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2화 〉 773.혹시......나도 땅줘?
"이번 제안은 당가를 천하제일세로 만들 수 있는 다시없을 기회예요."
당서윤은 별빛같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확신이 서려있었다.
"난 반대야."
요랑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수익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동의해. 그리고 당가를 천하제일세로 만들 수 있는 기회라는 것도 인정할 수 있어. 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부담이 너무 커. 당가의 기둥이 뿌리째 뽑혀나갈 수 있다구."
요랑은 나름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가의 기둥 뿌리가 완전히 뽑혀진다면 수백명의 혈족들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어. 하루먹고 사는 것조차 걱정이 될 정도로 곤궁한 삶을 살게 되는 거라고. 넌 미래를 위해 세가원들의 현재의 삶을 판돈으로 걸 심산이야?"
요랑은 날카로운 눈동자로 당서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당가에 지내면서 수많은 당가의 혈족들의 호의를 받아왔던 요랑이었다.
당가주의 여섯 번째 부인
재경각의 각주
이 두가지 신분이 외인인 그녀를 가족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까닭이었다.
그들의 무한한 호의를 받으며 상당한 친분을 쌓은 요랑이기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잘못될 경우 자신을 사랑해주는 수많은 이들이 고통받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말이다.
"기둥 뿌리가 뽑힌다고 한들 세가원들이 궁핍해지진 않을 거예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설명이 필요해."
요랑은 이해가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업체를 정리하는 즉시 세가원들은 실직자가 되고 만다.
그리고 마땅한 일거리가 생길 때까지 대기를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궁핍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을 한다는 말인가
"사업체를 헐값에 넘기는 조건으로 세가원의 고용을 보장받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당서윤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고용 보장?"
"네에, 그렇게 된다면 세가의 사정과는 달리 세가원들이 궁핍해지는 일은 없을거예요."
"그런 사정 좋은 조건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은 자선사업가들이 아니었다.
이익이 없다면 어떠한 조건도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이다.
"헐값에 남의 사업장을 그대로 흡수하는 일인데 감수 못할 건 또 뭔가요? 그리고 업계 사정을 잘아는 이를 밑으로 두고 있다면 사업 운영을 좀더 수월히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기본적으로 사업장을 흡수할 땐
기존에 직원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사업장의 전반적인 사정을 상세히 아는 내부자가 필요한 까닭이었다.
사업체를 인수하는 이들 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혈족들을 하청으로 보낼 심산이야?"
요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맞아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걸 세가원들이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해?"
요랑은 날카로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당가의 혈족을 남의 사업장에 하청으로 보낸다는 것은 말이다.
일반적으로 무림세가는 세가원들을 세가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배속이 시킨뒤 노동을 시켰다.
세가원이 혈족이 아닌 다른 이의 밑에는 들어가는 것을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가원들은 이런 세가의 배려에 대해 크나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무공을 전수해줄 뿐 아니라 평생 직장까지 배속시켜주는데 어찌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런 세가원들을 하청을 보낸다니?
세가원들이 납득을 할 리 만무하였다.
세가의 자존심이 꺾이는 일에 어찌 찬성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이 방법이 아니면 수백에 넘는 세가원들을 전부 안정적으로 고용하는 건 힘들어요."
당서윤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도 안다.
자신의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어오리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뜻을 관철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체를 정리하고 세가원들을 곤궁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말이다.
"세가의 자존심은 곧 세가원의 자존심이야. 그 자존심이 꺾이는 일에 세가원들이 지지할 거라고 생각해?"
요랑은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외인이었지만
세가원들의 자부심에 대해 잘알고 있었다.
한 번쯤 말을 섞어보면 다들 세가에 대한 애정을 여지 없이 드러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이들이 남의 밑에 하청으로 들어갈 리 만무하였다.
모두가 지탄을 할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린 당서윤을 말이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생각이에요."
"자부심을 돈따위로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지분을 줄 생각이에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분?"
"네에, 의천맹이 들어설 땅에 대한 일정 지분을 말이에요."
"..............."
당서윤의 말을 들은 요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설마하니 저런 조건을 입을 담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파격적이었다.
아니 파격적이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의천맹이 들어설 땅이라면
투기가 허락된 땅을 말하는 게 아니던가.
그리고 그 땅에 대한 지분을 준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그들에게도 투기를 허용하게 해준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말이 아니던가.
"......정말?"
요랑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정말이요."
"그래도 돼?"
"안될 게 뭐 있나요? 당가가 소유한 땅을 당가에서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당서윤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얼마나 주려고?"
"대략 십만 만평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십 만평이면.......인당 대략 이 백평....."
요랑은 놀란 눈으로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저렇게 통크게 나올 줄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인당 이백평의 토지라니
그것도 노른자 위의 땅을 말이다.
어마어마하다 못해 입이 턱 벌어질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인 것이다.
어찌 저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정도 대가라면 세가원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서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나요?"
그리고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요랑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끄덕 끄덕 끄덕
요랑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충분한 설득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무조건 오를 수밖에 없는 땅을 무상으로 이백평이나 나눠주겠다는데 어떤 정신나간 이가 거부를 한다는 말인가?
머리에 암기를 맞지 않은 이상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인 것이다.
세가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긴 하지만 저정도의 보상금액이라면 충분히 꺾여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사업체 정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요랑님. 저는 선우에게 서신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요랑의 동의를 받아낸 당서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선우에게 미리 알릴 심산이었다.
"잠깐!"
그때 요랑이 다급히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네에, 말씀하세요."
"혹시......나도 땅줘?"
요랑은 별빛같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당서윤에게 물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가득 서려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일처리 할땐 한 없이 냉정하다가도
이럴 때보면 그저 귀엽기 그지 없었다.
깨물어줄 만큼 말이다.
"안 줘요."
당서윤은 상큼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랑의 표정은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기 시작하였다.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귀여움이 절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
"왜 안줘! 나도 당가의 식솔이야!"
요랑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당서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땅을 못 받는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화가난듯 보였다.
"요랑님께서는 땅이 필요없지 않으신가요? 요선이 되실 분이잖아요."
당서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땅 필요해!"
"어째서죠?"
당서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요선이 되려면......양지 바른 땅이....필요하니까...."
"그럼 다른 땅을 드릴게요. 양지 바른 곳으로요."
"안..안돼!"
요랑은 다급히 거절을 하였다.
"어째서죠?"
당서윤은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요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마땅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우.....우.."
그러더니 이내 울상을 짓기 시작하였다.
다른 사람은 그냥 땅을 주는데 자신만 땅을 안주니
소외감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왜 자신만 차별한다는 말인가
'이런.'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아차 싶었다.
반응이 너무 귀여워 장난을 건다는 게
도가 지나친듯 싶었다.
"서윤이 미워!"
요랑은 당서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바깥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요랑님!"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다급히 요랑을 불렀다.
하지만 이미 요랑은 그런 그녀의 외침을 무시한 채 그대로 뛰어나갈 뿐이었다.
당서윤은 그런 요랑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무척이나 난감한 표정으로 말이다.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요?"
그 때 옆에 있던 금적화가 그런 그녀를 보며 입을 떼었다.
"......이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당서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ㄷ다.
살며시 장난을 칠 생각이었지.
그녀를 화나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일이 꼬여버린듯 하였다.
"제가 가서 달래고 올게요."
금적화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화나게 한 장본인은 저이니...제가 달래주어야지요."
당서윤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요랑을 화나게 한 장본인은 자신이었다.
그러니 달래는 것 또한 자신이 해야했다.
벌떡
이내 당서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는 금적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가신김에 조금 쉬다 오셔도 돼요."
금적화는 당서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왕 자리에서 일어난 김에 회복을 종용한 것이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당서윤은 그런 그녀의 말을 대놓고 거절하였다.
쉴 틈 따위는 없다는듯이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당서윤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더니
이내 바깥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금적화는 그런 당서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걱정 어린 시선으로 말이다.
이내 그녀의 신형은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집무실 안에는 금적화만이 남게 되었다.
*********
스르륵
집무실 바깥으로 나온 당서윤은 눈을 감았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당가의 직계혈족만이 익힐 수 있다는 신공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주위에 녹색의 기류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만류귀원기의 기운이었다.
파앗
그녀는 몸 주위에 일렁이는 기운들을 그대로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요랑을 찾기 위해 기감을 퍼트린 것이다.
솨아아아아아아
이내 기감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기감을 넓혔을까
움찔
갑자기 그녀의 몸이 움찔하고 떨리기 시작하였다.
익숙하면서도 거부감이 드는 기운이
그녀의 기감에 그대로 감지 되었기 때문이었다.
번쩍
이내 당서윤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거부감이 드는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을 말이다.
여인은 무척이나 상반된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고 있었다.
표독스러운 눈매와 절색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외모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기 때문이었다.
또각 또각
여인은 여유롭게 발을 놀리며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어머, 나를 기다린 거니?"
그리고 이내 여인은 당서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언니."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침중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표정이 왜 그러니?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말이야?"
그러자 그녀의 언니, 당진설은 아찔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당가의 출입은 금지되었을텐데요....?"
당서윤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동생을 만나러 오는 것도 금지되었을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가족애가 넘치시는 분인줄은 몰랐군요."
당서윤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가족끼리 서로 사랑해야지."
당진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당서윤은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용건을 물었다.
그녀와 말을 오래 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윤이 마음이 많이 급한가보네."
당진설은 그런 당서윤을 귀엽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안잡아먹어. 서윤아, 너무 긴장하지마."
"그다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것 뿐입니다."
당서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서운하네."
당진설은 짐짓 서운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매애가 이렇게까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니 말이야."
"그리 우애가 깊었는지 의문이군요."
당서윤은 딱딱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 좋아, 자매애는 천천히 회복하기로 하자고."
그런 그녀를 본 당진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단 자리를 옮기지 않을래? 언니가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뱀과 같은 차가운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하나 뿐인 여동생, 당서윤을 바라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