 새롭게 창립될 의천맹에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어떤 의도 가지고 있고
무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지 궁금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의천맹은 무림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입맹을 하고 싶습니다!"
"입맹하게 해주십시오!"
"입맹만 할 수 있다면 북해든 대막이든 남창이든 어디든 가겠습니다!"
"부디 입맹을 허가해주십시오!"
"알았으니까....일단 줄을..줄을 서시오!"
이세진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갑자기 몰려든 입맹 희망자들로 인해 난감함을 느낀 까닭이었다.
"거, 밀지 좀 마시오!"
"누가 밀었다고 그래!"
"너나 밀지마!"
이내 장내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괄괄한 무인들을 모이니 쓸데없는 일로 자존심을 부리며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치겠네.'
그 광경을 지켜본 이세진은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입맹자는 속출하는데 처리할 인력은 자신 하나뿐이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망할 영감탱이들!'
이세진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막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입맹 접수를 떠맡긴 원로들를 향해서 말이다.
"싸우지마시오! 싸우는 순간 입맹은 불허될 것이오!"
이내 이세진은 지원자들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분노가 가득 서려있는 목소리로 말이다.
그러자 한창 기싸움을 벌이던 지원자들이 잠잠해지기 시작하였다.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아, 제일 먼저 온 협사부터 오시구려."
장내가 조용해지자 이세진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벅 저벅
그러자 한 건장한 체격의 무인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입맹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사내는 무척이나 정중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반갑네, 이름이 어떻게 되나?"
"기태선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서른 둘입니다!"
"생각보다 많구만. 천무맹에서 직위는 어떻게 되는가?"
"평무사입니다."
"흐으음..그렇구만."
이세진은 서류에 기태선의 신상세명을 적어가며 말을 이었다.
"입맹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협과 의를 추구하는 의천맹의 사상에 감복하여.."
"합격."
쾅
이세진은 서류 한가운데 커다란 도장 하나를 찍었다.
그리고 그대로 기태선에게 건네어주었다.
"자아, 나중에 이 서류를 들고 한달 내로 남창에 있는 의천맹으로 찾아오면 된다네."
"이게..끝입니까?"
기태선은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면접을 보고 뽑는다하여 나름의 준비를 갖추었건만
이건 너무 날림이 아닌가
"끝일세."
"너무.....빠른 것 아닙니까?"
"의기를 느낄 수만 있다면 충분하네. 그러니 이만 가보게."
이세진은 귀찮다는듯 손을 내젓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보여주기식의 면접이었다.
구태여 빡빡하게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옥석을 가려내며 인재를 뽑는게 아니었다.
천무맹의 세력을 최대한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 절차의 간소화는 융퉁이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계 원로가 보면 노발대발하겠지만.......'
물론 자신이 혼자 면접을 보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다른 꼰대들이 곁에 있었다면 옥석을 가려내겠다며
온갖 참견을 다하였을 것이다.
"......감..감사합니다."
기태선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곧바로 돌아가버렸다.
"다음!"
이세진은 큰소리로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도록 말이다.
그날 이세진은 천 명에 가까운 무인들을 의천맹에 입맹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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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비적 부비적
주소양은 선우의 품에 안긴 채 머리를 비비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애교가 많을까?"
쓰담 쓰담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피식 웃으며 그런 그녀의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애교가 꽤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그냥 좋아서요...헤헤헤헤..."
주소양은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데?"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전부 다요...선우님의 체취....체온...숨결...근육......팔...다리...발가락..손가락..얼굴..눈..코..입....절 만지는 손길까지 ...다아아요.."
주소양은 행복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는 진실로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님과 이렇게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사랑하는 님의 품에 안겨 그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오오.."
주소양은 선우의 널찍한 가슴에 더욱더 깊숙히 파고들며 말을 이었다.
"참나."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실소를 내뱉었다.
그렇게 좋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내가 좋아?"
"네에, 너무 좋아요 하늘만큼 땅만큼 세상만큼이요!"
"그런데 예전엔 왜 죽이려고 했어?"
선우는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그건...선우님을..잘..몰랐기..때문에...그런..실수를..."
순간 주소양은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불안한듯이 말이다.
"실망이야.."
"그...그런.."
주소양은 순식간에 울상이되었다.
선우를 실망시켰다고 생각하니 우울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그 모습을 귀여워죽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보통 나이가 들면 감정이 무뎌지기 마련이었다.
우정도 사랑도 정욕도
모두 무뎌지기 마련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겪어보고 예상할 수 있게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무뎌지고 후에는 큰 감정변화를 보이지 않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주소양은 달랐다.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채로운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꼬오옥
선우는 팔을 뻗어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장난이야, 많이 놀랐지?"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럼...실망하지 않은 건가요?"
주소양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되물었다.
"실망을 왜 해? 예전과 달리 지금은 누구보다 날 사랑하고 지지해주잖아?"
"....후우...다행이다......."
주소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우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생각되니 불안감이 어느정도 해소가 된 까닭이었다.
쪽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 귀여운 모습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쪽
그다음은 그녀의 오똑한 콧끝이었다.
츄읍
그다음은 그녀의 젖어있는 입술이었다.
"이걸로 용서해줄래?"
입맞춤을 마친 선우가 주소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조금만...더 야하게 해주면...용서가 될것 같아요.."
주소양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나름의 봉사가 필요한 듯 싶었다.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옷을 벗기려는 순간이었다.
번뜩
그의 기감이 무언가 감지가 되었다.
그리고는 뻗은 손을 재빨리 회수하였다.
"왜..그러세요?"
주소양은 선우가 손을 멈추자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계 원로가 오고 있어."
"네에?!"
주소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쉬이잇, 조용히"
선우는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댄뒤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재빨리 입을 막았다.
똑 똑 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누구십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계상득이라고 합니다. 맹주."
그러자 계상득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어쩐 일이십니까?"
"아무래도........외빈실로 가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계상득은 무척이나 난감한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직접 맞이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이가 찾아온 것입니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웬만한 일에는 자신을 부르지 않는 계상득이었다.
맹주라면 무릇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던 탓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부른 것이라면 필시 꽤나 신경 쓰이는 상대가 온것 이리라
"..........그렇습니다"
"그게 누구입니까?"
"도지휘사가 방문을 하였습니다.
"도지휘사가?!"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가 왜 왔는지 대충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의천맹 이전 건으로 찾아온 것이군요."
"네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고 금방 나가보도록 하지요."
"예에, 알겠습니다."
저벅 저벅 저벅
이내 멀어져가는 계상득의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나중에 이어서 해야겠네."
선우는 아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없지요....일이..우선이니까요.."
주소양은 실망으로 가득한 얼굴로 입을 떼었다.
선우와 끝까지 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내 서운한듯 싶었다.
"금방 다녀올게."
쪽
선우는 허리를 숙여 주소양의 이마 입을 맞추었다.
화아악
그러자 주소양의 양 뺨에 도화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기분이 어느정도는 나아진듯 보였다.
".....기다리고...있을게요.."
주소양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착하네."
선우는 그런 그녀의 머릿결을 한 차례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바깥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도지휘사가 있는 내빈실을 향해서 말이다.
끼이이익
쿵
이내 문이 닫히고 선우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주소양은 닫혀진 문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속으로 그가 빨리 일을 마치고 되돌아오기를 빌면서 말이다.
***********
"참으로 오래 기다리게 하는군."
도지휘사 이검한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기다려본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자였다.
산동성에서 만큼은 황제 못지 않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위치에 선 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를 기다리게 만드는 장선우라는 존재를 말이다.
'이래서 야인새끼들이랑은 상종도 않는 건데.'
이검한은 무림인이라고 불리우는 야인들이 싫었다.
무례하고 배움도 짧으며
힘만으로 모든 걸 앞세우는 무뢰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남에 관련된 일만 아니었어도 못배워처먹은 무뢰배와 대면하는 일은 없었으리라
그렇게 속으로 무림인들을 얕잡아보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오게."
그는 곧바로 출입을 허락하였다.
어차피 들어올 이는 한정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육척은 되어보이는 상당한 키
남자답게 시원스러운 외모
온몸에 오밀조밀한 근육이 들어 차 있는 단단한 육체.
검신劍神 장선우였다.
"네놈이 검신劍神인가?"
"그렇습니다."
"오만하구나. 한낱 인간 주제에 신神이라 칭해지다니 말이야."
도지휘사는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만큼 경외를 느낀 게 아니겠습니까?"
"흥, 내 보기엔 네놈이나 차력이나 하는 약팔이나 다를바 없이 보인다."
"하하하하...꽤나 신랄하시군요."
선우는 웃음을 터트린 채 말을 이었다.
"웃음 또한 천박하구나."
도지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거슬릴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말을 길게 섞고 싶지 않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이검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남창으로 이전하여 맹을 세우겠다는 계획, 취소하거라."
"거절합니다."
선우는 즉답을 하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이냐?"
이검한은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눈동자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도지휘사가 아닙니까?"
"그런데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들을 가치 없는 말을 굳이 따를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이검한의 눈에서는 불길이 치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