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2화 〉 763. 공석이 되어버린 맹주의 자리.
"검이라면.....혹시 용미연검이요!?"
선우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놀란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어, 알고 있었네?"
선우는 놀랐다는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모를 리가 있나요. 선우님이 이예설에게 용미연검을 갈취했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전부 아는 사실인데."
"그게 그렇게 유명했어?"
선우는 의외라는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문파 입장에선 워낙 치욕스러운 일이라 쉬쉬하고 있는 줄 알았건만
알 사람은 다 아는 모양이었다.
"당연하죠, 무림 육대 기보인 용미연검이 출현했는데 어떻게 소문이 안날 수가 있겠어요? "
"......그것도 그렇네."
그녀의 말을 들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간 의식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용미연검은 세상에 다시없을 천하의 명검이었다.
세인들의 화제거리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용봉들을 협박해 돈을 강탈한 사실도 유명하구요."
"협박이라니? 그저 약간의 성의를 받았을 뿐이야."
선우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선우님에게 돈을 뜯겼던 후기지수들은 그렇게 생각 안할걸요?"
하수련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정신적 피해보상 및 위로금 명목으로 후기지수들에게 오만냥을 강탈한 그였다.
그런데 어찌 약간의 성의라고 포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뭐, 멋대로 생각하라해."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을 이었다.
이미 돈을 받았는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선우님은 이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가끔 막나가는 것 같아요."
하수련은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야장을 소개시켜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용미연검 정도 되는 검은 구할 수 없을 거예요. 그 검은 세상에 다시 없을 명검이니까요."
"수리는 못하는 거야?"
"수리는 더더욱 힘들어요. 그 어떤 야장도 용미연검의 특수한 공능이 구현해낼 수는 없을테니까요."
하수련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용미연검은 그저 단단하기만 한 검이 아니었다.
크기와 두께를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신비로운 공능을 가지고 있는 검인 것이다.
그런 검을 구현해낼 수 있는 야장이 존재할 리 만무하였다.
"..........곤란한데."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곤란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검인과의 승부를 통해 질 좋은 검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은 그였다.
동등한 실력자라면 검에 의해 승부가 갈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용미연검을 수리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검을 구하려고 하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검 중 가장 완벽한 검은 용미연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용미연검을 수리를 할 수도 그에 상응하는 검을 구할 수도 없다니
어찌 곤란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방법이 없을까?"
선우는 간절함이 담긴 표정으로 하수련을 응시하며 물었다.
무언가 마땅한 방법이 있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흐음......역시 무리에요....육대 기보와 맞먹는 검이라니......"
하수련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어째서 용미연검이 무림 육대 기보라고 불리우겠는가
수많은 명검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용미연검의 대체재를 쉽사리 구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하아....."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검을 구하는 게 생각보다 오래걸릴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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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맹 내부 회의장
수많은 원로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그저 가만히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대부인께서 너무 늦는 것 아닙니까?"
그때 원로들 중 막내격인 이세진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소집을 한 당사자가 늦으니 의아함을 느낀듯 하였다.
"대부인이라니! 말조심하게! 장차 맹주가 되어 무림맹의 영광을 계승할 분에게 대체 그게 무슨 망발인가! 아가씨라고 부르거나 맹주님이라고 부르란 말일세!"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계상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이재원의 만행을 낱낱이 세상에 공표하여 위상을 드높인 주소양이었다.
공식적인 절차만 진행한다면 천무맹의 실권을 완전히 움켜잡고 맹주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에게 대부인이라는 되도않는 호칭을 붙인단 말인가
대부인이라는 호칭은 대역죄인 이재원과 엮어져있다는
치욕스러운 호칭이었다.
함부로 입에 담아선 안되는 것이다.
"..........실수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호통을 들은 이세진은 깨갱거리며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계상득의 더러운 성질머리를 자극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흥!"
그의 사과를 받은 계상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한껏 쏘아부치려고 했건만 곧바로 사과를 하니
할 말이 궁색해졌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아가씨께서 너무 늦으십니다."
이세진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련히 알아서 오지 않겠는가?어찌 그리도 인내심이 없는 것인가!"
"......벌써 반시진이나 지났습니다."
"이유가 있으시겠지! 자네는 아가씨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늦는 그런 무도한 이로 봤던 것인가?"
"그런건....아니지만......"
"그럼 입 닥치고 기다리게! 어디 아가씨를 타박하려고!"
계상득은 콧김을 거칠게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날카로운 시선을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계상득과 한 마음인 것처럼 보였다.
'팔불출같은 늙은이들'
그리고 그 시선을 느낀 이세진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아무래도 이 회의장 안에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는듯 싶었다.
이세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괜스레 입을 열었다가 비난의 뭇매를 맞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이내 회의장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끼이이익
갑자기 회의장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원로들의 시선이 회의장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찬란하기 그지없게 아름다운 귀부인의 모습을
주소양이었다.
원로들이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들만의 아가씨말이다.
"죄송해요......숙부님들...제가 너무 많이 늦었죠?"
방 안으로 들어온 주소양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희도 방금 도착하였습니다!"
"맞습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그 표정은 본 원로들은 다급히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하였다.
시무룩한 그녀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질듯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세진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한심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쳐다보았다.
원로들은 저번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다.
반시진이나 기다린 주제에 오히려 저자세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소양이 시무룩하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어찌 한심하게 쳐다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숙부님들."
그들의 격렬한 위로를 받은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원로들은 푸근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깐깐하고 독선적이고 꼬장꼬장한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또각 또각
감사 인사를 마친 주소양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털썩
그리고 이내 상석에 해당하는 곳에 그대로 앉아버렸다.
"늦은 만큼 빠르게 본제로 들어가도록 할게요."
그녀는 흑요석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은 주소양의 입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다들 궁금하실 거예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떻게 마무리가 되었는 지 전부 말이에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현재 원로들이 아는 것은 이재원을 안전 가옥으로 빼돌렸다는 것까지였다.
그후로는 전혀 들은 것이 없는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이재원은 죽었어요."
주소양은 무겁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원로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침묵을 하였다.
그의 상태가 심각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검신劍神에 의해
시뻘건 살갗이 그대로 노출될 정도로 얼굴이 갈렸고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여졌으며
양물을 완전히 짓뭉개져버렸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중상을 입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은연 중 죽음에 대한 가능성 또한 열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의 죽음을 전해듣게 되니 기분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
며칠 전만 해도 천하를 호령하며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던 천무맹주였다.
그런 그가 비참한 꼴로 죽어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으로 묘한 것이다.
".........아가씨께서 죽인 것입니까?"
그때 이세진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에게 최후를 안겨준 이가 누구인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도리도리
그의 물음에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니요, 제가 죽이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검신께서!?"
"검신 또한 아니에요.......그를 죽인 건 윤 숙부예요."
".....윤 대협께서!?"
그녀의 말을 들은 이세진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윤제겸은 분명 이재원을 안전히 보호하고 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윤제겸에 의해 이재원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전부......전부 다 말씀드릴게요."
그의 물음에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다음 천천히 그리고 세세하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전부 말하기 시작하였다.
진법이 깔려있는 안전가옥에 당도했던 일.
그가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잘라버렸던 일.
윤제겸이 자신을 배신하고 이재원을 빼돌렸던 일.
그리고 배신을 알아차린 검신劍神이 그를 쫓아갔던 일.
이재원을 죽이려는 순간 윤제겸이 선수를 쳐 그의 심장에 검을 꽂아넣은 일까지 전부 말이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의 표정은 더할나위 없이 무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의 죽음도 죽음이지만
윤제겸의 배신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로들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던 윤제겸이었다.
그런 그가 배신을 했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움과 놀라움, 배신감과 분노, 연민과 안타까움 등 수많은 감정들이 차오르며 그들의 마음 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윤제겸이 배신한 동기에 대해서 말이다.
분명 손녀딸에 대한 복수를 위해였을 것이다.
하지만 용서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정파의 명사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마교로 투신할 계획을 하였다는 사실을
그것도 하늘처럼 소중한 주소양에게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말이다.
"....육시랄놈."
잠자코 있던 계상득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화가 많이난 모양새였다.
"끝까지 이기적으로 죽어버렸군."
"아니, 계 원로님! 어찌 그런 심한 말을 하십니까!?"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당황한듯흔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그 또한 윤제겸이 옳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되었다.
그가 어째서 배신할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더한 말도 할 수 있다. 이런 개같은 새끼!"
계상득은 더욱더 격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원로님!"
"내가 틀린 말을 했는가?"
계상득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세진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중요한 순간 아가씨를 배신하여 이재원을 빼돌렸다. 제놈의 이기심 때문에 말이다! 어찌 개같은 놈이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윤 대협은 이재원에게...원한이....."
"이재원에게 원한이 있는 이가 어디 그뿐이더냐?"
계상득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 백 번 양보해서 그를 빼돌릴 수는 있다고 치자. 그런데 마교에 투신할 생각을 하다니? 이건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일이다! 어찌 원한때문에 수백년 간 무림을 유린해온 마귀들과 손을 잡는단 말인가!"
계상득은 언성을 높이며 고래고래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감정적인 계상득이지만 그도 윤제겸의 배신은 납득할 수 있었다.
그 또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딸을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배신 후 행적은 욕을 처먹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정파의 명사라는 작자가 마교에 투신을 하다니
어찌 그런 최악의 수를 둔다는 말인가
수백년 간 중원을 침공하며 살인과 약탈 겁간 고문 학살 등을 자행해온 마교였다.
피도 눈물도 없는 마귀들로만 구성되어있는 곳이 바로 마교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마교에 투신할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
그의 열변을 들은 이세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충분히 인지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개 자식은 아가씨를 다치게했다는 말이다! 어찌 욕지거리를 내뱉지 않는다는 말인가! "
"옳소! 아무리 그래도 아가씨를 베어내다니! 미친 것 아니오?!"
"정신이 나간 작자가 분명하오! 우리 아가씨의 옥체에 상처를!"
"내 앞에 있었다면 목을 잘라버렸으리라!"
이내 계상득의 말에 동조한 원로들이 너도나도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괘씸하고 화가났기 때문이었다.
"........저는 괜찮아요. 숙부님들.....이미 지나간 일인걸요? 윤 숙부님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말이에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소양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어느 정도 진정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 까닭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건 윤 숙부의 배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중요한 건 공석이 되어버린 천무맹주의 자리에 누구를 앉히냐예요."
주소양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