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42화 (743/1,419)

〈 742화 〉 743. 협력자의 정체.

저벅 저벅

주소양은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원로들의 마음을 그대로 느낀 탓이었다.

'따뜻해.'

주소양은 따뜻함을 느꼈다.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기분 좋은 따뜻함을 말이다.

그녀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소양"

갑자기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주소양은 재빨리 고개를 뒤편으로 돌렸다.

"숙부님?"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옷매무새가 살짝 흐트러져있는 윤제겸의 모습을 말이다.

"원참......걸음걸이도 빠르구나."

윤제겸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 급히 달려온듯 싶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주소양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급히 뛰어온 그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더구나."

윤제겸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말하지 않은 것이요?"

주소양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무슨 말을 하지 않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재원의 처벌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말해주지 않았더구나, 어떤 식으로 처벌을 할 것인지 말이다."

"그는 죽을거예요. 맹법에 의거하여 처분을 받게 될테니까요."

주소양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처분은 확정이었다.

죽음이외에 그가 죗값을 치룰 수 있는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려 이십여 년 동안 서른 다섯 명의 여인을 간살한 그였다.

더불어 제자에게 그 죄까지 고스란히 뒤집어씌운 전력까지 갖추고 있는 추악한 남자였다.

추악하기 그지없는 그를 어찌 죽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네가 직접 나설 심산이더냐?"

"그럴 생각이에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이재원을 직접 맞상대할 이는 선우였다.

자신은 옆에서 서서 그를 보조할 심산이었다.

혹여나 이재원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 말이다.

"안된다."

윤제겸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과거 천하제일인이었던 남자다. 네가 직접 맞상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숙부.......저는 약하지 않아요.."

"안다. 네가 약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이미 반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 또한 잘알고 있다. 그럼에도 안된다."

"어째서죠!?"

"현경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심검心劍을 세우지 못하지 않았더냐?"

"그..그건!"

주소양은 당혹스러운듯 말을 내뱉었다.

자신의 상황을 너무나 상세히 아는 윤제겸에 대한 놀라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심검지도心劍之道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어찌 알고 있다는 말인가

"심검心劍이 없는 상태에서 그와 맞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난 그 꼴을 볼 수 없다."

윤제겸은 차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숙부!"

"이재원의 목은 내가 치도록 하겠다."

이내 윤제겸은 단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네에?"

"나라면 그를 상대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는 건........숙부께서...심검心劍을!?"

주소양은 경악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물음을 들은 윤제겸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그녀의 물음에 긍정을 한 것이다.

"............."

그의 긍정을 본 주소양은 조용히 침묵을 하였다.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그의 제안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심산인듯 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럴 수는 없어요."

이내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젓기 시작하였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절의 표현이었다.

"어째서더냐?"

주소양의 말을 들은 윤제겸은 이해가 가지않는다는듯한 어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숙부님께서 이재원을 상대하는 건 계획에 어긋나는 일이니까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윤제겸이 나선다면 선우가 세운 계획이 어그러지고 만다.

윤제겸의 역할은 무림의 큰 어른으로서 천무맹의 해체를 권고한 후 도주 우려가 있는 수뇌부들을 견제하는 일이었다.

이재원을 상대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구나."

윤제겸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말하였다.

"내 분명 말하지 않았더냐? 지금의 네 상태로는 이재원을 이길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어찌 억지를 부린다는 말이더냐?"

윤제겸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객관적으로 그녀는 이재원에 비하면 한급수 아래의 실력자였다.

심검을 세우지 못한 이상

결국 그에게 질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끝까지 억지를 부린다는 말인가

이해가 갈 리 만무하였다.

"................"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음같아선 모든 사실을 그대로 말하고 싶었다.

협력자로 오는 이의 정체가 바로 검신劍神 장선우라고

이재원의 팔을 베어버린 그가

이재원의 목을 베러 다시왔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당일까지 정체를 철저히 함구하라는 선우의 엄명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고민이 되었다.

어떻게 윤제겸을 납득시켜야할 지 말이다.

합리를 따지는 윤제겸에게

논리없는 억지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제대로 된 말로 그를 설득해야하는 것이다.

".............."

윤제겸은 가만히 기다렸다.

그녀의 입이 떼어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재원을 상대하는 건....저 혼자가 아니에요."

이내 주소양의 입이 천천히 떼어졌다.

"혼자가 아니다?"

"네에.....그를 상대하는 건.....완연한 현경의 경지에 오른 반선이에요."

주소양은 올곧은 시선으로 윤제겸을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대체 그게 누구더냐?"

"그건 말할 수 없어요......죄송해요..숙부님.."

주소양은 송구한 표정을 지은 사과를 하였다.

그녀는 윤제겸을 설득하기 위해

한 가지 꼼수를 발휘하였다.

협력자가 있다는 것을 밝히되

정체를 밝히지 않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한다면 선우의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서 윤제겸을 납득 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비밀이 많구나"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못드리겠네요."

주소양은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숙부나 다름없는 윤제겸에게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윤제겸에게

모든 사실을 밝힐 수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정체를 함구하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부군의 부탁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부인된 입장에서 부군의 말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어불성설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윤제겸은 아무 말 없이 침묵을 하였다.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 보였다.

"그 협력자라는 자가...이재원보다 확실히 강한 자이더냐?"

"....그는 심검心劍을 세운 반선半仙이에요. 팔이 한쪽 없는 이재원을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더구나 저또한 가세를 할테니....승산은 팔할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주소양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윤제겸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마음같아선 절대로 질 리가 없다고 자신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칫 선우가 특정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녕 그리 생각하더냐?"

윤제겸은 주소양을 바라보며 다시금 물었다.

그 말에 거짓이 없냐고 말이다.

"네에, 확신할 수 있어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알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윤제겸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내 그리 알고 있도록 하마."

그리고 그대로 걸음을 옮겨 그녀를 스쳐지나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른 걸음으로 말이다.

주소양은 고개를 돌려

그런 윤제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후우"

그리고 이내 그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지자 주소양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어찌어찌 그를 설득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숙부, 죄송해요. 부디 당일날까지만.....참아주세요.'

주소양은 속으로 윤제겸에게 미안함을 토로하였다.

모든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말이다.

***********

"하아아암"

한 중년 남자가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 앉은 채 크게 하품을 하였다.

한눈에 봐도 졸음이 가득 담겨있는 모습이었다.

"귀찮구만."

남자는 귀찮음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상당한 귀찮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때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제야 오는 구만."

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러자 한 노년의 검객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검제 윤제겸이었다.

"왔는가? 검제劍帝여"

중년인은 무척이나 가벼운 어조로 그를 반겼다.

"오래 기다리게 한 건 아닌가 싶군. 검인劍人"

"오래 기다리긴 했지. 하지만 뭐, 개의치 말게나. 가끔 야밤에 운치를 즐기는 것 또한 나쁘지 않으니 말이야."

검인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 생각해준다면 오히려 감사하군."

윤제겸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호출을 한거지?"

그때 검인이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원체 호출같은 건 전혀 하지 않는 윤제겸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을 따로 불렀다고하니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꼬장꼬장한 늙은이가 자신을 무슨 용건으로 불렀을까하고 말이다.

"해줄 말이 있네."

"해줄 말?"

"아무래도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할듯 싶네."

"계획을 말인가?"

"그렇네."

윤제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유는?"

"의도치 않은 일이 생겨버렸네."

윤제겸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의도치 않은 일?"

"소양이 이재원이 간살 사건의 용의자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밝힐 계획을 세웠다네."

"호오....그거 흥미롭구만....."

그의 말을 들은 검인은 흥미롭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주소양이 이재원과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하였다.

하지만 설마 그의 간살 사건까지 캐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증거는 있다고 하던가?"

휘익

그때 윤제겸이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들더니

곧바로 검인을 향해 내던졌다.

덥석

검인은 여유롭게 서책을 받아내었다.

차르르

그리고 그대로 펼치더니 읽어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이내 검인의 입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상황이 재밌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증거로 제출 할 요량이라고 하던가?"

"그렇다더군."

"안믿을 텐데?"

검인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한 하오문의 수기라면 믿을만한 증거이긴 하지만 대중들을 설득시키기엔 파급력이 부족하였다.

서책에 대한 신빙성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증인이 있다고 하더군.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증인이 말이야."

"철두철미하군."

검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증인이 누구인지는 들었는가?"

"아쉽게도 듣지 못하였다네."

윤제겸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상당히 조심성이 있는 여자군."

검인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소양은 이재원에 대한 직접적인 심판을 맡기로 하였다네. 증인을 내세워서 말이야. 그리고 우리는 수뇌부들을 견제하기로 하였다네. 사건을 은폐하려고 무슨 일을 벌일 지도 모르니까."

윤제겸은 주소양이 말한 모든 계획을 간략하게 간추려서 요점만 설명하였다.

"주소양이 이재원을 직접 상대한다고? 진심으로 그리 말했는가?"

"그렇다네."

"혹여 그녀가 심검心劍이라도 세웠는가?"

검인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윤제겸에게 물었다.

"아닐세, 반선의 경지에 올랐지만 아직 검을 세우지는 못했더군."

"이상하군. 이상해."

검인은 의혹이 담긴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살며시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검을 세우지 못했다면 죽을텐데?"

검을 세우지 못한 주소양의 수준으로는 이재원을 죽일 수 없었다.

팔이 잘렸다고는 하나 이재원은 엄연히 심검지도心劍之道를 걷고 있는 초월자였기 때문이었다.

"협력자가 있다더군."

"협력자?"

"그렇네. 이재원을 상대할만한 실력자라고 하더군."

"누군지는 들었는가?"

"......그 또한 듣지 못하였다네."

"허허, 웃긴 여자로군."

검인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웃긴다니?"

그 말을 들은 윤제겸은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웃긴다니

그게 별안간 무슨 소리란 말인가

"협력자가 누구인지 대놓고 가르쳐줬으면서 이름만 언급하지 않는 게 웃기지 않은가?"

검인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놓고 알려줬다니?"

윤제겸은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정말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가? "

검인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늙어서 머리가 굳은 것인지

단순한 생각조차 제대로 못하는듯하였다.

아니면 너무 단순해서 생각조차 하지 못했거나

"이재원에게 원한이 있고 그를 상대할 만한 무력을 갖추고 있는 자들 중 주소양과 친분이 있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그는 윤제겸에게 물었다.

자신이 특정한 것들을 전부 말이다.

"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윤제겸은 깨달았다는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의 특정에 맞는 대상을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검신劍神"

그렇다.

검인이 특정한 대상은

검신劍神 장선우였던 것이다.

"머리가 아예 굳은 것은 아니구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검인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