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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46화 (747/1,419)

〈 746화 〉 747.네가 왜 거기서 나와!?

"맹주께서 착각을 하신게 아닐까요?"

주소양은 고혹스럽기 그지없는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민중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늘에서 강림한 선녀와 같은 모습에 넋을 잃고 만 것이다.

'저...저..개같은 년이!'

한 편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내며 어깃장을 놓는 주소양의 태도에 짜증이 미친듯이 치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모든 게 완벽하였다.

연설은 성공적이였으며

민중들은 자신의 말에 감복하며 환호를 내질렀다.

모든 게 뜻대로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어

저딴 개같은 소리를 지껄인다는 말인가

'시발년이, 다된밥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이재원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주소양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기를 죽여버릴 심산이었다.

그러자 주소양 또한 이재원을 올곧은 시선으로 마주보며 노려보았다.

마치 지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착각이라니.......그럴 리가 없지 않소? 부인이야말로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소."

이내 이재원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장내 쩌렁쩌렁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일단 수습하고 보자. 쌍년아.'

이재원은 살의 가득한 눈빛을 반짝거렸다.

마음같아선 당장에라도 무형검無形劍을 꺼내들어

저 오만한 눈깔에 칼침을 놓고 싶었지만

지금은 사태 수습이 먼저였다.

주소양의 개같은 발언을 반박해야하는 것이다.

"이번 간살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일 수밖에 없소이다.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각에 버려진 시체, 성적인 학대로 인해 끔찍하게 훼손된 모습과 동일한 사인, 절묘하게 일치하는 사망 추정시각까지.....무엇하나 일치하지 않는 것이 없소이다. 그런데 어찌 장삼이 범인이 아니라는 막말을 하는 것이오?"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주소양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현재 사건의 모든 것들은 이전 사건과 완벽히 동일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동일범이 아니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전부 충분히 모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요?"

주소양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이재원은 격하게 언성을 높였다.

"모방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오! 어찌 모든 것을 완벽히 일치시킨다는 말이오!?"

"간살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하고 잘 알려진 사건이에요. 무려 이십여 년동안이나 범인을 잡지 못하였으니까 말이에요. 그런 유명한 사건을 모방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지 않겠어요?"

주소양은 이재원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억측이오! 범행 방식이 완전히 동일한데! 어찌 모방범임을 확신한다는 말이오!"

"저야말로 묻죠. 범행 방식이 비슷할 뿐인데....어찌 동일범임을 확신하는 거죠? 어째서 모방범임을 부정하는건가요?"

주소양은 이재원의 말을 똑같이 맞받아쳤다.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지 마시오!"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좋아요. 그리 궁금하신다면 대답해드리죠. 전 모방범임을 확신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죠. 동일범이 아닐 가능성을 말이에요."

주소양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좆같은 년이 존나 말바꾸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열불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치 범인이 모방범인 것 같은 늬앙스를 풍기더니

이제는 또 가능성을 열어두잔다.

전형적인 물타기였다.

"가능성 따윈 열어둘 필요 없소이다! 이미 증거가 확실한데! 무슨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말씀이오!"

"증거요? 대체 무슨 증거가 있다는 거죠?"

주소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여기 집법당주가 작성한 사건 경위서가 있소이다! 무림 최고의 수사기관인 집법당의 수장이 결론 내린 소견서가 첨부되어있는 사건 경위서가 말이오!"

이재원은 사건 경위서를 들어올리며 언성을 높였다.

이미 공신력있는 집법당주의 소견서를 확보한 상태였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있겠는가?

"조작된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주소양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조작!? 지금 조작이라고 하였소!?"

이재원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네에, 조작이요.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고 거짓으로 경위서를 작성한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주소양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시발년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눈빛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혹여 주소양이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시발 그럴 리 없어.'

하지만 이내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들은 까닭이었다.

사건 경위서가 조작되었다는 것은

자신과 팽가련

단 두사람만 아는 비밀이었다.

그런데 주소양이 그런 비밀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자신은 물론이고

팽가련 또한 철저히 함구를 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부정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테니까 말이다.

'우연히 때려 맞춘 걸거야....그렇고..말고....'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그녀가 우연히 때려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부인!"

이재원은 화가난듯 거친 어투로 언성을 높였다.

"수십 년간 맹법을 수호하였으며! 죄를 지은 악인들에게 정의를 실현하였던 집법당주를! 누구보다 공명정대하고 청렴결백한 집법당주를! 지금 의심하는 것이오!?"

그리고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집법당주 팽가련의 공명정대함에 대해서 말이다.

"그녀는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고 부정을 저지를 만큼 의지가 약한 여인이 아니오! 누구보다 굳은 심지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라는 말이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의 굳은 심지를 이토록 폄하한다는 말이오!"

이재원을 마치 자신이 욕을 먹은 것처럼 격앙된 반응을 내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럴 수록 여론이 자신에게 유리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그러는 것이오? 혹여 나와 불화가 있었던 것 때문에 그런 것이오? 내 분명 사과를 하지 않았소? 그런데 감정이 풀리지 않았다하여 이렇게 무도하고 무례한 짓을 저지른다는 말이오? 그것도 천무맹의 안주인이라는 여자가 말이오! 창피한 줄 아시오!"

이재원은 거세게 주소양을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에게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서였다.

개인적인 감정때문에

청렴결백한 집법당주를 모함해버린 무도하기 짝이 없고

감정에 좌우되어 깊은 생각을 못하는 모자란 여자라는 프레임을 말이다.

웅성 웅성

웅성 웅성

그리고 그런 이재원의 계획은 무척이나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장내에 있는 인파들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분명 주소양에 대한 맹비난이 오가고 있는 것이리라

'넌 사람 잘못 건드렸어 좆같은 년아!'

이재원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그녀에게 한 방 먹였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저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였을 뿐이에요. 개인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말이에요."

"전혀 합리적이지 않소! 누구보다 공명정대한 집법당주를 의심을 하고 있지 않소!"

"모를 일 아닌가요? 공명정대한 집법당주께서 압박을 받아 거짓 소견을 적어냈을 지."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구려! 대체 누가 집법당주를 압박을 가한다는 말이오! 당주들 조차 저승사자처럼 여기는 집법당주를 말이오!"

집법당주는 천무맹 내에서도 무척이나 특수한 직위였다.

맹주만이 가지고 있는 즉결수사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집법당원이 다른 당에 대한 수사를 하기 위해선 맹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했다.

집법당에게 권력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뇌부의 술수였다.

하지만 집법당주만큼은 예외적인 존재였다.

맹주로 부터 즉결수사권을 넘겨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누가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언제가 되었든

뭐든 조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 많은 당주들은 그녀를 무척이나 두려워하였다.

언제고 자신의 당을 털어버릴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체 그런 그녀에게 대체 누가 압박을 가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한 명 있지 않나요? 저승사자라고까지 불리우는 집법당주를 압박할 수 있는 사람이."

주소양은 차가운 눈동자로 이재원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저...저..시발년이!'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이재원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목하는 대상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 나를........의심하는 것이오?"

이재원은 무척이나 무거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열화와 같은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맞아요. 저는 당신을 의심하고 있는 거예요. 천무맹주."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힘있게 말하였다.

이재원의 분노에 찬 음성에도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채로 말이다.

"주소양.......그 말 책임질 수 있는가?"

이재원은 살기가 뚝 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는 지금 천무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맹주인 나를 조작된 증거나 들이미는 악한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재원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묻지. 그 말 책임 질 수 있나?"

"책임지지 못할 말이었으면 내뱉지도 않았을 거예요."

주소양은 담담한 시선으로 이재원을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한점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이재원의 진득한 살의를 마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좋다."

이재원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집법당주에 직접 묻도록 하지. 내게 협박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 진실을 말한 것인지 말이야. "

이재원은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주소양을 바라보며 제안을 하였다.

절대로 질 수 없는 제안을 말이다.

"협박당한 상황이라면 그녀가 어찌 진실을 말하겠어요?"

주소양은 새침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겁먹은 것이더냐?"

이재원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자신하더니 결국 말뿐이었나보군."

"뭐라구요!"

주소양은 짐짓 발끈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녀에게 제대로 물어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어째서 동일범에 소행으로 판단을 한 것인지......네가 납득 갈때까지 계속 말이야."

"............"

이재원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듯하였다.

'좀만 더하면 넘어온다!'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조금만 더 종용한다면 넘어올 것 같다고 말이다.

"만약 그녀의 논리에 모순이 있다면 네게는 기회가 아니던가? 네 말도 안되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될테니까 말이야."

이재원은 달콤한 말로 그녀를 종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이다.

"..........좋아요."

그리고 이내 주소양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병신 같은 년!'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짱개년을 타고난 말빨로 속여넘겼다는 생각에

흡족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년, 네년의 선택은 네년을 그대로 나락으로 끌고갈 것이다.'

이재원은 승리를 자신하였다.

애초에 질 수가 없는 승부였기 때문이었다.

철두철미한 팽가련이 모순따위를 만들어놨을 리 만무하였다.

그 어떤 허점도 없을 게 분명한 것이다.

"그럼 내 집법당주를 불러오도록 하지."

이재원은 곧바로 고개를 뒤편으로 돌리기 시작하였다.

수뇌부들 사이에 그녀가 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필요없어요."

그때 주소양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그녀를 불러들일 필요가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녀는 이미 와있으니까요."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뒤편으로 돌렸다.

"나오렴."

그다음 가벼이 말을 내뱉었다.

또각 또각 또각

그러자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주소양의 뒤편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표독스러움이 묻어나는 날카로운 눈초리.

베일듯한 날카로운 묻어나는 콧대.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는 고집스러운 입매.

아름답지만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느낌이 강한 귀부인.

집법당주 팽가련이었다.

또각 또각

이내 팽가련이 주소양의 옆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맞은 편에 있는 이재원을 응시하였다.

무척이나 차가운 시선으로 말이다.

'뭐야, 시발!?'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마주한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소양의 뒷편에서 등장한 팽가련의 모습이 너무나 황당하였기 때문이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이재원의 눈빛이 쉴새 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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