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9화 〉 720.제남으로 간다.
아주 오래 전 산서성에는 산서혈귀라고 불리우는 살인마가 살고 있었다.
그는 순수한 악 그자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악행을 벌여 산서성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다.
살인, 강간, 폭행, 납치 등
무력으로 벌일 수 있는 모든 악행은 전부 행하였던 것이다.
가히 무법無法이라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마귀
그게 바로 산서혈귀였다.
산서성의 관군과 무인들은 토벌대를 구성하여 그에게 대항하고자 하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고강한 무공만큼 영악한 그를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힘싸움에 밀린다싶으면 미련없이 도망을 가버렸기 떄문이었다.
이기지 못할 싸움은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관군과 무림인들은 골머리를 썩었고
종국에는 토벌대를 해체하고 말았다.
그를 결코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일을 기점으로 산서성에 터를 잡고 있었던 상가와 문파들은 그를 피해 다른 구역으로 이주를 하기 시작하였다.
수백의 토벌대조차 어찌할 수 없는 살인귀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탓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주는 산서성을 점점 황폐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무가가 이주를 하니 자연스레 치안이 나빠져 무법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치안이 나빠지자 상가들은 사업을 철수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상가들이 사업을 철수시키자 산서성에는 돈이 돌지 않게 되었고 결국 상권이 무너져내린 것이다.
산서혈귀라는 악인의 존재가 산서성을 망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피해는 가진 것 없어 이주조차 하지못하는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한탄을 하였다.
사랑하는 고향이자 터전을 망가뜨린 산서혈귀라는 존재를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산서혈귀의 머리통이 그대로 터져나가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
평소처럼 여아를 납치하여 범하려다 외지에서 온 여인 의해 머리통이 터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경악을 하였다
수년 간 어찌하지 못했던 악귀가 너무나 손쉽게 목숨을 잃어버린 탓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칭송하였다.
그녀로 인해 억겁과도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 의해 구해진 여아는 그녀를 동경하게 되었다.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목숨을 구해진 여인처럼 멋진 여협이 되자고 말이다.
여아는 연약한 체질을 바꾸기 위해 피를 토하는 노력을 하였다.
서책만 넘기던 고사리 같던 손으로 목검을 잡았고 채식위주의 식단을 육식 위주로 바꾸어버렸다.
조그마한 영약 부스러기라도 얻기 위해 용돈을 아꼈으며 조금이라도 값싼 영약이 있다면 지방까지 가서 발품을 파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꿈을 위한 인생을 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십여 년 뒤
그녀는 동경하던 여협이 속한 조직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꿈에 한발자국 가까이 다가서게 된 것이다.
여인은 생각하였다.
머지 않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추악하기 그지없는 한 남자에 의해서 말이다.
남자는 영웅이었다.
과거 정마대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대영웅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동경하는 여협의 남편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신을 납치하였다.
그다음 은밀한 지하실에 가둬놓고 추악한 욕망을 서슴없이 풀어내기 시작하였다.
이십삼 년간 고이 간직해온 청백지신이 완전히 깨져버렸고 여인으로서가 아닌 가축에 가까운 취급을 당하며
그의 추악함을 그대로 받아내었다.
[한달만 쓰자.]
그리고 그 추악함을 전부 받아내었을 때
남자는 말하였다.
한달만 더 사용하자고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악!!!"
이내 여인이 몸을 일으키며 비명성을 내질렀다.
"하아...하아...하아.."
그리고 거칠게 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시야에는 정갈하게 정리되어있는 방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여인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을 꿈을 꿨다는 사실을 말이다.
"흐윽...흐윽...흑....."
이내 여인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좀처럼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에게 납치당하여 성적학대를 당한 이후
매일매일 악몽을 꾸는 삶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잔혹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왜..왜..어째서.....내게...."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저 꿈을 위해 달려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꿈을 위한 발걸음이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처박아버리고 말았다.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잠..잠시만요!"
스윽 스윽
그 소리를 들은 여인은 눈시울을 적신 눈물을 다급히 닦아내기 시작하였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내보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들어오세요."
이내 눈물을 전부 닦아낸 그녀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이내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잘생긴 중년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서오세요.....은공."
그 모습을 본 여인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었다.
"또 울고 있던 것이냐?"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아니에요."
"거짓말은 눈가에 난 눈물자국부터 지우고 하는 게 어떻겠느냐?"
남자는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조금만.......아주 조금만....울었어요.."
여인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입을 떼었다.
속내를 들켰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는 것은 죄가 아니다. 내 말하지 않았더냐? 슬플 땐 울어야 그 슬픔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된다고 말이다."
"............은공께서도 울 때가 있나요?"
"흐음, 애석하게도 난 경지에 이른 이후 슬펐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단다. 그러니 울 필요가 없지."
남자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예요....그게.."
남자의 말을 들은 여인은 살포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익살스러운 그의 어투에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저도...경지에...이르게 된다면....이런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여인은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삼라만상이 결국은 자연의 한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테니까 말이다."
남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을 하였다.
경지에 이르게 되면 인간사에 대해 좀더 무심해지기 마련이었다.
정신적인 완성을 통해 인간사에 대해 좀더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녀가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감정이 얽매이기 보다는 정신수양을 통해 높은 무도를 추구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지금이라도 무공을 수련하는 게 나을까요?"
"흐음...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구나.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되는 건 무척이나 슬픈 일이니까. 시간도 오래걸리고 말이야."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저는 평생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운 삶을 살아야하는 건가요?"
여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 경지에 오르는 것보다 더욱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있단다."
"쉬운 방법이요?"
"복수를 하면 된단다. 네게 악몽과도 같은 끔찍한 기억을 선사해준 이에게 잔혹한 복수를 하는 것이다."
"........그는 천하제일인이예요..."
여인은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복수의 대상은 천하제일인이었다.
그런 그에게 복수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경지에 오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몰랐다.
"이제는 아니지."
남자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과거에는 모르지만 이제 그는 천하제일인이 아니었다.
검신劍神에 의해 팔이 잘리고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그대로 넘겨준 까닭이었다.
예전처럼 넘지 못할 정도의 태산같은 존재가 아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기회가 생겼단다."
"기회요?"
여인은 의문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별안간 기회라고 하니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인의 물음에 남자는 품안에서 서신 한장을 꺼내었다.
그다음 그대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여인은 곧바로 서신을 받아들였다.
챠르르르
그리고 서신을 펼쳐 천천히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 동안이나 서신을 읽었을까
이내 여인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남자를 쳐다보았다.
서신에 믿기 힘든 만큼 경악스러운 내용이 담겨있던 탓이었다.
"이..이게 정말 사실인가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너무나 경악스러워 믿을 만한 정보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신을 보내온 이는 윤제겸이다."
여인의 물음에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검제劍帝어르신이.."
그 말을 들은 여인은 이내 수긍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검제 윤제겸이 보내온 서신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기회가 왔다. 자소령."
남자는 놀란 기색이 역력한 여인, 자소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를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만든 원흉인 이재원을 몰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말이다."
남자는 올곧은 눈빛으로 자소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복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복..수..?"
"그래,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자는 또렷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동참하겠느냐?"
"......기꺼이요.."
자소령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이 끔찍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좋다, 그럼 채비를 하도록 하거라."
"채비요?"
"제남으로 간다."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몰락을 위해서 말이야."
남자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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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성
성문앞
수 많은 행렬들이 일제히 성문을 지나기 시작하였다.
모두 정마대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천무맹으로 향하는 지원 물품들이었다.
어떤 이들은 무림의 정의를 위해
어떤 이들은 천무맹에 선을 대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되니 바빠진 것은 성문을 지키고 있는 수문위사들이었다.
일일히 검열을 하고 조사를 하며 검증된 이들만 성문 안으로 출입을 허가하였기 때문이었다.
"염병할, 더럽게 힘드네."
수문 위사 호계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검열을 해도해도 끝이 없이 몰려드는 행렬에 짜증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말이야, 이정도면 인력 충원을 해줘야하는 거 아니야?"
그때 옆에 있던 동기 고도수가 맞장구를 치며 불만을 내뱉었다.
일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건만 인력 충원 따윈 전혀 없었다.
제 돈 나가는 것을 제 살 베이는 것처럼 여기는 성주의 인색함 때문이었다.
"그 소금장수같은 양반이 참도 인력 충원을 해주겠다."
호계는 인상을 더욱더 찌푸리며 성주를 씹어대기 시작하였다.
"그 양반은 직업을 잘못 골랐어. 성주가 아니라 소금장수가 더 어울렸을텐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그랬으면 이렇게 개고생은 안했을 텐데 말이야."
두 수문위사는 농 짓거리를 주고 받으며 낄낄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마음에 쌓인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그때 그들의 귓가에 발자국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수문위사들은 재빨리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멈추시오!"
호계는 짐짓 위엄 어린 표정을 지은채 언성을 높였다.
줄도 안서고 성 안으로 멋대로 들어오려고 남자를 제재한 것이다.
그의 말을 들은 남자는 곧바로 걸음을 멈추었다.
"성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저 뒷줄로 가 순서를 기다리시오!"
호계는 손가락으로 마차 행렬 끝자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제가 살짝 바빠서 말입니다."
남자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 여기 바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다는 말이오! 그런 이유로 순서를 앞으로 당겨줄 수는 없소! 당장 돌아가시오!"
호계는 완강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여기있는 모두가 바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찌 본인만 바쁘다하여 순서를 무시하고 통과하려고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품안에 곧바로 손을 집어넣었다.
"무..무슨 짓을 할셈이냐!"
그 모습을 본 수문위사들은 창을 곧바로 창을 말아쥐더니 이내 그를 겨누었다.
품안에서 무기를 꺼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휘익
그때 남자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대로 수문위사에게 던져주었다.
덥석
수문위사는 날아드는 물체를 재빨리 받아들었다.
'돈인가!?'
물체를 받아든 호계는 반색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뇌물을 건네준게 아닐까라는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선을 내려 손에 든 물건을 슬며시 내려다보았다.
'금빛!?"
그리고 이내 입이 떡하고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환한 금빛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횡재다!'
호계는 희희낙락하였다.
남자가 던진게 금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게 된 것이다.
호계는 더욱더 유심히 금빛의 물건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정말 금자가 맞는 지 확인해볼 요량이었다.
'흐음..모양이 특이한데?'
금빛의 물건은 모양이 무척이나 특이하였다.
양면에 황금빛으로 양각되어있는 용이 새겨져있었고
용의 눈에는 홍옥紅玉이 박혀져있었다.
그리고 물건 중앙에는 감찰監察이라는 글씨가 새겨져있었다.
'어..라?..감찰?'
순간 호계는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남자가 건넨 물건이 하나의 패라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황금빛 용과 홍옥으로 장식된 감찰패를 쓰는 신분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특무감찰패!'
황족의 권한을 그대로 위임 받아 감찰을 한다는 특무감찰사.
그들을 증명하는 신분패인 것이다.
"이..이게..대체.."
호계는 떨리는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쉬잇"
호계와 마주친 남자는 입가에 손가락 하나를 맞대며 조용히하라는 듯한 신호를 보내었다.
일을 크게 벌이지말라는 신호였다.
"예..옙!"
호계는 군기가 잔뜩 들어간 모습으로 곧바로 답을 하였다.
"그럼 이제 들어가도 됩니까?"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들..들어가십시오!"
호계는 곧바로 감찰패를 건네주며 그의 입장을 허락하였다.
"고맙습니다."
감찰패를 받아든 남자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호계는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만 보았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특무 감찰사를 직접 봤다고 생각하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