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8화 〉 689. 그녀는 내가 새롭게 맞이한 처이다.
턍약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기 시작하였다.
당진설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콧속으로 고약하기 짝이 없는 냄새가 스며들며 불쾌감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불편함을 느꼈을까
스르륵
이내 당진설은 무거운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낯선 천장이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
'여긴....어디지?'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 아가씨, 일어나셨군요."
그때 옆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 귓가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당진설은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무척이나 익숙한 사람을 말이다.
".........의각주?"
당진설은 의각주를 바라보며 의아한듯 물었다.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의각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떻게...된건가요?"
사태 파악이 제대로 안된 당진설이 그에게 물었다.
"기절하신 상태로 의각에 실려오셨습니다."
의각주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기..절?"
"예에, 아무래도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 원인인듯 합니다."
"아!"
의각주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깨달았다는듯이 탄성을 내뱉었다.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의식을 잃기 전 있었던 모든 기억들이 말이다.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재경가으로 갔던 일.
원활한 협조를 위해 되도않는 꼬투리를 잡아 재경각원들을 족쳤던 일.
별안간 등장한 재경각주에 의해 의식을 잃어버린 일 등
모든 게 기억난 것이다.
으드득
당진설은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사태를 파악하니 가슴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그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은 곧이어 감당치 못할 분노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의각주."
당진설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말씀하시지요."
"동경을 가져다주세요."
"알겠습니다."
의각주는 공손히 읍한 뒤 곧바로 동경 하나를 가져다 주었다.
"여기있습니다.
덥석
의각주가 건넨 동경을 받아든 당진설은 얼굴을 비춰보았다.
동경에는 양뺨이 빨갛게 부어올라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비춰졌다.
당진설은 고운 아미를 와락 찌푸렸다.
'감히!'
뺨이 부어오를 정도로 맞았다는 생각에 분노가 배가 되었기 떄문이다.
자신이 어떤 자리에 위치해있는 존재란 말인가?
무림 최고의 세력이라고 일컬어지는 천무맹과 당가의 핵심인사가 아닌가
그런 자신이 맞은 것이다.
당가에 소속된 일개 각주에게 말이다.
어찌 분노가 중첩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재경각주가 아닌 방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였다.
그녀가 하극상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가에서 자신보다 고귀한 피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자신을 폭행한 것은 물론 기절까지 시키다니
어찌 하극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재경각주!'
당진설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흩뿌려지기 시작하였다.
벌떡
이내 당진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가씨, 좀더 안정을 취하셔야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의각주가 그녀를 만류하였다.
이제 막 깨어난 당진설이었다.
어느정도 안정을 취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의각주."
의각주의 만류에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의각주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어조로 입을 떼었다.
"전 두번 말하는 걸 싫어합니다."
당진설은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의각주는 곧바로 수긍을 하였다.
만류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각 또각
당진설은 의각주를 지나쳐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의각주는 그런 당진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
똑 똑 똑
"누구냐."
선우는 두드려지는 문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저예요. 오라버니."
그러자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박히기 시작하였다.
'왔네.'
그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표정을 굳혔다.
드디어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얼굴을 최대한 냉철하게 만들었다.
당진철로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다음 목에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저음으로 내리깔기 위해서 말이다.
"들어오거라."
그다음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끼이이익
선우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살쾡이처럼 표독스러운 눈매
날선 것처럼 날카로운 콧대
고집이 강해보이는 새초롬한 입술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외양이었지만 표독스럽다는 분위기를 절로 풍기는 여인.
당가의 직계혈족이자 천무맹의 안주인인 여자.
당진설이었다.
"오라버니를 뵙습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당진설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어서 오거라."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별안간 어쩐 일이더냐?"
"제가 왜 방문했는지는 이미 알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당진설은 냉철한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당가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당가주에게 속속히 보고되어진다.
당진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재경각에서 각주에게 수모를 당했던 일
재경각주에 의해 기절하여 의각으로 실려갔던 일 모두 말이다.
"긴 말하지 않겠어요. 오라버니."
그렇기에 당진설은 곧바로 본론을 꺼내었다.
"재경각주의 목을 쳐주세요."
그녀는 살기가 가득 서려있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재경각주로부터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자신이었다.
이 치욕을 갚기 위해선 목이 필요하였다.
재경각주의 목이 말이다.
당진설은 죽이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비쳐졌다.
"기각한다."
선우는 단호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곧바로 기각을 하였다.
고민조차할 필요 없는 주장이었다.
"오라버니!"
선우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언성을 높였다.
자신의 요구를 기각시킨 선우에 대한 반발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하극상을 벌였어요! 지금 바로 잡지 않는다면 분명 더 큰 사단이 일어나고 말 거예요."
당진설은 차가운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며 입을 떼었다.
본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되는 법이었고
본보기가 없다면 해이해지기 마련이었다.
바로 잡아야했다.
당가의 법도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선 말이다.
"대체 무슨 하극상을 저질렀는지 나는 모르겠구나."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입을 떼어내었다.
"직계 혈족이 폭행을 당했어요.. 그것도 당가에서 녹을 먹고 있는 자에게 말이에요. 이게 하극상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하극상이겠어요?"
당진설은 차가운 눈초리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재경각주의 목을 쳐야해요. 그렇지 않다면 혈족중심으로 운영되던 당가의 구조가 자체가 붕괴될 수 있어요."
"기각한다."
선우는 그녀의 말을 다시금 기각하였다.
일말의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 말이다.
"어째서죠? 어째서 기각을 하시는 건가요?"
당진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계가 직계에 대한 존경이 없다면 혈족 중심의 세가는 운영자체가 불가하였다.
위계질서마저 사라져버리고말테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 하극상을 벌여 위계질서를 어지럽힌 재경각주를 가만히 냅두려고 한다는 말인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극상이 아니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가 비록 당가의 피를 잇지는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자리에 위치한 여자이다."
"대체 직계혈족에 준하는 자리가 무엇이란 말인가요!"
"그녀는 내가 새롭게 맞이한 처이다."
"뭐..뭐라구요!?"
"네가 소개해달라고 했던 여섯 번째 부인이라는 소리이다. 그런 그녀가 너와 다투었다고 하극상이 될 리 만무하지 않더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공식적으로 요랑의 신분은 당가주의 여섯 번째 부인이었다.
그런 신분을 갖춘 요랑이 당진설을 패대기 쳤다고 한들 하극상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그..그..여자가...오라버니의....여섯 번째 부인이라고요!?"
당진설은 눈에 띄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낀 까닭이었다.
그 무도하기 짝이 없는 여자가 오라버니의 여섯 번째 부인이였다니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다. 그런데 내가 어찌 그녀의 목을 칠 수 있다는 말이더냐?"
선우는 짐짓 불쾌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당진설을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서 였다.
갑작스럽게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이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정리가 되었을까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당진설은 선우에게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자신의 무례를 인지한 까닭이었다.
만약 재경각주가 일개 방계였다면 목을 쳐달라는 말이 무례가 아닌 정당한 요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신분이 당가주의 부인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신은 손위올케의 신분인 재경각주의 목을 쳐달라고 말한 것이다.
어찌보면 패륜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무례인 것이다.
"일부러 그리 말한 게 아니란 건 인지하고 있다. 개의치 말거라."
선우는 이해한다는듯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표정에서는 여전히 불쾌함이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질끈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본의치 않게 패륜적인 발언을 한 무도한 여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어찌 새로운 부인께서...재경각을 맡고 있는 것인가요?"
당진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으로 선우에게 물었다.
보통 명가의 부인들은 안살림을 맡아 내조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직접적인 세가의 업무에는 관련하지 않는 것이다.
세가의 주요 업무를 함부로 맡겼다간 외척 세력의 힘이 강성해지는 것을 막기위한 절차였다.
팔이 안으로 굽기에 외척 세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업무를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가주의 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세가의 자금흐름을 담당하는 재경각의 장을 맡고 있다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셈이 빠르고 머리가 비상하더구나. 재경각주를 맡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
요랑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수어배는 뛰어난 연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재였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우는 자들조차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최고의 인재 말이다.
그런 요랑이 재경각을 맡지 않는다면 대체 어느 누가 재경각을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안주인의 신분입니다....그런데 어찌 재경각주라는 요직을 맡긴다는 말인가요."
당진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너도 알다시피 당가는 마교의 침공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폭풍으로 당가는 어마어마한 인재부족에 시달리게 되었지. 요직을 맡고 있었던 직계혈족의 대다수가 죽어버린 까닭이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낸 것이 능력에 따른 직위 분배였다. 누구든 능력만 된다면 요직을 차지하고 세가를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
"........안주인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이를 세가 경영에 참여시킨다면 외척 세력의 힘이 커질 수 있어요.."
"다행히 그녀는 외척 가문이 없는 여인이다.그런 그녀가 세가 경영에 참여한다고해서 외척 가문의 힘이 강성해질 리 만무하지 않더냐?"
요랑은 영물이다.
외척 가문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였다.
"............"
선우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떤 말을 하든 충분히 납득되는 정론으로 받아치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납득하였습니다. 어째서 육부인께서 재경각주를 겸임하고 계신지 말입니다."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납득이 되었다.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혈족 중심의 사고를 고수했다간
그대로 도태되어 버리고 말았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제게 폭력을 휘두른 행위에 대해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재경각주께서는 분명 제 이름은 물론 신분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서슴없이 폭력 행위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저는 물론 더 나아가 당가의 혈족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진설은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그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치켜든 채 선우를 마주보며 당당히 요구하였다.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 재경각주에 대한 처벌을 말이다.
"기각한다."
그리고 선우는 그녀의 말을 곧바로 기각하였다.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는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을 표정을 와락 찌푸렸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하는 선우의 태도가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째서인가요!"
당진설은 살쾡이처럼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처벌조차 용인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잘못을 하지 않았다. 어찌 잘못이 없는 이를 처벌한다는 말인가?'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잘못은 지가 해놓고 대체 누구를 처벌해달라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