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9화 〉 690.척을 져도 상관없다!
"그녀는 잘못을 하지 않았다. 어찌 잘못이 없는 이를 처벌한다는 말인가?"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녀의 잘못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을 하였다.
천무맹의 안주인인 당진설은 천무맹에 속한 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자리에 위치해있는 여자였다.
비록 직계혈족의 핏줄이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 그녀가 내정간섭을 하려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않았던가
상을 줘도 모자랄 판국에 처벌이라니?
어불성설이었다.
"재경각주가 잘못이 없다뇨? 그게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요?"
당진설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잘못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자신이 맞고 왔다.
천무맹의 안주인이자 당가의 직계혈족인 자신이 말이다.
그것도 수많은 방계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그런데 어찌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 재경각주로서의 본분을 훌륭히 완수한 것 뿐. 그런데 내가 어찌 그런 그녀를 처벌한다는 말인가"
"제게 폭력을 행사한게 재경각주의 본분에 맞는 일이라는 말씀인가요?"
당진설은 날카로운 눈초리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그녀의 눈초리에는 마치 베일듯한 예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
선우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대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납득할 수가 없어요!"
당진설은 곧바로 반발하였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멋대로 재경각으로 들어가 행패를 부린 건 네가 아니더냐?"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뭐..뭐라고요!? 행패요!?"
당진설은 배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재경각에 찾아가 월권 행위를 한 것은 물론 각원들을 폭행하지 않았더냐? 그런데 어찌 행패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인가?"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행패라뇨! 저는 본분을 다하지 않는 재경각원들에게 적절한 계도를 한 것 뿐이에요!"
당진설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계도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끝을 흐렸다.
"네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계도하지?"
그리고 이내 의문스럽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뭐..뭐라고요?!"
선우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당혹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재경각에 관련된 모든 권한은 재경각주에게 귀속되어있다. 그들이 어떠한 잘못을 하든 재경각주만이 그들을 계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네가 그들을 계도하고 처벌한다는 말이더냐?"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재경각을 관리하는 것은 요랑이었다.
재경각에 관련 모든 권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 출가외인인 당진설이 그런 그녀의 권리를 침범한다는 말인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저는 당가의 직계혈족이에요! 당가의 근간이자 뼈대를 이루는 직계혈족이라고요! 그정도 참견할 권리는 있다고보는데요?"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틀렸다. 네게 그런 권한은 없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 권한을 준적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줄 생각따윈 전혀 없다."
"뭐라고요?!"
"어찌 외인이 당가의 일에 함부로 관여하려고 드는 것이냐!"
선우는 성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내며 언성을 높였다.
월권행위를 서슴지 않고 행하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는 당가의 핏줄이예요!"
당진설은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출가한 외인이 아니더냐!"
선우는 지지않겠다는듯한 그녀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출가하였다고 하지만 제 몸에 당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네게 당가의 핏줄이 흐른다해도 출가한 이상 너는 외인이다! 어찌 그러한 사실을 너만 모르고 있다는 말이더냐!"
두 사람의 눈싸움이 한동안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오라버니는 당가를 망하게 할 생각인가요?
이내 당진설이 날카로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야말로 되묻고 싶구나. 당가를 망하게 하고 싶은 것이냐?"
선우 또한 날카로운 눈초리를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저는 그저 당가를 올바르게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네가 당가는 충분히 올바른 상태이다. 네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방계따위가 직계 혈족과 맞먹으려는듯 행동하였습니다. 감히 제게 말대꾸를 하고 타박을 하였다고요! 이렇게 위계 질서가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어찌 당가가 올바르다는 말씀을 하는 건가요? 어불성설이에요!"
"잘못된 일을 타박하는게 무엇이 문제란 말이더냐?"
"뭐라고요!?"
"너는 외인으로서 월권을 하였다. 그런데 어찌 그들의 대처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더냐?"
선우는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오히려 너는 그들의 배려를 받았다. 외인 신분으로 재경각에 멋대로 들어갔음에도 아무도 너를 제재하지 않았으며 네가 각원을 폭행하였음에도 아무도 너를 말리지 않지 않았더냐? 충분한 배려를 받았음에도 어찌 위계질서가 없다며 타박을 한다는 말이더냐?"
"오라버니!"
당진설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언성을 높인 채 고함을 내질렀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지금 저와 척을 지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녀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너야말로 나와 척을 지고 싶은 것이냐?"
우우우우우웅
"저와 척을 진다는 것은 곧 천무맹과 척을 진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에요."
당진설은 표독스럽게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천무맹과 척을 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알고 있으실텐데요?"
천무맹과 척을 진다는 것은
지금까지 천무맹으로부터 얻었던 모든 이익들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말이었다.
뿐만 아니라 동맹관계 아닌 경쟁관계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적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진설은 표독스럽게 쏘아붙일 수 있었다.
천무맹과 척을 진다는 것은 대다수 문파들이 두려워하는 일이기 때문에 말이다.
"너야말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 당가와 척을 지는 것을?"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되려 물었다.
당가와 척을 질 각오가 되어있느냐고 말이다.
"도무지 모르겠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오라버니는 뭘 믿고 그렇게 뻗대시는거죠?"
비록 장선우로 인해 천무맹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는 하지만
천무맹은 여전히 무림 최고의 단일세력이었다.
세력의 크기만 따져도 당가에 세 배는 넘었으며
무력 또한 그에 걸맞게 강대하기 짝이 없었다.
또한 자금력 또한 덩치에 걸맞게 부유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천무맹을 어찌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대한다는 말인가
뒷배로 황궁을 두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를 믿는다. 그리고 당가를 믿고 있지."
선우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반파된 당가가 천무맹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못 할 것도 없지."
"오만하군요."
"누군가 그러더군. 내뱉은 말을 지킬 수 있다면 그건 오만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말이다."
"지킬 수 없어요. 천무맹의 적이 된다면 당가는 망할테니까요."
"시험해보겠느냐?"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하며 입을 떼었다.
"..............."
당진설은 말없이 그런 선우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마치 기싸움을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선우 또한 그녀의 눈빛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눈싸움이 오갔을까
"이해가 안돼요."
이내 당진설이 입을 떼었다.
"그저 실추된 제 자존심만 회복시켜주면 조용히 넘어갈 일이잖아요? 어찌 그렇게 고집을 부리거죠?"
"명백히 잘못한 너의 자존심을 위해 식솔을 처벌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그저 한 번만 고개를 숙이고 넘어가면 그저 조용히 끝날 일이에요."
"그 한 번을 숙일 수가 없구나."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네요."
당진설은 의심스럽다는듯이 시선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실리를 추구하는 오라버니라면 좀더 나은 선택을 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이지?"
"가문의 안정을 위해 지금은 한 번만 참고 넘어가는......"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 계속 계속 한 번! 한 번! 순간은 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 번이 가문의 패망으로 이끄는 독이 되고 비수가 될 것이다!"
선우는 열화와 같은 분노를 쏟아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만약 내가 재경각주의 편이 아닌 월권을 행사한 네 편을 든다면! 재경각주에게 사과를 종용한다면! 그 어떤 이가 세가를 존경하고 소속감을 느끼겠는가!? 자신의 본분을 다한 이에게 처벌을 내린다면! 누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본분을 다하겠느냐!?"
선우는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았다.
"네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했더냐? 틀렸다. 당가에게 있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혈족들에게 세가는 영원한 우군이자 든든한 방패가 되어야하는 법! 만약 정작 필요할 때 등을 돌린다면 대체 누가 가문을 위하겠는가?"
"............."
선우의 열화와 같은 반응에 당진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언제나 냉철한 당진철이 분노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니 감히 함부로 말을 내뱉을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천무맹과 척을 져도 되냐고 물었더냐? 대답해주겠다. 척을 져도 상관없다! 적이 되어도 상관없다! 당가에 대한 자부심을 빼앗고 개돼지처럼 사육시켜버리는 동맹관계라면 파기하는 것이 백번 천번 나은 선택일 것이다!"
선우는 어마어마한 기백을 내뿜으며 언성을 높였다.
".............."
선우의 기세에 압도당한 당진설을 여전히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뭐라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 네가 당가를 멋대로 활보하는 것은 금지시키겠다. 또한 이제부터 너는 직계 혈족이 아닌 철저히 외인으로서 대우받게 될 것이다. 너는 손님으로서 귀한 대접은 받을 수 있겠지만 결코 전과 같은 대접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선우는 확고한 표정을 지은 채 선언하듯 말을 이었다.
"어디든 갈 수 없을 것이고 어딜 가든 사람이 붙을 것이며 손님으로서만 행동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네가 자초한 일이고 본가주는 결코 이 말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그리 알도록 하라!"
".............."
"만약 불만이 있다면 언제고 천무맹에 서신을 올리도록 하라! 본 가주는 지금 당장에라도 천무맹과 동맹을 파기할 수 있으니!"
선우는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그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서려있었다.
".........후회하실거예요."
그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표독스럽게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본 가주의 결정에 후회따윈 없다."
선우는 당당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당진설은 그런 선우를 따가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뒤를 돌아버렸다.
또각 또각 또각
곧이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끼이이익
쾅
이내 그녀는 집무실 문을 거칠게 닫은 채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쯔쯧, 성질 더러운 년."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혀를 차며 그녀를 욕하였다.
문짝에 화풀이하는 꼴이 같잖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
"으아아아아아아!!!"
방 안 가득 찢는듯한 비명성이 내질러졌다.
감당치 못할 분노로 인해 당진설이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진설은 눈앞에 있는 탁자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우지끈
그러자 탁자 다리가 무너지더니 이내 완전히 주저앉게 되었다.
콰쾅
이번에는 발을 굴려 대리석으로 된 바닥을 가격하였다.
그러자 바닥에 부서지며 대리석 파편이 여기저기 튀기 시작하였다.
쿵 쿵
그다음 주먹으로 벽을 마구 치기 시작하였다.
쩌저적 쩌저적
그러자 벽에 실금이 가더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온 사방이 난장판이 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것인지
당진설은 날뛰고 또 날뛰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른 거대한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하아...하아.."
당진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파괴행위를 멈추었다.
가슴을 옭아매고 있던 분노의 감정이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똑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냐!"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나다."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들어오세요."
당진설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차림새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칠척의 거구에 온몸에 돌덩이같은 근육이 가득 들어차 있는 남자.
권왕拳王 언중기였다.
"화풀이는 끝났나?"
방 안으로 들어온 언중기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눈앞에 암여우가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니 유쾌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언가주."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언가주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인사는 됐다. 그나저나 부른 이유나 말하거라."
언가주는 대번 용건부터 물었다.
갑작스러운 호출로 인해 그녀의 방을 찾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
언중기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독사같은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녀는 마치 맹독을 품은 독사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