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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90화 (691/1,419)

〈 690화 〉 691.빙궁주를 처리해주세요.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

당진설은 독기 가득 서려있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맹독을 품은 독사같았다.

"난 네 부하가 아니다. 당진설."

그녀의 말을 들은 언중기는 불쾌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불가피하게 협조를 하고 있기는 하나 그녀의 밑으로 들어간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어찌 명령하듯 말을 내뱉는다는 말인가

불쾌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당신에게도 나쁜 일이 아닐거예요."

당진설은 확신에 찬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일단 들어보도록하지. 할지 안할 지는 그 후에 결정하겠다."

"빙궁주를 처리해주세요."

당진설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빙궁주를.....죽여달라는 건가?"

"아니요. 죽이는 것보단 팔다리 한 두개쯤 부러뜨리는 선에서 마무리해주셨으면해요."

그녀의 말을 들은 언중기는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상황을 봐선 그녀에게 수치와 모욕을 준 재경각주를 손봐달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별안간 북해빙궁주를 건드려달라니?

의아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의외로군."

언중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년을 폭행한 건 재경각주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빙궁주를 처리해달라고 하는거지?"

언중기는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당장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으니까요."

그의 물음에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

"마음같아선 저도 당신에게 재경각주를 찢어죽여달라고 말하고 싶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벌였다간 당가와 천무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말아요."

재경각주는 당가주가 느지막히 맞이한 애처였다.

그런 그녀를 건드렸다간 당가와 천무맹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화가난다고 해도 전쟁만큼은 방지해야했다.

정마대전을 앞둔 상태에서 내부분열이 일어난다면 이득을 보는 것은 마교일테니 말이다.

"모순이군.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면 당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구태여 빙궁주는 건들 필요는 없을텐데?"

언중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북해빙궁주와 결투를 벌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이 들었다.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다는 그녀가 당가를 자극하는 이유가 말이다.

현재 당가는 천무맹이 아닌 북해빙궁과 더욱더 돈독해져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북해빙궁주를 건드린다면 당가 측에선 분노를 토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살인을 사주한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빙궁주에게 상해를 입힌다해도 당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천무맹과 빙궁주는 이미 한 차례 충돌한 전적이 있어요. 그때 당가의 대처는 어떠했나요? 동맹 세력간의 사소한 다툼이라며 그냥 넘어가지 않았나요? 당가는 이미 끼어들 명분을 잃은 상황이에요. 빙궁주를 건든다해도 끼어들지는 않을거예요."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확신하지? 현재 당가는 북해빙궁과 좀더 우호적인 관계가 아닌가?"

"만약 당가가 천무맹과 북해빙궁 사이의 알력다툼에 끼어든다면 천무맹과 전쟁이 일어날테니까요."

"전쟁을 불사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당가는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아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마대전 선포로 인해 천무맹은 중원에 있는 수많은 민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천무맹을 적으로 돌린다면 여러모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현재 천무맹은 수많은 문파들과 민중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무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마교를 토벌한다는 거대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천무맹을 적으로 돌린다면 민중의 분노가 쏟아질 우려가 있었다.

천무맹의 노고를 무시한 채 제 안위만 챙기며 내부분열을 일으키는 악덕한 문파로 낙인 찍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낙인은 당문은 물론이고 사천연맹에 대한 신뢰를 깎아버릴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결국 세가의 운영자금은 재화를 사주는 민중의 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부 분열로 인해 제 살을 깎아먹는다면 이득은 보는 것은 결국 마교였다.

그런 사실을 당진철이 모를 리 만무하였다.

천무맹이 당가와 전쟁을 원하지 않듯

당가 또한 천무맹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실리를 우선시하는 오라버니가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지 않겠어요?"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언중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과연."

그 말을 들은 언중기는 납득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림에 존재하는 문파들은 명성을 통해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하여 이익을 창출한다.

그렇기에 악명이 쌓이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악명은 곧 불신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테니 말이다.

이는 당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병장기 제련 기술이나 약초학에 관해선 대체재가 없을 정도로 워낙 압도적이기에 큰 피해는 없겠지만 다른 사업에는 차질을 입을게 뻔하였다.

당가주가 그런 손실을 감수할 것 같지는 않았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요. 그러니 부탁하는 겁니다. 북해빙궁주를 해를 입혀 당가주의 심기를 건드려달라고 말이에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 원래 해야할 일을 하는 입장이라 상관없지만....이제와서 종용하는 이유가 뭐지?"

"아무래도 오라버니께서 나쁜 물이 든게 북해빙궁주 때문인 것 같아서 말이에요."

당진설은 차가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나쁜 물?"

언중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저와 대담 중에 말씀하시더군요. 천무맹을 적대해도 상관없다고 말이에요. 나쁜 물이 들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무도한 말을 하겠어요?"

당진설은 차가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믿을 구석이 있으니 그런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천무맹과 대적할 생각을 하겠어요?"

"그럼 당가가 뒷배로 두고 있는 대상이 북해빙궁이라는 소리인가?"

언중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그러니 그렇게 돈독히 지내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당가가 천둥벌거숭이처럼 뻗대는 이유는 동맹세력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보여주어야한다.

그렇게 믿고 있는 동맹 세력이 사실을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천무맹에게 대항하는 것자체가 어리석다는 사실을 말이다.

"보여줄 심산이에요. 그렇게 신뢰하고 있는 북해빙궁주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런다고 당가주가 마음을 고쳐먹을 것 같은가?"

"힘의 차이를 느낀다면 태도를 달리할 거예요. 오라버니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실익을 우선시하는 당가주였다.

북해빙궁이 생각보다 볼품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분명 태도를 달리할 것이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텐데?"

"감수해야죠. 어차피 지금처럼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언젠간 사단이 날거예요."

"물뱀같은 년이로다."

언중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떼었다.

당가를 어떻게든 천무맹의 영향력 안에 넣어버리려는 그녀의 모습이 먹잇감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물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으나 싫으나 친정이건만

어찌 저리도 본인 욕심만 챙긴단 말인가

당가의 독립이 두려워 동맹세력을 파기시킬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그래서 싫으신가요?"

당진설은 뱀같은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네년 뜻대로 움직이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군."

"거절하실 건가요?"

"애초에 빙궁주를 상대하기 위해 당가로 온 몸이다. 거절할 리 만무하지 않는가?"

언중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받았다.

그녀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강자와 싸우는 건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거절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결행일은 언제지?"

"내일이에요."

"급하기도 하군."

"지체할 생각따윈 없어요. "

당진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미 결심을 끝마친 상황이었다.

구태여 시간을 끌 이유따윈 없었다.

"좋다. 그리하도록하지."

언중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흘렸다.

우우우우우웅

더불어 어마어마한 투기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강자와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절로 떨린 까닭이었다.

영악한 암여우와 음흉한 너구리는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

"아부우우 아바아아!"

연우는 해맑게 웃으며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였다.

"와아....살아있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요랑은 감탄했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북궁 부인, 요랑님한테 연우를 절대 맡기지마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금적화가 정색을 하며 입을 떼었다.

"장난이야. 장난, 헤헤헤헤."

요랑은 유쾌한 표정을 지은 채 웃음을 터트렸다.

"꺄하아아아아~"

요랑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던 것일까

연우 또한 마주보며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궁연아! 이거봐, 아무래도 연우가 내가 좋은가봐!"

요랑은 탁자에 앉아있는 북궁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에, 아무래도 요랑님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북궁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정말? 우리 연우, 내가 좋아?"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연우에게 되물었다.

"아부부우우..아부우!"

그러자 연우가 다시금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좋대! 방금 말했어! 내가 들었어!"

연우의 옹알이를 들은 요랑은 호들갑을 떨며 말을 내뱉었다.

그저 옹알이에 불과하였지만 그녀의 귀에는 자신의 말을 긍정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우리 연우!"

요랑은 연우를 높이 들어올렸다.

"꺄르르르"

그러자 연우는 재밌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화기애애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다.

북궁연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자식이 예쁨을 받는데 싫어할 부모가 어디있겠는가

그저 뿌듯함을 느끼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

이내 북궁연은 생각난듯 탄성을 내뱉었다.

"요랑님."

그리고 곧바로 말을 내뱉었다.

"왜에에에?"

요랑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에게 되물었다.

"제 성은 북궁입니다.....북씨가 아니라..."

"알았어! 궁연아."

요랑은 해맑게 답을 하였다.

"............."

요랑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알 수 있었다.

요랑이 그냥 제 좋을대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똑 똑 똑

그렇게 요랑에 대한 심층적인 고찰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인가요?"

그 소리를 들은 북궁연은 신색을 회복한 뒤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언중기라고 하오."

그러자 바깥에서 중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언중기?"

북궁연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중기?!"

그때 옆에 있던 금적화가 화들짝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저자가 누구입니까?"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금적화에게 되물었다.

대체 누구길래 저리 화들짝 놀라는지 궁금증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언중기는.....진주언가의 가주예요....북궁 부인."

금적화는 사색이 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진주언가의 가주?"

"네에...."

금적화는 거무죽죽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면식도 없는 그가 별안간 왜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들어가도 되겠소?"

그때 바깥에서 다시금 언중기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양손을 좌우로 교차하였다.

그를 들여보내선 안된다는 의미였다.

"들어오세요."

하지만 북궁연은 그런 금적화의 말을 사뿐히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끼이이이익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네 곰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거한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칠척이나 되는 거대한 키에 온몸에 돌덩이같은 근육이 가득 차 있는 위협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

언중기였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하오. 언가의 가주인 언중기라고 하오."

방 안으로 들어온 언중기는 무척이나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반가워요. 북해빙궁의 궁주인 북궁연이라고 해요."

북궁연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인사를 받았다.

"여긴 어쩐 일로 오신건가요? "

그리고는 곧바로 그에게 용건을 물었다.

어째서 자신을 찾아왔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무척이나 직설적이구려. 허허허"

그녀의 말을 들은 언중기는 작은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말을 길게 할만큼 친분이 깊은 사이는 아닐텐데요?"

"것도 그렇군 하하하하하"

언중기는 유쾌한듯 웃음을 터트렸다.

당돌하고 직설적인 북궁연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든듯하였다.

제 실리만 찾으며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암여우보단 백배 천배 나았다.

"내가 그대를 찾아온 이유는 간단하오."

이내 웃음을 멈춘 언중기가 북궁연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북해빙궁주에게 정식으로 비무를 신청하기 위함이오."

언중기는 호승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북궁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우우우우웅

더불어 그의 몸에서는 거대한 투기가 일렁거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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