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2화 〉 783. 내기를 하다.
"기한을 조금만 더 늘린다면 다른 지역도 충분히 부지를 확보할 수 있어요."
하수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너무 넒어 세상의 중심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중원이었다.
부지를 확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확보는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강서성은....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지역이니까요......"
"안돼."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째서죠?"
하수련은 모르겠다는듯 되물었다.
시일만 늘릴 수 있다면 좀더 좋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단기간을 고집한다는 말인가
"시일이 길어진다면 계획자체가 꼬이고 말거야."
"대체......무슨 계획이 꼬인다는 거죠?"
"일단 시일이 길어진다면 필연적으로 이탈자가 생길 수밖에 없어, 오랫동안 곱씹을 수록 천무맹주 이재원의 추악한 만행으로 인해 자신만의 정의가 더럽혀졌다는 생각이 들테니까 말이야. "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맹의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선 맹원들에게 의천맹이라는 대체재의 존재를 최대한 빠르게 알리고 이탈을 막아야해. 그런데 부지 확보를 위해 시일을 늘린다고? 그랬다간 반절도 남아나지 않을거야."
"...... 그럼 일단 의천맹을 창립한다는 공표를 먼저하면 되지 않나요? 부지 확보는 그뒤 천천히 해도......"
"그랬다간 기존에 기득권층이 가만히 있지 않을걸?"
"기득권층이요?"
"그래, 투기꾼들을 비롯해서 그간 천무맹으로 인해 이득을 봤던 제남의 기득권층들 말이야."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남에는 천무맹의 존재로 인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득권층들이 생겨났다.
천무맹이 들어설 걸 알고 미리 땅을 투기했었던 투기꾼들
천무맹으로 인해 손 한 번 안대고 지역발전을 물론 어마어마한 양의 세금을 걷게 되었던 산동성의 권력자들
그리고 미리 땅을 선점해두었던 수많은 상단들 등
천무맹의 설립으로 인해 이십여 년간 수많은 기득권층들이 양성된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의천맹의 이전은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아니 어떻게든 저지해야하는 난제인 것이다.
만약 의천맹이 이전을 한다면 그들이 쌓아온 모든 재력들은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리고 말테니까 말이다.
"그들은 분명 의천맹의 이전에 기를 쓰고 반발을 할 거야. 어떻게든 물고늘어지려고 하겠지. 의천맹이 제남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말이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일이 상당히 귀찮아져."
선우는 하수련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억지로 일을 진행한다고 쳐도 땅을 제대로 확보해놓지 않으면 땅투기가 일어나고 말거야. 기득권 세력들이 가진 부는 당가와 비견될 정도니까 말이야."
".............."
선우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입을 꾹 다물었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기득권층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이들이었다.
땅투기에 끼어들어 판을 흐리는 것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네 의견이 틀리지 않다는 건 잘알아. 강서성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무척이나 낙후되어있다는 건 나도 잘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곳 외엔 없어. 수백만평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토지를 한 번에 매입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곳은 말이야."
선우가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 그림은 상상이상으로 거대하였다.
그리고 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선 수백만평의 땅이 필요하였다.
고작 땅 몇 만평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서성으로 결정할 생각을 하였다.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강서성이라면 그 어떠한 곳보다
빠르게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강서성은 대다수가 평평한 평야로 되어있어. 비록 땅의 질이 떨어져 농지로서 무가치하지만 건물을 짓기엔 최적인 땅이지."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낙후되어있는 것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결국 의천맹이 들어서게 되는 순간 수많은 이들이 강서성으로 이주하게 될테니까 말이야."
선우는 별빛 같은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별빛 같은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히 담겨있었다.
의천맹이 이주를 한다면 분명 다른 이들 또한 이주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천맹의 거대한 무력은 곧 안전한 치안이 될 것이고
이 안전한 치안은 수많은 상단과 권력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올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상단과 권력자들이 모여든다면 자연스레 고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다시금 노동자들이 몰려들게 될 것이다.
결국 의천맹이라는 단체의 설립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십 여년 전 천무맹이 설립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죄송해요.....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 사람에게
되도 않는 조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사과를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죄송할게, 뭐 있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궁금해서 물어본걸 가지고 뭘 사과까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선우님, 강서성 어느 지역을 갈 건지 정하셨나요?"
하수련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넓디 넓은 강서성에서 어느 곳을 부지로 골랐을 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한 건 아닌데....염두해둔 곳이 있긴해."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곳이 어딘데요?'
"남창."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남창이라면 의천맹이 둥지를 틀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되어줄거야."
선우는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렸다.
남창은 중앙에 흐르는 간강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호수들이 밀집되어있는 물많은 동네였다.
그곳의 수운교통을 이용한다면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무역업 또한 성행하게 될게 분명하였다.
선우는 입매가 비틀려져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의천맹 설립으로 어마어마한 재산이 쌓일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 까닭이었다.
선우의 입가에 미소는 점점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원로들이.....이해해줄까요?"
하수련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품위를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고루한 원로들이었다.
그들이 남창과 같은 낙후된 지역에 의천맹을 세우는 것을 찬성할 리 만무하였다.
"이해가 안되면 강제로 이해하게 만들면 될 뿐이야."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원로들을 설득할 수 있을거라고 말이다.
"원로들은 하나같이 자존심이 강하신 분들이에요...과연 강제로 이해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하수련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꼬장꼬장한 원로들을 설득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씨익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띄었다.
걱정해주는 모양새가 꽤나 기특하게 여겨진 까닭이었다.
"그거 알아?"
선우는 미소 띈 얼굴로 하수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존심도 살 수 있는거?"
"네에?"
선우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땅한 돈을 쥐어준다면 원로들도 그 드높은 자존심을 굽힐거야.."
"말도 안돼요!"
하수련은 고개를 좌우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원로들은 무림의 명숙들이예요! 누구보다 자존심과 위신을 신경쓰는 신분을 가진 이들이라고 그런 분들이 돈따위에 자존심을 굽힐 리 없어요!"
밑바닥 중에 밑바닥
소외받은 자들의 안식처
하오문의 문주인 하수련은
정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이재원처럼 거짓된 협이 아닌
인의와 협의를 우선시 하는 명숙들에 대한 동경이 말이다.
그렇기에 격렬히 부정을 하였다.
그들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세상에 돈 싫다는 사람은 없어."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원로님들은 이미 세상사에 초탈하실 나이예요. 돈에 휘둘릴 리 없어요!"
이미 예순을 넘기고 일흔을 바라보는 이들이 수두룩한 이들이 바로 원로들이었다.
이제 죽음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돈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세상에 초탈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원래 늙으면 욕심이 더욱 그득해지는 법이야."
선우는 그녀의 말을 부정하였다.
늙으면 욕심이 사라진다는 말은
선동에 불과하였다.
오랜 세월을 보내며
세상에 대한 견문이 늘어난 만큼 욕심이 그득해지는 것이다.
"납득할 수 없어요."
하수련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기 할래?"
그녀의 격렬한 반응에 선우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기요?"
선우의 물음에 하수련은 의아한듯 되물었다.
"그래, 내가 원로들을 설득할 수 있을 지 없을 지 내기하는 거야.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걸로 하고 말이야."
"..............."
선우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짐짓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로는 아니라고 부정하긴 하였지만
혹시나 원로들을 포섭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욕심이 나기도 하였다.
만약 내기에서 이긴다면 하오문에 어마어마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의천맹주이자 천하제일인인 그의 힘이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만약.......의천맹 부지에 대한 지분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그녀의 표정이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하였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장미빛 미래가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만약 진다면 저쪽에서 뭘 요구할지 몰라!'
부웅 부웅
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붕붕 흔들기 시작하였다.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악인이 아닌 이상
반인륜적인 요구는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요구를 할게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하수련의 고심이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겁 먹었으면 안해도 되고."
그때 선우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도발하였다.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그녀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흔들기 시작하였다.
".......좋아요! 내기해요!"
이내 하수련은 호기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호탕하네."
선우는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뭔데?"
"무력을 앞세워서 막무가내로 추진하시면 안돼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셔야해요."
하수련은 조건을 걸었다.
선우가 설득이 아닌 독재를 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좋아, 약속하지. 원로들 모두를 납득 시키겠다고 말이다.
선우는 흔쾌히 허락을 하였다.
애초에 막무가내로 밀고나갈 생각 따윈 하지 않은 탓이었다.
"너도 약속을 지켜, 그 어떤 것이든 원하는 소원은 무조건 들어주겠다고."
"피차일반이에요. 어떤 요구조건이든 수용해주세요."
하수련은 의욕이 가득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렵지 않지."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듯 말을 이었다.
질 생각따윈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드르르륵
선우가 책상 밑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들기 시작하였다.
쾅
그리고 곧바로 책상위로 올려놓았다.
"그럼 우리 내기 내용을 문서로 남겨두자고."
"문서로요?"
"구두 약속이면 어영부영 넘어갈지도 모르잖아?"
선우는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철두철미하시군요.."
"어떤 일이든 서면 계약은 필수인 법이거든."
"........좋아요, 그렇게 해요."
하수련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서면으로 남긴다면 오히려 환영이었다.
나중에 지분을 요구한다해도 빼도박도 못할테니까 말이다.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빠르게 서면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쓰윽 쓰윽
그렇게 얼마나 끄적였을까
"자아, 이제 여기에 수결을 찍어."
선우는 하수련에게 종이 아래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쾅
하수련은 붓으로 손바닥에 먹물을 바른 뒤 거침없이 수결을 찍어버렸다.
쾅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다른 계약서에 마찬가지로 수결을 찍어버렸다.
이내 두 장의 계약서에는 각각 하수련과 선우의 수결이 찍혀지게 되었다.
"자아, 내껀 네가 보관해. 네 껀 내가 보관할테니까."
선우는 그녀에게 자신의 수결이 찍힌 계약서를 건네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수결이 찍힌 계약서는 따로 챙기기 시작하였다.
"무르기 없기에요."
하수련은 계약서를 받들며 말을 이었다.
"계약서까지 찍었는데 설마 무르겠어?"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대체 뭘 요구하려고 그렇게 확인하는 거야?"
선우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의천맹 부지에 대한 지분이요."
하수련은 별빛 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판 돈이 생각보다 컸네?"
하수련의 말을 들은 선우는 살짝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설마하니 장난으로 한 내기의 판돈을 거기까지 키울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설마 겁 먹으신건가요?"
하수련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되물었다.
그러자 우물이라는 불리울 만큼 어마어마한 염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럴 리가, 판돈이야 나도 키우면 되니까."
선우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판돈이 커지니 일이 더욱더 재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와 하수련은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승부욕이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