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0화 〉 791.세간에서는 검신劍神이라고 부르더군요.
주소양은 알고 있었다.
선우에게 본처가 있다는 사실을
사실혼이나 다름없는 부인들이 여럿이라는 사실을
부인들 중 가장 늦게 합류한 이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본처 자리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순서만 따지면 막내나 다름없는 자신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넘 볼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외적인 본처라면........'
하지만 대외적인 본처라면 희망을 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품고 있는 여인이 너무 많아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선우였다.
그런 선우의 대외적인 본처 자리라면
충분히 노려볼만하지 않을까라는 자그마한 욕심이 생겨났다.
주소양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눈빛으로 계상득을 바라보았다.
어떤 방법으로 자신과 선우를 이어줄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맡겨만 주신다면 직접 혼사를 추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부가 직접 그를 설득하겠습니다."
계상득은 자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어떻게 설득할 요량인가요?"
주소양은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대체 어떤 술수가 있길래
저렇게 자신만만한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원로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조건으로 거는 것입니다."
계상득은 눈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절대적인 지지요?"
"그렇습니다. 현재 의천맹주는 이렇다할 지지기반이 없습니다. 애초에 원로들 외엔 그를 지지하는 세력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원로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약속하는 것입니다. 아가씨와의 혼사를 조건으로 말입니다."
계상득은 자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자신 있었다.
장선우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자신이 말이다.
의천맹주 장선우는 강대한 무력과 영웅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맹주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제대로된 맹주직을 수행하기 위해선 정치적인 지지세력이 필요하였다.
그의 결정에 동조해주고 대신 싸워줄 수 있는 절대적인 지지세력을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선우는 정치적인 지지세력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렇다할 가문이 없을 뿐더러
사문인 당가 또한 정치적인 행보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외톨이나 다름없는 신세인 것이다.
그런 사실을 장선우 또한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제안을 말이다.
"................"
계상득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짐짓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설득력 있는 말이긴 하였다.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혼인을 하는 것은 중원에서도 흔하디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명분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기분 나빠하면 어떻게하지?'
하지만 살짝 겁이 났다.
선우가 기분 나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지세력을 조건으로 혼인을 조건으로 건뒤 압박을 한다면
자신을 좌지우지하려고 생각해 감정이 상할지도 몰랐다.
주소양은 그런 상황이 걱정되었다.
"..........안되겠어요."
주소양은 이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네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계상득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꽤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던 주소양이 대번 거절을 하니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식의 압박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거예요......협박이나 다름없지 않나요?"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협박이라뇨?" 그저 좀더 좋은 제안을 건네었을 뿐입니다."
"듣는 입장에선 충분히 그리 들릴 수 있습니다. 계 원로님."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도 남자라면 기분 나빠하기보단 기뻐할 것입니다. 중원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남편이 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는데 어찌 역정을 내겠습니까!"
계상득은 당당한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질렀다.
그가 생각하는 주소양은 중원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런 여인과 혼인할 기회가 생겼는데 어찌 남자로서 마다할 수 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원로님, 그정도는 아니에요."
"아니긴요! 아가씨를 거절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것은 필시 앞을 못보는 소경이거나 고자이거나 동성애자일 것입니다!"
"............."
주소양은 괜스레 부끄러움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 대한 찬양일색인 계상득의 말을 들으니 민망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그 또한 기뻐할 것입니다! 아가씨라는 절세미인과 원로원이라는 지지세력을 손아귀에 쥘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요!"
계상득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자신의 제안을 거절 할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인연이라는 것은 제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하물며 조건을 걸고 강요를 한다면 다가올 인연도 떠나가기 마련이랍니다."
주소양은 짐짓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렇게 조건을 거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소양은 올곧은 시선으로 계상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저 지지 세력이 되어주세요. 아무런 조건없이 말입니다."
"하오나 아가씨......지지 기반이 되어주는 건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패입니다........그런데 이런 패를 아무런 조건도 없이 던져주라니요!?""
그녀의 말을 들은 계상득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무림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선........무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그가 필요합니다.......천하제일인이면서 대영웅인 검신劍神이 말입니다. 그러니 부디 그가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무림의 영원한 안녕을 위해서 말입니다."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계상득은 그런 그녀를 말없이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부탁드려요. 계 원로님...아니 계 숙부님......부디 소녀의 청을 들어주세요."
그가 말이 없자 주소양은 좀더 간절히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그때 갑자기 계원로가 정중한 태도로 허리를 숙이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계 숙부님!?"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을 한 까닭이었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대의를 망각할 뻔 하였습니다."
그는 부끄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애초에 의천맹의 창립에 손을 보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천무맹이라는 흉악스러운 놈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무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정의 집행 기관을 설립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였다.
그저 개인적인 욕심에 따라 의천맹주를 좌지우지 하려고만 했던 것이다.
부끄러웠다.
정파의 명숙이라는 작자가
욕심에 앞세워 대의를 망각했다는 사실이
귀히 여겨야할 아가씨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
그저 부끄러웠다.
"못난 저를 깨우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계상득은 허리를 더욱더 깊게 숙이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이 아니였으면 알아차리지 못하였을 것이다.
탐욕에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감사하였다.
자신을 몸소 깨우쳐준 주소양의 존재가 말이다.
계상득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이 자리에서 의천맹주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올곧은 시선으로 주소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다른 원로들 또한 저와 뜻을 같이할 것입니다."
"감사해요. 그럼 계 숙부만 믿고 있을게요."
"저만 믿고 맡겨주십시오. 아가씨."
계상득은 힘있는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주소양은 맑게 웃음을 지었다.
비록 대외적인 본처 자리를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실패하였지만 칭찬 받을 짓을 한 건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님이.....칭찬해주겠지?''
원로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냈다는 걸 알게된다면
분명 큰 상을 내려줄게 분명하였다.
'이왕이면.....야한 거였으면 좋겠다.'
주소양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
연쇄 폭발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했었던 천무맹 뒤편의 연설장.
그곳에 각기 다른 행색을 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추레한 행색의 노동자들
강건한 인상의 무인들
부유한 상인들
위엄있는 고위 관리 등
꽤나 다양의 직군의 사람들이 연설장 안에 모여든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모여들었을까
이내 드넓은 연설장 안이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구름같이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다.
모여든 이들은 하나같이 시선을 모아 연설장 앞을 응시하기 사작하였다.
무척이나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대체 무슨 공표를 하려는 걸까?"
천무맹 소속 평무사 가주겸은 긴장 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천....무맹의 해체가 아닐까?"
옆에 있던 동기 장걸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재수 없는 소리!"
가주겸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천무맹이 해체되긴 왜 해체된다는 말인가
"해체가 되긴 왜 해체돼!? 천무맹이 어떤 단체인데? 절대 해체 안돼!"
가주겸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무맹은 대문파 서너개를 합친듯한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세력이었다.
뿐만 아니라 무림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곳이기도 하였다.
그런 곳이 해체되긴 왜 해체 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개소리였다.
"하지만.....생각해봐......그 일이 있고난 후..부상자들을 치료만 하고...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다가 두달만에 공표를 하는 거잖아? 해체를 고민하고 있던 게 아닐까?"
장걸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간 천무맹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대해 표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벽력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상자들에 대한 처후와 보상을 해줬을 뿐
어떠한 변명도 사과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공표를 한다고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어찌 해체라고 짐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재수없는 소리하지마! 너 직장 잃고 싶어?"
가주겸은 짜증 어린 눈빛으로 장걸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그런 건 아니지만..."
직장을 잃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천무맹은 입맹하는 순간 정년까지 보장이 되는 최고의 직장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럼 닥치고 있어! 초치지 말고!"
"......하지만.."
"들어봐, 천무맹에 녹을 먹고 있는 무사들만 수 천은 넘어설 거라고, 천무맹이 수천에 다다르는 무사들을 한순간에 실업자로 만들 것 같아? 절대 그럴 리 없어.....그냥 사과하고 새로운 대표를 세우고 끝낼거야...아니, 그래야만 돼!"
가주겸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천무맹은 해체되면 안된다.
어떻게든 남아있어야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년 보장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겠지? 해체되진 않겠지?"
그의 확신 어린 말을 들은 장걸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당연하지! 생각을 해봐! 천무맹이 해체되면 누가 들고 일어설 것 같아?"
".....맹의 무사들?"
"걔들도 들고 일어나겠지. 하지만 제일 먼저 들고 일어날 이들은 제남의 관리들과 지역 유지들이야."
"왜?"
"천무맹 덕분에 꽁으로 발전도 하고 돈방석에 앉게 되었는데 천무맹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겠냐? 전부 돈 방석이 아니라 똥방석에 앉게 되어버리는 거야. 그런데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그것도 그러네?"
"그러니까 안심하고 그냥 기다려. 임마. 설령 해체를 발표한다고 해도 지역유지들과 관리들이 합심해서 압박을 넣으면 결정 번복을 할 수밖에 없을테니까."
".....후우......네 말 들으니까 안심이 되는 것 같아."
장걸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뭔가 어렵긴 했지만 어느정도 이해는 되었다.
천무맹의 해체를 수뇌부 측에서 쉽사리 결정 지을 수없다는 사실을
기존에 천무맹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봤던 기득권층들이 격하게 반발할게 뻔하였으니까 말이다.
재력과 권력을 이용해서
"그래, 임마 그러니까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어. 헛소리하지 말고 말이야."
"알았어."
가주겸의 말을 들은 장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연설장을 지켜보기 시작하였다.
발표자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저벅 저벅 저벅
이내 연설대 뒤쪽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사내답게 생긴 준수하게 용모.
육척에 다다르는 장신의 키
멀리서도 확연히 볼 수 있는 옹골찬 근육
파르르르르
이내 가주겸의 눈이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저자가!?'
가주겸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떨고 있는 장걸의 모습이 보였다.
그 또한 저자의 등장을 예상치 못한듯 보였다.
"반갑습니다."
그때 그의 귓가로 선명하기 그지없는 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옆에서 속삭이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선명하게 말이다.
가주겸은 재빨리 연설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느새 연설대 위에 자리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장선우라고 합니다."
남자, 선우는 장내를 둘러보며 입을 떼었다.
"세간에서는 검신劍神이라고 부르더군요."
선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