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6화 〉 717.모든 일은 당신의 뜻대로 될거랍니다.
"으으...으으으.."
한 남자가 괴로운듯한 신음성을 내뱉으며 침상 위에서 온몸을 뒤척거리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불편함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으으으...으으으..."
그리고 그 신음성과 뒤척임이 더욱더 격렬해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으아아아아악!"
이내 남자는 비명성을 내지르며 몸을 일으켜세웠다.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하아....하아.......하아..하아.."
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악몽이었다.
양다리가 부러지고 끔찍하기 그지없는 고문을 받으며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악몽을 꾼 것이다.
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후우우"
그리고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자신의 처소였기 때문이었다.
'.........꿈이었구나.'
그는 안도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끔찍했던 모든 기억들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깊은 안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움찔
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누..누구십니까?"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날세."
그러자 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들...들어오십시오!"
그 목소리를 들은 남자는 반색하며 말을 이었다.
든든하기 짝이 없는 우군의 목소리가 들린 탓이었다.
끼이이익
이내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이내 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든든한 우군이자 자신의 이해자
그리고 권력의 최상부층으로 건너갈 수 있는 동앗줄 같은 남자.
천무맹주 이재원이었다.
"맹주!"
남자는 몸을 완전히 일으켜세우려고 하였다.
'어?'
하지만 몸이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떄문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부러져있는 양다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알 수 있었다.
악몽같았던 일들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누워있게나. 다친 몸으로 어찌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가?"
이재원은 손사래를 치며 그를 만류하였다.
"계방당주께서 맹주에 대한 충심이 깊은듯 합니다."
그때 이재원의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설마.?'
그 목소리를 들은 남자, 차도진의 얼굴이 사색이 되기 시작하였다.
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차도진은 이내 이재원의 뒤편으로 시선을 보내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일말의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모습으로 자신을 고문하였던 악귀같은 여자를 말이다.
"집..집법당주!"
차도진은 기겁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걱정이 되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팽가련은 걱정이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한 차도진을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에 몸이 얼어붙어버린 탓이었다.
"정말 큰일 날뻔하였소. 별안간 습격이라니 말이오."
그때 이재원이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습격? 내가 습격을 받았다고!?'
이재원의 말을 들은 차도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습격을 받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신은 고문을 당하여 몸이 상한 것이었다.
그런데 습격이라니 이게 무슨 개같은 소리란 말인가
"아무래도 맹의 앙심을 품고 있는 자가 분명합니다."
팽가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겠지......맹의 수뇌부를 습격할 생각을 하였으니 말이야."
이재원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끼는 부하가 습격을 당하여 양다리가 부러졌다는 생각을 하니 분노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
차도진을 벙진 표정을 지은 채 멍을 때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대화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기 떄문이었다.
"그래도 다행일세. 마침 현무당주와 집법당주가 아니였다면 목숨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현무당주? 집법당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차도진은 속으로 비명성을 내질렀다.
이재원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까닭이었다.
자신을 이꼴로 만든 건 주소양과 팽가련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저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천무맹에 앙심을 품은 인물에게 습격을 받았다니
원수나 다름없는 집법당주에게 목숨의 구함을 받았다니
혼란스러웠다.
더불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상황
과부화된 정보가
그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든 까닭이었다.
".....대체....그게..무.."
차도진은 천천히 입을 떼어냈다.
대체 무슨 개소리냐고 역정을 토해낼 심산이었다.
"정말 천운이 따랐습니다. 마침 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 아니였다면 발견조차 못하였을테니까요."
그때 갑자기 팽가련이 끼어들어 그의 말을 그대로 끊어버렸다.
"그렇지 않나요? 계방당주?"
그다음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차도진은 그녀의 말에 곧바로 긍정을 하였다.
외치고 싶었다.
모든 것은 거짓말이라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건 저 악귀같은 여자라고
하지만 그렇게하지 못하였다.
마음을 꺾어버린 거대한 공포가 그를 복종할 수 밖에 없는 몸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따로 치하라도 해야할지도 모르겠군."
그녀의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차도진은 자신이 인정한 차기 군사감이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고 행하는 자신만의 사냥개이기도하였다.
그런 차도진을 구해줬다고 생각하니 치하라도 따로 해줘야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맹원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맹주."
팽가련은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로 말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맹에 충성하는 그녀의 모습에 만족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맹에 충성한다는 것은 곧 맹의 주인인 자신에게 충성을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팽당주."
"말씀하시지요."
"습격자의 정체는 파악하였는가?"
"아무래도 복면을 쓰고 있어. 제대로 된 파악은 어려웠습니다."
팽가련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무공 수위는 어떤것 같았나?"
"적어도 현무당주와 동급의 강자였습니다."
".....확실히 그의 손에서 손쉽게 벗어나려면 적어도 동급의 강자여야겠지."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팽가련의 말을 토대로 범인을 유추하려는듯하였다.
'아니야! 저 년이...네 마누라가 범인이라고!'
그 모습을 본 차도진은 모든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전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범인은 익명의 습격자가 아닌 옆에 있는 네놈의 마누라라고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말 한마디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맹주, 오늘 수뇌부 회의가 잡혔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때 팽가련이 방금 생각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맞소, 차 당주의 습격 안건으로 회의를 나누도록 하였지."
이재원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천무맹 내부에서 수뇌부가 습격받은 사건이었다.
누구보다 제 보신에 힘을 쓰는 수뇌부들 입장에서는
간단히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아마 오늘 앞으로의 대책에 관한 지루한 회의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이만 가보시는 게 어떠신가요? 다른 분들이 기다리겠습니다."
흐음.....하지만.....차 당주가 마음에 걸리는 구려."
"계방당주는 제가 잘 보살피고 있겠습니다. 그러니 걱정말고 다녀와주세요."
팽가련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부탁드려도 되겠소?"
"물론이고 말고요. 같은 맹원이 아닌가요?"
"그럼 부탁하겠소."
이재원은 흡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안돼에에에에에!!!!!!'
차도진은 속으로 비명성을 내질렀다.
그를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치 아교를 붙인 것마냥 입이 딱 붙어버린 탓이었다.
"아무래도 차 방주께서 많이 아프신듯합니다. 말하는 것조차 힘겨워하시니 말이에요."
그가 말이 없자 팽가련이 재빨리 파고들어 어색하지 않게 말을 이었다.
"....그렇군."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수긍을 하였다.
확실히 너무 아프면 말하는 것조차 힘겨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겠소."
이내 이재원은 미련없이 몸을 돌려버렸다.
빡빡하기 짝이 없는 수뇌부들을 만나기 위해서 말이다.
끼이이익
쾅
이내 문이 닫히고 이재원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차도진이 탄식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악귀와 같은 여자와 단둘이 남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계방당주께서는 할 말이 많은가봐요?"
그때 그의 귓가에 차갑기 그지없는 음성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집법당주 팽가련의 목소리였다.
부웅 부웅
차도진은 사색이 된 채 얼굴을 좌우로 맹렬히 흔들며 격하게 부정을 하였다.
"아니긴요. 척봐도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제가 그렇게 눈치 없는 여자는 아니랍니다."
팽가련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가 들어드릴게요....말해보세요."
그리고 그를 종용하기 시작하였다.
맹주에게 무슨 말을 지껄이려고 했는 지 고해바치라고 말이다.
부웅 부웅
차도진은 고개를 좌우로 쉴새없이 내저으며 다시금 부정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사실대로 말했다간 또다시 그 끔찍한 고통을 맛봐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협조적이지가 않네요."
그 모습을 본 팽가련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넓은 소매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스윽
그리고는 기형적으로 생긴 수많은 칼날이 장식된 칼을 꺼내들기 시작하였다.
"히이이익!"
그 모습을 본 차도진은 대번 비명성을 내질렀다.
악몽같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려지며 그를 공포로 몰아넣은 탓이었다.
"이건 전부 계방당주 잘못이에요."
팽가련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살..살려주시오.."
"누가 죽인대요? 그냥.....좀더 교육을 시킬 뿐이에요.....올바르게 말이에요."
팽가련은 잔혹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맹주!!!!!!맹주!!!!살려주시오!!!!맹주!!!!"
이내 차도진은 문을 바라보며 쉴새없이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바깥으로 나간지 얼마 안된 이재원이었다.
고함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소용없어요."
팽가련은 그런 차도진을 애처로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미 기막을 완전히 쳐놨거든요."
"....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말을 들은 차도진은 절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절망이 찾아온 까닭이었다.
저벅
저벅
팽가련은 그런 차도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살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살..살려주시오...제발...살려주시오...내가..정신이..나갔었소..부디..제발..살려주시오......아니 죽여주시오.....죽겠소....제발....죽여주시오.....제발.....제발"
차도진은 빌고 또 빌었다.
차라리 죽여달라고
차라리 고통없는 끝맺음을 맺게해달라고 말이다.
"그럴 순 없어요. 당신은 중요한 참고인이거든요."
팽가련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기형적인 칼날을 서서히 들이밀기 시작하였다.
그 어떤 흉악한 범죄자도 참회하게 만든다는 혈애血哀를 들이민 것이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이내 방안에 차도진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비명소리가 말이다.
********
"어떤가요?"
농염함이 절로 묻어나오는 귀부인, 주소양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완전히 굴종시켰습니다. 부인."
팽가련은 무척이나 공손한 자세로 입을 떼었다.
"배신할 가능성은 없나요?"
"없습니다."
팽가련은 확고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최악의 고문도구인 혈애血哀는 인간의 마음을 꺾어버릴 정도로 흉악한 물건이었다.
야망에 차있던 차도진조차 혈애의 끔찍함을 견뎌낼 수는 없었다.
마음이 완전히 꺾여버리고 만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배신을 생각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조금 더 신경써주셨으면합니다. 선우님의 계획을 위해선 그 어떠한 실수도 용납해선 안됩니다."
주소양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그녀를 닥달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선우로부터 밀명을 전해받은 그녀였다.
그리고 그 명을 수행하기 위해선 차도진의 협조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하였다.
"알겠습니다. 두어번 정도 정신을 더 흔들어 더욱더 철저히 조련시켜놓겠습니다."
주소양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공손하게 말을 받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엔 현 상태도 충분히 조련되어있는 상태였지만 주소양의 말이기에 토를 생각 따윈 없었다.
한낱 노예따위가 정부인인 그녀의 뜻에 반발할 리 만무한 것이다.
"훌륭해요."
주소양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 토 한번 안달고 그대로 수행하는 팽가련에 대한 기특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모든 일은 당신의 뜻대로 될거랍니다.'
주소양은 저 멀리 사천에 있을 선우를 생각하며 눈을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