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5화 〉 746.맹주께서 착각을 하신게 아닐까요?
이재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의복이 걸려있는 한쪽 구석으로 말이다.
덥석
이내 구석에 도착한 이재원은 천천히 옷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무복이 시야에 가득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고급 비단을 사용한 것인지
윤기가 흐르는 새하얀 빛깔
장인 한땀 한땀 수놓았을 것인 분명한
금빛 자수
너무 넓지도 너무 좁지도 않은 균형이 있는
옷태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무복이었다.
이재원은 아무말 없이 무복을 응시하였다.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 맹주의 위엄이 살지.'
그리고는 이내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옷의 전체적인 모양이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정도면 누구를 옆에 둬도 꿀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르르륵
이내 이재원은 의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하였다.
검소하던 평상복에서
휘황찬란한 무복으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옷을 완전히 갈아입은 이재원은 옆쪽 벽면에 있는 동경으로 몸을 비춰보기 시작하였다.
제대로 옷을 입은 것이 맞는지
어울리기는 하는 것인지
직접 확인해볼 요량이었다.
"좋군."
그리고 이내 이재원의 입가에 띈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옷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곱게 늙은 자신의 모습과 상당히 잘어울렸기 때문이었다.
'어디하나 빠지는게 없구만......얼굴이면 얼굴...몸매면 몸매..'
그렇게 희희낙락하며 동경에 비친 스스로를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그의 시야에 텅빈 한쪽 팔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와락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들떴던 마음이 순식간에 가라앉은 까닭이었다.
'......시발....좆같네.'
이재원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옥의 티처럼 거슬리는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건만
저 헐렁이는 소매 때문에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갑자기 스스로가 병신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장선우......이 개 좇같은 새끼!'
이재원은 살기를 흩뿌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병신으로 만든 장선우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가만 안둔다. 시발새끼....정마대전만 끝나봐라.....다음 타깃은 네 새끼가 될테니까!'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정마대전이 끝나는 즉시 장선우를 죽이고 말겠다고
천무맹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서 말이다.
그렇게 장선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 소리를 들은 이재원은 이내 안면을 싹 바꾸어버렸다.
분노에 가득 찬 모습에서 진지함이 잔뜩 묻어나는 모습으로 말이다.
"누구시오."
그리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깔며 입을 떼었다.
"접니다. 맹주님."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시오."
이내 이재원은 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문사풍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총군사인 제갈찬이었다.
"시간이 다되었습니다. 맹주."
방 안으로 들어온 제갈찬은 공손한 태도로 읍한 후 말을 이었다.
"벌써 말이오?"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설마하니 연설장에 갈 시간이 되었을 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보니 지금쯤 출발해야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집무실에서 연설장과의 거리는 상당한 편이었다.
미리 걸음을 옮기지 않는다면 시간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준비는 다 끝난 것이오?"
이재원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제갈찬에게 몇 가지 준비를 요구하였다.
"명하신 것들 모두 완벽히 끝내두었습니다. 맹주께서는 몸만 가시면 됩니다."
제갈찬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고생했구려."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떼었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세. 모두와 만나는 자리에서 지각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일세."
저벅 저벅
이재원은 곧바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모든 준비가 다 끝난 이상 지체할 생각 따윈 없었기 때문이다.
이내 그는 제갈찬의 옆을 그대로 스쳐지나가
바깥으로 완전히 나가버렸다.
제갈찬은 몸을 살짝 돌렸다.
그리고 바삐 걸음을 옮기는 이재원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
저벅 저벅 저벅
이재원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맹주라는 작자가 지각을 하는 추태를 보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발 뛰어가고 싶네.'
마음같아선 신법을 발휘하여 연설장까지 한달음에 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기껏 치장한 보람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바람에 모든 것이 나부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재원은 빠른 걸음으로
옷매무새가 손상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걸음을 떼었다.
스스로의 품위 유지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재원의 시야에 커다란 문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다왔군.'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단상으로 향하는 커다란 철문 앞에 도착하였기 때문이었다.
뚝
이내 이재원은 철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후우우우"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긴장감을 어느정도 해소할 심산이었다.
이재원은 몇 번이고 호흡을 내뱉었다.
긴장감이 어느정도 해소될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호흡을 내뱉었을까
이내 어느정도 긴장을 해소한 이재원은 천천히 손을 뻗어 철문을 밀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이내 두터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울리면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이재원의 온몸에 전해져오기 시작하였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내지른 함성의 음파가
거대한 진동이 되어 그대로 전혀져 온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진동을 그대로 맞이한 이재원은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이내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반겨주는 민중들의 환호
자신에게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해주는 민중들의 관심
이 두 가지 요소가 그에게 극도의 쾌락을 선사하였기 때문이었다.
'좋아......너무......좋아.'
좋았다.
자신의 등장에 환호성을 내뱉으며
반겨주는 저들이
좋았다.
자신에게 집중해주는
저들의 시선이
좋았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저들의 행동이
'이게 사는거지.'
이재원은 살아있음을 새삼 체감하였다.
모두의 관심을 받는 이 순간에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이재원은 민중들의 관심 어린 시선을 즐기며 단상 위로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상 위로 완전히 올라오게 되었다.
그러자 연설장의 풍경이 시야에 가득히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많이도 왔네.'
이재원은 흡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을 보러온 수천 명의 인파를 보니 뿌듯함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존경하는 제남의 동도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천무맹의 맹원 여러분!
반갑소! 천무맹의 맹주직을 맡고 있는 이재원이라고 하오!
"
이재원은 목소리에 내력을 담아 그대로 내질렀다.
그러자 연설장이 쩌렁쩌렁하게 울리기 시작하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퍼지자 연설장은 또다시 뜨거운 환호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무림을 구한 대영웅이자
제남의 수호자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무맹의 맹주인
이재원의 등장이었다.
어찌 환호를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일단 자리를 빛내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오!"
이재원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언성을 높였다.
"갑작스러운 연설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친히 걸음을 옮겨주시니 그저 감복할 따름이오!"
이재원은 거듭 감사의 인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예의바르고 겸손한 태도였다.
천무맹의 맹주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말이다.
"이야, 역시 맹주님은...겸손하시구만."
이재원의 연설을 들은 있던 대장장이 구씨가 말을 내뱉었다.
"그러게 말이야. 그만한 권위가 있음에도 내세우지 않고 저렇게 겸손한 태도라니 말이야."
옆에 있던 장씨 또한 맞장구를 치며 말을 이었다.
"원래부터 성품이 출중하신 분이 아니던가? 그저 환호나 지르게나."
강씨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내 커다란 환호성이 연설장을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정말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이외다. 이렇게 훌륭한 제남의 동도들과 천무맹의 맹원분들을 앞에 서게 되었으니 말이오!"
그 환호성을 들은 이재원은 감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이 좋은 자리에서 좋은 말만 입에 담아도 부족할 이 자리에서! 좋은 말을 할수는 없을 것 같소이다!"
이내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불쾌하고 무겁지만 꼭 알아야 할 것에 대해 언급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오!"
우우우우우우웅
이재원의 목소리가 연설장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민중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쾌하고 무겁지만 꼭 알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예측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일주일 전 매음굴에서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는 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었소! 성기는 처참할 정도로 짓뭉개져있었고 양 가슴은 그대로 잘려졌으며 양팔 다리는 기형적인 방향으로 꺾여져있었고 얼굴은 바닥에 갈려 원래 얼굴을 유추조차 못할 정도로 처참하였으며 목은 뒤편으로 완전히 돌아가 있는 상태이더이!"
이재원은 분노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잔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오!"
이재원은 연설장 아래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본 맹주는 이 사건에 대해 무척이나 큰 안타까움을 느꼈고 이내 맹내 최고 수사기관인 집법당에 범인을 특정해달라는 의뢰를 하였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척이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소!"
이재원은 잔뜩 흥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 바로 이번 사건의 범인이 그간 일어났던 간살 사건의 범인과 동일범이라는 사실이었소!"
이재원은 정면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본 맹주의 유일한 제자이자 무림공적으로 선포되었던 패륜아 장삼말이오!"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마치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
그리고 이재원의 말이 퍼져나가자
연설장은 마치 찬물을 끼얹은듯 순식간에
조용해지기 시작하였다.
그 악귀와도 같은 장삼이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경악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본 맹주는 이번 사태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상황이오!. 제자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여 무림에 큰 해악을 끼치게 되었으니 말이오!"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자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듯 하였다.
"맹주의 잘못이 아니거늘.."
"그러니까...전부 그 망할 놈의 패륜아 새끼 때문이 아니던가?그런데 어찌 맹주가 사과를 한다는 말인가!?"
"참으로 비통하도다. 누구보다 청렴하고 결백한 맹주에게 그런 오물같은 얼룩이 묻어나다니 말이야."
"태어나길 악하게 태어난 새끼를 어떻게 계도한다는 말인가! 맹주는 잘못이 없네!'
그리고 그 모습은 민중들에게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못난 제자 때문에 피해를 입는 이재원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오늘!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기 있는 모든 동도분들을 증인 삼아 천명을 하도록 하겠소!"
이재원은 선언하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본 맹주는 수 많은 아녀자들을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한 패륜아 장삼에게 추살령을 내리도록 하겠소! 이 추살령은 장삼이 잡혀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추살령에는 천무맹의 모든 전력들이 동원될 것이오!"
이재원은 핏발 선 눈빛으로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본 맹주 또한 이번 추살령에 직접 가담할 것이고! 천하에 있는 동맹 세력들 또한 장삼을 쫓겨될 것이오!"
이재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맹세하겠소! 무림을 혼란스럽게 한 장삼을 잡아 죽일 때까지 본 맹주는 먹지도 자지도 않을 것이며! 만약 그를 잡지 못한다면 천무맹주의 직위를 그대로 내려놓을 것이며! 이 목을 직접 내리쳐 자진하도록 하겠소!"
이재원은 초강수를 두었다.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자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자극적인 표현은 민중들에게 먹혀들었다
무림에서 가장 위대한 무인이 목을 걸었다.
어찌 그의 책임감을 찬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환호를 내뱉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흐흐흐흐흐흐'
이재원은 민중들의 환호를 즐기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모든 게 원하는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개돼지들이야. 아니다. 짱개산 개돼지들인가?'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인생이 살기 너무 쉽다고 말이다.
이렇게 원하는대로 마음껏 주무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때였다.
"이상하네요."
갑자기 장내 있는 모든 이들의 귓가에 영롱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목소리는 부드럽게 장내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장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게 하던 이재원의 목소리와는 무척이나 상반되게 말이다.
'뭐야 시발!'
이재원은 재빨리 고개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이내 그는 볼 수 있었다.
단상의 맞은 편 끝쪽에 오연하게 서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말이다.
빠드득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이를 빠드득 갈기 시작하였다.
마주하기도 싫은 년이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었다.
전대 무림맹주의 무남독녀이자
신비문파 천월궁의 궁주인 여자.
여중제일인이라고 불리우며
과거 마교로부터 무림을 구한 대영웅
바로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이었다.
"맹주께서 착각을 하신 게 아닐까요?"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무척이나 고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