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6화 〉 697.당진설, 이 개 같은 년이!
"천무맹주가 직접 바닥에 머리를 박고 사죄를 한다면 동맹 파기를 없던 것으로 하도록 하겠다."
선우는 선언하듯 말을 이었다.
"뭐..뭐라고요!?"
선우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혹여 자신이 잘못 들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본디 부부는 일심동체인 법. 네 잘못을 네 남편이 지는 것 또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물론 개소리였다.
실상은 당진설을 엿먹이기 위한 계략일 뿐이었다.
그녀가 조금 더 불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말...말도 안돼요!"
선우 말을 들은 당진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였다.
"그이가 그런 조건을 들어줄 리 없어요!"
자존심 강하기로는 무림 제일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이가 바로
이재원이었다.
그런 그가 당진철 앞에서 머리를 박고 사죄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건 네 사정이 아니더냐?"
선우는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이재원이 머리를 박든 안박든 자신은 하등 상관없었다.
어차피 괴로운 건 당진설이 아니던가
"제발....부디....자비를......"
당진설은 글썽이는 눈빛으로 선우에게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말이다.
"기각한다."
하지만 선우는 그녀의 애원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곧바로 기각하였다.
취소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선우 입장에선 이재원이 대가리를 박든 말든
어느 쪽으로든 이득이었다.
대가리를 박으면 박는대로 이재원을 엿먹일 수 있을 것 같아 재밌을 것 같았고
대가리를 안박는다면 그대로 동맹을 파기하여 당진설을 괴롭게 만들 수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뭣하러 그런 일을 취소시킨단 말인가
'내가 돌았냐?'
선우는 속으로 그녀를 한껏 비웃었다.
당진철이었다면 여동생에게 연민을 느껴 이정도까지 심한 처사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동맹 파기의 책임을 묻는다면 그녀는 물론 조카인 이현경까지도 몰매를 맞기 일쑤일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난 장선우지.'
문제는 자신의 정체가 당진철이 아닌 장선우라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단호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더욱더 냉철할 수 있었으며
그렇기에 더욱더 잔인할 수 있었다.
당진설이 몰매를 맞든 하등 상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바랬다.
그녀의 처지가 나락으로 떨어져내리기를 말이다.
"가주....아니..오라버니.....제발.."
당진설은 형제의 정에 기대기 시작하였다.
혈연으로서의 자비를 바란 것이다.
"번복은 없다."
선우는 그녀의 애원을 다시금 단박에 끊어버렸다.
재고의 여지따위는 없다는 듯이 말이다.
"또한 내가 네게 할 말도 여기서 끝이다."
선우는 북풍한설처럼 차갑기 그지 없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이만 나가거라."
그리고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더이상 얼굴을 마주하기 싫다는듯이 말이다.
그리고 선우의 말을 들은 당진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하였다.
"오....오라버니..."
당진설은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만약 당장 나가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당장 동맹을 파기하겠다."
그리고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자꾸 질질짜니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진설은 고개를 들어 선우를 마주하였다.
그리고 그렁그렁한 눈물이 맺혀있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선우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녀의 눈빛을 받아넘겼다.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눈빛으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마주보았을까
스르르륵
이내 당진설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가보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축 늘어진 채 힘없이 말을 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다음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바깥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포기한 것이었다.
가망이 없음을 깨닫고 말이다.
선우는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말이다.
이내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씨익
그리고 그녀가 사라지자 선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벌어질 유쾌할 일들이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감당해 보라고. 당진설.'
선우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
제남 화천루
네 명의 기녀들이 각 각 비파와 금을 연주하며 방 안의 흥을 돋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상석에 앉은 고약한 인상의 중년인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들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었다.
쪼르륵
그때 그의 옆에 있던 기녀가 잔에 술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벌컥
이내 잔이 가득 채워지자 잔을 받든 중년인이 곧바로 술을 들이켜버렸다.
"술맛이 좋구나."
중년인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술을 따른 기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한 잔 더 따라드리겠습니다."
여인은 다시금 술병을 들어올렸다.
"아니, 이정도면 충분한듯하다."
중년인은 손을 들어올려 그녀를 제지하며 말을 이었다.
"혹여 취기가 오르신건가요?"
"아니, 그저 술 말고 다른 걸 먹고 싶은 것 뿐이다."
중년인은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아이들을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중년인의 의도를 알아챈 여인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아무리도 밤상대를 해야할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물러가는 건 너 하나면 충분하다."
'네에?"
"나는 저 계집들과 자겠다."
중년인은 악기를 쥐고 있는 기녀들을 손가락질하며 말을 이었다.
"대협, 저 아이들은 몸을 파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기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기녀는 보통 두 종류로 나눠진다.
몸과 웃음을 파는 홍기
기예를 파는 청기
악기를 연주하는 저 아이들은 기예를 파는 청기였다.
몸을 파는 아이들이 아닌 것이다.
"기녀가 몸을 안판다고? 지나가던 개가 비웃겠구나."
중년인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내 가격을 더 올려줄터이니 튕기지말고 내게 안기거라."
"돈을 올려받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 아이들은 진실로...."
"듣기 싫다! 어디 창녀 주제에 몸을 안판다고 뻗댄단 말이더냐? 보지를 한 번이라도 더 팔아 돈 벌 궁리를 해야지!"
중년인은 되려 성질을 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기들에게 다가갈 심산인듯 보였다.
"제가..만족시켜드리겠습니다....부디....저 아이들은 건들지..말아주세요.."
기녀는 다급히 남자를 가로막으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아직 남자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이었다.
이대로 범해지도록 놔둘 수는 없었다.
"비키거라. 어디 비처녀 창녀 따위가 내 앞을 막는다는 말이더냐!"
남자는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허벌보지따위가 자신 앞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제발...부디."
여인은 애원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중년인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비처녀따위가 우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절로 났기 때문이었다.
짜아악
중년인은 미련없이 뺨을 후려갈겼다.
우드득
그러자 기녀의 목이 그대로 돌아가버렸다.
쿵
그리고 이내 바닥에 넘어져버렸다.
그대로 절명한 것이다.
"꺄아아아악!"
그녀가 죽자 청기들은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언니처럼 따르던 여인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듯 하였다.
"닥치지 않으면 이년처럼 만들어주겠다."
중년인은 목이 돌아가 죽어버린 기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으으읍!"
"으읍"
그러자 여인들은 손을 다급히 입을 막았다.
그의 말이 진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좋아, 이제 내가 묻는 말에 해당되는 년은 거수하도록"
중년인은 만족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남자경험이 있는 년. 거수."
중년인은 청기들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러자 한 명의 청기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잘가라."
부웅
그 모습을 본 중년인은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콰직
그러자 권풍이 쏘아지더니 손을 든 청기의 머리통을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비처녀 극혐."
남자는 혐오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남아있는 세 여인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처녀렷다?"
남자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덜 덜 덜 덜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세 여인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하였다.
"흐흐흐흐....오늘 이 오라비가 처녀딱지를 떼주도록 하마."
남자는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인들의 얼굴은 사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일로오거라."
남자는 부드럽게 손짓하였다.
그러자 덜덜 떨고 있는 청기 하나가 그대로 끌려오기 시작하였다.
그저 손짓을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말이다.
"얼마나 여물었는 지 확인해볼까?"
남자는 음흉한 눈빛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상 낙원에서 처녀로만 이루어져있는 연회를 즐길 심산이었다.
남자의 입가에 지어져있는 미소가 더욱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
"불이야!"
"화천루에 불이 났어!"
거대한 화마가 화천루를 뒤덮기 시작하였다.
마치 거대한 화룡이 둥지를 튼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화천루의 불길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물을 뿌리고
모래를 뿌리고 말이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한 번 붙기 시작한 불은 도저히 걷잡을 수 없었기 떄문이었다.
"자알~탄다."
한 편 화천루가 화마에 뒤덮인 모습을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화천루에서 청기들을 강간했던 중년인이었다.
중년인은 불구경을 하며 진한 미소를 짓고 이었다.
마치 재밌는 것을 구경하다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불구경을 하였을까
이내 중년인이 턱끝을 손으로 붙잡았다.
찌이이익
그다음 아무런 미련없이 얼굴을 뜯어버렸다.
그러자 고약한 인상의 중년인인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자지에 기름칠좀 하니까 살 것 같네. 시발."
중후한 인상의 중년인, 이재원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혼잣말을 하였다.
오랜만에 자지에 떼를 빼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종종 또 해야겠다.'
그리고 그 상쾌함에 중독된 이재원은 다짐하였다.
조만간 몇 번 더하고 말겠다고 말이다.
다짐을 마친 이재원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보금자리인 천무맹으로 말이다.
*****
털썩
은신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무사히 집무실로 들어온 이재원은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다음 책상 위에 양 다리를 올린 뒤 한팔로 뒷머리를 받친 채 헤벌쭉하게 웃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느끼는 처녀막 개통의 감촉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은 까닭이었다.
'역시 계집은 처녀야.'
이재원은 기분 나쁘게 히죽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히죽거렸을까
똑 똑 똑
갑자기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스르륵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곧바로 양다리를 책상에서 내렸다.
그리고 근엄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서류를 검토하는 척 자세를 잡았다.
누가봐도 일에 집중하고 있는 맹주의 모습이었다.
"누구시오."
이재원은 근엄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저...접니다! 제갈찬!"
그러자 천무맹의 총괄 군사인 제갈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시오."
이재원은 곧바로 방문을 허락해주었다.
벌컥
그리고 이재원이 방문을 허락해주기 무섭게 제갈찬이 곧바로 문을 벌컥 열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쩐 일이오?"
이재원은 무료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큰.....큰 일났습니다!"
제갈찬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무슨 일이오?"
"당가에서 천무맹과의 협력 관계를 파기하겠다는 서신이 도착하였습니다!"
"뭐...뭐라?"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반문을 하였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당가가 협력 관계 파기를 요청했다니
당가는 자신의 사돈이었다.
더불어 부인의 고향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짜 그런 당가가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이...이 서신부터 읽어주십시오!"
이재원이 말을 믿지 않자 제갈찬은 다급히 품 안에 있는 서신을 그대로 이재원에게 건네주었다.
"............."
그리고 이재원은 서신을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유심히 바라보며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런 빌어먹을 년이!!!!!!!!!!!!"
이내 이재원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눈앞에 제갈찬이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예절을 지키는 것보단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더욱더 정신 건강에 좋을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진설, 이 개 같은 년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이재원의 눈빛에 짜증이 번들거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