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7화 〉 718.다시 천무맹으로
"연우야, 아빠 가야해. 놔주지 않으련?"
선우는 자신의 옷소매를 꼬옥 붙잡고 있는 연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부우우..아부아아아.."
하지만 선우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연우는 소매를 놔줄 생각이 전혀 없는듯하였다.
그저 떠나지 못하도록 그대로 잡고만 있을 뿐이었다.
'어쩌지..'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안그래도 부인들과 일일히 작별인사를 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지체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연우까지 자신을 붙잡고 놔주지 않으니 난감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연우야 , 아빠 금방 돌아올게. 올 때 우리 연우가 좋아하는 당과도 사올게. 그러니 이만 놔주지 않을래?"
도리 도리
선우의 말을 들은 연우는 조그만 얼굴을 좌우로 맹렬히 돌렸다.
그러자 아기 특유의 포동한 볼살이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아'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상이상으로 귀여운 연우의 모습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고집부리는 것조차 귀엽다니......
어찌 이렇게 천사같은 아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선우가 넋을 놓고 있을 때였다.
"연우야, 아버지 일하게 보내줘야지."
연우를 안고 있던 북궁연이 강제로 연우의 손을 떼어놓기 시작하였다.
"으그으으윽..흐아아아아앙!"
그러자 연우가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사랑해마지 않는 아버지와 떨어져야한다는 생각에
설움과 슬픔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연..연우야.."
연우가 울자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칭얼거리긴 해도 웬만하면 울음을 보이지 않는 연우였다.
그런 연우가 서럽게 울기 시작하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대역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연우야, 뚝 해야지.... 아버지가 놀러가는 게 아니잖니?"
북궁연은 울고 있는 연우를 천천히 달래기 시작하였다.
울음을 그칠 수 있도록 말이다.
"흐아아아아앙!"
하지만 연우는 여전히 울음을 터트릴 뿐
그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연우야.."
그 모습에 선우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마음같아선 그도 당가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자신 추구하는 모든 행복이 당가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부인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
입만 뻥긋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풍족한 생활 환경까지
낙원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런 곳을 떠나고 싶겠는가
'그렇다고 이대로 잔류할 수는 없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주사위는 굴려졌고
천무맹을 와해시키기 위한 계획은 이미 실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잔류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연우야.......아비가..미안하다."
선우는 마음을 다잡으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헤어지기 싫은 마음은 자신 또한 매한가지였지만
떠나야했다.
천무맹을
이재원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말이다.
"대신 금방 돌아오겠다고 꼭 약조를 하마."
선우는 이내 새끼 손가락을 천천히 내밀기 시작하였다.
나름대로 약속의 표식이었다.
"아우....."
선우가 새끼 손가락을 내밀자 서럽게 울던 연우가 이내 울음을 그쳤다.
그다음 조막만한 손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덥석
그리고는 선우의 새끼손가락을 그대로 붙잡아버렸다.
"댜부댜댜..."
부웅 부웅
그다음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꺄하아아..."
그리고는 방실방실 웃기 시작하였다.
서럽게 울었다는 것이 거짓말인 것 마냥 말이다.
씨익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 서럽게 울더니 또 금방 이렇게 방실거리며 웃어버린다.
아기로서 본분을 누구보다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넌 네 본분을 다하거라....아비는 아비의 본분을 다할터이니.'
이내 선우는 뜨거운 눈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빼내었다.
"금방 돌아올마."
쓰담 쓰담
그다음 손을 들어올려 연우의 조막만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꺄아아아아~"
그러자 연우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아비의 손길이 퍽이나 기분이 좋은듯 싶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선우는 천천히 손을 떼어내었다.
"잘부탁할게...."
그리고는 연우를 품에 안고 있는 북궁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마."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기다리는 건 이미 충분히 많이 한 그녀였다.
더이상은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오래 걸리지 않을거야."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모든 판은 주소양이 짜놓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쪽
선우는 그녀의 볼에 입을 가볍게 맞추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천천히 바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아부우..우부아아..우아아.."
선우가 몸을 돌리자 연우가 칭얼거리기 시작하였다.
눈치를 챈 것이다.
사랑하는 아비가 떠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선우는 그런 연우의 칭얼거림을 애써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연우를 달래주고 싶었지만
지금 몸을 돌렸다간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끼이이익
쿵
이내 경첩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닫히고 말았다.
그리고 선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흐으윽...흐윽...흐으아아아앙!"
이내 연우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랑하는 아비의 부재를 감당하기엔 너무나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던 탓이었다.
이내 방안은 연우의 서글픔 울음소리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
"........하아.."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밖으로 나왔지만 연우의 울음소리가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온 까닭이었다.
'이럴 땐 현경이라는 경지가 원망스럽구나.'
현경의 경지에 오르면서 모든 감각이 기민하게 바뀌고 말았다.
미각부터 시작해서 촉감, 시각, 후각, 청각까지 말이다.
그렇기에 너무나 잘들렸다.
서럽게 우는 연우의 울음소리가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선우는 최대한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연우의 울음소리를 들리지 않는 곳까지 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건물 밖으로 나올 때쯤이었다.
"이제 가는 건가요?"
어디선가 우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그 우아한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놀렸다.
그러자 백학처럼 고고하기 짝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바로 옥령이었다.
"....응."
선우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찌 된게 제 낭군님은 항상 바깥으로 나돌기만 하네요. 오랜만에 같이 있게 되서 좋았는데......."
옥령은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매번 자리를 비우는 선우에 대한 작은 불만을 토로한 것이었다.
"........미안."
선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사과를 하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언제나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쓰담 쓰감
"고개 드세요. 왜 선우가 사과를 해요? 선우 잘못도 아닌데."
옥령은 그런 선우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전부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남자가 큰 일을 하겠다는데 어찌 아녀자가 발목을 붙잡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사과 들으려고 한 말이 아니에요....그저 작은 투정을 했을 뿐이에요....어쩔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요."
옥령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이해해줘서.....고마워.."
선우는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옥령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그녀의 옥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이해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제가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낭군이신데."
옥령은 청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말을 들은 선우는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애정이 듬뿍 느껴진 탓이었다.
".........당가를 부탁할게."
선우는 진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
당가주의 존재 또한 세가에서 사라지게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었다.
현재 당가에는 당진설이라는 시한폭탄이 머무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운영은 서윤이가 하는 걸요?"
옥령은 의아한듯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사실 당가의 운영은 당서윤이 도맡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총괄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객식구에게 불과한 자신에게 당가를 부탁하니
의아함이 들었다.
"서윤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만......그래도 언니인 당진설과 관련된 일이라면 이성적인 사고를 못할 수도 있어....그러니까...네가 중심을 잡아줬으면 해."
혈연이라는 것은 실로 무섭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원수같은 사이라고 하더라도 피가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동정심과 연민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워낙 이성적인 당서윤이라 걱정이 덜하긴 했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영악한 당진설이 혈육의 정을 이용하여 무슨 장난질을 할 지 말이다.
그렇기에 옥령에게 부탁을 하였다.
자신이 아는 여인들 중 가장 현명한 여인에게 말이다.
"항상 예의주시할게요."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워."
"뭘요, 가족끼리 당연한 일이지요."
옥령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뭉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족이라는 말이
그 울림이 마음 속을 깊은 곳에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무협지 안으로 떨어지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향수를 가지고 있던 선우였다.
그런 선우에게 가족이라는 옥령의 말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해주었다.
"금방....정말...금발 돌아올게.."
선우는 옥령을 바라보며 약조를 하였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고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이곳으로 말이다.
"늦게 오셔도 돼요. 대신 다치지만 말아줘요."
옥령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흘렸다.
늦게 와도 상관 없었다.
그가 다치지만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
와락
선우는 양팔을 벌려 그녀를 그대로 품안에 껴안아버렸다.
끝까지 자신을 배려하는 그녀의 모습에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애정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
그녀를 품에 안은 선우는 생각하였다.
최대한 빠르게 당가로 돌아오겠다고 말이다.
*********
"뭐라구요? 당가주가 폐관에 들어갔다고요?"
당진설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믿기지 않는 소식을 전해들은 까닭이었다.
"네에, 정식으로 그리 발표한듯 싶습니다."
혼주魂主는 그녀의 앞에 부복한 채 말을 이었다.
"굳이 이 시기에?"
당진설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었기 때문이었다.
정마대전을 코앞에 놔둔 상황이었다.
또한 천무맹과 동맹 관계 또한 예전과 달리 험악하게 발전된 상태였다.
그런데 굳이 이런 예민한 시기에 폐관에 들어가다니
이해가 될 리 만무한 것이다.
"네에, 정마대전에 앞서 무공을 정비하고 싶다고 합니다."
혼주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가주는 정마대전에 앞서 무공을 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이었다.
"갑자기 깨달음이라도 얻은 건가요?"
"....거기까지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그래요?"
그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살며시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안그래도 강대하기 짝이 없는 당진철이었다.
여기서 더욱더 강해진다면 정말 만인지상의 위치에 오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잠깐, 그럼 당가의 운영은 누가하죠?"
당진설은 생각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독서시가 가주 대리로서 대신 운영을 할듯 합니다."
"서윤이가?"
"아무래도 남아있는 직계혈족이 그녀 밖에 없으니 불가피하게 그리 된듯 합니다."
"그래요?.........그렇단 말이죠...."
혼주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재밌는 생각이 떠오른 까닭이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서윤이랑 자리를 마련해야겠네요."
당진설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혼주는 의문스럽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당가주에게 외인 선언을 당한 이후
그 어떤 이와도 만남을 가지 않았던 당진설이었다.
그런 그녀가 별안간 당서윤을 만난다고 하니 의아함이 들었다.
"오랜만에 자매끼리 정을 나눌 생각이에요."
당진설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한 혼주는 생각하였다.
저 고혹적인 미소 뒤에는 흉악하기 그지없는 계략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무슨 짓을 벌일 지 기대가 되는군.'
이내 혼주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 독사같은 여자가 어떤 개같은 짓거리를 할지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