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6화 〉 707.가짜를 만드는 건 저희의 전문이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오!"
이재원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동시다발적으로 장삼이 나타났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사실입니다....각 성의 지부에서 순차적으로 기별이 날아들었습니다...."
차도진은 더듬거리며 간신히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황당한 것은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장삼은 하나이건만 어찌 여러 명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인가
무슨 분신술이라도 익혔다는 말인가
"그게 무슨.....!"
이재원은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너무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을 하였을까
"가짜입니다!"
이내 차도진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장삼 모두 인피면구를 뒤집어 쓴 가짜입니다!"
가짜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각 각 다른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이재원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무림공적인 장삼으로 변모하여 모습을 드러냈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천무맹을 적대하는 세력의 짓인 것 같습니다."
차도진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우리를 적대하는 세력?"
"최초로 대자보를 붙였던 진범 말입니다."
"아!"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깨달았다는듯이 탄성을 내뱉었다.
범인을 장삼으로 굳게 믿은 탓에
원래 대자보를 붙였던 진범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던 탓이었다.
"그놈들이 움직였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아마도 저희의 대처가 마음에 들지 않은듯합니다."
차도진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런 식으로 머리를 굴리다니 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 장삼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전역으로 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세인들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모습을 드러낸 장삼이 가짜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안 순간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제남에 나타났던 장삼이 과연 진짜일까라는
의심을 말이다.
'머리 아프군.'
골머리가 아팠다.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천무맹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릴 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대체 그치들의 의도가 무엇이란 말이오!"
이재원은 이해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대체 무슨 의도로 이렇게 사사건건 방해를 한단 말인가
"아무래도 천무맹에 대한 의심을 심어줄 요량인듯 싶습니다."
"뭐라!?"
"여러 명의 장삼을 등장시켜 마음만 먹으면 범인 따위는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다는 의심을 품어준 것입니다."
"천인공노할 놈들이!"
이재원은 거칠게 고함을 내질렀다.
천무맹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적대세력의 의도에
어마어마한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게 완벽하였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말이다.
장삼을 이용하여 그를 둘러 싸고 있던 모든 악의적인 소문들을 뒤덮어버렸다.
여론을 반전시킨 것이다.
추악한 범죄자에서 패륜 제자의 모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불쌍한 피해자로 말이다.
그리고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였다.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탄원서 대신 후원금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것이 올바르게 변한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뒤틀려버렸다.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장삼으로 인해서 말이다.
분노가 치솟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맹주, 일단 진정하시지요."
차도진은 잔뜩 흥분한 이재원을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소! 간신히 수습을 했던 게 전부 물거품이 되지 않았소!"
이재원은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전부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닙니다."
차도진은 차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비록 가짜일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긴 하였지만 이미 맹주에 대한 악의적인 여론은 어느정도 잠잠해진 상황입니다. 어찌 보면 상황이 더욱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요."
이미 이재원에 대한 악의적인 여론은 잠잠해진 상황이었다.
모든 것이 장삼의 짓이었다는 여론이 한 번 형성되었던 탓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심을 든다하여 직접적으로 이재원에게 의구심을 표할 이는 없을 것이다.
대중들은 한 번 지나간 화제를 꺼내기보단 가짜 장삼의 난립이라는 새로운 자극적인 화제에 이목을 집중할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지는 않은가! 가짜 장삼들이 여론을 꾸준히 양산해낸다면 언제고 악의적인 소문은 돌고 말걸세!"
이재원은 답답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지금이야 잠잠해졌다지만
가짜 장삼이 꾸준히 악의적인 내용을 퍼트린다면
언제고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들이 재조명 될 수도 있었다.
위험부담을 쭉 안고 있는 것이다.
"그전에 조치를 취하면 됩니다."
차도진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묘수라도 있는 것인가!?"
차도진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반색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아무래도 숨겨놓은 꿍꿍이가 있는듯 싶었다.
"잡으면 됩니다."
"잡는다?"
"예에, 장삼으로 변모한 이를 잡은 뒤 증언을 하게 만드는 겁니다. 모든 흑막은 무림공적 장삼이었다고 말입니다."
차도진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소?"
이재원은 눈살을 살짝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신출귀몰하여 잡지 못하였던 적대세력들이었다.
잡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언제고 잡을 수 있다는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식의 증언을 받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진짜를 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맹주."
차도진은 냉막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재원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진짜를 잡을 필요는 없다니?
"가짜를 만드는 건 저희의 전문이 아닙니까?"
차도진은 진한 미소를 흘렸다.
악의가 가득히 담겨있는 미소였다.
이재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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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두근 두근
천무맹의 평무사 황삼은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거사를 치른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지금이라도.....튈까?'
황삼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였다.
진지하게 도망을 갈까하고 말이다.
'안돼...그럴 수는 없어....!'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의지를 다졌다.
이번 일만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오게 된다.
평무사인 자신의 월급으로는 평생 모아도 모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 말이다.
'그 돈이면........서아를 서당에 보낼 수 있어.......배불리 먹일 수도 있고......'
황삼은 의지를 다졌다.
하나 뿐인 아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식한 자신과는 달리 똘똘한 아들이다.
분명 서당에 보내놓으면 큰 인물이 될 재목인 것이다.
'한 번만......이번 한 번만.....고생하자!'
황삼은 눈을 반쩍거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상업지구의 중심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신법을 발휘하여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말이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그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장삼!?"
"장삼이다!"
"장삼이 나타났다!"
그러자 사람들이 너도 나도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이미 수배서를 통해 얼굴이 익히 알려진 장삼이었다.
그런 장삼이 모습을 드러내니 경악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타타탁
이내 상업지구 중심에 도달한 그는 품 안에서 전지 한 장을 꺼내들었다.
이재원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전지였다.
그는 그대로 전지를 상업지구 중앙에 있는 건물에 붙이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버렸다.
도망칠 시늉을 할 심산이었다.
"멈춰라! 장삼!"
그때 천지를 쩌렁저렁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황삼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잔뜩 성이 나있는 현무당주 진강의 모습을 말이다.
'계획대로다.'
황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혹여 현상금 사냥꾼이나 다른 무인이 끼어들면 어쩌나 노심초사 하였던 그였다.
그런데 다행히 계획대로 진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첫 시작이 좋았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황삼은 미련없이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도주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딜!"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진강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덥석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삼을 붙잡아버렸다.
부웅
콰콰쾅
그다음 곧바로 그를 패대기쳐버렸다
"끄아아아아악!"
이내 황삼의 입에서 심각한 비명성이 터져나왔다.
평무사에 불과한 그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얘기가....다르..잖아!?'
황삼은 당황하였다.
분명 듣기로는 힘을 조절하여 제압을 해준다고 하였다.
보기에만 요란하게 말이다.
그런데 실상은 우악스럽고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제압이었다.
'나중에 따..따로..항의를 해야겠어..'
황삼은 고통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마음 같아선 삿대짓을 하며 이야기가 다르다고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간 모든 일이 허사가 되고만다.
참아야했다.
부웅
그때 황삼의 몸이 공중 붕 뜨기 시작하였다.
진강이 그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들어올린 탓이었다.
"네 놈은 누구냐?"
진상은 황삼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눈깔이 삔 것이더냐? 장삼이다. 현무당주."
황삼은 고통을 참아내며 혼신의 연기를 펼치기 시작하였다.
"아니, 네놈은 장삼이 아니다. 장삼은 네놈처럼 어설픈 무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진강은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비록 무림공적이 되었다지만 장삼은 엄연히 기재로 불리던 이였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무력을 보유하지 않은 것이다.
꽈악
진강이 황삼의 안면을 붙잡았다.
찌이이익
그리고 곧바로 얼굴을 뜯어버렸다.
그러자 황삼의 맨얼굴이 만천하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니!"
"어찌?!"
"이럴 수가!?"
그러자 세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였다.
진강에게 붙잡힌 장삼이 가짜였다는 사실에 경악을 한 것이다.
"어째서 장삼을 흉내내었지?"
진강은 황삼을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째서 장삼을 흉내내었는지 말이다.
"크크큭...그걸 내가 말할 것 같은가?"
황삼은 대본대로 한 번 튕겨주었다.
곧바로 미주알 고주알 떠들어버리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차도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아무래도 좋은 말로는 안되겠군."
진강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쉽게 불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우둑
그는 황삼의 손목을 그대로 꺾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악!!!!!!!"
그리고 황삼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손목이 꺾여지는 미친듯한 고통이 온몸을 엄습하였기 때문이었다.
'흉내만 낸다며! 흉내만!'
황삼은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분근착골을 흉내만 낸다고 하였다.
그런데 손목을 꺾다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말해라.....어째서 장삼을 흉내냈지?"
"............"
황삼은 입을 꾹 다물었다.
대본에는 분근착골 후 털어놓는다고 쓰여져있었다.
그대로 행하여하는 것이다.
"손목정도는 괜찮다 이건가? 재밌군."
그 모습을 본 진강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탁 탁 탁
그리고 곧바로 빠르게 그를 격타하기 시작하였다.
우드득 우드득
그러자 온몸의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진강의 장기인 분근착골이 시작된 것이다.
"크아악!"
황삼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온몸의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고통이 온몸을 엄습한 까닭이었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러워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이건 얘기가 다르잖아아아아!!!!!!'
그는 분노를 토해내었다.
얘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분명 흉내만 낸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진짜로 분근착골을 시행한다는 말인가
"크아아아악!!말하겠습니다!!!!전부 말하겠습니다!!!!!!"
황삼은 다급히 언성을 높이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이러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한 까닭이었다.
타타타탁
그 모습을 본 진강은 곧바로 분근착골을 풀어주었다.
"말하거라. 어째서 장삼을 흉내내었지?"
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황삼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장삼과.거래를 하였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뗴었다.
"장삼과 거래를 하였다?"
"그..그렇습니다........자신을 흉내내어 벽보를 붙이고 다니면.....천무맹주의 무공을......주겠다고.."
그는 더듬거리며 대본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지껄이기 시작하였다.
설정은 천무맹주의 무공에 혹하여 무림공적과 거래를 한 어리석은 무인이라는 설정이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는?"
"여..여기...태허일기고공의 초반부가 적혀있는 비급이 있습니다."
황삼은 품 안에서 볼품 없는 비급 한권을 꺼내며 입을 떼었다.
진강은 비급을 받아들었다.
촤르르
그리고 곧바로 한 번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으나 꽤나 그럴듯하게 적혀져있는 비급이었다.
'스승의 무공으로 탐욕자들을 유혹한 것이냐! 장삼!'
진강은 장삼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파문당했다지만 근간이나 다를 바없는 사문이었다.
그런 사문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미련없이 배신하는 장삼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름이 뭐지?"
진강은 황삼을 바라보며 입을 뗴었다.
"황삼이라고...합니다."
"무림공적과 내통을 한 자는 즉결처형대상이다. 알고 있는 것이냐?"
"아이고. 잘못했습니다....당주......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소인이 신공절학에 눈이 멀어.....이런 짓을 벌였습니다."
황삼은 다급히 그에게 빌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는 대본에 있는 내용이었다.
이제 진강은 자신을 끌고 옥에 가두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옥에 들어간 자신은 거금을 받고 풀려나게 될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다음 생에서는 탐욕을 자제하며 살도록 하라."
"네에?!"
콰직
황삼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진강이 팔을 휘둘러 그대로 격타해버렸기 때문이었다.
풀썩
이내 머리를 잃은 황삼의 몸이 그대로 땅에 떨궈지게 되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상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아무런 미련없이 말이다.
상업지구의 중심에는 황삼이었던 시체가 자리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