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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70화 (771/1,419)

〈 770화 〉 771. 투자 제안서

"당가라면 의천맹에 돈을 빌려줄 것입니다."

선우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은 벙진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당가가 돈을 빌려준다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 아무리 어찌 당가에서 그런 큰돈을 선뜻 빌려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이세진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언성을 높였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수백만 평에 가까운 땅을 사기 위해선 말도 안될 정도의 거금이 필요하였다.

사천제일세라고 불리우는 당가조차 부담될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이 말이다.

그런데 어찌 당가에서 그런 거금을 선뜻 내어준다는 말인가

돈이 썩어넘칠 정도가 아니고서야 그런 선심을 써줄 리 만무하였다.

"당가는 세가입니다. 돈을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전장이 아니라는 소리일세. 고작 이자를 받아내기 위해 무리해서 돈을 빌려주진 않을 것이네."

이세진은 생각하였다.

당가가 무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수백만 평에 이르는 땅을 사기 위한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선 당가 또한 상당한 사업체를 정리해야할 것이다.

그만큼 금액이 천문학적일테니까 말이다.

그런 무리한 선택을 당가할 리 만무하였다.

이제 막 새롭게 출범한 의천맹에게 뭘 믿고 돈을 빌려준다는 말인가

당가는 세가였다.

수 백명의 혈족들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무림 세가인 것이다.

그렇기에 조심스러웠고

그렇기에 신중하였다.

세가가 흔들린다면 소속된 혈족들 또한 피해를 면치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 당가가 도박이나 가까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리 만무하였다.

"빌려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에 상응한 대가만 지불한다면 말입니다."

선우는 뱀과 같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상응한 대가!?"

이세진은 의문스러운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원로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무림 세가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한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임져야할 식솔들이 한둘이 아닌탓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경향이 형성된 까닭이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특히 깐깐하기로 유명한 당가의 경우 거액의 투자를 받는 일이 다른 세가에 비해 곱절을 어려울 것입니다. 새로 출범한 의천맹은 그들에게 신뢰할만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상태니까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그들에게 투자를 받는다는 말인가?"

이세진은 답답하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거절하기 힘들 정도의 이득을 안겨주면 됩니다."

"거절하기 힘들정도의 이득이라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것인가?"

이세진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반절."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의천맹 주위에 있는 노른자 위에 땅 중 반절을 당가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이내 이세진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땅을 반절이나 넘기라니?

그 말인즉슨 오직 당가에게만 투기를 허락하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지 않겠는가

어찌 그런 제안을 할 수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제안이었다.

애초에 투기를 막기 위해 맹을 이전할 생각이 아니던가

그런데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려고 하다니?

"어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선우는 잔뜩 성이 난 이세진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자네 말대한다면 오직 당가에게만 땅 투기를 허락되는 것이 아닌가? 투기를 막기 위해 맹을 이전하거늘! 어찌 투기를 조장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일세!"

이세진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가는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당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빌리면 되는 게 아닌가!"

"대체 어디서 말입니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전장이나.....상단에.....빌려도....되고...또..."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더듬거리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돈을 빌릴 때야 많았다.

돈 놀이로 먹고 사는 이들은 중원 땅에 수두룩 했으니까 말이다.

"무리입니다."

선우는 이세진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당가 아니라면 어떤 곳에서도 그런 막대한 금액을 빌려주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새롭게 출범한 의천맹에게 수백만 평을 매입할 수 있을 만큼 금액을 빌려줄 곳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시선으로 이세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돈을 빌릴 수 없다면 맹을 이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남의 집값과 땅값은 더욱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집을 사지 못한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동전으로 도박을 하거나 노후에 대한 준비조차 없이 마구잡이로 돈을 쓰고 쓸쓸한 말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걸 원하시는 것입니까?"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런 걸 원하는 건.....아니오..하지만 아무리...그래도....당가에게만 투기를 허락하는 건......"

선우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원로님, 이건 최악을 막기 위한 차악입니다. 어차피 노른자 땅들 중 절반은 의천맹의 소유가 아닙니까? 그 땅을 중심으로 돈 없는 서민들을 위한 건물들을 지으면 될 일입니다. "

선우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마치 타이르듯이 말이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투기를 막을 수 없다면 투기 규제 지역을 만들어버리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서민들도 거주지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히 묘수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세진은 좀처럼 수긍을 할 수가 없었다.

당가에게 어마어마한 이익이 쏠린다는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가가 가져가는 혜택이 과할 정도로 큽니다. 어찌 수백만평이나 되는 땅을 혼자 독점하고 투기를 한다는 말입니까?"

이내 생각을 마친 이세진이 천천히 입을 떼어내었다.

"마치 제가 당가를 편애하여 그런 혜택을 주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군요."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애초에 당가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원금이 회수할 수 있을 지도 확실치도 않는 곳에 말입니다. 그것도 수천만냥에 이르는 거금을 말입니다.

그런 위험한 투자에 상응하는 보상이라면 모름지기 이정도 수익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가가 의천맹에게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투자였다.

그것도 수천만냥에 이르는 원금이 회수될지 안될지도 확실치 않을 정도로 위험하고도 거대한 투자 말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이정도 수익률은 보장해주어야했다.

당가의 수뇌부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말이다.

아무리 가주 위에 있는 자신의 제안이라해도

세가에 피해가 간다면 당서윤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단호하게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것이다.

그들의 어깨 위에는 수백명의 혈족들 인생이 얹혀져있을테니까 말이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선우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당가에게만 투기를 허락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혜택이었지만

동시에 정당한 대가이기도 하였다.

무엇하나 신용할 수 없는 의천맹이라는 단체에게 선뜻 거액을 빌려준 정당한 대가말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어느정도 납득을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여 또 반대하시는 분이 있으십니까?"

선우는 천천히 좌중을 둘러보며 원로들에게 물었다.

"................"

그리고 이내 회의장에는 고요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애초에 입을 열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폭등하는 제남의 땅값과 집값을 잡음과 동시에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구제할 수 있는 계획을 어찌 반대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반대를 한다면 집값이 폭락할 것이 두려워 언성을 높이는 치졸한 이가 될 것이 뻔하였다.

그렇기에 원로들은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지만

차마 치졸한 이로 기억되기는 싫은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이견이 있으십니까?"

선우는 다시금 물었다.

"................"

하지만 회의장 안은 여전히 침묵이 흐를 뿐이었다.

씨이익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원로님들도 저랑 같은 생각인듯 하군요."

선우는 허리를 한차례 숙이며 말을 이었다.

나름의 감사 표시였다.

자신의 의견에 찬성해준 것이 대한 감사 표시말이다.

"그럼 이번 사안에 대해선 당가와 협상을 하여 구체화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허리를 들어올린 선우가 원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원로들은 똥씹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지못해 수긍을 한 것이다.

원로들은 생각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집을 팔아치워야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제안서를 한 장 써야겠군.'

선우는 생각하였다.

당장 가서 제안서를 한 장 작성해야겠다고 말이다.

당가를 더욱더 풍족하게 만들 어마어마한 투자 제안서를 말이다.

**********

재정각

"당혜야, 당과."

요랑은 작고 조그마한 입을 슬며시 벌리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있어요."

그 말을 들은 당혜는 곧바로 품안에서 곱게 싸여진 당과 하나를 꺼내들고는 포장지를 그대로 뜯어버렸다.

그리고는 요랑의 고운 입안으로 그대로 집어넣었다.

"암!"

당과가 입안으로 들어오자 요랑은 곧바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리고 이내 행복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입안에 퍼져가는 달달한 향이 그녀에게 행복감을 차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달았다.

달아도 너무 달았다.

녹는다는 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츄르릅 츄르르릅

이내 요랑은 혀를 놀리며 열심히 당과를 핥기 시작하였다.

그 달콤함을 음미하면서 말이다.

'.......귀여워.'

그 모습을 본 당혜는 얼굴을 살며시 붉히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당과에 행복해하는 요랑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게 느껴진 까닭이었다.

동생이 생긴다면 이런 기분일까?

딸이 생긴다면 이런 기분일까?

요랑의 순수한 모습은 당혜로 하여금 훈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녀는 눈을 반짝거리며 요랑을 바라보았다.

마음 속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벌컥

갑자기 집무실 문이 격하게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당혜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당혜는 볼 수 있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걸어 들어오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당감 선배!?'

바로 재경각의 각원인 당감이었다.

"하아....하아....각주님.."

방 안으로 들어온 당감은 숨을 헐떡거리며 요랑을 불렀다.

"아, 감아, 안녕?"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은 채 인사를 하였다.

그의 헐떡임따윈 전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하아...하아...전해드릴 게 있습니다."

당감은 그런 요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흐음.....좀 있으면 점심 시간인데.......내일 주면 안될까?"

요랑은 아랫배를 살짝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배꼽시계에 의하면 점심 시간이 얼마 안남은 상황이었다.

구태여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급한 일입니다!"

그 말을 들은 당감은 무척이나 다급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랑은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당과만 받아먹고 도망갈 걸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맴돈 까닭이었다.

"하아.....뭔데?"

요랑은 어쩔 수 없다는듯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되물었다.

"......투자 제안서가 날아왔습니다."

당감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투자 제안서?"

요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투자 제안서라면 평소에도 질리도록 받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잇는단 말인가

의아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게.......선우님께서....보내신 투자 제안서입니다."

당감은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가?!"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랑은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 되물었다.

설마하니 선우의 이름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까닭이었다.

"진작 말하지! 당장 줘봐!"

요랑은 버럭 소리를 내지른 채 손을 내밀었다.

그녀에게는 글씨로나마 선우의 흔적을 느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여..여기있습니다."

요랑의 격렬한 태도에 기가 죽은 당감은 우물거리며 품안에서 서신 한 장을 꺼내들었다.

휘익

그리고 요랑은 그 서신을 곧바로 낚아채버렸다.

촤르르륵

그다음 곧바로 펼친 뒤 싱글벙글 웃으며 서신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싱글거리는 웃음이 서신을 읽어내려갈 수록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요랑은 서신을 그대로 책상에 위에 올려버렸다.

"미쳤네."

그리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무척이나 정색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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