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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13화 (714/1,419)

〈 713화 〉 714.어찌 생명의 무게가 당신이 판단하나요?

"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대부인!"

차도진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얼굴을 잔뜩 붉힌 채로 말이다.

한눈에 봐도 분노가 차올라있는 상태라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원활한 담소가 불가능할 것 같아서요."

주소양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무슨 담소를 강제로 구속시킨 채 한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꾸 딴말을 하면서 이리저리 도망갈 궁리만 할테니까요."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틀린가요?"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차도진은 이내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말이 그리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놔주십시오."

차도진은 부아를 가라앉히며 그녀에게 부탁을 하였다.

"거절하지요."

주소양은 그런 차도진의 부탁을 일언지하 거절해버렸다.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듯이 곧바로 말이다.

"놓아주시지 않는다면 제가 강제로 뜯어내겠습니다."

차도진은 인상을 와락 구진 채 협박 어린 말을 하였다.

"마음대로하세요."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해볼테면 해보라는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모습이었다.

'마음대로하라면 못할 줄 알고?'

우우우우우우웅

이내 차도진은 내력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온몸에 있는 혈도 구석구석까지 내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몸에 어마어마한 활력이 돌기 시작하였다.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덥석

"흐읍!"

신체능력이 상승한 것을 느낀 차도진은 발을 감싸고 있는 쇠사슬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옥죄고 있는 쇠사슬을 그대로 부숴버릴 심산이었다.

"흐으읍!"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바램은 그리 쉽사리 이루어지이 않았다.

아무리 용을 써도 쇠사슬이 부숴지긴 커녕 힘을 주고 손바닥만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줄 줄

이내 손바닥의 살갗이 벗겨지고 핏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제기랄!'

이내 차도진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사슬을 끊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소용없을거예요. 그 사슬은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물건이거든요."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것입니까!"

차도진은 억울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말했잖아요. 원활한 담소를 나누기 위해서라고요."

주소양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약속하죠. 계방당주께서 협조만 잘해준다면 아무런 탈없이 풀어드리겠다고 말이에요."

그녀는 올곧은 시선으로 차도진을 응시하였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차도진은 말없이 그녀의 시선과 마주하였다.

생각에 잠긴듯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더니 이내 수긍하듯 입을 떼어내었다.

어차피 자의로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사슬을 끊어낼 수 없었다.

중원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인 만년한철을 어찌 자신 따위가 끊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절대지경의 고수가 와도 힘든 일인 것이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주소양은 흡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물론 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수긍이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듯 보였다.

'이해는 개뿔.'

차도진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한 주제에

어찌 이해를 입에 담는단 말인가

"계방당주."

그때 주소양이 웃음기를 싹 지우며 그를 불렀다.

"제가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들어보실래요?"

".....말씀해보시지요."

그녀의 말을 들은 차도진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한 남자가 있었어요.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자식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지요. 그 남자는 매일매일 열심히 일을 하였어요. 아들을 학당에 보내고 싶었고 아내가 남의 집 살림살이를 해주며 돈을 받아오는게 너무나 싫었기 때문이죠."

주소양은 담담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지?'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차도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꺼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하나 바뀌는 건 없었어요. 아들은 여전히 학당에 가지 못하였고 아내는 또한 남의 집 살림살이를 하며 지내었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봉이 그대로인 탓이었죠. 남자는 돈을 벌 궁리를 하기시작 했어요. 가정은 화목했지만 돈이 없기에 교육에 힘을 쓰지 못하였고 아내마저 고생을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그런 차도진의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주소양은 그저 제 할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그에게 제안을 했답니다. 부탁을 들어준다면 큰 돈을 전해주겠다고 말이에요. 남자는 고민을 했어요. 돈 벌 기회가 왔다는 건 환영할만 일이지만 그의 부탁이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결국 남자는 그 사람의 제안을 수락했답니다. 무조건적인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말이에요."

"............"

"하지만 그는 결국 죽고 말았어요. 제안을 했던 이는 처음부터 그 남자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거든요."

"살인멸구를 했나보군요."

차도진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맞아요. 그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모든 진실을 가려버렸어요. 계획이 완전무결하게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쯔쯧, 어리석은 남자군요. 저였다면 그런 위험한 제안을 굳이 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돈이 아무리 좋다지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요."

차도진을 혀를 차며 입을 떼었다.

멍청하기 그지없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구두약속만 믿고 목숨을 그대로 맡긴단 말인가

믿을 놈 하나 없는 중원에서 그런 순진한 사고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계방당주께서는 남자를 욕하는군요. 그를 속인 제안자가 아니라.."

"도산검림에 믿을 놈 하나 없는 곳이 바로 무림입니다. 어찌 무림에서 그런 순진한 사고방식을 유지한다 것 자체가 죽여달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가요? 제 생각과는 다르네요. 저는 그를 속인 제안자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주소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본디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에게는 막중한 책임감이 얹혀져있는 법이에요. 그리고 그 막중한 책임감은 가끔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킨답니다. 그리고 그 제안자는 그런 남자의 책임감을 이용한 것이지요."

"가정을 책임지고 있다면 더욱더 조심해야하는 게 아닙니까?"

"계방당주께서는 혼인을 하셨나요?"

"......아직 미혼입니다."

"그럼 아직 모를 거예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남편이자 아버지의 마음을 말이에요."

"이성적인 판단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어진다면 굳이 혼인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주께서는 끝까지 속은 사람이 잘못이라고 주장하시네요."

주소양은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속은 사람이 잘못이지요. 순진한 사고방식으로 험난한 속세의 풍진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차도진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그는 진실로 그리 생각하였다.

속인 사람보다 속은 사람의 잘못이라고 말이다.

본인이 처신을 잘했다면 그런 같잖은 수작에 넘어갔겠는가?

모자라고 부족한 탓에 속고 죽음까지 당한 것이다.

"............"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아무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무척이난 무심한 눈빛으로 말이다.

"계방당주."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떼어 그를 불렀다.

"그 남자가 누군지 아시나요?"

"살인멸구를 당한 남자 말입니까? 모르겠군요. 제 주위에는 그런 멍청한 인간이 없어서 말입니다."

"황삼."

주소양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무림공적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즉결처형을 당한 범인의 이름이지요."

주소양은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열하고 끔찍한 계략에 의해 희생당한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부인의 남편이며 한 아이의 아비였던 남자기도 하죠."

사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주소양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이내 방안을 그대로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으으으윽!"

그러자 차도진의 입에서 고통 어린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온몸을 짓누르는 중압감을 참아내지 못한 까닭이었다.

"차도진."

주소양은 그런 차도진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꼭 그렇게 해야했나요?"

"무...무슨 말인지.."

"꼭 그렇게 그를 죽였어야했나요?"

주소양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차도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오..오해입니다...대부인...저는..그런..적이.."

차도진은 부정을 하였다.

그런 적이 없다며

오해가 분명하다면서 말이다.

"거짓말."

주소양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들을 가치조차 없는 거짓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황삼에게 가짜 장삼을 흉내내어달라고 했죠. 그리고 벗인 현무당주를 종용하여 그와 마주치게 만들었어요. 완고한 그의 성격을 이용하여 황삼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에요. 제 말이 틀린 가요?"

"오..오해입니다..제가..어찌...그런 일을...."

"뻔하지 않나요? 그 같잖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겠죠."

주소양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모든 일의 흑막이 장삼이라고 대중들에게 선동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요? 천무맹을 무조건적인 피해자로 만들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인 거 잖아요?"

"그...그..그러니까..."

차도진은 어버버거리기 시작하였다.

천무맹의 의도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주소양의 말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황삼을 속이고 벗을 속이고 대중을 속였어요. 그런데 속은 사람이 잘못이라고요? 당신에게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마음이 그렇게 싸구려였던가요? "

주소양은 분노하였다.

차도진의 썩어빠진 가치관에 경멸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황삼은 그가 계방당주였기에 그를 신뢰하였을 것이다.

협이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행하지 않는 천무맹의 당주였다.

그런 그가 살인멸구를 행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벗인 현무당주 진강 또한 그를 신뢰하였을 것이다.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친구기에 자신을 위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뿐이었다.

신뢰를 저버리고 그들 제 마음대로 주무르며 이용을 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 분노가 차오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는 쓰레기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움이 치솟는 쓰레기 말이다.

"..............."

한 편 주소양의 말을 들은 차도진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모든 사실이 들통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황삼을 이용하여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벗인 현무당주 진강을 이용하여 살인멸구까지 하였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 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두.....맹을 위해서였습니다."

이내 차도진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미 들통난 사실이었다.

인정을 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는 편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만약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맹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을 것입니다."

차도진은 당당한 시선으로 주소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신뢰가 떨어진다면 정마대전을 위해 물자를 확보하고 전력을 보강하는 맹의 입장에서 곤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고한 이를 희생해서 거짓된 신뢰를 쌓나요? 그게 당신의 정의인가요?"

"마교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대적하지 않는다면 승부조차 가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전력을 깎아먹는 일을 내버려둘 수 있다는 말입니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를 희생하는 게 정당하다고 이야기 하는 건가요?"

"정당합니다! 그가 희생함으로서 더욱더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명이 죽음으로서 수 천의 목숨을 구함받게 된 것입니다!"

차도진은 대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모두를 위해서라며

수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는듯이 말이다.

"오만하네요."

주소양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어찌 생명의 무게를 당신이 판단하나요?"

주소양은 북풍한설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찌 한 명의 생명이 수 천의 생명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건가요? 당신 뭔데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건가요?"

주소양은 언성을 높인 채 고함을 내질렀다.

사람을 장기말로 따지듯 말하는 차도진에 대한 역겨움과 경멸감이 분노로 치환된 까닭이었다.

"사람은 숫자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장기말이 아니에요! 생명의 무게는 같습니다! 그게 수백이 되었든 수 천이 되었든 한 사람의 생명보다 무거울 수 없다는 말입니다!"

주소양은 흉흉하기 그지없는 살기를 내뿜으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이내 차도진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거대한 살의가 그대로 전해져온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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