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44화 (745/1,419)

〈 744화 〉 745.이재원의 완벽한 몰락을 위해

"추살령을 말입니까!?"

이재원의 말을 들을 허삼관은 당혹스러운듯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렇소. 이제 천무맹의 모든 전력은 오직 장삼을 쫓게 될 것이오."

"하지만 맹주, 마교와의 전쟁이 코앞이지 않습니까? 장삼에게 신경을 빼앗길 순 없습니다!"

허삼관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현재 천무맹은 마교와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자를 확보하고 무인들을 모집하며 전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장삼을 쫓는데 모든 전력을 쏟아붓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장삼을 이대로 냅두자는 말이오!?"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눈을 부라리며 타박하듯 언성을 높였다.

마치 못들을 것을 들은 인간처럼 말이다.

"가만히 내버려두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모든 전력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 뿐입니다."

허삼관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전력낭비이기 때문입니다."

"전력낭비?"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이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현재 간살 사건이 일어난지 수일이 지난 시점입니다. 이미 제남을 떴어도 진즉 떴을 것입니다. 그런 그를 잡으려고 수천에 이르는 전력을 동원하는 것은 전력낭비입니다. "

허삼관은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천무맹의 모든 전력은 웬만한 대형 문파 정도는 단 하루만에 멸문시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였다.

그런 거대 전력을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장삼에게 쏟는 것은 전력낭비에 불과한 것이다.

"팔복당주는 나와 생각이 다르군."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 생각은 다르오. 장삼을 잡기 위해 맹의 모든 전력을 동원하는 것은 전력 낭비가 아니오."

"그 근거가 무엇입니까?"

허삼관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이재원의 말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디있는지도 모를 장삼에게 전력을 쏟는게 어찌 낭비가 아니란 말인가

"장삼을 잡는 일이 마교와 전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대체 그게 무슨 소리 입니까!?"

허삼관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장삼을 잡는 일이

무림의 명운이 걸고 싸우는 마교와의 전쟁보다 중요하다니?

저건 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마교와의 전쟁은 무림의 명운이 달린 일입니다! 그런데 일개 범죄자를 쫓는 일을 더욱더 중요시하다니요! 어불성설입니다!"

허삼관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우선순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멍청한 맹주에 대한

분노를 터트린 것이다.

"무려 이십년이오!"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십년 동안 그 간살범에 의해 천무맹이 농락을 당했다는 소리오! 그런데 천무맹은 범인을 알면서도 그를 잡지도 죽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오! 협이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행하지도 않는다 천무맹이 말이오!"

이재원은 잔뜩 고양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장삼은! 내 옛 제자이자 무림공적인 장삼은! 천무맹의 과오이자 미처 지우지 못한 얼룩과도 같은 존재란 말이오! 그런 더러운 얼룩을 제대로 닦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누가 천무맹을 신뢰할 것이고! 누가 천무맹과 함께 싸워줄 것이며! 그 누가 천무맹을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겠소!?"

이재원은 좌중을 둘러보며 열변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이번 일을 그냥 유야무야 넘겨버린다면! 맹에 대한 신뢰는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오! 그 누구도 맹을 위해 나서주지 않을 것이란 말이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전쟁을 할 수 있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흉흉한 눈빛으로 허삼관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움찔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허삼관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그의 눈빛에서 상상이상의 기백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본 맹주가 잡으려는 것은 장삼이 아니오! 천무맹에 대한 민중들의 믿음이란 말이오! 어찌 그런 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허삼관을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날선 목소리로 말이다.

"하..하지만....지체할 수는 없습니다....이미 물자들을 확보해놓은 상태에서 어찌 전쟁을 미룬다는 말입니까?"

"본 맹주가 혹여 전쟁 날짜를 정해 두었소?"

"네에?"

"언제 쳐들어갈지 공표한 게 있느냐는 말이오!."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물론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전쟁을 선포하긴 했지만 명확한 날짜를 명시하거나 선포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준비가 끝나는 순간 전쟁을 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그럼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오?"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전쟁을 언제하겠다고 정해진 것도 아닌데

뭐가 급하다고 저리 서두른다는 말인가

"이미 수많은 물자들과 상당수 무인들이 당가에 모여든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이 지체된다면 당가의 부담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당가는 수많은 전쟁물자와 무인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물자들을 창고에 쌓아놓은 뒤 보관을 하고 있었고

무인들에게는 숙식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쟁이 지체된다면 당가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장삼을 잡겠다고 전쟁을 지체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당가주라면 천무맹의 행태를 이해해줄 것이오."

이재원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또한 본 맹주와 마찬가지로 협을 행하는 협사이니 말이오."

이재원은 근거없는 믿음을 내세우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결국 모든 부담을 당가에게 떠넘기겠다는 심보였다.

"허어"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만해도 세상에 다시없을 협사처럼 말하더니

이제는 이기적인 사파잡배처럼 말하고 있었다.

어찌 어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말도 안됩니다! 납득할 리 없습니다!"

허삼관은 격하게 부정을 하였다.

독왕이 협의지사라는 사실은 그 또한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가문의 극심한 피해가 오는 것까지 감수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협사이기 전에 한 가문의 가주였으니 말이다.

"팔복당주는 혹여 당가주와 친분이라도 있는 것이오?"

"그런..것은....아니지만....."

"그런데 어찌 나보다 그를 더 잘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오?"

이재원은 잔뜩 비아냥거리며 입을 떼었다.

"..............."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친분을 들이밀자니 뭐라 반박할 만한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당가주는 천무맹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호방함을 갖추고 있소. 그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그대가 함부로 폄하하지 말라는 말이오!"

이재원은 짐짓 화가난듯한 표정으로 허삼관을 타박하며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허삼관은 이재원에게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그의 말대로 당가주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자신이 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행위였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주의하시오."

이재원은 차가운 눈초리로 허삼관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딴지를 걸지 못하게 기를 완전히 죽일 심산이었다.

".....알겠습니다."

허삼관은 마지못해 대답을 하였다.

"크흠....흐음...이야기가 딴곳으로 새어버렸구려. 어쨌든 본 맹주는 장삼에 대한 추살이 이루어질 때까지 전쟁을 무기한 뒤로 미룰 심산이오. 그렇게 하는 게 하는 편이 모두를 위해서도 천무맹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말이오. "

이재원은 헛기침을 두어번 내뱉은 말을 이었다.

"당주들의 생각은 어떻소?"

그리고 좌중에 있는 당주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무언의 압박이 서려있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실상 알아서 찬성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

이재원의 물음에 당주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맹주의 의견에 찬성하는 바이오!"

벌떡

그때 잠자코 있던 활빈당주 이대곤이 큰소리를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맹주 덕분에 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맹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전쟁 또한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지요! 저는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한다는 맹주의 의견에 적극 찬동합니다!"

그는 무척이나 감동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도 찬성합니다! 천무맹의 과오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이들이 천무맹을 손가락질 할 것입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저도......"

"저도....."

이내 장내에 있던 대다수의 당주들이 이재원의 말에 찬동하기 시작하였다.

전쟁 부담을 당가에서 해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리한 청을 받아들인 것에 감사드리오."

이재원은 무척이나 정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무리한 요구임을 잘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생 존나 쉽네. 시발.'

이재원은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다.

무슨 말만하면 지지해주는 개돼지들의 행동이 꽤나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미쳤어....다들....'

한 편 유일하게 반대를 하였던 허삼관은 생각하였다.

저들 모두 정신이 나가버린 게 분명하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정신 나간 요구를 아무런 고민없이 흔쾌히 수락할 수 있다는 말인가

모두가 정신이 나간 것이 틀림없었다.

'맹에 미래는 없다.'

그는 생각하였다.

더이상 천무맹에 미래따윈 없다고 말이다.

************

제남에는 곳곳에 벽보가 붙여졌다.

벽보에는 한 가지 행사의 일정이 적혀있었다.

바로 천무맹주 이재원의 연설에 대한 일정이 말이다.

일시는 정확히 사흘 뒤였고

장소는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든 천무맹 뒤편에 있는 연설장이었다.

그리고 초대자격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무인, 농민, 상인, 가릴 거 없이

모든 이들이 연설을 구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벽보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말하였다.

그날 만큼은 꼭 연설장에 가고 말겠다고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다는 천무맹주가 별안간 무슨 연설을 하려는 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인들의 관심이 이재원의 연설에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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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들어와."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문이 열리고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집법당주 팽가련이었다.

"무슨 일이야?"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쩐 일로 자신을 찾아왔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전해 드릴게 있어서 왔어요."

팽가련은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전해줄 거?"

선우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그러자 팽가련은 품 안에서 둘둘 말려있는 화선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다음 선우를 향해 걸어간 후 공손히 건네주었다.

덥석

선우는 건네받은 화선지를 천천히 펼쳤다.

그러자 글자가 빼곡히 적혀있는 화선지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우는 그대로 화선지 속에 있는 글자를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읽었을까

이내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결행 날짜가 잡혔기 때문이었다.

"가련."

선우는 팽가련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말씀하세요."

"판본으로 얼마나 찍어놨어?"

선우는 과거 그녀에게 하오문주의 사건기록부를 판본으로 찍어달라는 명을 내렸었다.

연설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그 기록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정확히 팔백 오십 장이요."

"사흘 뒤까지 몇 장이나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천 이백 장을 겨우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삼 천장을 찍어내는 건 무리야?"

"........네에....아무래도.....작업 인원이 많지 않다보니....."

그녀는 침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삼천 장은 무리였다.

현재 판본 작업은 그녀와 딸인 이기연만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밀이 엄수인 작업이기에 따로 사람을 쓸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네 명정도 사람을 더 붙여준다면?

"그럼 삼천 장을 찍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팽가련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애초에 두 명이서 팔백 오십장을 찍어낸 상황이었다.

인원이 네명이나 추가된다면 삼천 장을 찍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이다.

"작업장이 어디지?"

"일단......그 집법당 지하에 있는 밀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 그 강명이랑 바람폈던데?"

선우는 기억났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답을 하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민망함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그럼 거기에 애들을 좀 붙여줄게."

"........애들이요?"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비밀이 엄수가 필수인 작업에 대체 누구를 붙여준다는 말인가

"너랑 소양이만 고생시킬 순 없잖아? 다른 애들도 같이 일해야지."

"아!"

이내 선우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선우가 붙여줄 이들의 정체를 말이다.

바로 노예들이었다.

오직 선우만을 사랑하고 바라만 보는 노예들 말이다.

"결행 전까지 철저하게 준비하자고."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재원의 완벽한 몰락을 위해서 말이야."

선우의 눈빛이 차갑게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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