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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07화 (708/1,419)

〈 707화 〉 708.누군지는 모르지만 사람 잘못 건드렸어.

"가주 대리! 여기 금화상단의 매출 내역서입니다. 확인하시고 수결 부탁드립니다!"

"가주 대리! 여기 금철방에서 보내온 수익 정산서입니다. 확인 후 수결 부탁드립니다!"

"가주 대리! 삼묵 상단에서 의뢰서를 하나 보내왔습니다. 북해쪽과 거래를 트고 싶다고 하더군요. 확인 후 수결 부탁드립니다"

"가주대리! 이건 명철 전장에서....."

"가주 대리! 여기 보급품을........"

수 많은 내정관들이 들락날락 거리며 책상에 서류를 쌓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내 책상 위에는 산더미같은 서류 뭉치들이 높게 쌓여지기 시작하였다.

"하아아.."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서류 정리에 마음이 꺾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일은 매일 더 늘어나는거지?'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인원을 확충하고 세분화까지해서 일처리를 좀더 수월하게 만들었건만

노동강도는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었다.

'조금...지치네.'

일거리가 많다는 것은 당가가 그만큼 번영한다는 증거였지만

그리 기쁘지가 않았다.

그녀의 온몸에 어마어마한 탈력감이 휘감아졌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녀는 책상에 그대로 머리를 박아버렸다.

해야하지만 하기싫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해야한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만약 오늘치 분량을 끝내지 않는다면 일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말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하기가 싫었다.

온몸을 휘감고있는 탈력감이 그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콩 콩 콩 콩

당서윤은 이마로 책상은 몇 번이고 찧기 시작하였다.

하기 싫다는 무언의 시위였다.

그렇게 얼마나 머리를 박았을까

이내 그녀는 천천히 머리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서류에 손을 뻗기 시작하였다.

마음같아선 오늘 하루쯤은 일따윈 저 멀리 집어치우고

푹쉬고 싶었다.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기엔 그녀는 너무나 성실하였다.

무책임할 수 없는 것이다.

스르륵

그녀는 조용히 서류를 넘기며 검토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똑 똑 똑 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인가요?"

당서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별안간 누군가 싶은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저예요, 가주 대리."

그러자 익숙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곧바로 열리더니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고급진 느낌이 강한 귀부인, 금적화였다.

"무슨 일인가요. 금부인."

당서윤은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오기 전엔 따로 기별을 주고 오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갑작스레 방문을 하니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보고를 드려야할 것 같아서요."

"보고요?"

"네에......요즘 중원에 묘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 아시나요?"

"묘한 소문이요?"

당서윤은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묘한 소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네에."

금적화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어떤 소문인가요?"

그녀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당서윤의 표정 또한 덩달아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제남에 무림공적 장삼이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장삼이요!?"

그녀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금적화에게 되물었다.

제남에 장삼이 나타났다니?

장삼은 선우의 본래 정체가 아니던가

선우는 당가에 박혀있거늘

어찌 장삼이 제남에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인가

"네에, 아무래도 알아두셔야할 것 같아. 이렇게 따로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금적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림공적 장삼에 대한 화제로 인해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었다.

이렇게 미리 말해두는 편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요. 금부인."

당서윤은 한층 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아무래도 선우와 이야기를 나눠봐야할 것 같다고 말이다.

******

"아바아바아바!"

"그래에에~ 아빠..아빠야아아."

선우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연우를 끌어안기 시작하였다.

이제 말문이 트여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운 연우였다.

어찌 함박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연우, 엄마라고 불러보거라."

그러자 옆에 있던 능소화가 연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빠라고 불려지는 선우가 괜스레 부러웠던 듯 보였다.

"어마아아~"

그러자 연우가 능소화를 바라보며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였다.

".........똑..똑하구나...상을 줘야겠구나..."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얼굴을 잔뜩 붉혔다.

엄마라고 불리우는 연우의 모습에 없던 모성애가 절로 치솟은 까닭이었다.

"이 가락지는 황실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보옥으로 만든 가락지로, 그 가치는 감히 가격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물건이다. 이걸 네게 주도록 하마."

능소화는 손에 끼워져있는 가락지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딴에는 가장 가치있는 물건을 건네주는 것이었다.

"아부~! 쭈읍 쭈읍 쭈읍"

연우는 그녀가 건넨 가락지를 입에 넣고 그대로 빨기 시작하였다.

"부우우우!"

그러더니 이내 귀여운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당과인줄 알고 그대로 입에 넣고 빨아먹은듯 싶었다.

"댜!"

연우는 그대로 가락지를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버리면 안되는 물건이다!"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화들짝 놀라며 바닥에 굴러가는 가락지를 쫓아가기 시작하였다.

"히히히히히 바보래요~"

옆에 있던 요랑은 그런 능소화의 모습이 웃겼는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꺄아아아아~후우우~"

연우 또한 요랑과 함께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우리 연우가 기분이 좋은가 보네?"

북궁연은 그런 연우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며 푸근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아부다다!"

이내 방 안은 웃음 꽃으로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이게 행복이구나.'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훈훈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여인들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귀여운 아들

웃음꽃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부인들간의 우애

그 중심에 있는 자신

모든 게 완벽하였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말이다.

선우의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똑 똑 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지?"

선우는 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나야."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들어와."

선우는 곧장 출입을 허가하였다.

그러자 아름다운 외견을 갖춘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

당서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쩐 일이야?"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한창 서류더미와 씨름을 하고 있어야할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니 의아함이 들었다.

"물어볼게 있어."

당서윤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물어볼거?"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혹시 요근래 당가 밖으로 외유 나간 적 있어?"

"외유?"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의도로 저런 걸 묻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없어. 당가 밖은 물론이고 내 방에서도 잘 안나갔는데?"

사실이었다.

요근래 한거라곤 연우와 놀아주거나 밤마다 찾아오는 부인들과 뜨거운 밤을 보냈던 것 밖에 없는 선우였다.

그런 그가 밖에 나갈 리 만무한 것이다.

"...........그래?"

선우의 대답을 들은 당서윤은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다.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인듯 하였다.

"뭔데? 무슨 일인데?"

당서윤의 반응을 본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리도 심각한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지금 중원에 묘한 소문이 돌고 있어."

"묘한 소문?"

"제남에 무림공적 장삼이 나타나 맹주를 비방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당서윤은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벙진 표정을 지었다.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림공적 장삼이라면 자신의 본래 신분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당가에 처박혀있던 자신이 제남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삼이라면 선우 옛날 이름 아니야?"

그때 옆에 있던 요랑이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삼이라면 예전에 선우에게 얼핏 들었던 이름이었다.

선우라고 이름을 바꾸기 전 썼던 이름이라고 말이다.

그런 이름이 갑자기 튀어나오니 의아함이 들었다.

"........맞아."

이내 요랑의 물음에 정신 차린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장삼은 자신의 이름이었다.

저 기억 속 저편에 묻어놨던 본래 진실된 신분 말이다.

그런데 그 본래 주인조차 잊고 있었던 이름이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게 되었다.

천무맹을 적대하였다는 소문과 함께 말이다.

와락

선우는 안면을 와락 찌푸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 또다시 자신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는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이상하네......선우는 방구석에서만 처박혀있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제남에 나타날 수 있지?"

요랑은 모르겠다는듯 입을 떼었다.

"가짜야."

그때 연우를 안고 있던 북궁연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가짜?"

"그래, 아마 장삼의 모습으로 변모한 누군가가 그를 흉내냈을 거야."

"어떻게 얼굴을 바꿀 수 있지? 선우 처럼 축융공이라도 쓰는 걸까?"

"인피면구人皮面具."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인피면구?"

"사람 얼굴 가죽을 가공해서 만든 가면이야. 그걸 이용해서 선우를 흉내냈을거야."

"그렇게 똑같았아?"

"잘 만든 인피면구라면 기감이 예민한 사람이 아닌 이상 어색함을 인지하지 못해."

북궁연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녀 또한 과거 흉마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인피면구를 활용했던 전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인피면구를 이용하여 선우를 흉내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대체 누가?"

요랑은 모르겠다는듯 입을 떼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선우를 흉내내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마 선우를 흉내냄으로써 가장 큰 이득을 볼 이들이겠지."

북궁연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인과라는 게 있었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것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구태여 무림공적인 선우를 흉내내어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말이다.

"......불쾌하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휘둘리는 건 힘없을 때 충분히 겪었던 일이었다.

이제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겨 다시는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심 다짐했건만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되었다.

알지 못하는 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어찌 불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서윤."

선우는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관련 소문을 전부 수집해줘. 뭐가 어떻게 된거지. 그리고 천무맹의 반응은 어떠한 지 전부 말이야."

"알았어."

당서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마워."

말을 마친 선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어디로 가려고?"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불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혹시나 제남으로 쳐들어가 모두 뒤엎어버릴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으로 서신 한 통만 보내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일단 제대로 된 진상부터 확인할 심산이었다.

"천무맹으로?"

당서윤은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든든한 조력자가 있거든."

선우는 옅은 미소를 흘리며 입을 떼었다.

천무맹에 조력자가 있었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고 충성하는 훌륭한 조력자가 말이다.

"아!"

선우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이내 깨달은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가 말하는 든든한 조력자의 존재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에는 선우의 부인이 한 명 더 있었다.

비록 정식적으로 이혼 절차를 밟진 않았지만

그 마음만큼은 이미 부부나 다름없는 여인.

여중제일인이자 정마대전의 영웅으로 거대한 명성을 쥐고 있는 여인.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이었다.

"소양이라면 어느정도 사태 파악을 해놨을거야."

선우는 굳건한 신뢰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주소양이라면 장삼이라는 존재가 등장한 시점부터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소중한 낭군과 관련된 일이었을테니 말이다.

선우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주소양에게 서신을 보낼 심산이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람 잘못 건드렸어.'

선우는 적의가 가득 담긴 시선을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흉내낸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큰 실수를 한 것이었다.

예전과 달리 당하고만 있지 않을테니 말이다.

선우의 걸음이 더욱더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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