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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27화 (728/1,419)

〈 727화 〉 728.그럼 이제는 내가 만져도 되겠소?

"그저 흩어버렸을 뿐이오."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어떻게..그럴 수가 있죠?"

하수련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염기는 인간에게 내재된 욕망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기운이에요.....내력으로 흩어버리는 건 불가능하다고요."

염기艶氣는 단순히 내력으로 흩어버릴 정도로 가벼운 기운이 아니었다.

인간 본연의 욕망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기운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남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런 염기를 가벼이 흩어버렸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내력으로 흩어버린 게 아니오."

"그렇다면?"

"의지를 세워 베어버렸을 뿐이오."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남자의 뜬구름을 잡는듯한 소리를 들은 하수련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무얼 말하고 싶은 지 곰곰히 생각해본 것이다.

의지를 세워 염기를 베었다니

대체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물리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내력과 달리 의지에는 힘이 없었다.

그저 심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심상에 물리력을 부과한다는 말인가

'심상에.....물리력을.....설마!?

그때 하수련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언가 깨달음에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설마......심검心劍을!?"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확인하듯이 말이다.

남자는 말없이 올곧은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였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아"

그녀는 탄성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눈앞의 남자가 그런 위대한 경지에 발돋음했을 줄은 전혀 상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반로환동을 하신....선배님이신가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남자에게 물었다.

혹여 반로환동을 한 전대고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이립도 안되었소."

"........그....그런.."

하수련의 눈동자가 쉴새없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이립도 안된 나이에 현경이라는 위대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을 들으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경이란 어떠한 경지인가

신선이 되기 전 거쳐가는 반선의 경지라고 불리우는 지고하기 짝이 없는 경지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위대한 경지를 이립도 안된 나이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천무맹주와 검신을 제외하면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었다.

'설마....장선우!?'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의심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립도 안된 나이에 현경에 다다른 또다른 무인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슬쩍 시선을 올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하였다.

이미 장선우의 용모파기를 구해 완벽히 기억해둔 그녀였다.

만약 변용한 것이라면 못 알아볼 리 만무하였다.

'아니야.'

이내 하수련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내저었다.

하지만 아무리 뜯어보아도 장선우와 비슷한 구석이 단 한곳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변용의 흔적 또한 발견할 수 없었다.

완전히 다른 인물인 것이다.

'혹시 인피면구를 사용한 건가?'

하지만 좀처럼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만큼 새로운 반선의 등장은 믿기지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하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뭐지?"

그 시선을 느낀 남자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저...그..얼굴을...한번만....만져봐도 되나요?"

하수련은 더듬거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혹여 남자가 불쾌하게 느끼지는 않을까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상관없소."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허락을 해주었다.

그녀가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 지 어림짐작하였기 때문이었다.

'역용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군'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본래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인피면구는 아니지만.'

남자는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었다.

의심부터 하는 하수련의 모습이 경계심 가득한 고양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그럼...만져볼게요."

하수련은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내 조막만한 손을 들어올려 그대로 뻗기 시작하였다.

꼬집

그리고 검지와 엄지로 남자의 볼을 아주 살짝 꼬집었다.

'부드러워..'

그러자 피부결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인위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다.

쭈우욱

하수련은 꼬집었던 볼을 천천히 잡아당겼다.

그러자 볼이 쭈욱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탄력도.....있어.'

피부는 무척이나 탄력적이었다.

인조피부로는 흉내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말도 안돼!'

이내 하수련은 반대손을 뻗었다.

그리고 남자의 볼을 이리저리 잡아당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잡아당겼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하수련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이 인피면구가 아닌 맨얼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만족하였소?"

남자는 자신의 양볼을 잡고 있는 하수련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네!"

이내 정신을 차린 하수련은 곧바로 잡아당겼던 볼을 놓아버렸다.

"무례를 저질러 죄송합니다."

그리고 하수련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사과를 하였다.

어마어마한 무례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얼굴을 만지는 걸 허락했다고는 하지만 마구잡이로 잡아당기다니

결례가 아닐수 없는 것이다.

"확실히 무례이긴 하였소....아무리 허락했다고는 하지만 외간 남자의 뺨을 그런 식으로 주무르다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수련은 민망한 표정을 지은 채 연신 사과를 하였다.

그저 사죄하는 것 외엔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장난이오....내 허락한 일이 아니오?"

남자는 짐짓 유쾌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넓은 아량 감사드립니다."

"자아, 그럼 이제는 내가 만져도 되겠소?"

"네에?"

순간 하수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이 아니겠소? 설마 얼굴을 떡주무르듯이 만지고 모른 척 넘어갈 심산이었던 것이오?"

남자는 배신감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그런게..아니라.."

여인은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걱정마시오. 그대처럼 과하게 만질 심산은 아니니."

남자는 쇄기를 박아버렸다.

"....우우..우."

하수련은 뭐라 말을 잇지 못하였다.

원래 성격이라면 막무가내인 남자의 태도에 고분고분 따를 리 없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미 상당한 결례를 저지른 몸이었기 남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응 재밌네.'

그런 하수련의 반응을 보며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굳이 만질 생각은 없었다.

그냥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상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재밌는 하수련의 반응에 저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휘가 되었다.

하오문주라는 여자가 생각보다 순진하였다.

"그럼 만지겠소."

"..........네에."

하수련은 민망한듯 얼굴을 붉히며 허락을 하였다.

남자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꼬집

그리고 백옥처럼 새하얀 그녀의 뺨에 살며시 꼬집었다.

그러자 부드럽기 짝이 없는 피부결의 감촉이 그대로 손가락에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아기 피부같네.'

그녀의 피부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마치 아기의 피부가 연상이 될 정도로 말이다.

쭈욱

남자는 그 상태로 쭈욱 잡아당겼다.

그러자 말랑말랑한 피부가 손가락을 따라 쭈욱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

하수련은은 민망함에 더욱더 얼굴을 붉혔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즐기며 더욱더 만지작 거리기 시작하였다.

마음이 찰 때까지 말이다.

**********

이내 선우가 그녀의 볼에서 손을 떼어내었다.

만질만큼 만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되었나요?"

하수련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남자에게 물었다.

"되었소, 다행히 인피면구는 아닌듯 하오."

그녀의 물음에 남자는 헤실거리며 말을 이었다.

"........확인해주셔서 고마워요."

하수련은 새침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별말씀을."

남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이제 서로가 만족할만큼 만족한 거 같으니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해요."

하수련은 짐짓 신색을 회복한 뒤 남자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좋소."

"이곳이 하오문이라는 걸 어떻게 아신거죠?"

하수련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모든 꿰뚫어버리겠다는 날카로움이 가득 배여있는 눈빛이었다.

"우연히 알게되었소."

"대체 어떻게 알게 되신거죠?"

"스승님을 통해 알게 되었소"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스승께서 하오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신 분이었나요?"

"전대 하오문주와 막역한 사이였다고 하더이."

"말도 안돼요!"

남자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곧바로 격렬하게 부정을 하였다.

"어째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시오?"

"전대 하오문주께서 이곳의 위치를 외인에게 발설할 리 만무해요! "

하오문 총본의 위치는 극비 중에 극비였다.

하오문은 약하다.

무림문파라기보단 무관에 가까울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무림문파들은 하오문을 손에 넣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였다.

하오문이 망라하고 있는 수많은 정보들은 수많은 문파들에게 야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무림에서 우뚝 설 수 있다는 야망을 말이다.

그런 이유로 하오문은 총본은 극비 중에 극비일 수밖에 없었다.

무력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하오문의 입장에선 몸을 사리고 또 사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극비 사실을 전대 하오문주가 흘렸다니?

어불성설이었다.

"난 전해들은 그대로를 말한 것 뿐이오."

남자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거짓따윈 전혀없다는듯이 말이다.

"..............."

하수련은 그런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혹여.....스승의 존함을 알 수 있을까요?"

그러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비밀이요."

"대체 말해줄 수 있는게 무엇인가요!"

남자의 말을 들은 하수련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뭔가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함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런 말도 안들어보셨소? 비밀은 남자를 더욱더 남자답게 만든다고 말이오."

"그런 헛소리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어요!"

"내가 지어낸 말이니 그럴 만도 하오."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요!?"

"하하하하하 농이요."

남자는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말섞는 것자체가 즐겁다는듯이 말이다.

".........후우.."

그 태도를 본 하수련은 이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곤란한 질문을 장난스레 넘기는 태도를 보니 캐묻는다고 말해줄 것 같지 않았다.

".......전대 하오문주에게 들었다는 말은 일말의 거짓도 없는 건가요?

"확실하오."

남자는 올곧은 눈빛으로 하수련을 응시하며 말하였다.

거짓은 아니었다.

소설 속에서 이재원에게 하오문의 위치를 알려준 이는 전대 하오문주였으니 말이다.

".......알았어요...넘어가도록 하죠."

그의 올곧은 눈빛을 마주한 하수련은 이내 수긍하듯 말을 이었다.

"더 안캐물어보시오?"

그녀의 태도에 남자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더 캐묻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대답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캐물을 수도 없지 않나요? 그저 믿을 수밖에....."

하수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캐묻는다고 말해줄 것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강압적인 방법 또한 통할 리 만무하였다.

그러니 그저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남자가 말한 그대로를 말이다.

더 끌어봤자 시간낭비에 감정낭비일테니 말이다.

"꽤 합리적이군."

"하오문주니까요."

하오문은 본디 중원에서 가장 낮은 계급인 하오배들의 이익을 위해 보인 이익집단이었다.

손익 계산이 누구보다 빨라야했다.

특히 하오문주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럼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어째서 절 찾아오신거죠?"

하수련은 냉철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구태여 하오문을 찾아온 남자의 저의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정보를 얻을까해서 말이오."

"정보를 얻는 것이라면 겉으로 드러난 지부를 이용하셔도 될텐데요?"

"지부에 의뢰를 하면 들어줄 것 같지 않아서 말이오."

남자는 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오문이 취급하지 않는 정보는 없어요."

그녀는 자부심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가 필요한 건 천무맹주 이재원에 관한 정보요."

남자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녀를 마주보며 입을 떼었다.

"그에 관한 정보 또한 상시 구비....."

"내가 원하는 건 그런 대외적인 정보가 아니오."

남자는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가 연쇄 간살범이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오."

"............."

"갖고 있지 않소? 시체가 버려졌던 매음굴 또한 하오문의 영역이니 말이오."

남자는 오연하게 하수련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그의 물음을 들은 하수련의 표정은 침중하기 그지없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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