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7화 〉 758. 악연惡聯의 종지부
우우우우우우웅
"......크윽!"
윤제겸은 거친 신음성을 내뱉었다.
한없이 무겁디 무거운 기세가 온몸을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어마어마한....기백이다.'
윤제겸의 눈동자가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내뿜는 기백만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얼마나 강대한 존재인지 말이다.
'결코 내 아래가 아니다.'
그는 강하였다.
내심 천하제일검으로 여기고 있었던 검마劍魔와 비견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윤제겸은 뜨거움이 가득한 눈빛을 반짝거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다음 내력을 있는대로 내뿜기 시작하였다.
검신에 거대하기 짝이 없는 기백에 맞서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내 온몸을 짓누르던 느낌이 완화되기 시작하였다.
기백을 어느정도 밀어낸 것이다.
"검도 없는 것 같은데.....노부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윤제겸은 슬며시 선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그의 몸에 검은 보이지 않았다.
빈손으로 자신을 대적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정도는 돼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선우는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물론 허세였다.
용미연검이 부러져버려 도저히 들고 올 수가 없었다.
잡철로 만든 아무 검이나 들고 왔어도 좋았겠지만
그를 쫓아야한다는 생각에 그런 이성적인 생각을 미처하지 못하였다.
"....오만하구나......너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말이야."
윤제겸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의 오만한 말이 윤제겸이 가지고 있는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사정없이 건드린 까닭이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증명할 수 있다면 그건 오만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를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그럼 한 번 증명해보게."
윤제겸은 그대로 검을 들어올린 후 기수식을 취하였다.
언제고 달려들 준비를 마친 것이다.
타타탁
그때 선우가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가히 섬전과 같다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빠른 속도로 말이다.
휘익
그 모습을 본 윤제겸은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안으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견제할 요량이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파고드는 선우를 향해 휘둘러진 검이 갑작스레 일어난 반탄력으로 인해 완전히 튕겨나간 것이다.
'아..아니?!'
그 모습을 본 윤제겸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퍽
그때 상당한 타격음이 울리면서 윤제겸의 몸이 활처럼 휘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안으로 파고든 선우가 주먹을 내리꽂은 까닭이었다.
"커어어억.."
명치에 주먹이 꽂힌 윤제겸은 몸을 앞으로 숙인 채 괴로운듯한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복부에 주먹이 꽂히자 속이 뒤집어지는듯한 격통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쇄애애액
그때 다시금 선우의 주먹이 날아들었고
날아든 주먹은 윤제겸의 턱을 그대로 올려쳐버렸다.
부웅
그러자 윤제겸의 신형이 공중에 뜨기 시작하였다.
주먹에 담긴 거력을 신체가 도저히 감당치 못한 까닭이었다.
선우는 허공에 뜬 윤제겸을 향해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퍽
"커으윽!'
주먹은 정확히 그의 복부에 내리꽂혔다.
부웅
이내 윤제겸의 신형이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버렸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말이다.
콰쾅
이내 굉음이 울려퍼지고 뒤편으로 날아간 윤제겸의 신형이 거대 나무 기둥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선우는 그런 윤제겸을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응시를 하였다.
"쿨럭.....쿨럭.......쿨럭."
그때 윤제겸이 피가래가 섞인 기침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격하게 말이다.
"대...체...어떻게....한 것인가?"
그리고 이내 선우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말이다.
"비틀었을 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하하..쿨럭...하하..내가 깜빡했구만.....그대가 두전성이斗轉星移를 익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윤제겸은 유쾌한듯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방심하였다.
검이 없다한들
그는 여전히 신神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 무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무인을 상대로 방심을 한 것이다.
'어쩌면 이정도로 끝난 것에 감사를 해야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는 생각하였다.
이정도로 끝난 것에 감사를 해야한다고 말이다.
고수들 간의 승부에서 방심이란 것은 곧
죽음과 직결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팍
윤제겸은 땅에 검을 꽂았다.
그리고 땅에 꽂힌 검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더 누워있지 그러십니까?"
그 모습을 본 선우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직 몸이 성하거늘. 어찌 누워있을 수 있겠는가?
윤제겸은 고개를 살며시 좌우로 저으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다음은 지금처럼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러니 검을 내려놓으시지요."
"어찌 검객이 승부 중에 검을 놓을 수 있겠는가? 어불성설일세."
윤제겸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아, 다시 합세. 검신劍神이여"
윤제겸은 결연에 찬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였다.
그리고 검을 들어올린 뒤 그대로 겨누기 시작하였다.
선우를 향해서 말이다.
선우는 그런 윤제겸을 가만히 응시하였다.
그리고 이내 다시금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하며 대치를 하기 시작하였다.
서로의 빈틈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타탁
이내 윤제겸이 먼저 몸을 움직였다.
신법을 발휘하여 앞으로 신형을 쏘아보낸 것이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윤제겸의 검이 빠르게 찔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안력을 돋우기 시작하였다.
검의 흐름을 제어할 요량이었다.
'아니!?'
하지만 선우는 이내 생각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흐름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검心劍!'
윤제겸이 검에 의지를 감싼 것이다.
흐름을 제어할 수 없도록 말이다.
우우우우우웅
선우는 내력을 재빨리 용천혈쪽으로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콰쾅
그리고 곧바로 발출을 시켜 그대로 뒤편으로 몸을 날렸다.
쇄애애애액
그러자 이내 윤제겸의 검이 선우가 서있던 곳을 그대로 꿰뚫어버렸다.
가까스로 회피를 한 것이다.
'후우'
선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까딱하면 위험할 뻔했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망할, 검이 없으니까 불편하네.'
선우는 이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검이 없다는 게 상당한 페널티로 작용한 까닭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검이 있었다면
그대로 윤제겸의 검을 튕겨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검이 없으니 좀처럼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
맨살이 닿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선우가 다른 방도를 생각해내고 있을 때였다.
부웅
윤제겸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노리는 곳은 목이었다.
선우는 재빨리 목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바로 코앞에서 검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목을 뒤로 젖힌 상태에서 앞쪽으로 발을 뻗었다.
퍽
그러자 발이 윤제겸의 복부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크으윽...."
주르르륵
복부를 직격당한 윤제겸은 뒤편으로 주르르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복부에서 전해져오는 충격을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쾅
윤제겸과 가까스로 거리를 벌린 선우는 재빨리 땅에 발을 굴렸다.
그리고 그 반탄력을 이용해 뒤편으로 몸을 날렸다.
확실히 거리를 벌릴 요량이었다.
타탁
이내 선우는 윤제겸과 어느정도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어찌 도망만 치는 것인가?"
탁 탁 탁
윤제겸은 걷어차인 복부의 먼지를 털어내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검이 없으니까 불편하긴 합니다."
선우는 솔직한 속내를 내뱉었다.
불편하였다
어느정도 응수를 할 수는 있었지만 도저히 승기를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산에 내려가서 검을 가져오게나. 내 기다려줌세."
윤제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퍽이나 그러시겠습니다."
선우는 말도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대는 참으로 믿음이 없구만."
"마교에 투신하려는 어르신을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허허허허.......그도 그렇구만!"
윤제겸은 허허로운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어찌 할 셈인가? 참고로 난 검을 놓을 생각이 없다네."
"제 나름의 방법을 찾을 심산입니다."
말을 마친 선우는 주위 살며시 둘러보았다.
저벅 저벅 저벅
그러더니 작은 나무 한그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뚝
그리고 이내 나무에 손을 뻗어 가지를 하나 꺾어버렸다.
한 자정도 되는 길이로 말이다.
그다음 윤제겸을 향해 그대로 겨누었다.
"진심인가?"
그 모습을 본 윤제겸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달리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달리 방법은 없었다.
검이라는 매개체가 없다면 의지를 집약시키기가 힘들었다.
제대로 된 심검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
심산유곡에서 구할 수 있는 검과 비슷한 물체는 이런 나뭇가지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 나뭇가지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참으로 이상한 도전을 좋아하는군. 맨손으로 그리 당하고도 정신을 못차린 것인가"
"설마하니 심검心劍까지 쓰실 줄은 몰라서 말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뭇가지 하나 든다고 내 고검苦劍을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전과는 다를 것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나뭇가지를 들어올린 후
윤제겸을 겨누었다.
그의 눈빛은 한없이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진심이로군."
그 눈빛을 마주한 윤제겸은 알 수 있었다.
눈앞에 남자가 진심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진심으로 심검을 나뭇가지로 맞서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 또한 진심전력으로 부딪혀주겠네."
윤제겸은 검에 의지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이내 그의 검에 음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세상의 모든 고통을 품고있는 검.
고검苦劍이었다.
타탁
고검苦劒을 세운 윤제겸은 가볍게 발을 굴렀다.
쇄애애애액
그러자 그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지더니
이내 선우의 코앞에 도달하게 되었다.
부웅
윤제겸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선우의 목을 향해서 말이다.
그는 확신하였다.
저런 비루한 나뭇가지로는 자신의 일검조차
감당치 못할 것이라고 말이다.
부우우웅
확신에 찬 검이 선우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선우는 그런 윤제겸의 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빠르게 나뭇가지를 들어올려 목을 파고드는 검을 막아섰다.
콰콰쾅
이내 윤제겸의 검과 선우의 나뭇가지가 부딪혔고
굉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의지와 의지가 맞부딪히며 불협화음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대치를 하였을까
주르르륵
이내 윤제겸의 몸이 서서히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그의 오십 년의 고련이 담긴 정수가
세상에 있는 모든 고통을 품고 있는 마음의 검이.
원한으로 쌓아올린 그의 의지가 밀리고 있는 것이다.
한낱 나뭇가지에 말이다.
"......어..어찌.."
검을 맞대고 있던 윤제겸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일검을 막아낸 선우의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찌 저런 비루한 나뭇가지로 자신의 오십년의 고련이 담긴 정수를 이리도 쉽사리 막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한다고 말입니다."
그 당혹스러움을 알아챈 것일까
이내 선우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그도 긴가민가하였다.
나뭇가지처럼 연약한 매개체로 의지를 집약시킬 수 있을 지
심검心劍을 구현할 수 있을 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중요한 건 매개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연약한 나뭇가지로도 심검心劍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주르르륵
윤제겸의 신형이 사정없이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호검護劍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크으으윽!"
윤제겸은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고검을 짓누르는 거대한 의지를 도저히 당해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으읍!"
이내 선우는 더욱더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부우우우우웅
그러자 윤제겸의 신형이 공중에 부웅 뜨더니
그대로 뒷편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쉴새없이 말이다.
쾅
콰쾅
콰쾅
윤제겸의 신형은 다달히 서있는 나무 기둥을 끊임없이 관통하며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날아갔을까
쿵
그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바닥에 그대로 나뒹굴게 되었다.
나무를 관통하며 생긴 상처들이 그를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다.
선우는 그런 윤제겸을 담담한 시선으로 응시하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버렸다.
그러자 사지 중 세곳이 절단당한 맹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천무맹주이자
고3,무림에 가다의 주인공
이재원이었다.
선우는 이재원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와의 악연을 완전히 종지부 찍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