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25화 (726/1,419)

〈 725화 〉 726.하오문주를 만나다.

제남

이십여년 전 천무맹이 터를 잡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상업도시의 이름이었다.

정의 구현 단체라고 불리우는 천무맹이 자리를 잡은 이후 수많은 상가들이 제남으로 몰려들었다.

바로 치안때문이었다.

상업을 업으로 삼으며 수많은 돈을 축적하는 상가 입장에선 천무맹이 자리를 잡은 제남만큼 치안이 좋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의 존재만으로 시정잡배들을 비롯한 사마외도의 무인들은 제남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며 주기적으로 순찰마저 돌고 있으니 무인간의 다툼조차 잘일어나지 않았다.

치안만 놓고보면 극상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인 것이다.

상가들이 모이니 자연스레 상업지구가 생겨났다.

그리고 형성된 상업지구는 또다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일자리를 얻기 위한 실업자들이 모여든 것이다.

사람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레 제남의 땅값은 올라갔고

땅장사를 하는 투기꾼들이 점차 모여들게 되었다.

사람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유흥업이 흥하게 되었고

이 발달된 유흥을 즐기러 일부러 제남을 방문하는 이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시골 촌동네에 불과했던 제남이 하루에 수백만냥은 우습게 유통되는 중원 최대의 상업도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저벅 저벅

꽤나 값비싸보이는 비단 옷을 입은 곱상한 남자가 유흥가 근처를 걷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한눈에 봐도 돈 꽤나 많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으리, 오늘밤은 소녀와 함께 보내는 게 어떠신가요?"

그때 야시시한 적삼을 입고 있는 여인이 손짓을 하며 교태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대협, 영웅에게는 미인이 어울리는 법이지요. 미인들이 넘쳐나는 청홍루에 오시는 게 어떠신가요?"

또 다른 여인이 남자를 향해 호객을 하기 시작하였다.

"청홍루는 술에 물을 타는 경우가 잦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저희 다홍루에 오세요. 술에 있어선 그 어떤 기루보다 자신있다고 자부한답니다."

"술맛만 있으면 뭐하나요? 기녀들이 하나같이 박색인데? 본디 기루라면 술맛보단 기녀의 미색이 먼저가 아니겠나요? 금월루에 오세요. 술은 물론 기녀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답니다."

"대신 금월루는 가격이 입이 턱 벌어질 정도로 비싸지 않나요? 바가지도 정도껏이죠. 금월루 대신 저희 항아루에 오시는 건 어떠신가요? 술과 미녀 가격까지 저렴한 최상의 기루랍니다."

"어머, 항아루라면 단체로 성병이 한 번 돌아던 곳 아닌가요?"

"뭐라구요! 증거있어요!?"

"저번에 항아루 기녀들이 단체로 의방에 방문하던데?"

"그건 정기 건강검진으로.........."

"무슨 건강검진을 달에 다 섯 번을 가시나요?"

"이이익! 말 다했어요!?"

"못했다면!"

경쟁이 치열한 유흥의 도시답게 기녀들은 호객 행위에 있어 최선을 다하였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호객. 곤란."

그때 고급진 옷을 입고 있는 미공자가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기녀들 사이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말이다.

"쟤는 말이 왜 저렇게 짧아?"

"몰라, 미친놈인가봐."

기녀들은 호객을 거절한 남자를 씹어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곧바로 흩어져 다른 먹잇감을 물색하기 시작하였다.

매출을 올려줄 최고의 먹잇감을 말이다.

*********

제남 유흥가에는 삼대불가사의가 있다.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세가지 의문이 있는 것이다.

하나는 제남 최고의 기녀라고 불리우는 월향의 처녀는 얼마였을까?

또 하나는 제남 유흥가에 하룻동안 유통되는 돈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폐월루는 어째서 망하지 않고 운영이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전자들은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의문들이었다.

월향은 수많은 기녀들이 몰려 있는 제남에서도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한 기녀였으니 말이다.

그녀의 처녀가 얼마에 팔려나갔는 지 궁금할 법도 하였다.

그리고 제남 유흥가에 하룻동안 유통되는 돈은 그 액수를 가히 가늠할 수 없었기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화젯거리였다.

그렇다면 후자는 어째서 삼대 불가사의에 끼게 되었을까?

제남 한 구석퉁이에 아주 오랫동안 운영되어온 기루가 하나 있었다.

찾는 이도 없고 호객하는 이도 없는 작고 낡은 기루

바로 폐월루였다.

폐월루는 무척이나 특이한 곳이었다.

손님이라곤 멋모르고 들어오는 뜨내기들 밖에 없는 주제에

호객 따윈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특이함에 호기심이 들어 그곳에 방문한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였다.

음식과 술은 싸구려였고 기녀는 박색하며 없던 술맛을 더욱더 떨어지게 만든다고 말이다.

그리고 가격은 어찌나 비싼지 다시는 방문하지 않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런데도 폐월루는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운영되어왔다.

단 하루도 문닫는 일 없이 말이다.

그렇기에 세인들은 폐월루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운영을 저 따위로 하는데 어찌 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하면서 말이다.

제남은 땅값이 비쌌다.

투기꾼들이 난립하며 실제가치보다 더욱더 가격을 후려쳐놓은 까닭이었다.

그리고 땅값이 비싼 만큼 임대료 또한 비싸기 마련이었다.

폐월루처럼 뜨내기 장사로는 도저히 충당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따위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말이다.

"저기."

한눈에 봐도 고급진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별안간 지나가던 행인에게 말을 걸었다.

"뭡니까?"

행인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저곳이 폐월루입니까?"

남자는 폐가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허름하기 그지없는 건물을 가리키며 입을 떼었다.

"맞소, 저곳이 폐월루요."

행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감사합니다."

"혹여 폐월루를 가려고 하시는 것이오?"

행인은 인상을 살짝 찌푸르며 그에게 물었다.

"네, 그럴려구요."

"자네 제남은 초행인가?"

"몇 번 오긴 했는데 유흥가는 초행입니다."

"쯔쯧, 뜨내기로구만."

행인은 남자를 바라보며 혀를 차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제남 삼대불가의니 뭐니를 듣고 호기심에 찾아온 뜨내기인듯 하였다

"긴말할 것 없네. 저곳은 가지말게나. 돈낭비에 시간 낭비일세."

"가야할 일이 있어서요."

" 보아하니 삼대불가의니 뭐니 하는 소문을 듣고 온 것 같은데 내 단호히 말해주지. 쓸데없는 일일세. 차라리 저딴 곳에 갈바엔 항아루로 가서 기녀들 궁둥짝이나 두드리는게 휠씬 이득이란 말일세."

"괜찮습니다."

행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의 고집에 행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기껏 좋은 마음으로 조언을 해줬건만 들어먹지를 않으니 짜증이 난 까닭이었다.

'요즘 젊은 것들은 어른이 하는 말을 안들어처먹는단 말이야.'

행인은 요즘 젊은 것들을 비난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을 안들어처먹으니 만류할 마음이 사라진 까닭이었다.

"뭐, 마음대로 하게나. 난 분명 말하였네. 시간낭비라고 말이야."

말을 마친 행인은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말이다.

남자는 그런 행인의 뒷모습을 슬쩍 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시야에 작고 허름한 기루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삼대 불가사의라고 불리우는 폐월루였다.

*********

폐월루 앞에 서니

다 낡아 부서질 것 같은 문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덥석

남자는 그대로 문고리를 잡았다.

끼이이익

그다음 천천히 밀어젖히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낡은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귓가를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경첩에 기름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듯 하였다.

문이 열리자 낡고 허름한 내부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심각하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생각하였다.

겉으로 봤던 외관보다 심각한 내부라고 말이다.

탁자와 의자는 몇 개 없었으며 관리가 안된 것인지

얼룩과 먼지가 잔뜩 묻어나 있었다.

도저히 청결하다고 할 수 없는 그런 모습인 것이다.

'게다가 접객도 개판이고.'

무엇보다 접객도 개판이었다.

손님이 왔거늘 냉큼 달려와 반기는 이가 하나 없는 것이다.

"주인장."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

하지만 폐월루 안에는 침묵만 자리잡을 뿐

그 누구 하나 나와보는 이가 없었다.

"주인장"

남자는 다시금 읊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폐월루 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리기 시작하였다.

내력을 통해 소리를 증폭시킨 것이다.

뚜벅 뚜벅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정갈한 의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귀 안먹었어요."

여인은 기분 나쁜듯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오길래 말이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지 않았아요?"

"한 일각 정도 되었소."

"거짓말 마세요. 방금 들어온 걸 제가 모를 줄 알아요?"

"들어온 걸 알았는데 왜 모른 척 있으셨던 것이오?"

"아니꼬우시면 나가셔도 돼요."

여인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배짱 장사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참으로 가관이구려."

남자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왜 폐월루가 장사가 안되는 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안들면 나가셔도 무방하다니까요."

여인은 퉁명스러운 어조를 이어갔다.

마치 자신을 쫓아내려는 것처럼 말이다.

'이거 봐라.'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는 짓이 꽤나 귀여워보였기 때문이었다

"문주를 만나러왔소."

"문주라뇨? 여기가 무슨 문파인줄 아세요?"

여인은 별미친놈을 보겠다는듯한 태도로 말대답을 하였다.

기루에서 문주를 찾다니 뭔 개소리란 말인가

"하오문도 문파는 문파가 아니오?"

남자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쇄애애액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수 하나가 그의 얼굴에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안면을 관통할 요량으로 말이다.

남자는 입을 살짝 벌렸다.

꽈득

그다음 그대로 비수의 날을 이빨로 깨물어버렸다.

그러자 이내 비수의 날이 완전히 부서지게 되었다.

이빨로 날을 부숴버린 것이다.

"퉷, 진정하시오. 적은 아니니까."

입안에 남아있는 철조각을 뱉어낸 남자가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부웅

하지만 여인은 남자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는지 남자의 심장을 향해 다시금 비수를 휘둘렀다.

아무래도 품고 있던 비수가 한 자루가 아닌듯 싶었다.

덥석

남자는 그대로 손을 들어올려 비수를 움켜잡았다.

그러자 심장을 향하던 비수가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남자의 아귀힘을 도저히 넘어설 수 없던 탓이었다.

여인은 재빨리 발을 들어올렸다.

일단 거리를 벌리고 지원군을 부를 심산이었다.

덥석 하지만 그녀의 발은 남자의 왼손에 그대로 잡히고 말았다.

"괜한 시간 낭비는 싫어서 말이오."

여인의 발목을 붙잡은 남자는 그대로 손을 들어올렸다.

부웅

그러자 그녀의 가녀린 신체가 그대로 들어올려지기 시작하였다.

부웅

그다음 바닥에 그대로 내려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빠르게 말이다.

"꺄아아아악!"

콰콰쾅

이내 비명성과 함께 굉음이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콰쾅

그렇게 얼마나 바닥에 내려쳤을까

"용건은 간단하오. 문주를 불러주시오. 내 긴히 할 말이 있어서 말이오."

이내 남자는 여인을 다시금 들어올린 채 말을 이었다.

"내가...그 말을 들어줄 것 같아?"

여인은 독기 어린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불러야 할거요. 안그러면 폐월루를 아예 폭삭 주저앉힐테니까."

남자는 진한 미소를 흘린 채 말을 이었다.

오싹

그리고 그 미소를 본 여인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그의 말이 허세가 아님을 직감하였기 때문이었다.

"그..그런 짓을 하고도 두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아!? 하오문은 원한을 잊지 않아!"

"딱히 두렵지는 않구려."

그리 두렵지는 않았다.

혈연중심으로 구성된 세가들과 달리 하오문은 철저한 서로의 필요에 의한 구성된 사이일 뿐이었다.

필요가 없어지면 언제고 청산될 수 있는 사이인 것이다.

그런 이들이 복수같은 걸 제대로 해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정확히 셋을 세겠소. 그동안 문주를 불러주지 않는다면 각오해야할 것이오."

남자는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하나.....둘........."

그리고 경고대로 숫자를 세기 시작하였다.

"그쯤 하는 게 어떠신가요?"

그때 윗쪽에서 옥구슬 굴러가는듯한 미성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나왔구려."

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위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면사를 쓰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아이를 놔주세요."

면사를 쓰고 있는 여인은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문주되시오?"

"네에, 맞아요. 그러니 이제 그쯤해주셨으면 해요."

"원하신다면야."

휘익

남자는 발목을 붙잡았던 여인을 미련없이 던져버렸다.

부웅

콰쾅

그러자 이내 여인이 폐월루의 낡은 벽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참으로 고약한 심보를 가지고 계시군요."

그 모습을 본 면사의 여인은 불편하다는듯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내 목숨을 노린 여자한테 이정도 대우면 충분히 관대한 거 아니오?"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고약하기는 문주가 더한 것 같소만? 저 여인이 당하는 걸 위에서 계속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소?"

".............."

남자의 말을 들은 여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의 기척을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일단....자리를 옮기시죠."

면사의 여인은 남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일단 이야기를 나눠봐야할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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