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9화 〉 710.부군은 내통자가 아니에요.
"악취가 진동을 하는구나."
우아하기 그지없는 귀부인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약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기생충들의 악취가 말이야."
여인은 서릿발 같은 기세를 풍기면서 말이다.
움찔
그 기세에 노출된 이들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압박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고수!'
험상궂은 남자는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감히 쳐다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강대한 무림고수라는 사실을 말이다.
'.........거슬리면 안된다.'
남자는 재빨리 바지를 추스르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여인을 자극해선 안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협께서는...누구십니까?"
바지를 추스른 남자는 공손한 태도로 입을 떼었다.
"쓰레기 따위한테 알려줄 이름 따위는 없다."
여인은 힐난 어린 시선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하하..쓰레기라뇨....여협께서 무슨 오해가 있으신듯 합니다."
그녀의 날선 반응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희는 빚을 받아내기 위해 정당한 행사를 치르는 것에 불과합니다."
"정당한 행사가 아녀자를 범하는 것이더냐?"
여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겁을 주려고 그런 시늉을 했던 것 뿐입니다. 실제로 그런 짓을 할 생각 따윈 없었습니다."
남자는 뻔뻔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누가봐도 강간 직전의 상황이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삽입이 이뤄지지 않은 미수에 불과하지 않은가
"네놈이 날 바보로 아는구나."
여인은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휘익
그리고는 허공에 가벼이 손을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이내 집안에 절삭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툭
더불어 무언가 떨어지는듯한 소리 또한 울려퍼졌다.
오싹
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몸이 절로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선명하고도 섬뜩한 소리에 웬지 모를 불안감이 치솟은 까닭이었다.
"형..형님! 팔..팔이!"
그때 여인의 다리를 벌리고 있던 부하가 다급한 어조로 소리를 내질렀다.
"팔?"
험상궂은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어깨 밑으로 텅 비어있는 광경을 말이다.
"어...어?"
남자는 비현실적인 광경에 넋을 놓아버렸다.
머릿속으로 받아들이는데 무리가 갔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시선을 더욱더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시야에는 땅에 떨어져있는 잘린 팔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아.."
그제서야 남자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팔이 잘려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남자는 고통에 가득 찬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팔이 잘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는 어마어마한 고통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남편을 잃어 미망인된 여인이다. 한 아이를 홀로 키워야하는 어미이기도 하지. 그런 불쌍한 여인의 고혈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빨아야했느냐?"
여인은 찢는듯한 비명성을 내지르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끄으윽...으윽..으윽..정말로...빚을 받아내려고."
"황삼에게 빚따위는 없었다. 노름에 취미도 없었으며 언제나 일찍 가정으로 들어오는 성실한 남자였다. 그런데 어찌 그에게 빚을 받아낸다는 말인가?"
"......아무도..몰래.....돈을 빌렸습니다...믿어주십시오.."
남자는 팔이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
만약 위조된 차용증임이 들통나게 된다면 곱게 죽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네놈은 팔이 잘려도 정신을 못차린듯 싶구나."
주소양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황삼에 대한 인적사항은 모두 천무맹의 집법당에서 직접 조사한 내용인 것이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거짓으로 날조를 하더니
이 얼마나 우둔한 자란 말인가
"아무래도 나머지 팔도 그리 필요가 없는듯 싶구나."
여인은 미련없이 팔을 들어올렸다.
휘익
그리고 다시금 팔을 한 번 휘저었다.
서걱
"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이내 남자의 반대쪽 팔 또한 그대로 잘려나가게 되었다.
양팔을 전부 잃어버린 것이다.
쿵
이내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양팔이 사라져버려 도저히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한 까닭이었다.
또각 또각 또각
그 모습을 본 여인은 남자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꾸욱
그리고 그의 뒷머리에 발을 올린 뒤 누르기 시작하였다.
"끄아아아악!"
뒷머리에 거대한 압력을 느낀 남자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더 지껄여보거라. 황삼이 네게 돈을 빌렸더냐?"
여인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다시금 물었다.
만약 여기서 거짓을 고한다면 그대로 머리를 터트려버릴 심산이었다.
"아닙니다! 전부 제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저는 황삼의 얼굴도 본 적이 없습니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남자는 다급히 사실을 고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남자는 돈을 빌려주긴 커녕 황삼을 만나본 적도 없는 이였다.
그저 황삼의 남겨져있는 재산이 탐이나서 엉겨붙었을 뿐이었다.
덤으로 남겨진 마누라와 애새끼도 팔아치우고 말이다.
"쓰레기 같은 자식."
여인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이미 반쯤 짐작하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막상 그의 입으로 들으니 분노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을 수탈하였을까
"맞습니다......전 쓰레기입니다....갱생하겠습니다...부디...부디....살려주십시오..제발.."
남자는 빌고 또 빌었다.
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양 팔은 잃었지만 살고 싶었다.
죽기 싫은 것이다.
"거절하지."
주소양은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꾸욱
콰지직
그리고는 발을 짓눌러 그의 머리를 터트려버렸다.
이내 사방에 그의 뇌수가 흩뿌려지기 시작하였다.
"쓰레기는 쓰레기인 법."
탁 탁
그녀는 뇌수가 덕지덕지 묻은 발을 바닥에 두어번 털어내며 읊조렸다.
애초에 살려둘 생각조차 없었다.
멍
한 편 황삼의 부인을 잡고 있던 남자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비현실적인 상황에 넋이 나가버린 까닭이었다.
하늘같이 따랐던 형님이 머리가 터져 죽어나갔다.
어찌 제정신을 차릴 수 있겠는가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거지?"
그때 머리통을 터트린 여인은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화들짝 놀란 남자들은 재빨리 황삼의 부인을 놓아주었다.
털썩
"살려주십시오! 저흰 시킨대로 한 죄밖에 없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전부 저새끼가 시킨 일입니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은 채 빌기 시작하였다.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음같아선 네놈들도 당장 죽이고 싶으나 지금은 시킬 일이 있구나."
그 모습을 보던 여인은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뭐든 시켜주십시오!"
"얼마든지 시켜주십시오!"
여인의 말에 희망을 찾은 남자들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이자의 재산을 전부 압류하겠다. 전부 가지고 오도록 하라."
툭
주소양은 머리가 터진 남자를 툭 건들며 입을 떼었다.
"형님의 재산을...말입니까?"
"정신적 피해보상이다."
여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여인의 말을 들은 남자들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라야할지 아니면 그냥 튀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망칠 생각은 안하는 게 좋을 것이다. 네놈들이 아무리 날고기어도 천무맹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테니."
"처..천무맹 소속이십니까!?"
남자들은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본녀는 주소양이다. 세인들은 본녀를 천검후라고 부르고 있지."
우아한 귀부인, 주소양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었다.
그들이 중간에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주소양?!"
"여중제일인!?"
그러자 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눈앞의 여인이 상상이상의 거물이라는 생각에 경악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딴생각을 품는다면 지옥 끝까지 찾아가겠다."
주소양은 그들을 바라보며 친절히 경고를 해주었다.
"아..알겠습니다!"
"바로 정리해서 가져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남자들은 다급히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말을 성실히 이행할 심산이었다.
"괜찮으시나요?
그들이 나가자 주소양은 황삼의 부인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흐윽...흑...감..감사합니다..흐극"
황삼의 부인은 눈시울을 적시며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자신을 구해준 주소양에 대한 고마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일을 한것 뿐이에요."
주소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약자를 돕고 악인을 벌하는 것은 협의지사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흐으윽...흐윽..흑..흑..흐으윽"
그녀의 말을 들은 황삼의 부인은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순간적으로 긴장 탁 풀려버리면서 설움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이내 집안은 울음바다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울고있는 그녀를 조용히 다독여주었다.
그녀의 설움이 전부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
"추태를 부렸어요. 죄송해요."
황삼의 부인, 감씨 부인은 무척이나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떼었다.
"추태라뇨. 그런 일을 당할 뻔했는데....당연한 일이에요."
".....감사해요.."
감씨부인은 눈시울을 적시며 입을 떼었다.
따뜻한 위로의 말이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저런 자들이 자주 오나요?"
".......남편이 죽은 뒤로......종종 찾아와요."
감씨부인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돈을 요구하는 이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저치들을 제외하더라도 하루에도 몇 번이고 찾아오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작자들이군요."
주소양은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고혈을 빨아먹는 기생충이 한둘이 아닌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맹이나 관아에 보호 요청은 해봤나요?"
"......소용없었어요.....남편이 무림공적을 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아무도 저희를 도와주지 않았어요."
몇 번이고 도움을 청하였던 그녀였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죽은 남편이 무림공적을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정말.....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감씨부인은 울상이 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모두 오해를 하고 있는거예요......저희 남편이...그럴 리 없어요....그이는.....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감씨 부인은 억울하다는듯 말을 내뱉었다.
"그런가요?"
"네에, 남편은......무공에대한 욕심이 없는 그런 사람이었어요.....무공에 대한 욕심도 호신 정도면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라구요....그런 사람이 어찌 천무맹주의 무공을 탐하려고 위험한 선택을 했겠어요?"
황삼은 본디 무공에 열망이 없는 이였다.
무공자체도 그냥 먹고 살려고 배운 게 전부였고
무공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리고자하는 공명심도 없는 자인 것이다.
그런 그가 어찌 무공을 탐하여 무림공적과 작당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품에서는....태허일기공의 전반부가 적힌 비급이 나왔다고......."
"전부 모함이에요......분명 그이는 전날밤 제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어요....차라리 품속에 전표 다발이 있었다면 믿음이 갔을 거예요. 그런데 뜬금없이 무공이라뇨? 말도 안되는 일이에요."
"전날밤 큰돈을 벌 수있는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고요?"
주소양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떼었다.
".....네에.....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그 돈이면 서아를 서당에 보낼 수 있고.....저도 남의 집에서 삯바늘질을 안해도 된다고.......그렇게 말했는데.....흐윽.."
감씨부인이 다시금 눈물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호의호식하게 해주겠다고 말하던 남편의 모습이 그녀의 뇌리에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큰 돈을 벌 기회?'
한 편 그녀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의혹이 가득 서린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비급을 탐했다고 증언과는 전혀 다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공식적으로 그는 천무맹주의 비급을 탐하여 무림공적과 내통한 이였다.
그런 그가 돈을 벌 수 있다고 자랑을 하였다?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혹여 남편 분께서 어떤 일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준 적이 있나요?"
"아니에요......기밀을 요하는 일이라고...자세한 이야기는 해준 적이 없어요."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일을 캐묻기도 했지만 남편은 그저 싱글벙글 웃을 뿐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럼 뭔가 다른 변화같은 건 없었나요?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던가 아니면 갑자기 늦게 들어온다던가"
"....딱히 이렇다할.....변화는......"
그녀의 물음에 감씨부인은 모르겠다는듯 말을 이었다.
딱히 바뀐 게 있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때 감씨부인이 무언가 생각났다는듯이 탄성을 내뱉었다.
"기억나는게 있나요?"
주소양은 궁금하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생각해보니 바뀐게 있었어요."
"그게 뭔가요?"
"큰 돈을 벌 기회가 생겼다고 한 후에 무언가 적으면서 중얼거렸던 것 같아서요."
"무언가를 적었다고요?"
"네에...."
"혹시 적은 종이가 어디있는지 알 수 있나요?"
".....그건 저도...잘..모르겠어요.....항상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터라. "
감씨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떼었다.
"남편분 옷들을 전부 가져오실 수 있나요?"
"남편의 옷을요?!"
그녀는 의아한듯 주소양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남편의 옷을 왜 들고 오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림공적과 내통했다는 사실이 누명일지 몰라요."
"누명이요!?"
"네에, 그러니 옷을 가져와주세요. 그 종이가 필요해요!""
"네..넵!"
감씨부인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몇 벌을 그대로 들고왔다.
"여기 있어요."
"이게 전부인가요?"
주소양은 그녀가 가져온 옷을 보며 입을 떼었다.
많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이었다.
"...네에....보통 새걸 사지 않고 꿰매입고 돌려입는 게 대부분이라.."
"그렇군요."
주소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다음 곧바로 감씨 부인이 건낸 옷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거칠게 옷을 풀어헤치며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하였다.
부디 종이가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뒤졌을까
'찾았어.'
이내 주소양은 손에 무언가 잡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곧바로 잡힌 것을 빼내었다.
그러자 곱게 접힌 종이가 이내 모습을 드러내었다.
주소양은 곱게 종이를 천천히 펼치기 시작하였다.
종이가 펼쳐지고 난잡하게 적혀있는 글씨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글씨들을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종이를 읽어내렸을까
"부인이 옳았어요."
이내 주소양은 한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네..네에?!"
"부군은 내통자가 아니에요."
주소양은 진지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감씨 부인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말이 적혀있길래 저런 말을 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