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8화 〉 749. 사회적 말살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장삼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장삼을 마주한 이재원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자리에 어찌 장삼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무림공적인 장삼이 말이다.
이재원은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이 정리되긴 커녕 혼란이 증대되었기 때문이었다.
"네..네놈이..어째서..이곳에.."
이내 이재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어디 못 올 곳이라도 왔답니까? 이곳은 저의 집이자 고향이 아닙니까?"
장삼은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치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삼이라고!?"
"장삼이라면 파문당한 천무맹주의 제자가 아닌가?"
"맞소, 저자는 무림공적으로 선포된 패륜아 장삼이오!"
"아니, 어찌 저자가 이곳에!?'"
세인들은 장삼의 등장에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장삼의 등장은 그들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기회다!'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이건 여론을 뒤집을 수 있는 뜻하지 않은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장삼은 무림공적이었다.
끔찍한 간살 사건을 일으킨 무림공적 말이다.
그런 그가 주소양과 팽가련을 비호한다?
잘만하면 모든 잘못을 장삼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었다.
여론을 다시 반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오호라, 이 모든 게 네놈의 계략이었구나!"
이재원은 깨달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내질렀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내 부인과 부하들을 포섭하여 천무맹주인 나를 음해하려고 들다니! 네놈이 정녕 패륜을 저지르려고 하는구나!"
이재원은 다소 과장된 말투로 설명하는듯이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민중들이 전부 들을 수 있도록 내력을 가득히 담아서 말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장삼은 커다란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유쾌하게 말이다.
"어째서 웃는 것이냐!"
그 웃음소리를 들은 이재원은 불쾌한듯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진지한 태도로 꾸짖듯 고함을 내질렀건만
어찌 저리도 방정맞게 웃음을 터트린다는 말인가
"죄송합니다..하하하...이제와서...수습하려고...발악하는 게 너무 웃겨서...하하하하"
장삼은 여전히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뭐..뭐라!"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언성을 높였다.
조롱기 다분한 장삼의 말투에 열불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추악한 것은 스승님이 아니십니까?"
"웃기지마라! 누구보다 공명정대한 내가 추악할 리 만무하지 않더냐!"
"스승님께서는 발 밑에 굴러다니는 목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장삼은 턱짓으로 이재원의 아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그대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굴러다니고 있는 사람의 머리통을 말이다.
화풀이로 베어버린 당주의 머리통이었다.
"사람 그렇게 거리낌없이 죽여놓고 뒷수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것도 참으로 웃기군요. 마치 저능한 짐승새끼를 보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장삼은 비아냥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까드드득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이빨을 까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어마어마한 수치심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은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
어려도 한참 어린 제자에게
조롱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분노를 느꼈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목숨을 잃었을 병신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개같은 자식의 행태에 말이다.
'죽인다....죽이고..또 죽인다!'
이재원의 눈빛에 살기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저 좆같은 새끼를 죽이지 않는다면
홧병이 나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
이내 이재원의 주위에 살의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살의는 이내 수백 수 천 자루의 검이 되어 공중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였다.
의지를 검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죽여주마!"
이재원은 장삼을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이내 공중에 떠올라있던 수 천자루의 검들이
그대로 방향을 들었다.
장삼이 서 있는 곧으로 말이다.
그리고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한 마리의 용이 날아드는 것처럼 말이다.
'전과 다를 바가 없구나.'
장삼은 그 모습을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장삼의 얼굴에는 두려움도 긴장감도 호승심도
그 무엇도 없었다.
위협이 되지 않으니 두렵지 않았고
두렵지 않으니 긴장이 되지 않았으며
긴장이 되지 않으니 호승심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가벼이 검을 들어올릴 뿐이었다.
'살의에는 살의로.'
장삼은 의지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장삼의 검에 묵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칠흑처럼 어두운 묵빛의 검에는 어마어마한 살의가 일렁이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였다.
살검殺劍
살법殺法을 통해 완벽히 통제하게 된 살검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쇄애애애액
장삼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살의의 파동이 일어나더니 쏟아지는 무형검들과 그대로 충돌하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온 사방에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퍼져나가면서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제...제길...이게..뭐야!?"
"으으윽...살..살려줘."
"크으윽...대체..이건!"
그러자 여기저기서 고통 어린 신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충격파가 그들은 그대로 덮쳐버린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충격이 지속되었을까
이내 이재원의 무형검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생명을 다한 것처럼 말이다.
'아...아니!?'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경악을 하였다.
무형검이 사라지는 광경이 너무나 익숙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본적이 있었다.
의지로 세운 검이 마치 생명을 다한 것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말이다.
바로 검신劍神 장선우와 싸울 때였다.
당시 장선우는 묵빛의 심검을 세워
자신의 검을 저런 식으로 파해해버렸다.
마치 생명을 다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장삼이 장선우와 같은 검을 쓴다는 말인가
"네...네놈이..어떻게...그 검을?!"
이재원은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눈치가 없네, 처음 검을 막을 때도 썼는데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장삼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우두두둑 우두두둑 우두두둑
그리고 이내 장삼의 몸이 기괴하게 비틀리더니
더불어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변한 것은 골격이었다.
뼈대가 굵어지고 근육이 증대되더니 이내 전체적으로 두터운 체형으로 바뀌게 되었다.
장삼 특유의 얄쌍한 체형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다음 바뀐 것은 얼굴이었다.
날카롭다 못해 보호본능까지 자극하던 갸름한 턱선이
좀더 굵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유순하던 눈매는 마치 맹수처럼 날카롭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변화를 하였을까
이내 변화가 끝나고 장삼이 아닌 전혀 다른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너...너는?!"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경악어린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꿈에 나올까 두려웠던 사내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팔을 자른 남자.
천하제일인의 호칭을 받아간 무인.
천무맹주로서의 권위를 땅에 떨어지게 만든 장본인
"이렇게 또 만나니까 반갑지?"
바로 검신劍神 장선우였다.
이재원의 안색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
"네..네가 어떻게?!"
이재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보는 그대로다. 내가 장삼이자 장선우다."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장삼이..네놈이라고?"
"그렇다. 내가 바로 장삼이다. 네놈이 직접 누명을 씌워 무림공적으로 만들어버린 파문제자 말이다."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의 눈빛을 마주한 이재원은 눈을 살며시 내리 깔았다.
그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감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욱씬 욱씬
더불어 왼팔의 단면부쪽이 욱씬 거리기 시작하였다.
저 악독한 새끼한테 베어버린 왼팔의 단면부가 말이다.
그 지독한 고통을 통해 이재원은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일어난 모든 것들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까드득
하지만 이내 입을 악물었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굴복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이재원은 발악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더불어 내력을 가득 담아 장내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누명을 씌웠다니! 네놈은 셀 수도 없는 여인들을 끔찍하게 간살하여 무림공적으로 선포된 것이 아니더냐! 그런데 어찌 억울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더냐!"
"병신 새끼."
선우는 비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끝까지 발악하는 이재원의 태도에 비웃음이 절로 나온 까닭이었다.
"내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누명이라고 말했겠냐?"
선우는 올곧은 시선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뭐..뭐라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만만한 선우의 태도에 불안감이 느꼈기 때문이었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그때 허공에 수많은 서책들이 흩뿌려졌다.
그리고 흩뿌려진 서책들은 그대로 인파들에게 떨어져내리기 시작하였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일어나고 있는 거야?"
"누가 서책을 뿌리고 있어!"
"누구야!? 대체 누구야!?"
세인들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표출하였다.
갑자기 흩뿌려진 서택의 존재에 당혹스러움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네놈.....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불안함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되물었다.
"증거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게 씌워진 죄가 누명이라는 증거 말이야."
선우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증거라니! 그럴 리 없어!"
이재원은 격하게 부정을 하였다.
장삼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범인이었다.
모든 증거들을 조작하여서 말이다.
그런 장삼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증거 따위가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그럴 수 있는 지 없는 지는 직접 확인해보던가."
선우는 품 안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들었다.
하오문주에게 양도받았던 원본이었다.
휘리리릭
선우는 이재원을 향해 그대로 서책을 내던졌다.
쇄애애애액
내력이 담긴 서책은 형태를 유지한 채 곧게 뻗어나가기 시작하였다.
덥석
이내 이재원은 자신의 코앞까지 도달한 서책을 잡아들었다.
그리고 재빨리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미친듯한 불안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오늘 칠월 칠일 오늘 또다시 매음굴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목이 돌아가고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였으며 생식기가 처참하게 훼손된 여인의 시체가 말이다.
범행은 그전과 같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판단되었다. 자존심이 상하였다. 하늘에 귀가 달려 천이天耳라고 불리우고 땅에 눈이 달려 지안地眼이라고 불리우는 하오문에서 범인을 찾을 수 없다니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야했다.
잃어버린 하오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중략-------------
칠월 구일
어찌어찌 사망 추정시각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제 이 시각을 기점으로 범인을 색출할 생각이다.시간은 오래걸리겠지만 그런 것 따윈 개의치 않았다. 이건 하오문의 명예가 담긴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사건부재의 증명을 해낼 심산이었다.
제남의 모든 이들의 대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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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십오일
너무나 이상하였다. 대다수 사람들의 사건 부재를 증명할 수 있었다. 사망추정시각 그 자리에 있었던 이는 아무도 없던 것이다. 뭐가.....잘못된거지? 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것인가?'
----------중략-------------
칠월 십칠일
내가 빠뜨렸던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천무맹의 고위층 인사에 대한 조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천무맹의 고위층 인사에 범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충격적인 거대한 진실에 다가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려왔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진실을 오직 하오문주인 자신만 알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의 진실은 하오문의 명성을 드높이게 만들어줄 것이다.
-----------중략------------
칠월 이십일
직급이 낮은 고위층부터 차례차례 조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활빈당주, 팔복당주, 현무당주, 백호당주, 봉황당주, 청룡당주 등 수많은 고위급 인사들을 말이다. 그리고 조사를 하면 할 수록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하였다. 고위층 중에서도 무소불위를 휘두르는 자들의 영역까지 조사범위가 확장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범인은 맹주의 최측근인듯 싶었다.
----------중략-------------
칠월 이십팔일
고위층에 대한 모든 조사를 마칠 수 있었다. 단 한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현장 부재를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분명 현장 부재를 증명할 수 없었던 그자일 것이다. 하지만 감히 공표를 할 수는 없었다.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그가 가진 거대한 권력이 그가 가진 강대한 무력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는 천하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자이자 가장 강한 무인이였으니 말이다.
---------중략---------------
십일월 칠일
또다시 간살 사건이 일어났다. 저번과 무척이나 유사한 방식이었다. 혹시나 싶어 사망추정시각과 그자의 행적을 대조해보았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또다시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말이다. 두려웠다. 누구보다 공명정대한 무림의 대영웅이 사실은 위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추악한 괴물이라는 사실에 말이다. ]
서책은 수기였다.
전대 하오문주가 간살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을 적어놓은 수기 말이다.
수기에는 하오문주의 수사과정이 소상히 적혀져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 사람의 범인을 지목하고 있었다.
천하제일의 무공을 가지고 있는 권력자를 말이다.
"전부 조작이야!!!!!!!"
서책을 완독한 이재원은 발악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얼굴을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조작이라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되물었다.
"전부 전부 조작이다! 네놈이 죄를 피하려고 조작된 증거를 만들어낸 게 분명하다!"
이재원은 살의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 같은데?"
선우는 턱짓으로 단상 아래있는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뭐..뭣?!"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가 턱짓을 따라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경멸감과 분노 그리고 배신감이 서려있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민중들의 모습을 말이다.
저들 모두가 읽은 것이다.
하오문주의 수기를 말이다.
이재원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