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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41화 (742/1,419)

〈 741화 〉 742.그런 쓰레기같은 자는 더이상 제 부군이 아니에요.

주소양은 소매에서 작은 책자 하나를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그 증거예요."

그리고 총명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제겸은 말없이 손을 뻗었다.

덥석

그리고 곧바로 책을 들어올린 후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온집중을 다해서 말이다.

회의실에 있는 원로들은 침묵을 한 채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르륵

사르륵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실에 책자가 넘겨지는 소리만이 울려퍼지게 되었다.

샤르륵

샤르륵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윤제겸은 책자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정녕.....이...책자 속의 내용이...사실인 것이더냐?"

그리고 떨림이 가득한 눈빛으로 주소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십여 년 동안 하오문에서 독자적으로 조사한 내용들이에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윤제겸에게 건넨 서책은

하오문에서 독자적으로 조사한 사건 수사 기록들이다.

그간 천무맹에서 일어났던 간살 사건에 대한 모든 종합적인 정보가 기록되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종합적인 정보는 단 한 사람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무림을 구한 대영웅이자

존경받는 천무맹의 맹주

바로 이재원을 말이다.

"........그렇구나."

윤제겸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늘에 귀가 달려 천이天耳이라 불리우며

땅에 눈이 달려 지안地眼이라고 불리우는 곳이 바로 하오문이었다.

그런 하오문에서 직접 조사한 내용이라면 거짓일리 만무한 것이다.

어찌 수긍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항상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윤제겸은 담담한 어조로 천천히 입을 떼었다.

"무림에서 가장 강성하고 철저한 조직인 천무맹이, 어찌하여 이십여년 동안 범인을 잡지 못하였는지 말이다."

천무맹은 단일세력 중 단연 한손에 꼽히는 강성한 조직이었다.

휘하에 두고 있는 무사들 숫자만 따져도

웬만한 대형문파 서너개는 합친 것처럼 많았고

그 개개인의 무위 또한 대형문파 못지 않은 강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항상 의문이었다.

어째서 그런 대단하고 위대한 천무맹에서 고작 간살범 하나를 잡아내지 못하였는지 말이다.

못 잡을 수밖에 없었다.

간살범이 그 대단한 집단의 수장이거늘

어찌 감히 잡을 수 있겠는가

"그놈이였어.....그놈이....우리.....화아를...죽인 거였어.."

윤제겸은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하였다.

범인이 이재원이라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이미 자소령이라는 증인으로 인해 그 진실을 마주한 상황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 구석 한켠에는 조그만 의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교 측에서 사건을 조작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혹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략에 능한 그들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할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 조그만 의심마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실질적인 증거를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에 귀가 달려 천이天耳이라 불리우며

땅에 눈이 달려 지안地眼이라고 불리우는 곳이 바로 하오문의 문주가 직접 수사하고 기록한 간살 사건 관련 수기를 말이다.

"....흐윽...흑.."

이내 윤제겸은 무거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손녀에 대한 아픔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그 모습을 본 원로들은 숙연한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들 또한 딸과 손녀가 있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그 윤제겸의 아픔을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만약 같은 상황이었다면 자신들 또한 대성통곡을 하였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윤제겸은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손녀에 대한 슬픔이 어느정도 가실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추태를 보였구나."

이내 어느정도 마음을 진정시킨 윤제겸이 눈물을 닦아내며 입을 떼었다.

"아니에요. 숙부..... 추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예요...."

주소양은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딸을 가지고 있는 입장이었다.

만약 자신에 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제정신을 유지할 자신조차 없었다.

그런 입장이기에 윤제겸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고 공감이 되었다.

저 끝없는 슬픔과 분노를 말이다.

"울고 싶다면.....더 우셔도 돼요."

"아니다. 이미 충분히 울만큼 울었단다."

윤제겸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으며 입을 떼었다.

"울며 주저앉기보단 물어 죽이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

윤제겸을 이내 살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비통함과 슬픔을 전부 해소시키니

살심과 분노만 남게 된듯 하였다.

"맞아요. 복수를 해야죠."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슬픔은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모든 복수를 끝마친 후로 말이다.

"이 서책 속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릴 심산이더냐?"

"네에, 연설 때 일제히 뿌릴 생각이에요."

주소양은 그의 말에 긍정을 하였다.

이미 판본으로 만들어낸 뒤 쉴새없이 찍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성장에 온 모든 사람들이 읽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쉽사리 믿지는 않을 것이다."

윤제겸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쉽사리 믿지 않을 것이다.

이재원이라는 대영웅을

천무맹의 맹주라는 권력자를 믿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테니 말이다.

"증거가 이 서책뿐이라면 그렇겠지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 또한 하오문주의 사건 기록부 정도로는 대중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재원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명성은

고작 종이 쪼가리 하나로 무너져내릴만큼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걱정이 없었다.

모든 상황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증인들을 확보해놓은 상태였으니 말이다.

"또 다른 증거라도 있는 것이더냐?"

"증인이 있어요. 대중들조차 납득할 수밖에 없는 증인들이 말이에요."

주소양은 확신에 가득 찬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확신하였다.

자신이 내세운 증인들이라면

모든 여론이 완전히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대단하구나."

윤제겸은 감탄했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이재원의 몰락을 철저하게 준비해놓은

주소양의 철두철미함에 놀라움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런 준비를 했다는 말인가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완벽히 준비해놓았을 줄이야..."

"전부 협력자 덕분이에요."

주소양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재원이 간살 사건의 범인이라는 증거를 수집한 이는

다름아닌 선우였다.

자신의 사랑하는 낭군말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준비를 끝마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귀인貴人이로구나."

"귀인이고 말고요.

윤제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귀인은 귀인이었다.

하루하루 외로움에 사무쳐 지내던 자신에게

여인으로서의 기쁨을 알게해준 귀하디 귀한 낭군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보다....괜찮겠느냐?"

"뭐가 말인가요?"

주소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되물었다.

"천하에 다시없을 극악무도한 범죄자라고는 하나 사사로이 너의 부군이자 네 딸의 아비가 되는 이다."

윤제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이 비록 세상에 다시없을 쓰레기 새끼지만

주소양의 입장에선 하나밖에 없는 부군이자 딸의 아비가 되는 자였다.

그런 이재원을 몰락시키는 것에 대한 심적인 고통이 없을 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 쓰레기같은 자는 더이상 제 부군이 아니에요. 제 딸의 아비도 아니고요."

주소양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는 그저 죄를 지은 범죄자일 뿐이에요. 그리고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하는 게 순리가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내 단호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자신은 세상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새로운 부군이 생긴 참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쓰레기같은 새끼를 동정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이 아이가....마음을 독하게 먹었구나.'

그 모습을 본 윤제겸은 생각하였다.

주소양이 대의를 위해 마음을 완전히 굳혔다고 말이다.

"네 말이 맞다."

윤제겸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지. 그 죗값을 치룰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원한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벌을 받을 것이다.

죄인이 벌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순리였으니 말이다.

"저는 이재원에게 심판을 내릴 생각이에요. 그 죗값에 맞는 심판을 말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주소양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원로님들......아니.......숙부님들.......소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무림의 질서를....바로 잡을 수 있게....도와주실 수 있으신건가요?"

주소양은 아련한듯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아련함은 원로들의 심금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정의를 위해 나서는 주소양의 의기에 감동이 물밀듯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아가씨!"

제일 먼저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인 계상득이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감동을 먹은 것인지

눈가에서 뜨거운 눈물마저 흘리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야 말로! 돌아가신 맹주께서 남긴 유지가 아니겠습니가!?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겠습니까!?"

이내 다른 원로 또한 격하게 동의를 하였다.

"맞습니다! 맹주의 유지를 잇는 일입니다!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아가씨의 의기는 잘 보았습니다! 그 의기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아가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저희는 따를 것입니다!"

"저희는 당신의 칼입니다! 언제고 원하는대로 휘둘러주십시오!"

하나둘 원로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눈시울을 잔뜩 붉힌 채 격렬히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평균 나이 일흔에 이르는 무림의 원로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환호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들...정말...감사드려요....원로님들.........."

주소양은 그들의 열렬한 성화에 감동받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끝까지 자신의 힘이 되어주는 원로들에 대한 고마움이 물밀듯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숙부님들.."

주소양은 그들 모두에게 숙부라는 호칭을 내뱉었다.

아주 오래전 그녀가 약관에도 이르지 못한 시절 불렀던

그 호칭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숙부라는 말은 원로들의 마음을 더욱더 격하게 흔들었다.

그 옛날 의기에 차올랐던 젊은 날의 추억과

무림맹 시절의 아련함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거세게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내 회의실 안은 원로들의 뜨거움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 숙부님들."

주소양은 반듯하게 인사를 하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아가씨가 부르신다면 어디서든 와야지요!"

"맞습니다! 개의치 마십시오! 언제고 불러주십시오!"

"아랫것들을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늘! 어찌 감사를 표한다는 말씀입니까!어불성설입니다!"

그러자 원로들은 격렬한 반응을 내보이기 시작하였다.

"전 한 번도 숙부님들을 아랫사람으로 여겼던 적이 없답니다. 제겐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가족같은 분들이니까요."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아가씨."

"....아가씨..."

".....주군..."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원로들은 감동에 젖은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럼 먼저 실례하도록 할게요. 숙부님들.....좋은 밤되세요."

주소양은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다음 곧바로 뒤를 돌아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원로들은 그런 주소양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내 문이 닫히고 그녀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참으로....잘크셨구나.."

그러자 가만히 있던 계상득이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내뱉었다.

"아암...이 모든 게 전대 맹주의 훌륭한 혈통과 교육관 때문이 아니던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구만.......호랑이 자식은 역시나 호랑일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

이내 원로들은 다들 주소양에 대한 칭찬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나저나 이재원이 심판받으면 아가씨는 홀몸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구만....이를 어째......"

"중매라도 서야하는 게 아닌가?"

한 원로가 대뜸 말을 이었다.

"아니 아가씨에게 맞는 상대가 세상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계상득은 잔뜩 흥분한 채 고함을 내질렀다.

"아니 그러면 평생토록 홀로 살도록 냅두라는 말인가!? 맹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들을 하나 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구만....."

"하지만....눈에 차는 놈이 없어서."

원로 중 하나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주소양은 완벽이라는 말이 절로 어울릴 정도로 훌륭한 여인이었다.

그런 주소양과 어울릴 만한 남자가 존재할 리 만무하였다.

"그 장선우라는 자라면...어울릴 것도 같은데......"

계상득은 짐짓 고심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제정신입니까!? 아가씨는 장선우의 이모뻘입니다!"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 무슨 말같지 않은 소리란 말인가

"뭐 이새끼야?! 지금 아가씨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이냐!?"

계상득은 화가난듯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아니 상식적으로 나이차가 너무 나지 않습니까!"

"사랑에 나이같은 건 중요치 않다!"

"그건 당사자 의견을 들어봐야하는 것 아닙니까!?"

"이새끼가 또 말대답이네!"

이내 회의장 안은 다시금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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