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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81화 (782/1,419)

〈 781화 〉 782. 땅은 강남땅.

또각 또각

하수련이 퀭한 눈빛을 한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의천맹이 들어설 땅을 알아보겠다고 밤새도록 한숨도 제대로 못 잔 탓이었다.

'하아.....미쳤지......내가 무슨 덕을 보겠다고..'

이내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구태여 개고생을 하는 자신의 신세가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에게 의천맹이 들어설 땅을 알아봐줄 의리따윈 없었다.

이미 목적을 완수해버린 까닭이었다.

그녀의 목적은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언니의 복수였다.

그리고 그 복수를 위해 선우에게 적극적으로 협력을 약속하였고

결과적으로 언니의 원수인 이재원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초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해버린 것이다.

이제 작별을 하고 각자 제갈길만 가면 되건만

구태여 의천맹이 들어설 자리까지 알아봐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의뢰비조차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말이다.

어찌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안되겠어......적어도 정보료라도 요구해야겠어.'

그녀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상노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중원 전체의 땅값을 알아보는 것은 상당한 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각 지부의 공문을 요청해야하고

요청을 받은 지부에선 직접 발품을 팔며 지형 및 땅의 시세까지 전부 조사해야했기 때문이다.

상당한 인력과 경비가 소요되는 일인 것이다.

이런 일을 무상으로 처리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돈을 받는거야. 어차피 그 사람은 부자니까.'

그녀는 나름의 합리화를 마쳤다.

돈이 많은 남자이니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도 거절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각 또각 또각

하수련은 더욱더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돈을 받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그녀는 집무실 코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똑 똑 똑

그리고 부드럽게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하수련은 망설임없이 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책상 위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새롭게 창설될 의천맹의 맹주이자

이재원을 죽여버린 천하제일인

장선우였다.

"누군지 물어보시지도 않으시네요.."

안으로 들어온 하수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안 물어봐도 알겠더라구."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미 반선에 경지에 다다른 선우였다.

기감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것 정도는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운 일에 불과하였다.

"그나저나 부탁한 건 가지고 왔어?"

선우는 눈을 반짝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여기있어요."

그녀는 품 안에서 서책 한 권을 꺼낸 뒤 선우를 향해 그대로 내밀었다.

덥석

"오, 고마워."

선우는 그녀가 내민 서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하수련은 그런 선우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항상 실실거리며 장난기 어리고 짓궂은 표정만 짓던 남자가.

이렇게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집중하는 모습이 꽤나 색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켜보았을까

'아니야, 한눈 팔 때가 아니잖아!'

이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살며시 내저었다.

지금은 한눈을 팔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저 남자와 단판을 지어야할 때인 것이다.

'그래, 말하는 거야. 더 이상 무상 노동은 없다고......날 부리고 싶다면 돈을 달라고 말이야.'

그녀는 의지에 가득 찬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저..."

그녀가 의지를 다지고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이었다.

"좋아."

갑자기 선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선수를 빼앗기고 만 것이다.

"네에?"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뭐가 그리 좋은 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말이야."

선우는 서책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의 입가에는 흡족함이 가득 차 있었다.

"대체 누가 이렇게 정리한거야?"

선우는 감탄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료 정리는 완벽하였다.

각 지역별로 나눈 뒤

시세별로 도표가 그려져있었으며

임야와 산지, 토지의 비율에 따른

조그마한 지도까지 그려져있었다

중원에 있는 모든 땅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고작 서책 한 권 안에 말이다.

어찌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제가....정리했어요."

"과연 하오문주는 하오문주인 건가? 이렇게 자료 정리까지 완벽하다니 말이야."

선우는 연신 감탄한 표정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대단한 건 아니에요."

하수련은 연신 감탄하는 선우를 바라보며 민망한듯 말을 이었다.

그리 대단치 않은 재주이건만

연신 감탄해주는 선우의 태도에 민망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단하지 않다니? 이정도만 돼도 재경각에서 고액 연봉으로 영입 제안이 올거라고!"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그녀가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깔끔한 정리는 중원 땅에 떨어지고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현대에 내놔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자료 정리는 말이다.

'영입 마렵네.'

선우는 생각하였다.

그녀를 영입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하고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선우는 슬쩍 운을 떼기 시작하였다.

"거절합니다."

하수련은 말이 나오기도 전에 곧바로 거절을 하였다.

"아직 말도 안꺼냈는데...?"

"어차피 영입 제안이 아닌가요? 의천맹에 들어오라는 제안 말이에요."

하수련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대로 정곡을 찔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독심술이라도 익힌 것인지

자신의 속내를 알아차린 것이다.

".....무슨 독심술이라도 익혔어?"

속내가 들켜 뻘쭘해진 선우는 민망한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안 들어봐도 알겠더라구요.."

하수련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잠시 넋이 나가버렸다.

가히 우물이라고 칭해질 정도로

폭발적인 염기를 품고 있는 하수련이었다.

그런 그녀가 웃으니 마치 꽃이 만개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극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나 넋을 놓았을까

부웅 부웅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젓기 시작하였다.

마누라와 노예를 합치면 이미 열손가락으로는 셀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다른 여자한테 한눈을 팔다니

이건 또 무슨 개짓거리란 말인가

'이미 개짓거리는 충분히 했어......자중하자.'

선우는 의지를 다잡았다.

저 요망하게 아름다운 하수련에게 넘어가지 말자고 말이다.

"크흐음...큼큼....나쁘지 않은 조건인데...재고해보는 게 어때? 너도 음지에만 있는 것 보단 양지에서 활보해보는 게 낫지 않아?"

선우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전 음지에서 나고 자란 여자라서요. 양지에 나갔다간 햇볕에 타죽어버릴거예요."

하수련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자신은 하오문에서 나고 자란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에게 양지로 가라는 것은 태생을 부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할 리 만무하였다.

"아쉽네, 잘해줄 자신 있었는데 말이야."

선우는 아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의 확고한 의지를 인지한 까닭이었다.

분명 그녀는 어떤 조건을 달든 수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꽤 오랫동안 읽으시던데.....마음에 드는 곳이라도 찾으셨나요?"

그녀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있더라고. 괜찮은 곳이."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곳이 어디인가요?"

하수련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그가 생각한 마땅한 곳이 어디인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선우는 서책을 살짝 펼치며 말을 이었다.

"강서성이요!?"

그리고 그 서책을 살핀 하수련은 놀랐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설마하니 강서성을 마음에 들어할지는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여기라면 의천맹이 자리잡기 좋은 지역이 될 것 같아."

선우는 별빛처럼 눈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반짝거리는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

강서성江西省

중원의 내륙부에 위치해 있으며 위로는 호북성을 안휘성을 동쪽으로 절강성과 복건성을 서쪽으로는 호남성을 접하고 있는 지역이자.

장강 이남에 존재하여 강남이라고 불리우는 곳이었는데

같은 강남 지역인 강소성이나 절강성과 비해

볼품없이 초라한 지경으로 유명하였다.

다른 강남 땅들에 비해 토지가 비옥하지 않아 농업 생산량도 마땅치 않았으며

이렇다할 특산품 또한 생산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강남 중에서도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무리예요."

하수련은 선우를 바라보며 즉잡을 하였다.

그녀가 보기엔 무리였다.

강서성에 자리를 잡아 의천맹을 세우는 것은 말이다.

"왜 안된다고 생각해?"

선우는 그녀의 의중을 물었다.

어째서 무리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강서성은 토지가 비옥하지도 그렇다고 특산품이 존재하지도 않은 초라한 동네예요. 그런 곳에 의천맹이 창립하자고 말한다면 품위가 떨어진다며 너도나도 반대할 게 분명해요."

하수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림인들은

특히 정파의 무림인들은 품위라는 것을 무척이나 중요시여겼다.

그렇기에 이 품위에 어긋나는 짓이라면 자연스레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강서성은 콧대가 높디 높은 정파의 무인들의 품위에 어긋나는 지역이었다.

너무나 볼품이 없었고 초라하였으며

가난이 절로 느껴지는 하찮은 지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강서성에는 이렇다할 무림문파가 없었겠는가

전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강서성에 의천맹을 세우겠다니

이건 또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란 말인가

분명 원로들이 들고 일어나며 반대를 할게 분명하였다.

천무맹을 발판 삼아 초석을 다지려는 의천맹 입장에서

강서성에 맹을 설립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있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체 무슨 이유가 있다는 거죠?"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으로 선우에게 물었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강서성을 설립 지역으로 삼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강서성에 문파가 없기 때문이야."

선우는 별빛 같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문파요?"

"그래, 문파말이야"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의천맹이 다른 지역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그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있는 문파와 마찰을 겪을 수 밖에 없어. 그리고 그런 마찰은 최대한 빨리 천무맹의 세력을 흡수해야하는 의천맹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기 강서성으로 간다면 그런 불필요한 분쟁과 마찰을 피할 수 있어. 강서성에는 이렇다할 문파가 없으니까 말이야."

선우는 서책에 그려져있는 지도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문파가 자리를 잡지 않은 지역은 강서성말고도 많잖아요? 강소성이라던가 절강성이라던가 복건성이라던다.....그런데 대체 왜 강서성을 선택하신 거죠?"

하수련은 의문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파가 없는 지역은 강서성말고도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굳이 볼품없는 강서성에 터를 잡으려고한다는 말인가

"땅값이 싸거든."

".........네에!?"

선우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중원에서 제일 가격이 싸더라고 매물도 넘쳐나고 말이야."

"........경제적인 요인을 따져야한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하지만 그렇다해도 강서성은 가격에 맞는 낮은 질의 땅이에요. 토지가 비옥하지 않아 농사를 짓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밭을 일구기도 힘들다구요."

"그건 관계없어. 어차피 우리는 건물만 올릴 거니까."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우린 농사를 지으려는 게 아니야. 맹을 설립할 생각이지. 오히려 저평가되어있는 토지라면 훨씬 이득인 셈이지."

"...........그건....그렇지만.....아무리 그래도 구태여 강서성을 사려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아요......강서성을 대체할만한 땅은 얼마든지...있는데..."

"아니, 없어."

선우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강서성을 대체할만한 곳은 존재치 않아."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는 거죠?"

"한 달만에 수백만 평의 매물이 한 번에 나올만한 곳이라면 이곳 밖에 없을테니까."

선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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