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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21화 (722/1,419)

〈 721화 〉 722.남편이 부인을 찾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소?

"그럼 이만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갈찬은 이재원을 향해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미련없이 몸을 돌려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익

이내 바깥으로 몸을 완전하 뺀 제갈찬은 문을 그대로 닫아버렸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꺼으으윽.."

제갈찬의 입에서 격한 신음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상당한 고통이 온몸을 압박하였기 때문이었다.

'....젠장할...'

제갈찬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이재원의 거대한 살기로 인해 심상이 타격을 입은듯하였다.

'최대한 빨리 운기조식을 해야한다..'

제갈찬은 생각을 하였다.

최대한 빨리 운기조식을 하지 않다면 영구적인 상처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디를....어디를...가야하지?'

제갈찬은 고민하였다.

어디로 가야할 지 갈피를 못잡았기 때문이었다.

마음같아선 당장 제자리에 주저앉아 운기조식을 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았다.

맹주가 기거하고 있는 집무실에 갔다 운기조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자신과 맹주의 불화설이 거세게 타오를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이동을 하여야했다.

눈에 띄지 않고 마음껏 운기조식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고민을 하였을까

이내 제갈찬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마땅한 장소를 떠올린 탓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갈찬의 신형이 맹주전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

사르륵

우아한 외모가 돋보이는 귀부인이 서책을 한 장 넘겼다.

그리고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심유한 눈동자로 서책을 응시한 채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서책의 내용이 꽤나 흥미로운듯 보였다.

샤르륵

그녀는 다음 장을 넘겼다.

'...아.'

그러자 아무런 글자도 쓰여있지 않은 공백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서책을 전부 읽어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쉽구나.'

그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지식을 알아가고 이치를 깨우치는 시간이 끝이 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책상 위를 살짝 둘러보았다.

그러자 난잡하게 어지러진 서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모두 이미 읽었던 서책들이었다.

'하아'

그녀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지식을 마음껏 탐할 수 있는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쉽구나.....너무....아쉬워..'

이내 여인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쉬움이 물밀듯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서고에 살짝 들렸다올까?'

서고에 다시 들어갈까라는 욕심이 들었다.

도리 도리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치기 시작하였다.

서고의 개방시간이 이미 지나버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위나 신분으로 깔아뭉개고 억지로 출입할 수는 있으나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그리 한다면 사랑하는 남편에게 누를 끼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냥 다시 복기하자.'

이내 우아한 귀부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복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오늘 읽었던 수많은 책들을 말이다.

그러자 습득했던 수많은 지식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릿속을 잠식하기 시작하였다.

헤실 헤실

얼마 지나지 않아 귀부인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창 복기를 통해 지식을 되새김질하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번쩍

그 소리를 들은 귀부인은 눈을 번쩍하고 떴다.

'....아'

그리고 탄식을 내뱉었다.

갑작스러운 두드림으로 인해 집중이 그대로 깨져버린 탓이었다.

"누군가요?"

귀부인은 짜증이 살짝 섞인 목소리로 문을 바라보며 물었다.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훼방꾼에 대한 짜증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나..나다...경아."

그러자 방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오..오라버니?"

귀부인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별안간 찾아온 오라비의 등장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들어오세요."

끼이이익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곧바로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창백한 안색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라버니, 대체 무슨 일.."

그 모습을 본 귀부인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입을 떼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는 지에 대해 물을 심산이었다.

하지만 귀부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였다.

남자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오라버니!"

그 모습을 본 귀부인은 다급히 중년 남자에게 달려갔다.

탁 탁

"일어나보세요..오라버니..."

그리고는 남자의 뺨을 가볍게 치며 그를 깨우려고 하였다.

"......혜원단慧原丹을...다오.."

그러자 이내 남자가 여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잠..잠시만요."

남자의 말을 들은 여인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곧바로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다음 책상 서랍을 열더니 안에 있는 조그만 옥함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옥함을 열어 조그마한 단환 하나를 집어들었다.

"여기있어요. 오라버니."

단환을 집어든 여인은 곧바로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입에 단환을 넣어주었다.

까득

남자는 입에 들어온 단환을 망설임없이 씹어버렸다.

그러자 청명한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가며 불안해진 심신을 달래주기 시작하였다.

"호법을 부탁하마."

어느정도 내부가 안정된 남자는 그녀에게 호법을 부탁하였다.

"알겠어요."

여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우우우우우웅

이내 남자의 주위에 청명한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운기조식을 시작한 것이다.

여인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런 남자의 주위에서 호법을 서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고맙구나. 경아."

이내 운기조식을 마친 남자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걸요."

여인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보다....대체 어떻게 된건가요?"

그녀는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심상에 타격을 입어....불가피하게 운기조식을 하게 되었구나."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체 누가 오라버니에게 그런 짓을 한건가요!?"

그녀는 잔뜩 화가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자신의 혈육에 해를 끼친 존재에 대한 분노가 차오른 까닭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침묵을 하였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고민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범인을 말해주세요. 오라버니. 제가 맹주께 말해서......."

"경아."

남자는 그대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네!?"

"수련을 하다 주화입마가 온 것 뿐이란다."

남자는 거짓말을 하였다.

있는 사실 그대로가 아닌 그녀가 상처받지 않을 하얀 거짓말을 말이다.

"주화입마요?"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하하하하...오랜만에 안하던 걸 하려니...무리가 온듯하더구나."

남자는 짐짓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정말인가요?"

여인은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믿음이 가지않는듯하였다.

"정말이고말고, 그렇지 않고서야 총군사인 오라비가 천무맹에서 이렇게 상처를 입을 리 만무하지 않더냐?"

너털 웃음을 터트린 남자, 총군사 제갈찬은 웃음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긴"

그의 말을 들은 귀부인, 제갈주경은 이내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오라버니는 천무맹의 이인자 격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오라버니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천무맹주인 이재원을 제외하면 존재치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원이 손윗처남인 제갈찬을 건드릴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걱정했다구요."

제갈주경은 힐난 어린 시선으로 제갈찬을 바라보며 타박을 하였다.

"하하하하하...주화입마는 무인의 숙명이 아니겠느냐?"

제갈찬은 짐짓 호탕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휴......못살아."

제갈주경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 절레 저었다.

죽을 뻔 해놓고 이렇게 호탕이 웃는 제갈찬이 이해가 가지 않은듯 하였다.

"그나저나 잘지냈더냐?"

제갈찬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 잘지내고 있어요."

제갈주경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쯔쯧, 보나마나 서책에 파묻혀 지냈겠구나."

".....그렇지 않아요.."

"저 뒤에 널부러져있는 서책이나 치우고 거짓말을 하거라."

제갈찬은 책상에 널부러져있는 서책을 눈짓하며 말을 이었다.

"....헤헤."

제갈주경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책에만 파묻혀사니....맹주와 관계가 소원한게 아니더냐?"

제갈찬은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소원하다뇨! 그 사람이 얼마나 저에게 잘해주는데요!"

제갈주경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정말이더냐?"

"정말이고 말고요.....항상 관심을 주고 사랑해준답니다."

제갈주경은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제갈찬은 그런 그녀를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바라만보았다.

".......혼인한지 벌써 이십여년이나 되었거늘...아직도 맹주를 사랑하는 것이더냐?"

"평생 사랑할 생각이니 혼인한게 아니겠어요?"

제갈찬은 무거운 표정을 지은 채 침묵을 하였다.

"경아."

그리고 이내 그녀를 불렀다.

"네에, 말씀하세요."

"행복하더냐?"

"너무 너무 행복해요."

제갈주경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곧바로 답을 하였다.

"................그렇구나."

그 말을 들은 제갈찬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다면 되었다."

"네에?"

제갈주경은 의아한듯 되물었다.

뜬금없이 저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니다,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마."

"네에!? 조금만 더 있다 가셔도 되는데....."

"아무리 혈육이라지만 남녀가 유별하거늘 어찌 야밤에 같이 있는다는 말이더냐?"

제갈찬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무 고루해요. 오라버니는.."

제갈주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고루한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말을 마친 제갈찬은 그대로 몸을 돌려버렸다.

그리고 바깥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정말....가시게요?"

제갈주경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쓸쓸함이 가득 차 있었다.

"다음에 또 오도록 하마."

제갈찬은 그녀의 쓸쓸함을 애써 무시한 채 그대로 발을 떼었다.

끼이이익

이내 문이 닫히고 제갈찬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하아."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제갈주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녀가 했던 대다수의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이재원이 처소를 찾지 않은 지 햇수로만 십오년이 넘었고

이재원이 간살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무조건적이던 애정이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보다 우울함이 앞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속내를 내색 할 수는 없었다.

안그래도 업무로 바쁜 오라버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아."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차에서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천천히 차를 들어올렸다.

"흐읍"

그리고 코로 향을 흡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찻잎 특유의 깊은 향 콧속으로 순식간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후르릅

그렇게 향을 즐기던 그녀는 그대로 차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알싸하면서 독특한 맛이 입안 가득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차를 어느정도 음미한 주소양이 이내 찻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그 여운을 즐기기 시작하였다.

깊은 다도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똑 똑 똑

그때 어디선가 그녀의 상념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신가요?"

이내 주소양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입을 떼었다.

여운을 끊겨버렸다는 생각이 짜증이 치민 까닭이었다.

"날세."

그러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 목소리를 들은 주소양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역겨움과 불쾌감이 미친듯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인가요?"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남편이 부인을 찾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소?"

그러자 능글거리는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와락

주소양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저 개같은 새끼가 자신을 부인으로 칭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역겨움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들어가도 되겠소?"

주소양이 답이 없자 남자는 그녀에게 물었다.

"........들어오세요."

이내 주소양은 마지못해 허락을 하였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낡은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려."

바로 천무맹주 이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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