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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24화 (725/1,419)

〈 724화 〉 725. 저랑 일 하나 같이 해보지 않으실래요?

어머니는 태어날 때부터 연약한 몸을 가지고 있으셨다.

우아하고 현숙하며 아름답기까지 했던 어머니였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건강만큼은 가지지 못한 탓이었다.

약을 달고 살았으며 서서 지낸 날보다 누워서 보낸 날들이 더욱더 많은 삶을 살만큼 연약하기 그지없던 어머니였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연약함이 불만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화창한 봄날 나들이를 갈 수 없어도

꽃이 피는 계절 꽃놀이를 갈 수 없어도

함박 눈이 내리는 날 눈을 만질 수 없어도

단 한번도 불만이었던 적은 없었다.

같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산고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숨을 거두고만 것이다.

애초에 의원이 포기하라고 했던 아이였다.

연약한 어머니의 몸상태로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며

부디 포기해달라고 몇 번이고 종용을 하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의원을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

뱃속에서 발장구를 치고 있는 소중한 생명을 해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리고 그 고집은 그녀를 결국 죽음으로 모는 원인이 되버렸다.

그녀는 의원의 말처럼 산고를 견뎌낼 수 없었다.

동생을 낳기 위해 대다수의 기력을 전부 소진시켜버린 것이다.

[경아를....잘..부탁한다.]

어머니가 죽기 전 내 손을 꼭 붙잡고 말하였다.

경아를 부탁한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

평생을 사랑했던 아버지도

소중한 사랑의 결실인 아들도 아닌

제 목숨을 앗아간 딸을 위한 유언을 남겼다.

행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될까 걱정이 되었던 듯하였다.

처음엔 어머니의 목숨은 물론 걱정까지 앗아간 동생이 미웠다.

동생만 아니였어도 어머니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무럭무럭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몰래 꼬집기도 하고 괴롭히도 하며 울리기도 하였다.

어머니를 잃을 상실감을 동생에게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치한 괴롭힘을 완전히 멈추게 되었다.

아무리 괴롭힘을 받아도 방실대며 오라비를 반기는 동생의 모습에 도저히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온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런 사실을 깨달은 이후

어머니의 유언을 충실히 이행하기 시작하였다.

경아를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구해주었고

그녀를 울리는 자가 있다면 어떻게든 철저한 복수를 하였다.

마지막까지 동생을 부탁한 어머니의 유언을 충실하게 따르기 위해서 말이다.

동생은 나이를 먹을 수록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하였고

나는 동생에게 어머니의 흔적을 찾으며 그저 그녀가 행복해지길 바라고 또 바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동생이 완연한 여인이 되었을쯤이었다.

[오라버니...나..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그녀는 대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몰래 귀띔을 해주었다.

당시 무림의 대영웅이라고 불리우던 남자였다.

그녀의 말을 들은 후 맹렬한 반대를 하였다.

뱀같은 눈빛을 가진 남자의 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더러

다섯 번째 부인자리로 들어가려는 동생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뭐가 아쉽다고 여색에 빠진 난봉꾼의 다섯 번째 부인으로 들어간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완강하였고 결국 혼전 임신이라는 대형사고를 통해 혼인을 성사시키게 되었다.

그녀의 성급한 선택에 가슴 아팠지만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비록 난봉꾼에 뱀의 눈빛을 가진 남편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녀의 선택을 존중키로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매부로부터 서신이 한 장 날아왔다.

무림 단체를 만들고자하는데 힘이 되어달라는 서신이었다.

처음에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한 가문의 가주가 타 조직에 얽매여있을 정도로 한가한 직책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매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보물처럼 소중한 동생을 두고두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가 설립한 무림 단체의 총군사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었다.

몰랐으면 좋았을 대영웅의 실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자란 인간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성장하지 못한 아이라고 표현이 더욱더 어울릴 것이다.

짐짓 어른스러운 척을 하나 속내는 어린 아이처럼 유치하고 얕으며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배우지 못하였고 성장하지 못하였기에 감정적이었고

그 감정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추악한 짓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질러버렸다.

입에 담는 것조차 역겹고 추악한 짓들을 말이다.

그렇기에 후회하였다.

아무것도 몰랐다면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말이다.

걱정이 되었다.

추악하고 미성숙한 그가 소중한 여동생에게

상처를 입힐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의 미개함이 온세상에 드러나

지탄을 받게 될까봐.

두려웠다.

행복하게 살아야할 여동생이 그로 인해 불행해질까봐

너무나 두려웠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유언을 지키지 못하게 될까봐 말이다.

그렇기에 철저히 숨겼다.

그의 미개함을

그의 미성숙함을

그의 어리석음을

그의 추악함을 말이다

그 어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이다.

회의 전에는 참고자료라는 명목의 대본을 준비해두었다.

혹여 급발진이라도 한다면 먼저 나서서 맞장구를 치거나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한 번 더 재고를 유도하였다.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이다.

선을 넘을 때면 가감없이 직언을 하여 그의 추악함에 제동을 걸었다.

그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어마어마한 구박은 물론 심할 경우 목숨마저 위협당하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를 완벽한 맹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소중한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고

그리 생각하였다.

그런데 오늘 지금껏 겪었던 상황 중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화해를 하러간 이재원이 돌연 주소양을 배제하자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주소양을 지지하는 세력은 맹의 삼분 지 일이 넘어갈 정도로 다수였다.

그런 그녀를 배제하자고 하는 것이다.

어찌 최악이 아닐 수가 있겠는가

다급히 이유를 물었다.

어째서 그녀를 배제해야 되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자 이재원은 말하였다.

그녀가 맹을 전복시키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자신을 공격하며 천무맹을 적대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고 말이다.

그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것은 의문이었다.

주소양이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였는 지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이재원과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냉정한 면모가 없는 것은 아니나 무척이나 계산적이고 현명한 여자인 것이다.

그런 주소양이 어리석은 선택을 할 리 없는 것이다.

그녀의 지지층이 많다고는 하나 과반수라고는 할 수 없는 숫자였다.

그런 상황에서 대놓고 적대적인 입장을 표명한다?

뇌주름이 쫙 펴진 인간이 아니고서야 그런 선택을 할 리 없는 것이다.

특히 현명한 주소양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에 의심이 들었다.

과연 눈앞에 있는 모자란 인간이 하는 말이 거짓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평소에도 항상 제 유리한대로만 지껄이는 던 인간이 바로 이재원이었다.

그런 이재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조차 없었다.

일련의 사태를 수습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말이다.

그렇기에 확인해볼 수 밖에 없었다.

사건의 전말 전부를 말이다.

"후우"

문앞에 선 제갈찬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였다.

괜스레 긴장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똑 똑 똑

그리고 곧바로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이가 머물고 있는 곳을 향해서 말이다.

"누구신가요?"

그러자 이내 옥구슬이 굴러가는듯한 맑고 고운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맑은 음성이었다.

"............제갈찬입니다."

제갈찬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들어오세요."

그러자 문 안에서 출입에 대한 허락이 떨어졌다.

끼이이이이익

제갈찬은 곧바로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이내 그의 시야에는 방안의 전경이 그대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사치따윈 일절없이 정갈히 정리되어있는 깔끔한 내부였다.

방 주인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어서오세요. 총군사"

그때 탁자에 앉아 있는 한 여인이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현숙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귀부인이 말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부인."

제갈찬은 무척이난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하였다.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그녀에게 말이다.

"그렇네요."

그의 인사를 받은 귀부인,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쩐 일로 저를 찾아오신건가요?"

그리고 곧바로 그에게 용건을 물었다.

어째서 자신을 찾아왔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그녀의 물음에 제갈찬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좋아요."

주소양은 흔쾌히 답을 하였다.

"대부인께서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맞아요."

주소양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을 하였다.

숨길 생각따윈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이군요."

그 말을 들은 제갈찬은 짐짓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수긍을 하였다.

무공이 일천한 자신에게 그녀의 경지를 파악할 능력은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거짓을 고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사실정도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른 질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말해보세요."

"대부인께서는 맹의 실권을 갖기 위해 전복을 꿈꾸고 계신 것입니까?"

"그이가 그렇게 말하던가요?"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찬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무심한 시선으로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거짓이군요."

그리고 이내 결론을 내었다.

이재원이 자신에게 한 말이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반응을 보니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실권을 잡고 싶다는 욕심따윈 전혀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재원의 망상이자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그가 했던 모든 말들이 말이다.

제갈찬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고심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일련의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그가 깊은 고심에 빠져들고 있을 때였다.

"말해주세요."

주소양이 고심에 빠진 제갈찬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 지 말이에요."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제갈찬을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궁금하였다.

그가 과연 자신에 대해 무슨 말을 지껄였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생각하신 그대로 입니다."

제갈찬은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현명한 그녀라면 무슨 말이 오갔을 지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으리라

"자세히 말해주세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말이에요."

대충 어떤 식으로 말하였는지는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욱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그가 어떤 식으로 그 저열함을 분출하였는 지에 대해서 말이다.

"...........들어서 좋을 내용이 아닙니다.."

"기분 좋으려고 들으려는 게 아니랍니다."

주소양은 차가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듣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찬은 짐짓 고민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난감하였기 때문이었다.

있는 그대로 말한다면 그녀와 이재원 간의 사이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바뀌어버린다.

수습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입을 다물자니 그녀가 순순히 냅둘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든 강제적으로 입을 열게 만들 것 같았다.

그렇게 제갈찬은 한참을 고민하였다.

"후우"

그리고 이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말하기 전 하나만 묻도록 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부인께서는 맹주와 관계를 회복할 생각이 없으신 것입니까?

"전혀요.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제갈찬의 물음에 주소양은 산뜻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단호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이미.......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변하였구나.'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제갈찬은 알 수 있었다.

이미 사태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는 것을 말이다.

".......간략하게...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갈찬은 담담한 어조로 이재원에게 전해들었던 것들을 축약하여 전해주기 시작하였다.

"우습네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비웃음 가득 찬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찌질한 건 알고 있었다.

소인배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치졸하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자신을 배제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내뱉다니 말이다

"그렇지 않나요?"

주소양은 제갈찬을 바라보며 물었다.

"............."

그녀의 물음에 제갈찬은 무언의 긍정을 하였다.

이재원이 우스워보인다는 그녀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무력으로 제압하는 게 부담스러워 맹의 힘을 빌려 그녀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고 하였다.

무인으로서 얼마나 찌질한 행보란 말인가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군사. 덕분에 모든 게 명확해졌네요."

주소양은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재원이 자신을 확고하게 말살시킬 생각이란 사실을

더이상 부인으로서 대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물리기 전에 물어야죠."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맹이 결단 날지도 모릅니다."

제갈찬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가 정말 마음 먹고 이재원과 대립을 한다면

천무맹은 결단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춘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디....부디.......재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맹주에게는 제가 어떻게든......"

제갈찬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군사."

주소양은 그런 제갈찬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그리고..이재원을 막을 수 없다는 걸요."

지혜로운 제갈찬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커질대로 커진 사태를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재원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발악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천무맹이라는 단체를 유지하고자 말이다.

"......정녕 이대로 천무맹을 결단내버릴 심산이십니까!?"

"필요하다면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을 대립을 하게된다면 분파가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천무맹이 아닌 또다른 단체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천무맹은 결단이 날 수밖에 없었다.

삼분 지 일에 해당하는 대인원이 순식간에 빠져나갈테니 말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찬의 안색이 창백하게 바뀌었다.

안될 노릇이었다.

절대 일어나선 안될 일이었다.

천무맹은 제갈주경의 보금자리였고

천무맹주는 제갈주경의 남편이었다.

그녀의 행복을 위한 모든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결단나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절대로 말이다.

털썩

제갈찬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제발.....다시 한 번 재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맹주는 제가 바짓가랑이를 붙들어서라도 설득시키도록 하곘습니다...부디......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빌기 시작하였다.

생각을 달리 해달라고 말이다.

"애처롭기 그지없군요. 총군사."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제갈찬을 바라보았다.

무엇하나 잘못한 거 없는 이 남자가 이재원 대신 빌고 있었다.

한 가문의 가주라는 직책마저 잊은 채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다.

어찌 안타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엇이 그대를 그리도 구차하게 만드는 건가요?"

"..............."

그녀의 물음에 제갈찬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을 할 뿐이었다.

"그대의 애원이 너무나 안타깝지만 이재원과 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에요. 되돌릴 순 없어요.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말이에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천무맹만을 살리겠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천무맹만을 말입니까?"

"네에, 당신만 도와준다면 천무맹만큼은 존립될 수 있답니다."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어때요? 저랑 일 하나 같이 해보지 않으실래요?"

주소양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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