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3화 〉 724.주소양을 배제해야겠소.
현경이란 어떠한 경지인가
인간의 한계점이라고 일컬어지는 화경 상경을 뛰어넘은 초월자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위대하기 그지없는 경지였다.
뿐만 아니라 현경의 경지는 신선이 되기 전 육체를 완성하는 경지라고 하여 반선의 경지라고도 불리우는 경지이기도 하였다.
인간과 신선 사이의 경계선상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지고한 경지였기에 도달하는 이는 극히 드물 수밖에 없었다.
한 세대에 한 두명은 나올까말까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대체 이 여자가 언제!?'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위대한 경지에 발돋움한 주소양의 모습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위대하다고 불리겠는가?
그 경지에 도달한 이가 극히 드물기에 위대하다고 칭송하는 게 아닌가
그런 극히 드문 경지를 눈앞에 여자가 내딛게 된 것이다.
"......반선의 경지에..다다른 것이오?"
이재원은 떨리는 눈빛으로 주소양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확인을 할 심산이었다.
자신이 가정한 최악의 수가 맞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의 안색이 더욱더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긍정한 것이다.
현경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말이다.
'대..대체 언제?'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세 달전
자신에게 뺨을 맞을 때만 하더라도 화경에 불과하였던 그녀였다.
하품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연약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현경이라니?
그것도 고작 세 달만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
이재원은 오랫동안 침묵을 하였다.
새롭게 알게된 경악스러운 사실에 현실감각이 마비되었기 때문이었다.
"당황스러우신가보네요."
그가 오랫동안 말이 없자 주소양이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힘으로 제압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될 것 같아 당황스러우신가요?"
무척이나 뼈있는 말을 말이다.
으득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이를 으득 하고 갈기 시작하였다.
뼈를 때리는 개같은 말에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현경에 오른 그대가.....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소?"
이재원은 주소양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상할대로 상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적어도 저번처럼 무력하게 당하지만은 않겠죠."
주소양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재원을 노려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명백한 투기가 담겨있었다.
두려움이 아닌 투기가 말이다.
'이년이 미쳤나!'
그리고 그녀의 그 투기는 이재원의 속을 뒤집어놓기 충분하였다.
'이제 막 현경에 오른 하꼬주제에!'
자신이 현경에 오른 지 벌써 이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또한 천마와 음양마와 싸우며 심검을 완숙하게 다룰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선 상황이었다.
그런 자신을 현경에 오른 지 고작 세달밖에 안된 그녀가 상대한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우우우우웅
이재원은 의지력을 더욱더 내뿜으며 그녀를 압박하였다.
어떻게든 기를 죽이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재원의 의도가 무색하게도 주소양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한 기운을 내뿜으며 반발을 하기 시작하였다.
'......시발..'
이재원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의지로 그녀를 압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싸워야하나?'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다간 정말 한 판 붙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은 시선을 올려 그녀를 힐끗거렸다.
그녀는 심상치 않을 기운을 풍기며 자신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말하면 질 것 같지는 않았다.
현경에 올랐다고는 하나 이제 막 현경에 다다른 하꼬에 불과한 그녀에게 완숙한 경지에 다다른 자신이 질리 없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와 진심으로 싸웠다가 자신 또한 몸이 성치 않을 것 같았다.
이미 팔이 한쪽 없는 상태였기에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고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현재 맹의 절대적인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몸이었다.
그녀를 작살냈다간 맹이 반토막나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싸워봤자 이득 따윈 없다.'
이재원은 이내 머릿속으로 계산을 완벽히 끝마쳤다.
그녀와 싸워봤자 이득 따위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겨봐야 본전인 싸움이었다.
그리고 진다면 천무맹으로서의 권위가 대번 무너져내릴 우려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 말인가
'일단 물러난다.'
파앗
이내 이재원은 내뿜던 살의를 모두 거둬들였다.
"흥, 난 돌아가겠소."
그리고 코웃음을 치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버렸다.
이미 화해는 물건너 간 상황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남아있어봤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싸우려고 했던 거 아니였나요?"
꼬리를 말고 돌아가려고 하자 주소양은 그의 속을 긁기 시작하였다.
겁을 먹었냐는 듯이 말이다.
"내가 부인과 무엇하러 싸우겠소?"
"부인을 폭행하는 건 괜찮구요?"
"............"
그녀의 비아냥에 이재원은 침묵을 하였다.
주소양의 뼈를 때리는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팰 때는 거침이 없었던 이재원이었다.
자신이 우위에 서 있고 그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겼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동등해지고 그 태도가 달라져버렸다.
괜스레 싸움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무척이나 소인배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시발 좆같은 년이.. 끝까지..'
주소양은 이재원의 그런 소인배스러움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부각을 시켰다.
그가 수치심을 느끼도록 말이다.
이재원은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기 시작하였다.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낀 까닭이었다.
"........가겠소."
저벅 저벅
이재원은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을 가라앉히며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문밖으로 완전히 나갔을 때
"멀리 안나가요."
주소양의 조롱하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이재원은 더욱더 걸음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더 있다간 그녀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
.
.
.
.
.
.
이재원이 바깥으로 나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내 그의 기척이 전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털썩
그의 기척이 사라지자 주소양은 그대로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그리고 거칠게 숨결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괴롭다는듯이 말이다.
'.......강해..'
그의 살의에 노출된 주소양은 알 수 있었다.
이재원의 강함을 말이다.
그는 강하였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떨릴 정도로 말이다.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버티긴 하였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다간 그대로 주저앉아버릴 뻔하였다.
'아직은....무리구나.'
아무래도 아직은 그를 상대하는 것은 요원한듯하였다.
이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녹록치 않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못넘을 산은 아니다.'
물론 '아직'은 말이다.
*********
으드득
'......주소양.'
집무실로 돌아온 이재원은 이를 빠득 갈기 시작하였다.
모가지를 뻣뻣하게 치켜세운 채 자신을 노려본 주소양을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설마...현경에 다다랐을 줄이야.'
이재원의 눈빛이 침중해지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그녀가 위대한 경지에 다랐을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책이 필요하다.'
이재원은 눈빛을 반짝거렸다.
그녀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군사! 군사!"
이내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군사인 제갈찬을 찾기 위해서였다.
"군사!!!!"
이재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벌컥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거칠게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총군사 제갈찬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아....하아...하아..부르셨습니까?"
제갈찬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이재원의 부름에 다급히 뛰어온듯하였다.
"내 긴히 그대에게 할 말이 있소."
이재원이 그런 제갈찬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씀하시지요."
제갈찬은 불안한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을 벌일지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소양을 배제해야겠소."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녀를 반동분자였다.
존재만으로 다른 이들까지 물들일 위험이 있는 반동분자 말이다.
그렇기에 배제해야했다.
자신만의 낙원에서 말이다.
"네에?!"
한 편 이재원의 말을 들은 제갈찬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주소양을 배제해야겠다니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분명 화해를 하라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별안간 배제를 해야겠다니?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이란 말인가
"그대가 옳았소. 그녀는 나를 그리고 천무맹을 완전히 적대할 심산이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입니까?"
제갈찬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이재원의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며칠 전만 하더라도
주소양과의 유대를 얕보지말라며
네깟 놈이 뭘안다고 마음대로 지껄인다며
욕을 한 바가지로 하였던 이재원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제와서 자신의 말이 맞았다며 주소양을 배제시키려고 든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본 맹주를 적대하였소. 명백히 살의를 담아서....말이오."
그의 물음에 이재원은 대번 거짓을 내뱉었다.
사실 먼저 적의를 내뿜은 것은 이재원이었다.
말빨로 밀리니 힘으로 겁박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재원은 그런 사실을 쏙 빼버렸다.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정말 대부인..께서 그리 하였다는 말씀입니까?"
제갈찬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현명하고 정숙한 주소양이 그런 짓을 벌였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애석하게도 사실이요. 그녀는 사과를 하러 간 내게 살의를 내뿜더니 이내 공격까지 하려고 하였소. 천무맹주인 나를 말이오."
이재원은 앞뒤사정을 전부 잘라먹은 뒤 거짓을 보태어 과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에게 무척이나 유리하게 말이다.
"그녀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오. 천무맹을 완전히 적대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말이오."
"이해가 안됩니다.....아무리...맹주와 사이가 안좋다지만.....천무맹마저 적대한다니요...."
제갈찬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에게 물었다.
전후 사정을 전부 잘라먹은 이재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는 그녀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본 맹주가 보기엔 아무래도 그녀는 나를 몰아내고 천무맹의 실권을 독차지하려는듯하오."
"천무맹의 실권을 말입니까!?"
"애초에 딸을 차기 맹주로 만들려고 할 정도로 권력욕이 가득 차 있던 여자였소. 실권을 독차지한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해도 이상하지가 않지."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선전포고를 한 것이오. 같잖은 화해는 집어치우라는듯이 말이오."
".........이해가 안됩니다."
제갈찬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말 중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주소양이 천무맹을 전복시키려고 한다면 그녀는 겉으로는 천무맹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며 적대를 했다간 충분히 방비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천무맹주인 이재원을 몰아낼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무맹주라는 자리는 정치적인 기반을 공고히 다진다고 오를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
무림인들이 모여 만든 단체라는 특성상 그에 수반되는 압도적인 강함이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소양은 그런 강함이 부족하였다.
화경이라고 불리우는 지고한 경지에 오르긴 하였지만 모두를 아우르기엔 살짝 부족한 경지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현경인 이재원을 몰아낼 생각을 했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무맹은 무림인들의 단체입니다. 힘이 곧 권력이 되는 그런 곳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 화경에 불과한 대부인께서 현경의 경지에 다다른 맹주를 몰아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제갈찬은 올곧은 시선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화경이 아닐세."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제갈찬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화경이 아니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녀는 현경의 경지 다다른 반선일세."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제갈찬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소양이 현경에 다다랐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