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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85화 (786/1,419)

〈 785화 〉 786.제가 돈이 좀 많습니다.

"대의를 위해 나섰다는 명분을 챙길 수만 있다면 의천맹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것처럼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우는 확신에 가득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대의를 위한 희생을 동경한다.

본인 스스로가 이룩할 수 없는 것이기에

멀리서 지켜보며 동경하게 되는 것이다.

의천맹이 그런 그들의 동경을 받게 될 것이다.

다른 이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가장 낮은 곳에서 약자들을 위한 협을 실현하였다는

소문이 퍼질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동경은 의천맹을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수많은 협객들이 의천맹에 꿈을 품고 찾아오게 될테니까 말이다.

"........명분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은 동의하네. 분명 의천맹의 협행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릴 걸세. 분명 맹의 위상도 드높아질 수 있을 거야."

이세진은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민생구제라는 명분을 갖게 된다면

의천맹의 위상을 드높아질 것이 분명하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일세."

이내 이세진은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협행으로 위상을 드높일 수는 있겠지만 맹원들을 끌어오는 것은 무리일걸세."

"어찌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남창이기 때문일세."

이세진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남창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처참하다네.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지. 그런데 어찌 협사들이 꿈만 가지고 의천맹의 문을 두드리려고 하겠는가?"

이세진은 나름의 냉철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가 생각하기엔 무인들이 구태여 남창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남창은 불모지였다.

여독을 풀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객잔도

풍류를 즐기며 한 잔의 술로 근심을 날릴 수 있는 주루도

옷을 살 수 있는 포목점도

무기를 구입하거나 수리할 수 있는 대장간도

무엇하나 제대로 된 곳이 없는 것이다.

남창에는 도둑들과 창녀들, 빈민들

그리고 그들을 수탈해가는 파락호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최악의 장소에 어떤 정신 나간 인간들이 발을 내딛으려고 하겠는가

어불성설이었다.

협사로서 협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온 이세진이지만

현실을 모르진 않았다.

스스로가 안정되지 않으면 남을 배려하는 이타심따위는 존재치 않는다는 것을 잘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의천맹의 협행이 협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그들의 몸을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들이 오기엔 남창은 너무나 낙후되고 초라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올만한 환경을 만들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세진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체 어떻게 말인가? 편의 시설이라도 만들겠다는건가?"

"그렇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맹은 자선 사업을 하는 단체가 아닐세! 무림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모여든 이익 단체란 말일세! 그런데 어찌 그렇게 물쓰듯이 돈을 쓸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예산을 마구잡이로 썼다간 원금을 회수하기 전에 파산하고 말걸세!"

이세진은 잔뜩 상기된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질렀다.

맹의 예산을 생각없이 소비하는 선우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방파제를 짓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기 추가로 편의시설까지 짓겠다니?

이러다간 제대로 출범조차 못한 채 파산이 나고 말것이다.

"맹의 예산을 소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뭐라?!"

"편의 시설은 맹의 예산없이 짓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이세진은 선우의 말을 격하게 부정을 하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맹의 예산없이 어찌 수천 명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인가

너무나 허황된 이야기였다.

현재 남창에 필요한 편의시설은

객잔과 주루 그리고 대장간, 포목점, 서당 등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데 어찌 그 수많은 편의시설을 맹의 예산을 쓰지 않고 소화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수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을 짓기 위해선 못해도 수십 만냥은 들어갈걸세! 그런데 어찌 그 많은 돈을 대체 어떻게 감당한다는 말인가!"

수 천명의 무인들을 수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였다.

적어도 수십에서 수백개의 시설들을 지어야했기 때문이었다.

그 시설들을 짓기 위해선 수많은 목재들과 전문적인 목수들이 필요하였다.

인건비와 재료비만 따진다해도 족히 몇 만냥은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편의 시설은 그냥 짓는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 내부를 하나하나 채워넣어야하는 것이다.

객잔과 주루라면

술과 음식 재료들을 채워넣어야했고

대장간이라면 화로와 숯 그리고 야장 도구들을 채워넣어야했다.

짓는 비용만큼이나 크나큰 기초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최소 수 십만냥이었다.

편의시설을 완공하였을 때 드는 기초 비용은 말이다.

'말도 안되지. 암, 안되고 말고."

이세진은 생각하였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돈이라고 말이다.

"감당할 수 있습니다."

"뭐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놀란듯한 목소리고 그에게 되물었다.

혹여 잘못 들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원로님들의 투자만 있다면 말입니다."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편의시설을 짓는다는 가정하에 지분을 나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뭐라!?"

"지분을?!"

"그게 참말인가?!"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은 저마다 놀란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투기의 위험이 있기에

맹의 소유로 귀속되기로 약조했던 지분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지분들을 뿌리겠다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투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지분은 당가외엔 가질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 투자하시는건데 이정도 혜택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네."

이세진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공개 모집을 할 생각이니까요."

"공개 모집?"

"예에, 지분을 준다고 하고 투자자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그때 원로님들께서 투자를 하시면 특혜 논란이 생기지 않을 겁니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 거니까요"

"그러다 다른 이들이 투자를 하면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다른 이들은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선우는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렸다.

"어찌 그리 확신하는 가?"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모집하였는지 밝히지 않을 생각이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모집된 투자자를 공개하지 않겠다?"

"네에, 투자자들을 공개한다면 투기꾼들이 끼어들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전에 차단할 요량입니다. 누가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 수 없다면 함부로 투자하는 이는 없을테니까요. 설령 있다해도 극도로 미미한 소액일 것입니다."

선우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지분을 나눠먹는 건 여기 계신 원로님들이 일 것입니다."

"이의가 있네."

이세진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네. 제남에 있는 집을 판다해도 고작 몇 만냥이 고작이라는 말일세. 그런데 어찌 그런 소액으로 수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짓는다는 말인가? 우리로서는 기초 비용을 감당할 수 없네."

이세진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각 원로들이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몇 천냥에 불과하였다.

그것도 현재 사고 있는 집을 시세에 맡게 내놓았을 경우에 말이다.

그리고 그 돈들을 다 합쳐도 최종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고작 몇 만냥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소액으로 수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짓는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기초 비용 전부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말인가? 수십 만냥이 필요하거늘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몇 만냥이 전부가 아닌가? 부족한 액수를 자네가 전부 내기라도 할 셈인가?"

이세진은 비아냥 거리기 시작하였다.

무조건 가능하다는 말만 하는 선우의 태도에 짜증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응?"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혹여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부족한 액수는 전부 제 사비로 내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이세진이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또박 또박 발음을 하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황당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세진은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거짓을 고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그런 이세진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올곧은 시선으로 응시할 뿐이었다.

".........진심인가?"

이내 이세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진심입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몇 만냥을 제외한다해도.....여전히 수십 만냥이 넘는 금액일세.....어찌 그런 금액을 자네 혼자 감당한다는 말인가?"

이세진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수십만냥에 이르는 거금을 개인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돈이 좀 많습니다."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는 부자였다.

그동안 상당한 부를 축적해놓은 탓이었다.

수십만 냥을 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허..허허허허."

선우의 대답을 들은 이세진은 헛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상상이상의 재력을 갖추고 있는 선우의 모습이

너무나 비정상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무력은 천하제일인인데

어마어마한 재력까지 갖추었다니

어찌 이런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 납득이 될 것 같습니까?"

선우는 헛웃음을 짓고 있는 이세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될 것 같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수십 만냥에 이르는 거금을 댈 수 있다면

납득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남창이라는 불모지를 개인적인 사비로 갈아엎어 환골탈태 시키겠다는데

어찌 납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다른 분들은 어떻습니까?"

선우는 좌중을 둘러보며 원로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자신의 주장에 납득하느냐는 물음을 말이다.

"................"

선우의 물음에 원로들 사이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선우의 제안이 실효성이 있는 지

그리고 얼마나 이득을 안겨줄 것인지 말이다.

선우의 제안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당가외엔 그 누구에게도 허락지 않았던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만큼 위험부담이 크기도 하였다.

지분이 그 가치를 발하기 위해선 의천맹의 출범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하였다.

천무맹의 세력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기득권층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매력적이여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민이 되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고민을 하였을까

"난 하겠네."

그때 잠자코 있던 계상득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찬성을 한 것이다.

"민생 구제라는 협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세. 내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고작 몇 천냥에 불과하지만 내 재산으로 하여금 민생을 구제할 수만 있다면 그리 아깝지 않다네. "

계상득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의천맹의 출범이 성공적일 것이라고 굳게 믿네."

그의 눈빛이 확신의 감정으로 반짝거렸다.

그리고 그 말을 고민에 빠져있던 원로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였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협의가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저도 하겠습니다. 민생 구제는 협객의 도이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고민따위가 아까운 주제였습니다"

"고작 몇 천냥에 불과하지만 옳게 쓰였으면 합니다'

"저도 하겠습니다."

"저도...."

"저도..."

이내 원로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며 찬성표를 던지기 시작하였다.

계상득이 만들어낸 여론에 동조가 된 것이다.

이내 앉아있던 모든 원로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모든 이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결단있는 결정에 감사드립니다.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정중히 숙였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원로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씨익

그리고 고개를 숙인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수련.'

선우의 눈빛이 욕망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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