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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26화 (727/1,419)

〈 726화 〉 727. 우물尤物

"따라오세요."

면사의 여인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따라 걸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끼이익

이내 그녀는 커다란 장지문 앞에 멈춰서더니

그대로 문을 열어버렸다.

그러자 정갈한 인상의 실내 전경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실내는 회의장이었다.

커다란 탁자를 기준으로 여러 개의 의자가 구비되어있는 회의장말이다.

'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바깥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실내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탁자와 의자에 먼지와 얼룩이 쌓여있던 바깥과 달리

실내에 있는 탁자와 의자는 윤기가 흐를 정도로 관리가 잘되어있는 상태였다.

분명 좋은 원목을 장인의 솜씨로 깎아낸 작품들이리라

'머리 좀 썼네.'

아마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이 낡고 허름한 폐가에 이렇게 화려한 내부가 숨어있다는 것은 말이다.

저벅 저벅

문을 열리자 여인은 안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상석 해당하는 곳에 그대로 앉아버렸다.

"아무데나 앉으세요."

그다음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저벅 저벅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털썩

그리고는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안착을 하였다.

"...........너무 가깝지 않나요?"

그가 코앞에 앉자 면사의 여인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면사에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꽤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듯 하였다.

"아무데나 앉으라고 하지 않았소?"

".........보통 상석 맞은 편에 앉지 않나요?"

"내가 중원 예법에 서툴러서 말이오."

남자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다는듯이 말이다.

"불편하다면 옮겨드릴 의향이 있소."

"......후우....됐어요."

여인은 고개를 살짝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남자 쪽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럼 정식으로 인사드려요. 전 하오문주 하수련이라고 해요."

여인은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반갑소."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대로 입을 닫아버렸다.

"............끝인가요?"

그가 말이 없자 하수련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끝이오."

"........이름을 알려주지 않지 않으셨나요?"

"꼭 알려줘야 하는 것이오?"

"꼭 그런 건 아니지만...원활한 대화를 위해선....."

"그럼 되었소. 얼마나 대화를 나눈다고......."

남자는 그녀의 말을 단칼에 끊어내버렸다.

아무래도 이름을 밝힐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빠직

하수련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남자의 태도에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참자.....참자..'

하지만 이내 속을 가라앉히기 시작하였다.

하오문주라는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이들을 대표하는 자리였다.

감정을 마음껏 내비칠 정도로 가벼운 자리가 아닌 것이다.

"됐어요. 정 말하기 싫으면 안말하셔도 돼요."

신색을 회복한 하수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통성명이 싫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냥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지금 중요한 건 저 남자의 이름따위가 아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이곳이 하오문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그녀는 의심스럽다는듯한 시선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정보상을 위해 개방된 하오문의 지부들과 달리 하오문주가 이거하는 하오문 본부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있었다.

외부 세력에 의해 하오문이 좌지우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위장을 하였다.

그 누구도 접근치 못하게 하도록 말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 위장을 정확히 꿰뚫어버렸다.

폐월루가 하오문의 총본부라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게 그리도 중요하오?"

"무척이요."

하수련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하오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소수의 내부자들 밖에 없었다.

정보가 샜다는 것은 그들 중 배신자가 있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기에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듣고 싶소?"

남자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진지한 그녀의 태도가 꽤나 재밌게 느껴진 탓이었다.

"듣고 싶어요."

여인은 무척이나 단호한 어조로 의사를 표명하였다.

듣고 싶다는 의사를 말이다.

"조건이 있소."

남자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입을 떼었다.

"조건이요?"

하수련은 의아한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별안간 조건의 다는 모습에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의 맨얼굴을 보고 싶소."

남자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구태여 실내에서도 면사로 얼굴을 가렸다면.....보이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안해봤소."

남자는 무척이나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하아."

그리고 남자의 단호한 말을 들은 하수련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남자가 도저히 고집을 꺾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협, 안보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하수련은 남자를 바라보며 경고를 하였다.

맨얼굴을 보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이다.

"혹여 박색이라 그런 것이오? 걱정마시오. 내 비록 거칠기는 하나 외모처럼 타고난 것을 가지고 차별하는 그런 무도한 이는 아니오."

"하아...그런게....아니라구요."

하수련은 답답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차라리 박색이라면 대놓고 면사를 집어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숨긴 이유는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혹여 흉터라도 있는 것이오? 걱정마시오 무인에게 상처는 훈장이나 다를바 없다고 하지 않았소?"

남자는 어림짐작을 하며 그녀를 배려하기 시작하였다.

하수련의 그의 배려속에서 어떻게든 면사 속에 있는 맨얼굴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를 느꼈다.

포기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후우....알겠어요. 맨얼굴을 보여드리겠어요."

하수련은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한 번 호되게 당하지 않는 이상

저 고집을 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신이 선택한 일이야.'

하수련은 면사 속에서 눈빛을 반짝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면사를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그런 여인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대체 얼마나 괴상하게 생겼길래

저리도 필사적으로 얼굴을 꽁꽁사매고 있었는 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녀의 면사가 완전히 벗겨져버렸다.

그리고 하수련의 맨얼굴이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칠흑처럼 검디 검은 머릿결

그에 대비되는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결

묘하게 나른해보이는 퀭한 눈동자

살짝 쳐져 있는 묘한 눈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특이한 분위기

마치 베일 것처럼 날이 서있는 오똑한 콧대

어두운 인상과 대비되는 붉디 붉은 입술까지

퇴폐적인 인상의 절세미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남자는 얼굴을 붉힌 채 탄식을 내뱉었다.

그녀의 퇴폐적인 분위기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린 까닭이었다.

'내가 실례를 했구나.'

남자는 생각하였다.

자신이 그녀에게 엄청난 실례를 했다고 말이다.

어찌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에게 박색이라는 망언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실례가 아닐 수가 없었다.

저 외모가 박색이라면 소수의 여자들은 제한 모든 여자들은 유인원이나 다를바 없을 것이다.

'어째서...저런 외모를 숨겼지?'

남자는 의문이 들었다.

하오문주가 어째서 저렇게 아름답기 그지없는 외모를 숨겼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딜 봐도 모난 구석이 없은 완벽한 외모를 말이다.

그렇게 남자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였다.

솨아아아아아아

갑자기 그녀의 몸 주위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터져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남자가 있는 곳을 그대로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크흑!"

갑작스럽게 덮쳐진 기운에 남자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전혀 방비를 못할 정도로 빠르게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이내 덮쳐진 기운들이 남자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하아...하아...하아.."

그러자 숨결이 거칠어지기 시작하였다.

두근 두근

더불어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였고

몸속에 있는 혈류가 가속화되기 시작하였다.

마치 일시적인 각성을 썼을 때처럼 말이다.

'뭐..뭐야!?'

남자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몸을 달구는 기운의 정체에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불룩 불룩

그때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발기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염기艶氣!?

그리고 그 감각을 느낀 남자는 이내 기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기운의 정체는 염기艶氣였다.

오욕 중 색욕을

칠정 중 애愛와 욕欲을

한계이상으로 자극시키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말이다.

불룩 불룩

이내 아랫도리가 바지를 꿰뚫어버릴 것처럼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더불어 머릿속에 눈앞의 여자를 마음껏 범하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기 시작하였다.

온몸을 휘감은 염기가 어마어마한 흥분감과 고양감을 선사한 까닭이었다.

'위험하다.'

남자는 생각하였다.

이러다간 이성을 잃고 그녀를 덮쳐버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남자는 재빨리 눈을 감았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속으로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염기를 몰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크윽..'

하지만 염기는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끈적 끈적하게 달라붙어있는 것이다.

'꺼저 이새끼야.'

남자는 의지력을 발현하였다.

그러자 끈덕지게 달라붙어있던 염기가 그대로 와해되기 시작하였다.

완전히 소멸되어버린 것이다.

스르륵

이내 남자는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하수련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군."

남자는 또렷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색욕따윈 전혀 담겨있지 않은 눈빛으로 말이다.

"어..어떻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하수련은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염기를 그대로 소멸시켜버린 남자의 형동이 경악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도리어 묻고 싶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남자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면사를 벗는 순간 터져나온 어마어마한 염기의 정체에 대해서 말이다.

"..............."

남자의 물음에 하수련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뭘 어떻게 말해야할 지 고민에 빠진듯 보였다.

남자는 무심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저 기다렸다.

그녀의 입이 떼어질 때까지 말이다.

"........혹여 소협께서는 우물尤物이라는 걸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내 하수련은 조심스럽게 입을 떼어내었다.

"우물尤物?"

남자는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우물이라

읽었던 무협지 안에서 들어본 적 없는 설정이었다.

"선천적으로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염기를 가지고 태어난 여인을 우물尤物이라고 지칭을 해요."

"그게 바로 하오문주라는 것이오?"

"........맞아요."

남자의 물음에 하수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떼었다.

"저는 날 때부터 염기를 가지고 태어났어요.....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을 홀릴 정도로 엄청난 염기를 말이에요....."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염기는 기운 자체가 사람을 미혹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남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거대한 염기를 가지고 태어났던 그녀는 어릴 적부터 셀 수도 없이 많은 고난을 겪었다

수많은 남자들이 염기에 홀려 그녀를 덮치려고 하였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아버지, 서원의 스승님, 사람좋던 옆집 아저씨 , 길가던 행인들까지 전부 말이다.

만약 목숨처럼 소중했던 언니와 스승님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꼼짝없이 정조를 잃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염기를 감추기 위해 면사를?"

남자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맞아요.......얼굴을 내보이지 않으면 염기 또한 그대로 차단되어버리거든요."

"그렇군."

남자는 수긍하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째서 그녀가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하였는 지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모두를 위해서라면 그 치명적이다 못해 위험하기까지한 얼굴을 가리는 편이 나을테니까 말이다.

"그런데.....어떻게 하신 거죠?"

"뭘 말이오?"

"어떻게.....염기를....전부 소멸시켜버릴 수 있었던거죠?"

하수련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남자에게 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염기를 완전히 와해시켜버린 남자의 모습이 말이다.

높은 도를 추구하는 현자나

참된 진리를 추구하는 고승조차

어찌 하지 못하였던 자신의 염기였다.

그런 염기들을 순식간에 흩어버린 남자의 힘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찌 저런 일들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녀는 궁금하다는듯한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요구하는듯한 모습이었다.

피식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이내 피식 웃었다.

퇴폐적인 인상과 상반되는 그녀의 행동이 꽤나 귀엽게 보인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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