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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705화 (706/1,419)

〈 705화 〉 706. 저열한 계략

-무림공적 장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 짧지만 강력한 소문은 세인들을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장삼이 누구란 말인가

지난 수십년 간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여협들을 간살하고 공적으로 선포되었던 색마가 아니던가

천무맹주의 대제자이자 아픈 손가락이라는 사실 때문에

무림공적으로 선포되었을 당시 상당한 화젯거리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이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가 있겠는가

처음 소문을 접한 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잘못 본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였다.

하지만 당시 장삼의 모습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이 더해지며 그 소문에 신빙성이 더해지기 시작하였다.

목격자만 수십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내 천무맹에서 장삼의 출현이 뜬소문이 아닌 진실임을 정식으로 공표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일어났던 맹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린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게 되었다.

천무맹의 공표를 들은 세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장삼을 욕하기 시작하였다.

스승마저 능욕하는 그의 패륜적인 행동에 분노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천무맹 측에서는 장삼에 목에 걸린 현상금을 오십만 냥으로 올리게 되었고 수많은 현상금 사냥꾼들과 무인들이 장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천무맹주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

"대자보를 붙인 게 장삼이라고?"

당진설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혼주魂主에게 물었다.

"천무맹에서 발표한 바는 그렇습니다."

혼주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받았다.

"허어."

당진설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그딴 식으로 술수를 부릴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혼주는 그런 당진설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말도 안되는 개소리다."

"하지만 그를 목격한 이만 수십에 이른다고합니다."

"인피면구라는 게 괜히 있는 것은 아니지."

"누군가 그를 흉내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시의적절하게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겠지."

자신들이 붙인 대자보로 인해 한층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있는 천무맹의 앞마당이었다.

그런 곳에 구태여 모습을 드러내다니?

저능아가 아니고서야 할 법한 일이 아닌 것이다.

"아무래도 천무맹에 독사같은 자가 있는듯하구나. "

당진설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장삼을 이용한 계획을 짠 이를 높게 평가하였다.

임기응변으로 내세운 계획치고는 짜임새가 꽤나 치밀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에 악의가 있으면서 누구나 알 수 있는 악명을 가진 장삼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장삼은 무림공적으로 선포된 전력이 있었다.

그러니 천무맹의 적대할만한 개연성이 생기게 된다.

게다가 천무맹주의 아픈 손가락으로서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었다.

그 악명을 이용하여 자극적인 화젯거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천무맹주의 악의적인 소문 따위는 모두 덮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머리를 이딴식으로 굴리다니......"

도저히 이재원의 머리에서 나올 만한 계획은 아니었다.

이재원은 악랄하지만 똑똑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혼주는 의문스럽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앞으로의 대처가 궁금하였기 때문이었다.

대자보를 붙인 범인이 장삼이라고 소문이 난 이상

이재원에 대한 폭로로 천무맹을 뒤흔들려는 계획이 무산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에 그녀가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 지 궁금증이 들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그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재원의 계획을 망쳐버릴 묘수를 생각하는 듯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고민을 하였을까

"저열한 방법을 쓰고 싶진 않았는데...."

이내 당진설은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저열한 방법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품위마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다소 저열한 방법이 필요하였다.

유치하지만 천무맹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뜨릴 방법을 말이다.

"....묘수가 있으신겁니까?"

혼주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이렇다할 방법이 없었다.

이미 여론이 천무맹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없진 않아요."

당진설은 고운 아미를 찌푸린 채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스스로 생각해낸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보였다.

"하지만 찬물 더운물 가릴 상황은 아니지요."

당진설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저열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 효율에 중점을 두기로 하였다.

*********

"금진상단과 삼일상단에서 후원금을 보내왔습니다."

제갈찬은 공손히 태도로 말을 이었다.

"각 각 액수는 얼마나 되지?"

"금진상단은 오 만냥정도 삼일 삼당은 삼 만냥 정도 되는 은자를 보내왔습니다."

"꽤나 무리를 하였군."

금진과 삼일은 중소형 규모의 작은 상단이었다.

그런 곳에서 저정도 액수면 무리에 가까운 금액인 것이다.

"마교 토벌에 보탬에 되고자 한다는 서신 또한 함께 동봉되어있었습니다."

"협을 행할 줄 아는 보기 드문 상단이로다."

이재원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돈을 공짜로 주겠다는데 싫어할 이가 어디있겠는가

"그밖에도 진문검가와 오씨가문에서 전력을 보내겠다는 연통이 도착하였습니다."

제갈찬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크으으.....이거지.'

이재원은 흡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악의적인 소문을 장삼에 대한 화젯거리로 뒤덮은 이후

천무맹에 대한 후원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천무맹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한 덕택에

줄을 대고 싶어하는 이들이 다시금 후원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좋군, 마교 토벌에 큰힘이 되겠어."

이재원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인력 배치는 군사가 알아서 하도록하게."

"알겠습니다."

제갈찬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그밖에 보고할 사항은 있나?"

"현무당주가 토벌대 조직을 제안하였습니다."

"토벌대를?"

"네에, 천무맹의 명예를 땅에 떨어지게 만든 장삼을 잡아죽여야겠다고 하더군요."

"예산을 분배해주고 원하는 이들로 짤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게나."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선뜻 허락을 하였다.

대중들에게 장삼에 대한 적의를 내비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더욱더 신빙성이 짙어질테니 말이다.

"그리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갈찬은 고개를 깊게 숙이며 답을 하였다.

"더 보고할 일은 없는가?"

이재원은 그런 제갈찬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더는 없습니다."

"수고했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게나."

이재원은 제갈찬에게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딸이나 잡아야지.'

이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비벼본 처녀보지였다.

요근래 딸감으로 쓰고있는데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

하지만 이재원의 축객령에도 불구하고 제갈찬은 떠날 생각을 하지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할 말이라도 있는겐가?"

".....맹주."

"말해보게."

"정말 괜찮겠지요?"

제갈찬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뭐가 말인가?"

".....장삼을 용의자로 꾸며낸 일 말입니다."

제갈찬은 불안한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군사!"

이재원은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방안이 쩌렁쩌렁하게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 입 다물지 못하겠소?"

이재원은 노골적은 인상을 구긴 채 말을 이었다.

감히 언급조차 조심해야할 일을 입에 담는 제갈찬의 태도에 분노가 치민 까닭이었다.

"아니 모든 일이 다 잘되고 있는 데 어찌 그런 일을 함부로 언급하는 것이오!"

"......죄..죄송합니다.....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함이 영 가시지 않습니다......이번 일이 탄로나게 된다면....천무맹은 완전히 결단나고 맙니다...."

"탄로 날 일이 어디있다는 말이오? 여론이 천무맹의 편이고 민중이 천무맹의 편인데 어찌 탄로가 난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답답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여론은 천무맹을 위해 개편되었다고 할 정도로 완전히 돌아서버렸다.

모두가 천무맹의 편이 된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초치는 소리를 한다는 말인가

재수없게 말이다.

"하지만......위험부담이 너무 크지 않습니까? 만약....진짜....장삼이 나타난다면.....진실을 밝히게 된다면.......모든 게 악의적인 소문을 뒤덮기 위한 수작이라는 사실이 들통나게 될 것입니다...."

제갈찬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는 여전히 불안하였다.

만에 하나 모든 사실이 들통나게 된다면 지금까지 이룩한 모든 것들을 잃게 되어버린다.

그런데 어찌 태연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장삼이 나타나면 곧바로 죽이면 될 일이오! 더구나 대체 누가 그의 말을 믿어주겠소? 세상 그 어떤 이도 장삼의 편에 설 이는 없을 것이오. 그러니 개의치 말도록 하시오!"

이재원은 제갈찬을 어르고 달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본 맹주는 두 번 말하는 것을 싫어하오."

이재원은 따가운 눈빛으로 제갈찬을 노려보았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제갈찬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쫄보새끼 진짜, 들키긴 왜 들켜?'

이재원은 속으로 비아냥 거리기 시작하였다.

나이도 처먹을 대로 처먹은 새끼가 후달려서 덜덜 떠는 꼴을 보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만 나가보도록 하시오.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구려"

이재원은 다시금 축객령을 내렸다.

저 답답한 얼굴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갈찬은 공손히 사과를 건네었다.

아무래도 맹주에게 심려를 끼친듯 하였기 떄문이었다.

벌컥

"큰일났습니다!"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하고 열리더니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냉소적인 인상이 강한 남자.

계방당주 차도진이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무례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이재원은 인상을 구긴 채 그를 타박하였다.

천무맹은 아무리 급해도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는 것이 관례인 곳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무례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죄송합니다. 맹주.....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할 것이 아니오? 너도 나도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세상이 어찌 변하겠소?"

이재원은 그를 타박하기 시작하였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곧바로 문을 벌컥벌컥 열어젖힌다니

자신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 아니던가

이재원은 무시받은 상황자체를 무척이나 싫어하였다.

무림에 떨어지기 전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던 기억이 깊은 상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매섭게 타박을 하였다.

다시는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 맹법으로 엄히 다스릴 것이오!"

".....죄송합니다."

차도진은 굽신거리며 연신 사과를 이어갔다.

"그래서 무슨 일이오."

이재원은 그의 사과를 가뿐히 무시한 채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끝내고 행복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심산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맹주!"

이내 차도진은 다급히 언성을 높였다.

"장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장삼이?!"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장삼이 모습을 드러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설마.....이새끼.....억울함을 호소하려고?'

순간 이재원의 눈빛에 살기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이재원의 입장에서 장삼은 평생토록 죄인으로 있어야했다.

그 죄가 억울한 누명이든 진짜이든지 말이다.

그런 이재원에게 진짜 장삼의 등장은 께름칙할 수 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장삼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무죄를 주장한다면 일이 귀찮아지기 때문이었다.

'죽여해'

그렇기에 결정하였다.

그를 죽여야한다고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그를 평생토록 천무맹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죄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장삼이 나타난 곳이 어디지?"

이재원은 살기가 가득 담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장삼의 위치를 물었다.

직접 가서 죽일 심산이었다.

".....무한...."

"무한이라? 호북성이겠군. 알겠다. 내 직접 가도록하지."

이재원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체할 것도 없이 목을 따라갈 심산이었다.

"........합비, 정주, 태원, 장사, 항주, 광주, 성도입니다."

"뭐라?"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장삼이....나타난 곳은.....여덟 곳입니다.."

차도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를 말하도록 하라."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입을 떼었다.

안그래도 바빠죽겠는데 어찌 이렇게 개같이 보고를 한다는 말인가

'무식한 새끼....두괄식도 몰라?'

그는 속으로 차도진을 까대기 시작하였다.

".....동시.....입니다."

그때 차도진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하아?"

"장삼이 여덟 구역에서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차도진은 당혹스러움이 잔뜩 묻어나 있는 표정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 개같은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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