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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53화 (754/1,419)

〈 753화 〉 754.이젠 사랑하지 않는답니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윤제겸은 신법을 운용하며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의 움직임에 따라 업혀있는 이재원의 몸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악!"

그러자 이내 이재원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허리가 끊어지고 자지가 터져버린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격하게 몸이 흔들리니 안그래도 끔찍한 고통에 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시발 시발 시발.'

이제원은 피눈물을 줄줄 흘리며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마음같아선 자신을 업고 있는 윤제겸의 뒤통수에 칼이라도 꽂고 싶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미 체력도 기력도 내력도

의지조차도 모두 소진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악!"

속도가 빨라질 수록 이재원의 비명이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고통을 도저히 참아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타타타탁

하지만 윤제겸은 이재원의 비명을 그대로 무시하였다.

그는 그저 달릴 뿐이었다.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면사의 여인, 하오문주 하수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얼마나 걸릴 것 같나요?"

그때 윤제겸의 뒷편에서 따라가고 있던 주소양이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꽤나 오랫동안 달려온 것 같은데

안전가옥의 위치가 좀처럼 보이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아....하아..조금만 더 가면 안전가옥이 하나 나올거예요...부인."

그녀의 물음에 하수련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답을 하였다.

상당히 체력적 무리가 온듯한 모습이었다.

"고마워요."

주소양은 작은 미소를 지은 채 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하수련은 굽이 굽이 친 골목 사이 사이를

무척이나 어지러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보는 길을 가기도 하고

멀쩡한 건물을 가로질러 이동하기도 하였고

왔던 곳을 또다시 지나가기도 하였다.

마치 길을 외울 수 없게 하려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주위에 안개처럼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사라지게 되었다.

마치 요술처럼 말이다.

'이게 대체!?'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기현상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내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하였다.

혹시 모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방비였다.

"너무 놀라지마세요. 진법이 발동된 것 뿐이니까요."

그런 주소양의 당혹스러움을 눈치 챈 것일까

하수련은 다급히 설명을 해주었다.

"진법이요!?"

"네에, 그러니 부디 때려부수지는 말아주세요.."

하수련은 부탁하듯 말을 이었다.

안전성과 은밀성만큼은 확실한 진법이었지만

그 내구성은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현경에 다다른 주소양이 힘을 쓴다면 속절없이 부숴지고 말 것이다.

"......그렇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납득했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모아뒀던 내력을 일시에 해소하였다.

위협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웬지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돈다했더니.....전부 진법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였군요."

"네에, 아무래도 여러가지 안전을 위해선 좀더 복잡하게 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해서...."

하수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잘됐네요, 이정도로 복잡하다면 다른 이들도 쉽사리 들어오지 못 할테니까요.'

주소양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복잡한 진식이라면

사태가 어느정도 진정이 될때까지

안전히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예요."

그때 앞서 가던 하수련이 손가락을 뻗은 뒤 말을 이었다.

주소양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꽤나 고풍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가옥 하나를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하오문주의 안전가옥에 말이다.

세 사람은 이내 가옥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가옥에 도착한 뒤

윤제겸은 곧바로 등에 업고 있는 이재원을 내던졌다.

역겹기 그지없는 이재원과 살결이 맞닿고 있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이재원의 입에서 비명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기형적으로 꺾인 팔 다리

끊어진 허리

짓뭉개진 하물에서

끔찍한 고통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픈 상처였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짐승 새끼 다루듯 아무렇게나 내던진단 말인가

"이 자를 어떻게 할셈인게냐?"

이재원을 바닥에 내팽겨쳐버린 윤제겸은 주소양을 바라보며 물었다.

"일단 상황이 완전히 정리 될 때까지 보호하고 있을 생각이에요.......그에 대한 생사여탈권은 검신劍神에게 있으니까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냅둘 생각인 것이냐?"

"네에, 아무래도 저정도 중상이면 쉽사리 도망치지는 못할테니....."

주소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너무 안일하다."

그 말을 들은 윤제겸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저 자가 비록 중상을 입고 있다지만 엄연히 현경에 다다른 초극의 무인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더냐?"

윤제겸은 꾸짖듯이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생사여탈권은...."

주소양은 난감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안일한 대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재원을 죽여놓을 수는 없었다.

그를 죽이는 것은 엄연히 사랑하는 낭군의 몫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이자는 말이 아니다. 그저 도망치지 못하게 확실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지."

"확실한 조치요?"

주소양은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 단전을 폐기하는게 어떻겠느냐?"

윤제겸은 끔찍하기 그지없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도저히 정파의 명사가 내뱉은 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말이었다.

"하지만......그렇게 하면 이재원이 죽지 않을까요?"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떼었다.

그녀에게 이재원의 단전을 부수는 것은 별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미 정이란 정은 전부 털린 탓에 관심조차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다만 문제는 이재원의 생존이었다.

그런 짓을 벌였다간 이재원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단전을 폐기할 경우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죽어버릴 수 있었다.

수십 년간 쌓아왔던 공력들이 모두 흩어지면서 어마어마한 고통을 선사하게 된다.

가히 작열통을 뛰어넘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말이다.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소양은 조심스러웠다.

혹시나 이재원이 죽어버려 사랑하는 낭군에게 칭찬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말이다.

"걱정말거라. 그정도로 죽을 정도로 약한 놈은 아니니까 말이다. "

윤제겸은 확신에 찬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처참한 몰골이긴 하지만 이재원은 엄연히 천하제일인으로서 무림을 군림하던 절대자였다.

단전 좀 폐기된다고 죽을 리 만무하였다.

"흐음....."

주소양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쉽사리 죽을 것 같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윤제겸의 제안을 수락할 수도 없었다.

만일의 경우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소양! 안돼! 저 딴 미친 늙은이의 말을 듣지마!"

그때 고통에 신음성을 흘리고 있던 이재원이 괴성을 내지르며 외치기 시작하였다.

그 또한 들어버려기 때문이었다.

윤제겸의 끔찍한 제안을 말이다.

단전을 폐기해버린다니.?

수십 년간 쌓아왔던 모든 공부들을 한순간 없애버린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말이었다.

만약 단전이 폐기된다면 자신은 한없이 약해질 것이고

예전과 다를바 없는 몸이 되어버릴 것이다.

약하고 추악하고 외로웠던 그 시절의 몸뚱이로 말이다.

그럴 수는 없었다.

언제고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자신에게

단전을 폐기한다는 것은

마지막 남은 희망조차 앗아간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소양! 살려줘! 제발 살려줘! 내..내가 잘할테니까! 제발!"

이재원은 주소양에게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구차하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살겠다는 생각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시...안되겠어요.."

그때 주소양이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윤제겸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소야아아앙!"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감동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주소양을 불렀다.

그녀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간단하게 양다리만 자르죠?"

하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주소양의 음성에 이재원은 표정을 싹 굳혔다.

"양 다리를?"

그 말을 들은 윤제겸은 흥미로운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아무래도 단전을 폐기하면 생명을 유지에 상당히 힘들 것 같아서요....."

"틀 린 말이 아니군."

그 말을 들은 윤제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단전을 폐하게 된다면 벌레처럼 근근히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이재원이라고 하더라도

일순간 죽어버릴 수 있었다.

모든 생기가 깨진 단전을 통해 빠져나가버릴테니 말이다.

그럴 바엔 다리를 잘라버리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

"소..소양...대체..그게..무슨!"

주소양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다급히 불렀다.

그녀의 끔찍한 발언이 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장난..이지?...농을 내뱉은 거지?...그치?"

이재원은 고개를 처든 채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던 주소양이 그럴 리 없다면서 말이다.

"..........."

주소양은 그런 이재원을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옆구리에 매여있는 검을 천천히 뽑아들었다.

스르르릉

이내 그녀의 찬란하기 그지없는 검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벅 저벅

"소양아.....내가..내가..잘못했어...제발...용서해줘어어..우리...부부잖아?...응?.....우리 사랑하고 있잖아?... 제발...제발....설아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이재원은 주소양에게 애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제발 봐달라고

제발 용서를 해달라고

부디 다리를 자르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주소양은 그런 이재원의 부탁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저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이재원이 엎드려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이젠 사랑하지 않는답니다."

그다음 고혹적이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쇄애애애액

서걱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거침없이 그의 오른 다리를 양단해버렸다.

단 일검에 말이다.

"아아아아아악!!!!!아아아악!!!!!"

이재원의 비명성을 거칠게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오른쪽 허벅지를 기점으로 끔찍한 고통이 온몸에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오른 허벅지 밑이 완전히 비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리가 잘린 것이다.

서걱

그때 그의 귓가에 다시금 절삭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왼쪽 허벅지를 기점으로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재원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왼쪽 허벅지 또한 완전히 잘려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재원의 비명성이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평생 땅을 디디며 살아왔던 그에게

다리의 절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상실감을 전해주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 흐아아아아아앙!"

이재원은 울고 또 울었다.

완전히 병신이 되었다는 사실에 설움과 괴로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거 미안하군. 내가 좌우 대칭이 맞지않으면 거슬려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이재원의 왼쪽 다리를 잘라버린 윤제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 저야 수고를 덜었으니 더 좋네요."

주소양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경지가 더 올랐구나. 소양. 이리도 깔끔한 절단면이라니?"

윤제겸은 주소양을 대견하다는듯 바라보며 칭찬을 하였다.

".....숙부님에 비하면 비할 바 못되어요."

주소양은 쑥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절단한 오른쪽 다리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는데 비해 윤제겸이 절단한 왼쪽 다리에서는 피 한방울 나오지 않고 있었다.

확연한 검기劍技의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그 나이에 그 정도만 되어도 훌륭한 것이다....혹여 심검心劍을 세운 것이더냐?"

"아니요....아직....심검心劍은....숙부님이야 말로..."

이내 두사람은 이재원의 절단 부위를 두고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의 고통 따위는 그대로 무시한 채 말이다.

".............."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수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멀쩡한 인간의 양 다리를 절단하는 끔찍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 채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양새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미친 사람들인가?'

하수련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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