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98화 (699/1,419)

〈 698화 〉 699.산 사람은 살아야지.

"당장 당가에 서신을 보내야합니다!"

"맞습니다. 이번 일이 천무맹의 뜻이 아님을 정식으로 밝혀야합니다!"

"동맹이 파기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당 부인과 선을 그어야합니다! 맹주!"

수뇌부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주장하였다.

이번 일에 대해서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취하자고

모든 일을 당진설에게 뒤집어씌우자고 말이다.

동맹 파기를 철회하기 위해서 말이다.

정마대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당가의 협조는 필수적이었다.

어떻게든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것이다.

정마대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크크큭...그래..좋아..좋아.'

수뇌부들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여론이 원하는대로 기울여 지는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 부인은 천무맹의 안주인입니다. 또한 천무맹을 대표하여 당가로 간 사절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 그녀를 버리자는 말씀이오?"

그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허삼관이 입을 떼었다.

의혹이 가득 담겨있는 목소리로 말이다.

"버리는 게 아니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

"맞소이다! 언제 우리가 언가주를 보내기라도 했다는 말이오? 엄연히 그녀의 독단이지 않소?"

허삼관의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반발하며 언성을 높였다.

잘못한 것은 당진설이었다.

그런데 어찌 책임을 천무맹에서 진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허삼관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가 다르단 말이오?"

"당 부인께서 독단으로 그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뭐..뭐라?!"

"이상하지 않습니까?"

허삼관은 의혹 서려있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말이오?"

이대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꼬투리를 잡나 궁금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 부인께서는 천무맹의 안주인이라는 지고한 위치에 자리하신 분이지만 안하무인인 언가주를 휘두를만한 힘은 없소,. 그는 돈과 권력 따위에 굴복하는 위인이 아니니 말이오. 그런데 어째서 언가주가 당 부인의 말을 따랐겠소?"

"뭔가 약점이라도 쥔게 아니겠소?"

이대곤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돈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언중기가 그녀의 말을 따를 이유라면

약점을 잡는 것외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활빈당주께선 언중기를 직접 마주한 적이 없는가보군."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는 전형적인 무광武狂일세. 또한 강자존을 숭배하는 짐승같은 사내이기도 하지. 그런 언중기가 약점이 잡혔다고 당 부인의 말을 들었을 것 같은가? "

허삼관이 아는 언중기는 약육강식을 신념처럼 여기고 있는 이였다.

그런 그가 자신보다 약한 당진설에게 굴복하여 명령에 따른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게 아니오?"

이대곤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별 같잖은 걸 어렵게 생각하는 허삼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확신할 수 있소. 내가 아는 언중기는 신념을 위해 목숨마저 바칠 수 있는 사내이니 말이오."

허삼관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대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대곤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확신의 찬 그의 눈빛을 마주하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을 하였을까

".........그렇다면 언가주가 당부인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행동을 하였다는 말이오?"

"그렇소."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는단 말이오?"

"언가주보다 강한 이가 아니겠소?"

".언....가주보다 강한 이?"

허삼관의 말을 들은 이대곤은 천천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한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언가주보다 강한 남자.

이재원의 모습이 말이다.

이대곤의 얼굴이 사색이 되기 시작하였다.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것인가?"

이대곤의 시선을 마주한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아닙니다! 당치도....않습니다!"

이대곤은 다급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친맹주파의 수장인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이 맹주를 의심하다니 어불성설이었다.

"의심이 듭니다."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좌중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바로 반맹주파의 수장

팔복당주 허삼관의 목소리였다.

그는 의혹이 서린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심이 든다라....."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끝을 흐렸다.

아까 그렇게 기가 죽어놓고 다시금 득달같이 달려드는 꼴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저 새끼는 어찌 이리도 겁대가리가 없다는 말인가

"언가주의 신념 때문에 나를 의심한다는 건가?"

이재원은 짐짓 비웃음이 담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 뿐이 아닙니다."

허삼관은 이재원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당 부인께선 분명 맹주의 명을 받고 당가로 향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가를 압박하려고 하였지요. 너무 절묘하지 않습니까?"

"......팔복당주께서는 참으로 의심이 많은 것 같소."

"정당한 의혹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정 그렇게 의심된다면 내 직접 변론하겠소."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본 맹주는 이번에 일에 전혀 관련이 없소이다. 이번 일은 철저히 당 부인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사건인 것이오."

이재원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허삼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말에...한치의 거짓도 없는 것입니까?"

이재원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허삼관은 여전히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오. 만약 내 말이 거짓이라면 본 맹주는 벼락을 맞아 죽게될 것이오."

이재원은 확신이 가득 담긴 어투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허삼관은 입을 꾹 다물었다.

너무나도 확고한 이재원의 태도에 더 캐물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의혹이 좀 풀리셨소?"

허삼관이 입을 다물자 이재원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리 알도록 하겠습니다.....의심하여 죄송합니다."

허삼관은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일단 수긍하고 넘어가기로 하였다.

여기서 더 파고들었다간 맹주를 깎아내리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믿어주어 감사하오."

이재원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시발새끼, 존나 의심 많네.'

물론 속으로는 집요하게 파고드는 허삼관에 대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지만 말이다.

허삼관은 상당한 통찰력과 집요함을 가지고 있었다.

사건의 전말을 전부 파악할 만큼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식겁하였고 더욱더 불안하였다.

혹여 들키는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어찌어찌 넘어간듯 싶었다.

모두 자신의 탁월한 연기력 덕분이었다.

'이정도면 남우주연상감이 아닐까?'

이재원은 속으로 실없는 개소리를 지껄이며 자화자찬하였다.

"그럼 이제 본제로 돌아가기로 하겠소."

이재원은 정색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그대들의 말에 본 맹주도 동의하는 바이오. 오해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하는 법. 언가주를 이용하여 당가를 압박하는 것은 당 부인의 독단일 뿐 결코 천무맹의 뜻이 아니오. 이 오해를 바로 잡아 동맹 파기를 철회해야한다고 생각하오."

이재원은 당당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선언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수뇌부들은 그런 이재원의 말에 경청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가에 서신을 보낼 것이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야기한 당부인에게는 크나큰 처벌을 내릴 작정이오."

"처벌 말씀이십니까!?"

이재원의 말을 들은 이대곤이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자칫 잘못하면 당가와 틀어질 뻔하지 않았소? 그것도 정마대전이라는 거국적인 일을 앞두고 말이오. 그런 사건의 주범인 당 부인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세인들이 우리를 비웃을 것이오."

"그렇다면 처벌은....어떻게?"

이대곤이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녀가 천무맹에서 누리고 있던 모든 것들을 박탈할 요량이오."

이재원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는 더이상 천무맹의 안주인이 아니오. 그저 평범한 아녀자로 돌아가게 될 것이오. 또한 그녀의 딸인 이현경은 더이상 후계 후보의 자격을 잃게 될 것이오. 또한 두 모녀는 당가로 유폐되어 다시는 천무맹에 발을 들이지 않도록 할 것이오."

이재원은 선언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맹주! 그건 너무 가혹합니다!"

그때 당진설을 지지하던 수뇌부 중 하나가 언성을 높이며 반발을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현경의 후계 자격을 박탈한다니

어찌 이리도 가혹한 처사를 내린단 말인가

"어미의 죄는 곧 자식의 죄이오. 어찌 무겁디 무거운 죄의 무게를 피해갈 수 있겠소?"

이재원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도 모르지 않았다.

그가 내린 처벌의 수위가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을 말이다.

당진설은 고사하고 딸인 이현경에게도 연좌제를 적용시켰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재원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당진설을 완전히 끊어낼 심산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수세에 몰리는 것은 자신이 될 테니 말이다.

"하오나....맹주!"

"번복은 없소!"

이재원은 선언하듯 언성을 높였다.

"그 여자 하나 때문에! 맹이 흔들릴 뻔하였소! 그런데 어찌 처벌을 하지 않는단 말이오!"

"처벌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 수위가......"

"목을 쳐도 이상하지 않을 죄목이오! 유폐정도로 끝나는 것에 감사해야할 것이오!"

이재원은 호통을 치며 고함을 내질렀다.

"..........."

그리고 그 위세에 기가 죽은 수뇌부는 입을 꾹 다물었다.

확고한 이재원의 태도를 마주하니 번복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맹주령에 의해 확정된 사안이오! 누구든 토를 달지 말고! 누구든 대꾸하지 마시오!"

이재원은 언성에 내력을 섞은 뒤 고래고래 소리를 내질렀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회의실 안이 쉴새 없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수뇌부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당진설의 처벌을 위해 연임 내 단 세 번만 선포할 수 있는 맹주령까지 선포한 이재원이었다.

그런데 어찌 반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처벌은 정해졌소! 당장 공식적인 발표를 준비하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수뇌부들은 이재원의 말에 곧바로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이재원은 그런 그들을 담담한 어조로 바라보았다.

*********

수뇌부들이 전부 나간 회의장

그곳에는 두 명의 남자가 남아있었다.

바로 천무맹주 이재원과 총군사인 제갈찬이었다.

두 남자는 아무 말없이 자리에 앉아 서로를 마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마주보았을까

"맹주....어찌....어찌 그런 짓을 저지른 것입니까?"

제갈찬은 충격에 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무엇을 말인가?"

이재원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모든 죄를 당 부인께 뒤집어씌우지 않았습니까!"

제갈찬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당진설의 계획을 승인한 당사자가 이재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언가주에게 직접 서신을 보낸 당사자가 이재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발끈하며 소리를 내지른 것이다.

모든 죄를 당진설에게 뒤집어씌운 이재원의 행태에 말이다.

어찌 인두겁을 쓰고 그런 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자신의 부인에게 말이다.

"그게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지?"

제갈찬의 분노에 이재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제갈찬은 순간 입을 턱하고 벌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할 말을 잃어버린 까닭이었다.

대체 저게 무슨 개같은 소리란 말인가

"맹주께서는 당 부인이 안타깝지도 않습니까!"

"안타깝네. 무척이나 안타깝지. 나눠야 할 죄를 모두 짊어지지 않았는가?"

이재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찌!!!!!"

"하지만 다같이 죽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이재원은 무척이나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죽으려면 한 명만 죽는 것이 낫다.

뭣하러 여럿이 피를 본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재원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싹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제갈찬을 등골이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이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언가주를 종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총 네 명일세. 나와 당진설 그리고 자네 마지막으로 당사자인 언가주 뿐이지. 그런데 언가주는 현재 폐관 수련 중일세. 언제 나올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지. 결국 이 사건의 진실을 아는 이는 자네와 나 당진설 이 세명 밖에 없다는 말일세. "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결국 당진설만 버린다면 모든 게 해결 되는 일인걸세.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일세. 그런데 내 어찌 그녀를 버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재원은 광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광기를 마주한 제갈찬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

죄책감 따윈 전혀 없는 이재원의 광기에 두려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