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0화 〉 711.아직도 체력이 남아도나요?
"내통자가 아니라구요!?"
감씨부인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떼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보세요."
그녀의 물음에 주소양은 호주머니에서 나온 종이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종이를 받아든 감씨부인은 찬찬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삐뚤삐뚤 쓰여져있는 글자들을 말이다.
남편의 글자였다,
감씨부인은 종이에 쓰여져있는 글자들을 천천히 읽기 시작하였다.
한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꼼꼼히 말이다.
그리고 이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월 삼일 신시 상업지구 중앙에 뛰어간다.......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요란하게 뛰어간다.......천무맹의 무사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잡힌 후...곧바로 불지 않는다.....가벼운 고문을 받고 요란하게 비명을 지른다.......장삼과 내통했다고 말한다.....말을 마친 후 기절한 척 끌려간다......"
그녀는 종이에 쓰여있는 글자들을 하나하나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이게...대체..?"
그리고 이내 주소양을 의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종이에는 행동지문들이 가득히 적혀있었다.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할 지 전부 말이다.
"대본이에요."
주소양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대본이요!?"
"네에, 적힌 내용을 보면 장삼의 내통자라고 밝혔던 당시와 무척이나 흡사해요. 물론 몇 가지 다른 것도 있지만요. 그런 사실로 미루어보면 이 종이에 적힌 행동지문들이.....부군께서 연기하려던 대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종이에 적힌 행동지문은 황삼의 머리가 터져버린 그날의 행동과 무척이나 흡사하였다.
그는 시월 삼일 신시에 상업지구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요란하게 뛰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치 일부러 보라는듯이 말이다.
그리고 현무당주가 당도할 때까지 뜸을 들였으며
그리고 현무당주가 분근착골을 가하고 나서야 장삼과의 내통사실을 밝혔다.
종이에 적힌 그대로 행동한 것이다.
그렇기에 주소양은 알 수 있었다.
이 종이에 적힌 내용들이 대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누군가 황삼에게 지시했던 대본 말이다.
"이.....이게 대본이 맞다면...제 남편은...어째서 죽은 거죠? 분명....대본에는 천무맹으로 끌려간다고 적혀져있지 않나요?"
감씨 부인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종이에 적혀있는 행동지문들이 대본이 맞다면
남편은 천무맹에 끌려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 머리가 터져 죽음을 맞이했다는 말인가
".......... 체포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거나 실수를 했을 수도 있지요."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면 살인멸구를 당한 것일 수도 있어요."
"살...살인 멸구요!?"
감씨 부인은 놀란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에,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 원하지 않는 이에 의해 살해를 당한 것이죠."
"......대체...누가."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대본을 건네준 당사자가 가장 유력하지요."
".....그런.."
감씨 부인은 울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만약 대본을 건네준 당사가에게 살해를 당한 거라면
남편이 이용만 당하다 비참하게 버려진 신세라는 말이 아니던가
남편에 대한 연민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큰 돈을 벌어주겠다며
서아를 학당으로 보내겠다며
더이상 고생시키지 않겠다며
호언장담하며 대본을 읽고 또 읽었던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이용만 당하고 버려졌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차올랐다.
"흐윽...흐윽...흑..흑..흑'"
이내 감씨 부인은 서럽게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악하는 자신들에게 매정하다 못해 비정하기까지한 세상에 대한 울분이 터진 것이다.
토닥 토닥
주소양은 그런 감씨부인을 아무말 없이 부드럽게 토탁이기 시작하였다.
남편을 잃은 여인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는가
그저 말없이 위로만 해줄 뿐이었다.
"모르겠어요...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도저히 모르겠어요."
"잘될거예요....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주소양은 그녀를 달래주며 생각을 하였다.
이 불쌍한 여인을 위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을 꼭 밝혀내자고 말이다.
'현무당주를 만나야겠군.'
주소양은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거렸다.
대본에 적힌 행동지문과 당시 상황이 완전히 일치하였음을 확인하기 위해선 직접 황삼과 마주한 현무당주의 대면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그가 황삼에게 지령을 내린 장본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을 확인을 위해선 감수해야할 일이었다.
'만약 네놈 또한 이번 일에 관계되어있다면 네놈 머리통도 온전치 못할 것이다. 진강.'
주소양의 눈빛에는 살의가 가득 담기기 시작하였다.
********
부웅
현무당주 진강은 거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바람이 가르는 소리가 연무장을 진동시키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거력이 담겨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후우우우...흐읍!"
이번에는 거창을 그대로 앞으로 내밀었다.
쇄애애애애액
그러자 바람이 꿰뚫리는 온사방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부웅
쇄애액
그렇게 쉴새없이 창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후우우우"
이내 진강은 창을 거두고 호흡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잠시 휴식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짝 짝 짝
그때 그의 귓가에 누군가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수!?'
그 소리를 들은 진강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연무장으로 들어오는 기척을 느끼지 못한 탓이었다.
휘익
진강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우아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귀부인의 모습을 말이다.
"............대부인."
진강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멋진 창이네요. 진강. 성취가 더욱 있었나요?"
우아하기 그지없는 귀부인, 주소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애로움과 푸근함이 절로 느껴지는 미소였다.
".......작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축하해요. 진일보하게 되었군요."
"감사합니다......그나저나...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현무당주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딱히 큰 친분 관계가 없는 주소양이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찾아오니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담소를 나누고자 왔어요."
"저희가 담소를 따로 나눌 정도로 친분이 깊은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주소양의 답을 들은 현무당주는 까칠하게 반응을 하였다.
친분 없는 사이라면 찾아오기 전 기별을 주고 오는 것이 보통의 예의였다.
그런데 그런 예의를 무시한 채 멋대로 찾아와서 담소를 나누자고 하니 괜스레 반발심이 들었다.
"친분이야. 차차 쌓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주소양은 현무당주의 까칠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기다리셔야할겁니다."
현무당주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아직 수련이 끝나지 않은 건가요?"
"체력이 남아나서 말입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주소양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대부인께서 말입니까?"
"네에, 저도 오랜만에 창왕槍王의 거창을 견식하고 싶어서 말이에요."
창왕槍王은 현무당주 진강의 별호였다.
창을 쓰는 수많은 무인들 중 당당히 왕이라는 칭해질 정도로 강대한 무력을 가지고 있던 탓에 붙여진 별호인 것이다.
".......괜찮겠습니까?"
진강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녀와의 비무는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중제일인이자 화경 상경에 다다른 그녀와의 비무는
자신을 한 단계 위로 이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살짝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다.
구태여 그녀가 자신을 찾아와 비무를 청하는 게 너무나도 이상하였기 때문이었다.
'의도가 뭐지? 주소양.'
진강의 눈에 서린 의심이 한층 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괜찮고 말고요."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자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진강은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의도가 어찌되었든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자신보다 윗줄에 고수와 대련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곧바로 시작할까요?"
주소양은 그와 살짝 떨어진 곧에 오연히 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담담한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였다.
그 모습을 본 진강은 곧바로 거창을 들어올렸다.
빈틈을 보인다면 언제고 돌진하여 창을 쑤셔박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내 두사람은 진지한 시선을 교환하며 대치를 하기 시작하였다.
서로의 빈틈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대치를 이어갔을까
"검을 뽑지 않는 것입니까?"
이내 진강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꽤나 오랫동안 대치를 이어갔음에도 그녀가 검을 뽑아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필요하면 뽑도록 할게요."
"........저를 무시하는 것입니까?"
"그런게 아니에요. 아직은 필요없다고 느낀 것 뿐이에요."
주소양은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얕보인 것 같습니다."
진강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주소양을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얕보였다는 생각에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진강은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웅혼하기 그지없는 내력이 거창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검을 뽑지 않는다면 부인께서도 위험하실 겁니다."
진강은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아무리 자신보다 윗줄의 고수라지만 같은 화경이었다.
무기도 없이 대치할 만큼의 수준 차는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소양은 검을 뽑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진강을 더욱더 자극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감히!'
진강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어마어마한 분노가 치솟는 것을 느꼈다.
경지는 부족하지만 실전성만큼은 자신이 앞선다고 자부하는 진강이었다.
이십여년 전 정마대전 이후 심산유곡에서 깨달음이나 찾던 그녀와 달리 정마대전 이후에도 현무당의 당주로서 수없이 많은 실전을 겪은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무시를 당하였다.
무기조차 뽑을 필요 없는 개버러지같은 취급을 받은 것이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각오하시오!"
쿵쾅 쿵쾅 쿵쾅
현무당주 진강은 용천혈에 내력을 발출하며 성난 황소처럼 거칠게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그대로 거창을 뻗었다.
노리는 곳은 어깨였다.
우우우우우우웅
닿는 즉시 뼈와 살이 분리될 것 같은 웅혼함이 그대로 작렬하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날아드는 거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눈에 봐도 흉악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서려있는 거창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거나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실례네.'
그녀는 생각하였다.
진강에게 무척이나 실례되는 생각을 하였다고 말이다.
쓸 수 있는 혼신의 힘을 다한 그에게 말이다.
스르륵
주소양은 날아드는 창을 향해 천천히 왼손을 뻗었다.
쾅
그리고 손등으로 창면을 그대로 가격하였다.
그러자 굉음이 터져나오면서 창의 궤도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창은 그녀의 어깨에서 세치 정도 떨어진 곳을 꿰뚫기 시작하였다.
'아..아니?!'
그 모습을 본 진강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가벼운 손동작만으로 공격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한 까닭이었다.
어찌 혼신의 내력이 담긴 공격을 저리도 가벼이 무력화한다는 말인가
부웅
그때 무언가 바람을 꿰뚫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진강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안면을 향해 날아드는 주소양의 조그마한 주먹을 말이다.
쾅
이내 진강의 안면에 주소양의 주먹이 정통으로 꽂히게 되었다.
휘리리릭
그리고 그 주먹을 맞은 진강은 허공에 몸이 뜨더니 쉴새없이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강대하기 그지없는 충격에 몸이 버티지 못하고 회전을 한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공중제비를 돌았을까
콰쾅
얼마 지나지 않아 진강은 땅에 처박혀버렸다.
무척이나 볼품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아직도 체력이 남아도나요?"
주소양은 땅에 처박힌 진강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여전히 푸근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일부러?'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진강은 알 수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별안간 비무를 신청한 이유를 말이다.
혼내주려고했던 것이다.
담소를 나누자는 제안을 거절한 자신을 말이다.
"......충분합니다."
진강은 땅에 처박힌 채 말을 이었다.
여기서 고집을 부렸다간 진짜로 반신불수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잘됐네요."
주소양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앞서 좀더 협조적인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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