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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87화 (788/1,419)

〈 787화 〉 788.착각

"그럼 이제 노예로서 본분을 다해볼까?"

선우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노..노예로서 본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하수련의 안색은 더할 나위 없이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음흉한 미소를 마주하니 불안감이 물밀듯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노예로서 본분이 의미하는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설..설마!?'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최악에 가까운 가정 하나가 말이다.

그가 자신의 몸을 취하려고 한다는 최악의 가정이 말이다.

'아니야.....아닐거야.....'

하수련은 고개를 좌우로 붕붕 내젓기 시작하였다.

장선우가 그런 쓰레기같은 짓을 할 리 없다는 일말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협객이라고 칭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재원과 같은 악인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내기를 빌미로 자신을 취할 리 만무하였다.

'아니야.....혹시 몰라........그도 남자니까.....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지 몰라.'

하수련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그의 눈빛을 마주하였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던가

그의 마음 속에 담긴 감정을 읽어볼 요량이었다.

그리고 선우의 눈빛을 마주한 하수련은 더욱더 사색이 되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눈빛에는 열락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격렬하게 갈망하는듯한 감정이 담겨있는 것이다.

'저건....정욕이야..'

그녀는 생각하였다.

저자가 갈망하는 것은 정욕일 것이라고

자신의 육감적인 육체를 탐하고 싶어하는

정욕말이다.

'어떻게 해야하지.....대체.....나는......어떻게 해야하지..'

하수련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하였다.

어떠한 선택을 해야할지 고심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왜 대답이 없지?"

그녀가 답이 없자 선우는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꼭 그렇게까지....하셔야겠나요?"

"이건 엄연히 상호간 계약이다. 계약을 어길 심산인가?"

선우는 수결이 찍혀있는 증명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얄미운 모양새였다.

'

"아무리.....그래도.....노예 취급을 하는 건....."

"그럼 이런 취급도 예상 못한 채 백만냥을 꽁으로 먹으려고 했던건가?"

선우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정말......삼할을......다 받으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사실은 일 할 정도만....받으려고....."

"이상하군. 내가 들었던 건 삼 할에 해당하는 지분인데 말이야."

".............."

선우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인심 쓰는 척을 하려다가 완전히 덤터기를 써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승자박

스스로 제 무덤을 파버린 것이다.

"으으으..."

하수련은 괴로운듯한 신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그에게 정절을 빼앗길 생각을 하니

비참하기 그지없는 감정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무려 이십 육년 동안 고이 간직하고 간직했던 순결이었다.

사랑이 없다면 교접도 없다는 고루하기 그지없는 사상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런데 오늘 그 청백지신이 완전히 깨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 의해서 말이다.

어찌 괴롭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어찌 비참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기다리기 지치는군."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하수련에게 압박이 되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안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진 것이다.

".........좋아요..하겠어요....."

이내 하수련은 결심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결연의 의지가 가득 차 있었다.

"탁월한 선택이야."

선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의 선택이 썩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한 가지만 확실히 말해두겠어요."

하수련은 그런 선우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제 마음까지는 갖진 못할거예요."

스르륵

하수련은 천천히 면사를 벗어던졌다.

그러자 그녀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얼굴이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칠흑처럼 검디 검은 머릿결

그에 대비되는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결

묘하게 나른해보이는 퀭한 눈동자

살짝 쳐져 있는 묘한 눈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특이한 분위기

마치 베일 것처럼 날이 서있는 오똑한 콧대

어두운 인상과 대비되는 붉디 붉은 입술까지

퇴폐적인 인상의 절세미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선우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몇 번이고 봤던 얼굴이었지만

볼 때마다 적응이 안되었다.

저 야릇함마저 느껴지는 퇴폐미와 농염하기 그지없는 염기가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스르르륵

그리고 그녀는 겉옷은 천천히 벗기 시작하였다.

출렁

그러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하수련의 상반신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햇볕을 자주 쐬지 않은 것인지

백옥처럼 새하얀 살결들

마른 체구에 대비대는 커다랗게 그지없는 젖가슴

커다란 크기 때문에 살짝 함몰이 되어 유두

평소 단련을 꾸준히 한 것인지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복근까지

눈이 부시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선우는 얼굴을 붉힌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창조주가 혼신의 힘을 다해 직접 빚은 것과 같은 모습을 한 그녀의 모습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잠..잠깐!"

이내 정신을 차린 선우는 재빨리 언성을 높였다.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왜요? 이제와서 죄책감이라도 생기신건가요?"

하수련은 경멸의 감정이 서려있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니.......지금 뭐하는 거야?"

"이런 걸 원하는 게 아닌가요? 아니면 상의가 아닌 하의부터 벗길 원했던 건가요? 좋아요. 원대로 해드리죠."

스르르륵

이내 하수련은 손을 내려 허리띠를 풀기 시작하였다.

"아니야! 멈춰!"

덥석

선우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춤을 붙잡아버렸다.

치마가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말이다.

"직접 벗기는 걸 선호하는 건가요? 당신은 정말 상종할 수 없을 정도로 변태군요."

하수련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북풍한설과 같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었다.

"무슨 헛소리야!"

선우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런 걸 원한 적 따윈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 뭔가요? 대체 어떤 걸 원하는 건가요? 밧줄? 촛농? 아니면 채찍을 원하시나요? 말만 하세요. 비록 경험은 없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 기녀들을 통해 전해들은 지식은 충분하니까요."

하수련은 결연에 찬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는 진심이었다.

비록 수치스럽고 치욕적이었지만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인 만큼 진심을 다해 수행할 생각인 것이다.

지끈 지끈

그리고 그녀의 결연에 찬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아가씨가 아무래도 착각을 해도 단단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야."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불렀다.

"말씀하세요."

"너 변태야?"

"...........네에?"

선우의 물음에 하수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은 까닭이었다.

다짜고짜 변태라니?

변태는 장선우 저 인간이 아니던가

"다짜고짜 옷은 왜 벗고 난리야?"

".......노예로서 본분을 다하라고 한건 선우님이 아닌가요?"

"그게 옷을 벗는거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분명 노예로서 본분을 다하라는 말을 하긴 하였다.

하지만 옷을 벗으라고 한적은 없었다.

애초에 선우는 그녀를 그런 용도(?)로 사용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선우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벙진표정을 지은 채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오랫동안 침묵을 하였다.

선우의 말을 머릿속으로 곱씹어보는듯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지속되었을까

화아아아아악

차가움과 경멸로 가득했던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울듯한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파르르

더불어 온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착각해도 단단히 착각했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선...선우님.."

그러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왜?"

"잠시만....뒤좀...돌아봐주시겠어요?"

"이거 놓으면 치마가 내려갈텐데?"

선우는 붙잡고 있는 치마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그럼 고개만....돌리고 붙잡고 있어주세요오...제가...어떻게든..해볼테니까..."

그녀는 울것 같은 표정을 지은 채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톡 건드리면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알았어."

선우는 고개를 옆으로 슬쩍 돌렸다.

스르르륵

그러자 급히 허리띠를 동여매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놔주세요오.."

선우는 그대로 손을 놔버렸다.

"제가.....돌아보라고 할 때까지 절대.....돌아보시면.....안돼요..."

"......알았어.."

선우는 고개를 돌린 채 답을 하였다.

바스락

그리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자극하였다.

아무래도 벗어던진 상의를 주워입고 있는듯하였다.

선우는 민망함과 약간의 흥분을 느끼며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녀가 옷을 완전히 갈아입을 때까지 말이다.

*********

".............."

옷을 완전히 갈아입은 하수련은 자리에 앉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도저히 선우를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바보야...'

그녀는 자책을 하기 시작하였다.

바보 중에 바보라면서 말이다.

".........저....괜찮아?"

그녀가 말이 없자 어색해진 선우는 입을 떼었다.

".......괜찮아요.."

사실 괜찮지 않았다.

이십 육년간 꽁꽁 싸매고 있던 청백지신을 외간 남자에게 보이고 말았다.

그것도 스스로 옷을 벗어서 말이다.

어찌 괜찮을 수 있겠는가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웠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당장 몸을 숨기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죄송해요.....착각을 해버렸어요.."

하수련은 울먹이는 눈빛로 선우를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쓸데없는 착각을 하여

그를 상대할 수도조차 없는 음적이자 악당 취급을 하였다.

어찌 사과를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뭐...그럴 수도 있지, 뭐."

선우는 볼을 살짝 긁으며 말을 이었다.

경우에 따라선 충분히 착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뭘 할지 구체적으로 말을 안한 자신의 잘못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까.....본 건......잊어 주실 수 있나요?"

하수련은 간절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부디 잊어달라고

다시는 떠올리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잊을게....사실 기억도 안나."

물론 거짓말이었다.

멍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기억속에 완벽히 저장해둔 상태였다.

피부가 백옥처럼 새하얗다는 것

옷에 가려져서 그렇지 벗으면 젖가슴이 상상이상으로 크다는 것

가슴이 너무 커서 유두가 함몰되어있다는 것까지

전부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선우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였다.

민망한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서 말이다.

"..........감..감사합니다."

그녀는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하였다.

경멸 어린 시선으로 선우를 노려보던 때와는 무척이나 상반된 모습이었다.

".........별..일도 아닌데...뭐."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의 말을 끝으로 내빈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노예로서 본분으로 요구하려고 했던 건......서류 작업이였어....투자 계획서를 비롯해서 이것저것 작성해야할게 많았거든.."

선우는 그녀를 그런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퇴폐적인 분위기와 절색의 미모 그리고 상상이상의 염기로 어마어마하게 꼴리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도저히 성적인 관계를 맺을 수는 없었다.

마누라만 열 명이 넘어가는데 어찌 또다시 여자를 늘린다는 말인가

게다가 이번에도 허락없이 늘렸다간 개선우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당서윤에 의해 당가에서 퇴출을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함부로 여자를 늘릴 수 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네에.."

하수련은 기운 빠진 목소리 답을 하였다.

"그...부탁해도 될까?"

"......네에.."

"여기 있으면 불편하지?"

"........네에.."

하수련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닌듯하였다.

"......그럼.....그..여기 예설이 통해서 작업할 것들 보내도록 할게...이제 돌아가봐."

"......그렇게 할게요.....안녕히 계세요."

하수련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도도도도도

그리고 빠르게 잰걸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바깥을 향해서 말이다.

끼이이익

쿵 쿵 쿵 쿵

이내 문이 닫히고 요란하게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문이 닫히자마자 그대로 뛰어나간듯 싶었다.

선우는 닫힌 문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핑두'

반쯤 함몰되어있던 하수련의 유두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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