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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92화 (793/1,419)

〈 792화 〉 793.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

"의와 협을 추구하는 정의 구현 단체, 의천맹義天盟을 말입니다."

선우는 군중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의천맹?"

"의천맹이라니!?"

"새로운 단체를 다시 만든다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군중들은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기 때문이었다.

"의천맹은 기존에 천무맹이 맡았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할 것입니다. 무인들을 파견하여 중원을 노리고 있는 새외무림을 견제할 것이고 수많은 마두들과 사파외도로부터 자행되는 수탈과 병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무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갈 것입니다."

선우는 올곧은 시선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무척이나 당당하고 자신있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참으로 이상하구려."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현령 곽산이 비아냥되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분명 책임지고 천무맹을 해체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의천맹이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겠다니? 현판만 바꿔 천무맹의 불명예를 세탁하고 세력을 흡수할 요량이 아닌가 싶소만?"

곽산은 차가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흔한 일이었다.

잘못을 세탁하기 위해 현판을 바꿔치는 것은 말이다.

곽산은 확신하였다.

눈앞에 있는 저 남자가 그 흔한 일은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천무맹의 불명예를 세탁하고 세력을 통째로 먹어버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럴 의도는 없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걸 어떻게 믿지?"

곽산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의천맹은 천무맹의 역할을 대신하겠지만 천무맹이 쌓아온 것들을 흡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의천맹은 기반이 쌓여져있는 제남이 아닌 남창에 세워질 것입니다."

"뭐라!?"

곽산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남창이라니?

그곳은 시골 중에 시골이 아니던가

어찌 그런 곳에 의천맹을 세운다는 말인가

"또한 입맹을 강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제남이 아닌 남창에서 의천맹만의 협을 추구할 것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시선으로 곽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떻습니까? 이제 믿음이 가시는지요?"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곽산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기반을 완전히 버린다는 말까지 들어버렸으니 말이다.

천무맹이 지난 이십여년 간 제남에서 쌓아왔던 기반은 어마어마하였다.

제남에 자리를 잡고 있는 수많은 상단들과 간,직접적인 계약을 통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하였고

산동성의 군사를 관리하는 도지휘사

산동성의 통치를 담당하는 포정사.

산동성의 사법을 담당하는 안찰사까지

내노라하는 고위 관리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반들을 전부 버려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저 흡수만한다면 기존에 누려왔던 것들을 그대로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찌 믿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천무맹을 흡수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말이다.

"저어..."

그때 천무맹의 평무사인 가주겸이 천천히 운을 떼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말씀하시지요. 가 대협."

선우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천무맹이 해체된다면.....저희.....맹원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근속년수에 맞는 퇴직금이 지급될 것입니다."

"잘..잘리는 것입니까?"

가주겸은 떨리는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저 몸담고 있던 맹이 사라졌을 뿐입니다. 잘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맹원분들께서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허어.."

선우의 말을 들은 가주겸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평생토록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던 직장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지...다음달이.......산달인데....'

그리고 이내 걱정 어린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아내의 산달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자신의 핏줄을 이어받을 아이가 태어날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덜컥 천무맹이 해체되었다.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할 시기에 실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떻게....하지....대체 어떻게....분명 다른 직장은 안구해질텐데......'

가주겸의 표정이 점점 더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천무맹이 해체된다면 천무맹에 소속되었던 수많은 무사들이 실업자가 될 것이다.

그말인즉슨 구직 경쟁률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같은 뜻이었다.

특출나지 않는 이상

제대로된 구직이 되지 않을 것이며 싼 단가로 후려치려는 악덕업주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다.

돈이 많이 필요한 가주겸의 입장에선 최악이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이다.

'젠장...젠장....왜....해체한다고.해서..'

가주겸은 선우를 비롯한 수뇌부들을 원망하였다.

그냥 모른 척 사과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구태여 책임을 지고 해체를 시켜버렸다.

뿐만 아니라 단체를 설립한다면 천무맹의 세력을 그대로 흡수조차 하지 않았다.

기반도 없는 남창으로 떠나겠다고 하는 것이다.

어찌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방법이 없을까....방법이.....'

가주겸은 고심하고 또 고심하였다.

직장을 구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말이다.

번뜩

그때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번뜩이는 생각이 말이다.

".........질문이 있습니다."

이내 가주겸은 결심을 한듯 입을 떼었다.

"말씀하시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만약......의천맹에......입맹하고 싶다면.....받아주는 것입니까?"

가주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혹여나 거절당하는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의천맹은 협사의 입맹을 막지 않습니다."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정..정말입니까!?"

그 말을 들은 가주겸은 화색이 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저리 쉽사리 허락해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이지요.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두셔야할 것이 있습니다. 의천맹이 자리할 남창의 생활 환경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이점을 염두해주셨으면 합니다."

".....상..상관없습니다!"

가주겸은 대뜸 대답을 하였다.

세 식구가 굶어죽게 생겼는데 생활 환경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입에 풀칠하는 것이 먼저였다.

게다가 어차피 의천맹이 들어서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시설이 발전할 게 뻔하였다.

하등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맹을 허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주겸은 연신 허리를 숙이며 그에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였다.

막막했던 생계가 해결됬다고 생각하니

그저 기쁨만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저..저도 입맹할 수 있습니까!?"

"저도.."

"입맹을 하고 싶습니다!"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평무사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생계가 막막한 것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천무맹이 해체된 이상 고용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의천맹은 훌륭한 대체제였다.

천무맹을 대신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인 것이다.

"당장 남창으로 이주하겠습니다!"

"부디 입맹을 허가해주십시오!"

무사들은 큰소리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을 받아달라며

의천맹의 입맹을 허락해달라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예상보다 더욱더 열렬한 환호가 썩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의천맹은 협사들의 입맹을 거부치 않습니다. 언제고 문을 두드려주십시오."

선우는 천무맹의 무사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세력을 흡수하는 건 생각보다 원할하게 될듯 하였다.

한 편 지주들과 현령 곽산은 그런 그를 무척이나 아니꼽게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제남을 떠나 새로운 단체를 만들겠다는 장선우의 발언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현령, 이대로 두고볼텐가?"

그때 지주 중 하나가 곽산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척이나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만약 의천맹이 제남이 아닌 남창에 세워진다면

제남은 발전을 멈추게 될 것이다.

의천맹을 따라 수많은 인력들이 빠져나갈 것이고

곳곳에 빈집들이 들어서게 될 것이며

결국 땅값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순식간에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가요."

곽산은 차가운 어조로 천천히 입을 떼었다.

"무슨 방도라도 있는 겐가?"

그 말을 들은 지주는 반색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마땅한 방도가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제재를 가할 심산입니다."

"아니 어찌 제재를 가한단 말인가?! 그는 천하제일인일세!"

지주는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장선우는 천하제일인이었다.

무림에 있는 그 어떤 누구보다 강대한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어찌 제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천하제일인이라고는 하지만 한낱 야인에 불과합니다. 공권력이 개입된다면 꼬리를 말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곽산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림인들이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황실에 입장에서는 그저 힘만 쎈 파락호들과 다를바 없는 존재였다.

제 집에선 거들먹거리고 다녀도 황실이 개입하는 순간 순식간에 쓸려갈 연약한 존재말이다.

무림인들 또한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을 하였다.

관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만약 혹여라도 실수를 한다면 백만대군이 몰려와 무림을 쓸어버릴지도 모를테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곽산은 확신할 수 있었다.

공권력이 개입한다면 충분히 그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자네와 싸우는 걸 보니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던데........"

지주는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제 말이라면 듣지 않겠지만 저보다 높은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요."

곽산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산동성의 도지휘사라면 말입니다."

곽산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

부들 부들 부들

산동성의 도지휘사 이검한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다.

마음 속 깊이 차오른 분노가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다시 말하라. 검신이......뭐?.....천무맹이..뭐?'

이검한은 날카로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검신 장선우가 천무맹 해체를 선언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남이 아닌 남창으로 터전을 잡고 새로운 무림단체를 설립한다는 발언을 덧붙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도지휘첨사 주태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런 육시랄 놈이!"

이검한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휘하에 있는 제남을 망하게 만든다는데 어찌 반발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절대 안된다! 절대 안된다!"

이검한은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그의 뜻대로 진행되도록 놔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남은 산동성에서 가장 많은 세금이 거둬들여지는 곳이었다.

터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수많은 상단들

그들에게 고용된 수많은 노동자들

천무맹을 방문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

늘어난 유동인구 만큼 어마어마한 자금의 흐름까지

천무맹으로 인해 제남은 어마어마한 반사이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제남에서 천무맹이 사라진다?

망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 말이었다.

"곽산 또한 납득할 수 없다며 몇 번이고 항의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주태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한낱 야인 따위가 관리의 명을 거부했다는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참으로 기고만장한 놈이구나. 감히 관리의 명을 무시하다니 말이야."

까드득

도지휘사 이검한은 이를 빠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그 무뢰배로 인해 관리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벌떡

이내 이검한은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났다.

그리고 곧바로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어디 가시는 것입니까!?"

갑작스러운 이검한의 행동에 놀란 주태가 그에게 되물었다.

"그 기고만장한 놈의 면상을 직접 보러가겠다. 내 앞에서도 그리 기고만장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이검한은 잔뜩 화가난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직접 찾아가볼 심산이었다.

자신의 앞에서도 그렇게 모가지를 빳빳하게 들 수 있을지 말이다.

"대인, 잠시만 진정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는가? 황제의 신하인 관리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한낱 야인에 의해서 말이다! 그런데 어찌 진정하겠는가! 당장 가서 본때를 보여주겠다!"

"강압적인 수단은 되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무인들이 단체로 반발한다면 산동성을 다스리는 입장으로서도 곤혹스럽지 않겠습니까?"

주태는 조심스럽게 그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흐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검한은 납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 일단 회유를 해보는 게 어떻습니까?

"회유?"

"예에, 그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결국 대인께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자존심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무인들이라면 권력으로 강압한다고 해서 쉽사리 들어먹지는 않을테니까요."

"대체 뭘로 그를 회유하라는 말인가? 기반까지 버리고 남창으로 선언한 자일세!"

"돈으로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있지요."

주태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천하제일인이라고는 하나 그의 본질은 결국 욕심이 그득한 인간, 큰 돈을 들이민다면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지휘첨사 주태는 확신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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