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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68화 (769/1,419)

〈 768화 〉 769.의천義天

꿀이란 무엇인가

절대로 썩지 않는 완전 식품이자 설탕이 개발되기 전 인간에게 유일하게 단맛을 느끼게 해주던 고마움 식품이 아니던가

최소 팔 천년

인간이 꿀을 채집하기 시작한 시기는 최소 팔천 년 전부터였다.

어찌보면 인간을 꿀을 찾는 행위는 유전자로부터 각인된 본능일지도 몰랐다.

꿀이 빨았을 때 느끼는 행복감과 안락함을 알기에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이 꿀을 빠는 행위를 비단 식품에만 한정하지 않게 되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편한하거나 혜택이 주어지는 일이라면 모두 꿀을 빠는 행위라고 여기는 것이다.

본능적인 이끌림에 따라서 말이다.

그리고 선우는 지금 그 본능적인 이끌림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

의무는 없고 혜택만 챙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바로 맹주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일이었다.

실질적인 가주인 당서윤을 곁에서 지켜보던 선우는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결정권자라는 게 얼마나 귀찮고 번거로운 일인지 말이다.

그저 도장만 찍는 게 다가 아니었다.

세가의 내외 전반을 모두 총괄하여 관리를 해야하는 것이다.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아닌지 감사를 해야했고

계산이 틀린 것은 아닌지 최종적인 점검을 해야했으며

그외에도 상단과 상가에서 보내온 여러 사업 제안서를 검토해야했으며 타당성과 실효성에 따라

승인 혹은 반려 그리고 애매할 경우 보류 등으로 분류를 해야했다.

몸이 세 개라해도 모자랄 만큼 어마어마한 업무량을 지게 되는 것이다.

고작 세가에 불과한 당가만해도 저럴진대

대문파 서너개를 합친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천무맹은 또 어떠하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당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살인적인 업무량을 자랑할 게 뻔하였다.

그렇기에 선우는 묘책을 하나 생각해내었다.

바로 고문을 늘려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권한이 분산된다면 맹주로서의 업무량은 턱없이 줄어들게 될테니까 말이다.

".................."

한 편 선우의 말을 들은 계상득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선우의 말 중 반박할 만한 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대로 고문을 늘리게된다면 업무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당주들의 비리마저 견제할 수 있는 대비책이 마련되는 것이다.

유일한 단점이라고 한다면 맹주의 권한이 줄어들어 예전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섣불리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맹주로 내정된 이가 스스로 나서서 손해를 감수하니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검신이여.......재고를 해보는 게 어떻겠소? 만약 그대 말처럼 고문을 늘린다면 효율은 증대될지는 몰라도 맹주의 권한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오.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이 허공으로 증발한다는 말이오."

계상득은 은근한 목소리로 그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권력을 분산시킨다니 안될 말이었다.

두 사람이 나눠갖기도 모자란 것을 어찌 여럿과 나눈단 말인가

"상관없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따윈 관심없었다.

이미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

그런 권력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애초에 천무맹은 맹주의 권력이 비정상적으로막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정도 분산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경제, 군사, 회계 ,감사와 같은 전문 분야를 문외한이 천무맹주가 총괄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전문지식이 없다면 여섯 살난 어린아이나 맹주나 다를바가 없을텐데 말이다

이재원은 무소불위의 권력에 만족을 하였겠지만

맹의 내부는 고이고 썩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멋모르는 맹주만 속여낸다면 부정축재를 얼마든지 알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원하지 않는 것이오?"

계상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권력을 탐하기 마련이었다.

권력을 휘두름으로서 우월한 위치에 서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때문이었다.

권력이 있다면 수많은 이들의 질시와 동경을 받게 된다.

권력이 있다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할 수 도 있다.

권력이 있다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 저렇게 초탈한 모습을 보인다는 말인가

아직 서른도 안된 젊디 젊은 나이에 말이다.

이해가 갈 리 만무하였다.

"제가 원하는 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닙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정의正意와 협의俠意 입니다."

그다음 이내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계상득은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부끄러움이 들었다.

숭고하고 정의롭기 그지없는 협사에게

추악하고 더러운 자신의 욕망을 강요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아......나는 잘못 되었구나.'

계상득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자신 또한 기존의 수뇌부들과 다를 바 없이 권력에 미친 위정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벌떡

이내 계상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르르륵

그리고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허리를 숙이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무례를

자신의 추악함을

일깨워준 선우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아니!? 계 원로!?"

"어찌 원로께서!?"

한 편 그 모습을 본 원로들은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계상득이 누구란 말인가

원로들 중에서도 성미가 불같고 자신이 옳다 생각한다면 맞든 틀리든 끝까지 관철하는 고집불통이 아니던가

그런 그가 허리를 숙이다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내가 생각이 짧았네. 무례를 용서하게. "

계상득은 주위의 반응따위는 일절 신경쓰지 않은 채 제 할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무슨 무례를 저질렀다고 그러십니까?"

선우는 손사래를 치며 입을 떼었다.

과한 행동이라고 여긴 탓이었다.

"아닐세, 협을 행하려는 자의 앞을 권력욕이 가득 찬 위정자가 막아섰네. 어찌 무례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부디 용서해주시게."

계상득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이제 고개를 드시지요."

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대로 냅뒀다간 고개를 들어올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맙네....검신이여.."

이내 계상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감사를 표하였다.

자신의 무례를 용서해준 선우에 대한 고마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계 원로께서는 제 제안에 찬성을 하시는 것입니까?"

선우는 그런 계상득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한 말일세. 나 뿐만 아니라 여기있는 모든 원로들이 동의할걸세."

계상득은 담담한 눈빛으로 주위를 슬며시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하하하하.....물론 동의하지요."

"저 또한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혁신적인 관리법이 있었다니...감탄을 금치 못하겠군요."

"협의지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군요."

"권력이 아닌 협의와 정의라니 오늘 한 번 개안을 합니다."

이내 그 눈빛을 마주한 원로들은 너도나도 왁자지껄하게 떠들기 시작하였다.

그들 또한 선우의 말에 감복을 하였다.

권력이 아닌 오로지 협의와 정의를 추구하는 선우의 모습에서

이제는 퇴색되어버린 잃어버린 협의지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실로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모두 이렇게 동의를 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들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공손한 태도로 나름의 감사를 표하였다.

거부감이 들만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여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닐세. 이런 제안이라면 얼마든지 쌍수 들고 환영하는 바일세. 정의와 협의를 위한 길이 아닌가?"

계상득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의 예의 바른 태도에 호감이 무럭무럭 자라난 까닭이었다.

"..........그럼 몇 가지 더 제안드려도 되겠습니까?"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은근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기분이 상당히 고조되어있는 걸 보니 무리한 제안을 해도 설득이 어려울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얼마든지 제안하게나. 내 자네의 말을 경청하도록 하지."

계상득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천무맹의 이름을 바꾸고 싶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름을?"

그 말을 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현재 천무맹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최악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아무리 내부를 개혁한다고해도 이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인식이 나아질 길이 요원하기만 할 것입니다."

"이름을 바꾼다라.....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천무맹을 그대로 흡수하는데 곤란할 수도 있네."

계상득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새롭게 거듭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새로움은 기존에 있던 이들에게 반발을 초래하기 마련이었다.

체계 자체가 뒤흔들린다는 느낌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감수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천무맹을 그대로 흡수할 수는 없겠지만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는 의지를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요."

선우는 확신이 담긴 눈빛으로 계상득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렇군."

그 말을 들은 계상득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일장일단이었다.

세력이 작아지겠지만 민심을 잡을 수 있게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홍보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기존의 부패한 천무맹이 아닌 새롭게 거듭난 단체에 대한 홍보를 말이다.

"생각해본 이름이 있는가?"

이내 계상득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의천義天이 어떴습니까?"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의천義天?"

"예에, 무武를 하늘처럼 숭상하기 보단 의義를 하늘처럼 숭상하고 싶다는 뜻을 담고 싶었습니다. 무력과 권력이 아닌 협의와 정의만으로 움직이는 단체가 되자는 뜻을 담고 싶었습니다."

"......의천義天이라......의천義天이라....."

선우의 말을 들은 계상득은 몇 번이고 의천이라는 말을 되내기 시작하였다.

씨익

그리고 이내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담긴 뜻이 너무나 흡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천무맹과는 전혀 상반되는 장선우만의 의지가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재로다......선재야.'

그는 생각하였다.

의로서 행하는 삶을 관철시키려는 장선우라면

누구보다 뛰어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아주 좋소이다."

계상득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여지없이 합격이었다.

이제는 의천이라는 이름 외엔 다른 이름따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도 마음에 듭니다...옳음을 행하려는 검신의 의지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게 너무나 흡족스럽군요."

"의천이라면 분명 천무맹의 협사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의義를 하늘처럼 숭상하다니.......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검신이외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참으로 작명실력이 대단하더이.....노부는 그런 작명을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오."

이내 원로들은 열렬히 호응을 하기 시작하였다.

협의지사로서의 숭구한 사명이 담긴

의천義天이라는 말이 그들의 가슴을 뭉클하기 만든 까닭이었다.

그 옛날 의기 하나로만 뭉쳤던 과거의 자신들이 의천이라는 단어에 그대로 녹아나는 느낌마저 들었다.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로님들. 그럼 이제부터 천무맹은 의천맹으로서 명칭을 바꿔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신의 제안에 반대없이 곧잘 따라주는 원로들에 대한 감사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선우는 걱정했었다.

이름을 바꾸자했을 때

무림맹으로 바꾸면 안되겠냐며 억지를 부릴까봐 말이다.

과거의 영광에 젖어있는 그들이라면 충분히 할 법한 억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까고보니 오히려 자신의 제안을 무척이나 잘따라주었다.

'이게 바로 나데나데라는 건가?'

선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장선거 때 햄버거를 뿌렸을 때도 얻지 못한 절대적인 지지를 이렇게 받게 되니

흡족스러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정도 호응이라면......해볼만하다.'

그리고 이내 선우는 결심하였다.

거센 반발을 예상하여 할까말까

무척이나 고심했던 제안을 하기로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제안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원로들님."

이내 선우는 좌중에 앉아있는 원로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원로들의 시선이 선우에게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시선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저 위대한 무인이자 세상에 다시없을 협의지사가

또다시 어떠한 말로 자신들을 감동시켜줄지 기대감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의천맹의 위치를 옮기고 싶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의 기대 어린 표정은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그리고 절대 환영받지 못할

제안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의천맹의 위치를 옮긴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된다는 소리인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하는 법이지요. 의천맹 또한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우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였다.

단 한명

저 멀리 외곽에 사는 이세진을 제외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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