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7화 〉 768.꿀 빠는 방법.
저벅 저벅
이세진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소집명령에 꼼짝없이 지각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거처가 너무 멀다는 나름의 사정이 있긴 하였다.
하지만 고집불통의 노친네들이 그런 자신의 사정을 이해해줄 리 없었다.
안그래도 나이가 가장 어린 자신을 은근 타박하던 그들이었다.
이런 건수를 놓칠 리 만무한 것이다.
'망할 망할'
타타타탁
이세진은 경신법까지 발휘하며 빠르게 이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맹 내에서 경신법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법규조차 무시한 채 말이다.
원로들의 잔소리를 들을 바엔 법규 위반으로 집법당에 끌려가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을 하였을까
이내 이세진의 시야에 커다란 철문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목적지인 제 1 회의장이었다.
타타타탁
이세진은 더욱더 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철문 코앞에서 걸음을 멈춰세웠다.
막상 들어가려고 하니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 죽지. 두번 죽냐?'
끼이이이익
하지만 이내 결심을 굳힌 이세진은 천천히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온몸에 날카롭기 짝잉 없는 시선들이 꽂히기 시작하였다.
잔뜩 성이 난 원로들의 시선이었다.
"아하하하.....반갑습니다. 원로님들."
그 따가운 시선을 마주한 이세진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웃음으로 무마해볼 심산이었다.
"....무척이나....늦었구려.....이 원로...."
"자네를 기다리다 늙어죽을 뻔했다네."
"어찌 젊은 사람이 이리도 시간 관념이 없단 말인가"
"원로라는 작자가 이리도 지각을 밥먹듯이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에 대한 불만이 물밀듯이 쏟아져나왔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제가 거처가 멀리있는 편이라...."
"허어.....누가보면 이 원로만 멀리 사는 줄 알겠소?"
계상득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오는데....반시진이 걸립니다.."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오가는 시간이 무려 반시진이었다.
"반시진이 걸리면 한시진 전에 미리 출발하면 되는 것이 아니오? 어찌 그렇게 준비성이 없다는말이오?"
그 말을 들은 계상득은 말을 바꿔 그의 준비성을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아니, 한시진 전에 통보를 받았는데 어떻게 미리 출발한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그런 계상득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기별이 온게 한시진 전이거늘
어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곧바로 출발한단 말인가
"그러게, 제남 근처에 집을 샀어야지. 누가 그런 외곽지역에 집을 사라고 했던가?"
"제남 근처에 집을 어찌 삽니까!"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같지 않은 소리를 하는 계상득의 말에 반발심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제남에 천무맹이 들어선 이후
그 땅값과 집값은 천정부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뛰어오르게 되었다.
천무맹이 존재함으로서 치안이 보장된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상가들이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이내 상업지구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상업지구를 중심으로 협력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고
협력업체를 통해 하청업자들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하청업자들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모집하였고
수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제남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결국 그렇게 제남은 발전하게 되었고
땅값과 집값은 그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오르게 되었다.
원로의 월봉으로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말이다.
그런데 어찌 제남 근처에 집을 사라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왜 못사는가? 나 때는 월봉을 아끼고 대출까지 껴서 다 샀다네. 자네의 게으름 때문에 못 사는게 아닌가?"
"그거야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전에 사신게 아니십니까!? 원로님 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이세진은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제외한 대다수 원로들은 땅값이 오르기 전
대출까지 끼며 집을 한 채씩 마련한 상황이었다.
주소양을 곁에서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을 부려 무리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옹고집은 대박을 내버렸다.
그들이 땅과 집값이 대출금을 넘어설 정도로 비싸진 것이다.
"그러게 자네도 그때 사지 그랬나?"
계상득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때 못 샀으니까, 지금 지각한 것 아닙니까!?"
"지각했다는 게 잘한 짓이란 말인가?"
"저도 집이 제남이었으면 금방 왔습니다!"
이세진을 반발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러니까 미리 샀어야지!"
이내 회의장 안은 두 원로들의 말다툼으로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 모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까닭이었다.
'꼰대같은 새끼.'
이세진은 이세진 나름대로 화가났다.
집이 멀어 어쩔 수 없이 지각한 것을 노력이 부족하다고 타박하는 계상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세진의 눈빛에는 불과 같은 분노가 서리기 시작하였다.
'이런 버릇없는 새끼가!'
계상득은 계상득 나름대로 화가났다.
그냥 사족을 붙이지 않고 사과를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어찌 끝까지 말대답을 하며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는 말인가
"야이 버릇없는 새끼야! 당장 칼들고 나와!"
벌떡
이내 계상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로 안되니까 힘으로 해결하시는 것입니까? 저열하기 짝이 없군요. 좋습니다. 오늘 계 원로를 관짝에 넣어드려야겠습니다!"
벌떡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마찬가지로 발끈하며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바탕하지 않으면 도저히 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모두 진정하게!"
"아가씨의 소집령이 떨어진 상황이 아닌가?"
"맞네, 어찌 이런 날 싸움을 한다는 말인가?"
"자아...자아...두사람 모두 일단 자리에 앉게나."
그러자 주위에 있던 원로들의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하였다.
회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칼부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놈이 사과할 때까지 앉을 생각이 없네!"
"제가 사과를 왜 합니까? 잘못한게 없는데?"
"이놈이 그래도!"
계상득은 분노에 찬 시선으로 이세진을 노려보았다.
이세진 또한 지지않겠다는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이내 두사람의 대치가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 모두 진정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때 두 사람의 귓가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느새 다가온 한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시원스럽게 생긴 외관
커다란 키와 다부진 체형
검신劍神 장선우였다.
'대체 언제!?'
그의 모습을 확인한 두 사람은 공통적인 의문을 띄우기 시작하였다.
바로 코앞까지 접근했건만 그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여...여기는 어쩐 일이오!?"
계상득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원로님들의 소집을 부탁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그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대가?!"
"예에, 아무래도 원로님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야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선우는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떼었다.
"맹주직에 관한 이야기를 말입니다."
선우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원로들은 그런 선우를 의아한듯 바라보았다.
*******
회의실
".................."
회의실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상석에 자리를 잡은 선우가
한마디도 내뱉지 않은 탓이었다.
원로들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그가 입을 열기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말인가?"
이내 답답함을 참지 못한 계상득이 그에게 물었다.
"말그대로 입니다. 맹주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찌 말이 없는가?"
"생각을 살짝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 정리는 이제 끝난건가?"
"네에, 대충 끝마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말해주게. 대체 무슨 말을 할 셈인가?"
"주여협께 들었습니다. 저를 맹주직으로 추천하셨다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그리고 원로님들 또한 그런 주 여협의 의견에 찬성을 하였다는 말도 전부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일단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부족한 몸이건만 이렇게 높게 평가해주시니 그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선우는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원로들은 흐뭇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천하제일의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 장선우였다.
그런 그가 자신들을 존중해준다고 생각하니
절로 흐뭇한 심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게 과분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력을 제외한다면 인성도 협의도 지략도 그 어떠한 것도 증명된 게 없는 이니까요. 아니 애초에 어떠한 경험도 없는 제가 맹주의 업무를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 또한 들기도 합니다."
선우는 원로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말 말게나. 처음부터 잘하는 이가 어디있겠는가? 모두 부딪히고 실패하며 조금씩 앞으로 내딛을 뿐이라네. 그러니 걱정말게나. 경험하지 못하였다고 미숙하다고 자네를 욕하는 이는 없을테니까."
선우의 말을 들은 계상득은 나름의 위로를 건네기 시작하였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선우는 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역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기에 맹주직에 대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처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을 할 수 없을테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가지 제안?"
선우의 말을 들은 계상득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듣기로는 자문을 구할 수 있는 고문을 제 곁에 두겠다고 들었습니다. 그 고문을 맡을 이는 주 여협이고 말입니다."
"그렇네. 자네 혼자선 맹주직을 수행하는데 무리가 있을터이니까."
선우의 말을 들은 계상득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고문을 없애는 것은 안될 일일세."
선우의 말을 들은 계상득은 못박듯 단호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고문을 늘리는 게 어떻습니까? 각분야 별로 대략 다섯 명정도로 말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선우의 말을 들은 계상득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고문을 늘린다니
그말인즉은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말이 아니던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간
권한이 분산되어 맹주인 장선우는 물론 주소양의 권한조차 축소가 되고 말 것이다.
"어째서 반대를 하는 것입니까?"
"고문은 아가씨 한 명이면 충분하네! 어찌 다섯 명이나 필요하다는 말인가!"
"주 여협께서 뛰어난 인재라는 것은 저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여협께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회계나 감사, 규율 제정처럼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 어찌 주 여협께 자문을 구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거야.....각 당의 당주들에게 직접 물으면 되는 일이 아닌가!"
"그럴 순 없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당주 측에서 작정하고 비리를 저지를 경우, 눈치 채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뿐만아니라 당주의 권한도 더욱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될테니까요. 그럴 바엔 당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전문가를 고문으로 두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천무맹은 당주의 비리가 만연한 곳이었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이재원이 당주를 믿고 관련 전권을 대다수 위임한 까닭이었다.
당주를 견제해야할 맹주가 손을 놓고 있으니 당주의 권한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었고
당주들은 극대화된 권한을 바탕으로
수없이 많은 비리를 저지르기 시작하였다.
인사비리는 물론 부정 청탁까지 전부 말이다.
결국 당주들 사이에서는 제남에 집 너채 이상 없으면 바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관행이라 할 정도로 비리가 당연시 되었다.
선우는 그런 관행을 타파할 생각이었다.
따로 자문을 맡을 고문을 두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겸사겸사 꿀도 빨고 말이야.'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맹주의 권한을 다섯 개로 분산시킨다면 그에게 떨어질 일거리는 파격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처리는 문외한이 아닌 고문들이 알아서 처리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말그대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방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