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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84화 (785/1,419)

〈 784화 〉 785.요즘은 자기 주장의 시대입니다.

"못 갈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다 똑같이 사람 사는 동네인데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못 갈이유는 충분히 많소."

이세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강서성에서도 가장 처참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남창이오. 비옥치 못한 토지와 무더운 기후는 농사조차 제대로 짓지 못하고 해마다 홍수철이 되면 강과 호수가 범람하여 어마어마한 수해를 입혀 모든 것을 쓸어가버린단 말이오!"

이세진은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중원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 강서성이었다.

그리고 그 강서성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바로 남창이었다.

비옥치 못한 토양과 무더운 날씨로 인해 남창 사는 이들은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없었고 홍수철이 될 때면 얼마 남지 않은 농작물 마저 범람된 강물로 인해 그대로 쓸려나갔다.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자연히 지역민들이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고

세금 또한 걷히지 않게 되었다.

당장 하루 먹고 살 것도 없는데 어찌 세금을 낼 수 있겠는가

결국 남창은 중원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이다.

그런 남창에 터를 잡겠다니

의천맹의 위신을 바닥에 처박겠다는 말과 다름없는 소리였다.

그런데 어찌 찬성을 할 수 있겠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비록 비옥치 않아 농지로서 적합한 토지는 아니지만 평평하고 단단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건물을 짓기에는 알맞는 토지입니다. 그리고 방파제를 지어 방비를 한다면 수해 또한 방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낭비라고 생각하네, 방파제를 짓는 비용으로 좀더 괜찮은 곳으로 가면 될 일이 아닌가?"

"지출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안되는구만 어째서 그리 남창을 고집한다는말인가!?"

이재선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조건만 보자면 그보다 완벽한 곳은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남창이라는 지역 자체가 그 완벽한 조건들을 상회할 정도로 처참한 악명을 가지고 있네."

이세진은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남창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최악이었다.

집창촌과 빈민굴이 모여있는 하층민들의 도시.

하오문조차 거르는 막장 인생들의 집합소.

관군조차 손을 놓고 관망하는 버려진 장소.

최악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악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곳에 이제 막 출범하여 날개를 펼쳐야할 의천맹을 설립한다는 것은 날개를 뜯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무릅 무인들이라면 명예를 목숨보다 중요시 여기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누구보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대접받기를 좋아하며 개인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을 곧 가문을 드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남창은 시궁창 속에 있는 오물만도 못한 지역이었다.

온갖 가난이 모여들어 발전도 안되어있고 마땅한 문파조차 없는 하층민들의 도시인 것이다.

그런 곳에 의천맹을 세운다?

비웃음 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존심 강한 무인들이라면 그 탈맹조차 서슴지 않고 행하고 말 것이다.

시궁창 같은 곳에 발을 담굴 수는 없다고 생각할테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맹렬히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창이 가지고 있는 악명은

최고의 조건들을 상회할 정도로 최악이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그곳에 의천맹을 출범했다간 천무맹을 그대로 흡수하겠다는 자네의 계획은 엉망진창으로 변해버릴 걸세. 부디 재고해주게나."

이세진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재고하여 한다.

무조건 재고해야한다.

"몇 번을 재고하든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제 남창이 가장 적격이라는 제 생각은 변함이 없을테니까요."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납득할 수 없네."

"그렇다면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지요."

"어디해보게나."

이세진은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의 눈빛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하수련이 그렇게 자신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원로들의 격렬한 반발을 예상한 것이리라

'역시 똑똑해.'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유능한 이는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유능한 이가 곁에 있다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널 갖고 말겠다. 하수련.'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뜨거운 시선을 자신을 노려보는 이세진을 마주하였다.

이제 회유의 시간이었다.

******

"원로님이 생각하는 협俠은 무엇이십니까?"

선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의 물음을 들은 이세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해놓고

뜬금없이 저게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란 말인가

"의천맹을 세우는 일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부디 답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 좋네, 무슨 관련이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천맹 설립과 연관이 있는 질문이라면 못 대답해줄 것도 없지."

이세진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의천맹 설립과 관련된 질문이라면 못 대답해줄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게 협俠이란 소외되는 이들을 구제하고 억울한 이들의 한을 풀어주며 정의를 위해 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들을 돕는 협객으로서의 도리를 의미하네."

이세진은 생각하는 협은 도리였다.

고통 받고 소외되어지는 약자들을 구제해주는

정파의 무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도리 말이다.

"정녕 그리 생각하십니까?"

이세진의 말을 들은 선우는 올곧은 시선으로 그를 마주보며 물었다.

정녕 그리 생각하느냐면서 말이다.

"육십 평생을 추구하였던 협의지도俠義之道일세. 내 어찌 착각할 수 있겠는가?"

이세진은 당당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육십 평생 추구하였던 가치관이었기에

그렇기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협에 대해서 말이다.

"참으로 이상하군요."

선우는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뭐가 말인가?"

"모순 되지 않습니까?"

"모순?"

"원로님께서는 분명 소외 된 이들을 구제하는 게 협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맞네."

"그런데 어찌 남창의 소외된 자들을 구제하는 걸 그리도 못마땅해하시는 것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소외된 자들을 구제하다니? 남창에 의천맹을 세우려는 것은 자네의 욕심이 아니던가!?"

선우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남창에 의천맹을 세우자는 것은 장선우의 욕심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어찌 소외된 자들을 걸고 넘어진다는 말인가

"물론 남창에 의천맹을 세우자는 것은 제 욕심입니다. 하지만 그로인해 소외된 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지요."

선우는 별빛 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좀더 설명이 필요하네."

이세진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그가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남창에 의천맹이 들어선다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선우는 이세진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당가가 아니던가?"

이세진은 당연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당가는 거액해주는 조건으로 유일무이하게 투기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 어떤 이들보다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틀렸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의천맹이 남창에 들어섬으로서 가장 큰 이익을 보게되는 이들은 남창의 지역민들입니다."

선우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어찌 투기 권리를 가지고 있는 당가 보다 남창의 지역민들이 더한 이익을 본다고 말하는 겐가?"

이세진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가진 것 없는 남창의 지역민들이 수천 만냥을 투자한 당가보다 더한 이익을 얻게 되는지 말이다.

"남창 지역민들의 입장에선 손해 볼게 없기 때문입니다."

"손해 볼게 없다?"

"그렇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남창에 의천맹을 설립할 경우 당가는 투자금 회수여부가 불투명해집니다.. 원로님의 말씀하신대로 납득하지 못한 맹원들이 탈맹을 한다면 그 땅 투기에도 악영향을 끼칠게 뻔할테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하지만 남창 지역민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그들은 무엇하나 손해볼게 없기 때문이지요. 땅을 가진 이들은 비싼 값에 땅을 팔 수 있을 것이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의천맹을 설립하는데는 상당한 인력이 필요할테니까요. 지역민들은 이득을 봤으면 봤지. 손해 볼 건덕지가 전혀 없는 구조입니다."

남창 지역민들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고용이 늘어날 것이고 생활 수준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 빈민 구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의천맹을 설립함으로서 원로님께서 부르짖던 협을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의천맹의 이전은 남창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고용시장이 활발해질 것이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며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의천맹에 이득이 되는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남창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겠지만

이제 막 출범한 의천맹의 입장에선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이다.

"이보게, 맹주, 소외된 자들을 돕는 건 나도 동의하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그들을 돕기 위해 의천맹의 명운을 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네. "

이내 이세진은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홀몸이라면 언제고 행할 수 있고 목숨조차 바칠 수 있는 것이 바로 협의지만 의천맹은 홀몸이 아니지 않은가? 당가를 비롯한 수많은 세력들과 끈끈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운명공동체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모험을 한다는 말이던가? 부디 재고해주게나."

이세진은 간곡히 부탁을 하였다.

협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소외된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또한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의천맹은 그러해선 안되었다.

개인이 아닌 단체였기 때문이었다.

의천맹만 바라보는 이들이 수백 수천 명이었다.

그리고 의천맹의 이름으로 빌려진 돈이 수백 수 천만냥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섣부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모험이 아닙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확신입니다. 남창에서라면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확신 말입니다."

선우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세진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대체 그 근거가 무엇이란 말인가?"

"명분입니다."

"명분!?"

"협을 행하기 위해 몸소 남창에 자리를 잡았다는 대의명분 말입니다."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대의....명분?"

"그렇습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오. 현재 남창이 가진 악명은 평생 협을 위해 살아오신 원로님들조차 꺼릴 정도록 최악입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의천맹을 설립하겠다고 공표를 한다면 세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습니까?"

".............미쳤다고 할걸세."

이세진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결론을 도출해내었다.

분명 세인들은 미쳤다고 할 것이다.

구태여 똥통에 발을 담그려고 하는

의천맹의 행보에 말이다.

"네에, 틀린 말이 아닙니다. 분명 미쳤다고 할 것입니다. 정상적인 집단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 리 만무할테니까요."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의천맹은 이제 막 출범하려고 하는 신생 단체였다.

그렇기에 초반만큼은 잡음하나 없어야하고 흠하나 없어야했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구태여 남창과 같은 똥통에 발을 담근다니

미쳤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미쳤다고 생각한 후에는 궁금해할 것입니다. 어째서 의천맹이 남창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는지 말입니다."

선우는 별빛 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이 증폭되었을 때 방파제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방파제를!?"

"네에, 민생구제라는 명목하에 말입니다."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소문을 하나 흘리는 것입니다."

"무슨..소문을 말인가?"

"의천맹이 소외되었던 남창의 지역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남창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미담을 말입니다."

"지금 소문을 조작하자는 것인가!?"

선우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화들짝 놀라며 반발하였다.

협이란 모름지기 드러내선 안되었고

대접을 원해서도 안되었다

그런데 소문을 흘리다니!?

어찌 그런 추찹한 짓을 벌인단 말인가

"조작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사실을 흘릴 뿐이지요. 딱히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뭔 상관이란 말인가

"요즘은 자기 주장의 시대입니다. 제대로 과시를 하지 않으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지요. 그러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선우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민생구제라는 명분은 의천맹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발판이 되어줄 것입니다."

선우의 눈빛에 확신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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