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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91화 (692/1,419)

〈 691화 〉 692.연우의 눈물 값은 만금보다 비싸.

'강하다.'

언중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북궁연을 마주한 순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기껏해야 화경 남짓일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그 예상이 틀린듯 하였다.

그녀는 강하였다.

현경에 오른 자신이 승부조차 장담하지 못할만큼 말이다.

욕망이 치솟았다.

당장에라도 주먹을 휘둘러 언가권의 정수를 때려박고 싶다는

욕망이 말이다.

그리고 그 욕망은 자연스레 투기가 되어 방 안을 가득히 채우기 시작하였다.

주체할 수 없는 거대한 투기가 말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앙!"

그때 갑자기 그의 귓가에 우렁차기 그지없는 울음소리가 박혀들기 시작하였다.

"응?"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놀란 언중기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서럽게 울고있는 귀여운 아기의 모습을 말이다.

'아!'

그 모습을 본 언중기는 아차 싶었다.

아기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투기를 내뿜었다는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야"

그때 서릿발같이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언중기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움찔

언중기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뼛속같이 시린 기분이 온몸에 퍼져나간 까닭이었다.

"너 죽고 싶어?"

북궁연은 살의가 담긴 눈빛으로 언중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비록 살기를 피어올리지는 않았지만 죽이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전해졌다.

찌릿

더불어 그에게 따가운 시선들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북궁연 외에 다른 두 명의 여인 또한 그를 노려본 까닭이었다.

'따갑군.'

언중기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쏟아지는 중압감에 심적인 괴로움을 느낀 탓이었다.

파앗

언중기는 곧바로 투기를 끊어버렸다.

"흐아아아아앙!!!!!!!"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우의 울음소리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투기로 인해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듯 하였다.

그리고 연우의 울음소리가 짙어질 수록 북궁연의 눈초리는 더욱더 사납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울렸다는 사실에 극도의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연우를 달래기 보단 눈앞에 있는 언중기에게 집중하였다.

마치 제 새끼를 지키려는 암사자처럼 말이다.

언중기를 적으로 인지한 이상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 절대고수의 기싸움이 팽팽히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

"후에에에에엥!"

"괜찮아, 괜찮아....요랑 엄마가 지켜줄게!"

요랑은 서럽게 울고 있는 연우를 애써 달래기 시작하였다.

우는 연우를 보니 마음이 찢겨질듯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흐아아앙! 흐아아앙!"

그런 요랑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우는 여전히 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요랑을 안타깝게 하였다.

"안되겠어."

이내 요랑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적화야, 연우 좀 안고 있어줘."

요랑은 품안에 안은 연우를 금적화에 넘겼다.

".....뭘하시게요..?"

금적화는 연우를 안아들며 물었다.

저벅 저벅 저벅

하지만 요랑은 그런 그녀의 대답을 무시 한채 언중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언중기의 코앞에서 멈춰섰다.

"뭐지?"

한창 북궁연과 눈싸움을 이어가던 언중기는 갑작스레 자신 앞에 멈춰선 여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척이나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연우야, 요랑 엄마가 하는 거 잘봐!"

요랑은 울고 있는 연우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쇄애애애액

그리고는 빛살처럼 빠른 속도로 손을 내지르더니 이내 오른 손으로 언중기의 안면을 움켜잡아버렸다.

꽈악

"아..아니!?"

언중기는 안면이 붙잡힌 감촉에 놀라며 경악을 하였다.

반응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꽈아아아악

"크으으윽!"

그리고 더불어 안면을 움켜잡은 손아귀에서 어마어마한 압력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안면윤곽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압력이 말이다.

'젠...젠장!'

언중기는 재빨리 양손으로 요랑의 오른손을 움켜잡았다.

어떻게든 떼어내버릴 심산이었다.

"크으으으읍!"

하지만 안간힘을 써도 요랑의 팔은 꿈쩍하지 않았다.

고작 한 팔에 불과했지만 어찌 할수가 없는 것이다.

'미..미친..'

언중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명백히 힘싸움에서 밀려버렸다는 것을 깨달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뭐라도 해야해!'

다급해진 언중기는 팔에 더욱더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아아악!"

하지만 그럴 수록 안면을 붙잡은 손아귀 힘은 더욱더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연우는 말이야. 귀여워."

그때 눈앞에 있는 여인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그다음 천천히 팔을 들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부웅

그러자 언중기의 거체가 그녀의 팔을 따라 그대로 들어올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웃을 때 가장 예뻐."

요랑은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발이...안 닿는다..'

요랑에 의해 들어올려진 언중기는 발이 닿지 않는 것을 느꼈다.

칠척 장신인 자신이 가슴께 정도 밖에 오지 않는 계집에 의해 완전히 들어올려진 것이다.

"그런데 울려?"

꽈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요랑은 더욱더 강하게 안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팔을 뒤로 뻗은 다음 그대로 앞으로 내던져버렸다.

부우우웅

그러자 언중기의 거체가 사정없이 앞으로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콰콰쾅

그가 열고 들어왔던 문을 부숴졌다.

콰콰쾅

문 뒤쪽에 있던 벽이 부숴지며 굉음이 터져나왔다.

우르르르

그리고 이내 벽의 잔해들이 언중기를 덮쳐들었고

이내 그의 신형이 잔해들로 뒤덮어지게 되었다.

완전히 깔려버린 것이다.

"나쁜 놈의 새끼."

요랑은 그 광경을 새초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듯 하였다.

"꺄하하하하하"

그때 갑자기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요랑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박장대소하며 웃고있는 연우의 모습이 보였다.

"헤헤헤.. 연우야, 요랑 엄마하는 거 봤어?"

그 해맑은 웃음을 마주한 요랑은 뿌듯함을 느끼며 헤벌쭉하게 웃었다.

연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을 가득 채우던 분이 사르르 녹아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댜부다다다! 댜부!"

짝 짝 짝

연우는 박수를 치며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좋았어요? 우리 연우."

요랑은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관객의 반응이 좋으니 절로 흥이 났기 때문이었다.

우르르르

둔탁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요랑은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돌가루를 뒤집어 쓴 채 오연히 서 있는 거한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진주언가의 가주.

언중기였다.

타악 타악

언중기는 손으로 돌가루가 천천히 털어내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강하구려."

그리고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솔직한 속내를 내뱉었다.

"실로 오랜만에 목숨의 위협을 느꼈소."

언중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단단하네?"

요랑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안면을 터트릴 각오로 힘을 주었다.

몸을 작살낼 각오로 패대기쳐버렸다.

그런데 예상보다 멀쩡하였다.

붙잡힌 곳에 빨갛게 손자국이 나긴했지만

안면이 무너져내리지 않았고

전력으로 패대기를 쳤건만 돌가루가 묻은 것 외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단단하지 않았다면 첫 수에 안면이 무너져내렸을 것이오."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쉽네. 안면이 무너졌어야했는데..."

요랑은 안타깝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참으로 잔인하구려."

언중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떼었다.

명백히 잘못을 하긴 하였지만 끊임없는 적의에 씁쓸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연우를 울렸잖아!"

요랑은 언성을 높였다.

"미안하오."

그녀의 말을 들은 언중기는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내 호승심이 앞서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였소. 내 사과 드리겠소."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면 다야? 미안하다는 말로 전부 해결되면 포졸은 왜 있고 판관은 왜 있겠어?"

언중기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요랑은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적의를 내뿜었다.

연우를 울렸다는 것에 대한 분이 풀리지 않은듯 하였다.

"죽은 사람이 어디있다는 말이오?"

언중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죽을 뻔한 사람은 있었지만 죽은 사람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체 누굴 죽였단 말이다.

"말이 그렇단 소리이지!"

"어쨌든 이정도 충분한 벌이 되지 않았소? 까딱 잘못했다간 죽을 뻔 했다오."

"그런 것 치곤 너무 멀쩡해보이는데?"

요랑은 의심스럽다는듯 그에게 물었다.

그는 멀쩡하였다.

죽을 뻔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언가의 무인들은 대대로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강시공을 익히고 있소. 그 강시공이 아니었다면 본 가주는 멀쩡하지 못하였을 것이오."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강시공을 통해 금강불괴의 경지에 도달한 언중기였다.

만약 조금이라도 화후가 부족했더라면 그대로 안면이 찰흙처럼 구겨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만큼 요랑의 공격은 매섭다 못해 위협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 잘못은 이것으로 용서해주었으면 하오. "

무척이나 언중기는 정중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입을 다물었다.

생각외로 정중히 나오는 그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면 성인군자라 하더라도 반발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언중기는 되려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기습을 받은 주제에 말이다.

일반적인 인간들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좋아."

그때 옆에 있던 북궁연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당신에게 악의가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겠어. 처벌 또한 그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하기도. 일반적인 무인이었다면 목숨마저 위험했을테니까."

"궁주의 자비에 감사하오."

언중기는 정중히 인사를 건네었다.

"그런데 한 가지 납득안되는게 있어."

"말씀하시지요."

"어째서 내게 비무를 신청한 거지?"

북궁연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대외적으로는 하나 뿐인 조카의 복수라는 명분이오."

그녀의 물음에 언중기는 곧바로 답을 하였다.

"조카의 복수?"

"그대가 얼음뭉치로 만들어버린 인간들 중 내 조카가 있다고 하더이."

언중기는 재밌다는듯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본래 목적은?"

"그대와 자웅을 겨루고 싶소."

언중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이었다.

"나와 자웅을 겨루고 싶다?"

언중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흥미롭다는듯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인에게 그 정도 명분이면 충분하지 않겠소?"

"틀린 말은 아니네."

북궁연은 언중기를 바라보며 마주 웃었다.

자웅을 겨루고 싶다.

무인에게 이보다 완전한 명분이 어디있겠는가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나쁘지 않은 생각이오."

이내 두 사람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차오른 호승심을 참지 못한 까닭이었다.

**************

연무장

북궁연과 언중기는 서로를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에는 긴장이 잔뜩 서려있었다.

서로의 강함을 일찍이 알아본 까닭이었다.

'예상대로 강하구나.'

언중기는 오백이나 되는 인원을 상처하나 입지 않은 채 제압해버린 북궁연의 무력을 경계하였다.

일반적으로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것의 난이도가 더욱 높은 법이었다.

그녀는 강하였다.

그리고 그 강함이 마주한 순간 몸소 느껴졌다.

그렇기에 더욱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암석같은 사내로군.'

북궁연은 요랑의 살기 어린 공격에도 생채기 하나 입지 않은 언중기의 맷집에 경계하였다.

요랑은 분명 언중기를 안면을 부숴버릴 요량으로 힘을 주었고

몸을 작살내버릴 의도 패대기쳐버렸다.

하지만 언중기는 그런 요랑의 공격에도 생채기 하나 없는 모습을 유지하였다.

이는 상상이상의 내구도를 자랑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마치 거대한 암석 같았다.

거친 세월의 풍파를 견디면서도 오롯이 서있는 거대한 암석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기싸움이 오갔을까

"그거 알아?"

북궁연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무엇을 말이오?"

언중기가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아까 연우를 울린 걸 용서한다고 했잖아?"

"분명 그리 말하였소."

"사실 그거 거짓말이야."

북궁연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용서가 안되더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이의 눈에서 눈물을 보이게 하다니 말이야."

휘이이이이잉

북궁연의 주위에 어마어마한 한기가 서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넌 대가를 치뤄야해. 언중기."

북궁연은 차가운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당했음에도 부족하다는 말이오? 아이의 눈물이 값이 참으로 비싸구려."

언중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그저 한 번 울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집요하게 집착한다는 말인가

"연우의 눈물 값은 만금보다 비싸."

북궁연은 차가운 어조로 입을 떼었다.

"그러니까 달게 받아."

휘이이이이이이이이잉

이내 거대한 눈보라가 언중기를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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