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87화 (688/1,419)

〈 687화 〉 688.전쟁은 일어나지 않아.

"당가 혈족이라고는 하지만 당진설은 출가외인이잖아? 그런 주제에 내 부하를 건들더라구. 명백히 월권 아니야?"

요랑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장난스레 말하던 때와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틀리지 않아, 하지만 표현방식이 너무 과격했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요랑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리 당가의 핏줄이라지만 허용되는 일과 허용되지 않는 일은 명백하였다.

출가외인 신분으로 가문의 일에 간섭하는 건 명백히 월권행위였다.

하지만 그 표현방식이 너무 과격하였다.

당진설을 패버리다니

도저히 무림명가로서 취할 대처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만약 이 일이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당진설의 월권행위보단 요랑의 폭력 행위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과격한 방식이었기 떄문이었다.

"어쩔 수 없었어."

요랑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만약 그 상황에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서열이 꼬여버릴테니까."

요랑은 날카롭게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서열이 꼬인다고?"

"재경각의 인사 관리는 기본적으로 각주인 내 소관이잖아? 그런데 내가 거기서 당진설의 월권을 유야무야 넘겼어봐. 각원들 입장에서는 내가 당진설의 월권을 묵인한다고 생각하게 될거야. 그럼 각원들은 내 눈치가 아닌 당진설의 눈치를 보게 되겠지. 난 그런 사태를 방지하려고 했을 뿐이야."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흐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침음성을 흘렸다.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요랑이 그 상황에서 대충 수습하고 넘어갔다면 훗날에도 당진설은 재경각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려고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각원들 또한 당진설의 눈치를 보며 그녀의 월권을 방치할게 뻔하였다.

"게다가 먼저 손을 쓴 건 그 여자였어."

"당진설이 먼저 손을 썼다고?"

"응, 당감이 뺨을 다 터트려놨더라. 월권 행위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말이야. 나는 상응하게 갚아줬을 뿐이야."

요랑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부하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행동을 보여주어야했다.

무조건적으로 부하편이라는 모습을 보여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요랑은 손을 쓰고 과격하게 행동을 하였다.

자신을 믿고 있는 재경각원들을 위해서 말이다.

만약 그 상황을 그냥 넘겼다면

재경각주에 대한 각원들의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

요랑의 말을 들은 선우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객관적으로 봐도 요랑의 대처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하가 다친 상황에서 조직의 장인 요랑이 직접 손을 쓰지 않았다면 재경각이라는 조직 자체가 삐걱거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건든 년이 하필 당진설이라는 거지.'

문제는 직접 손을 쓴 대상이 당진설이라는 점이었다.

당가의 직계 혈족이자 천무맹의 안주인인 당진설.

그녀를 건드린 후폭풍이 얌전할 리 만무하였다.

"..........내가 잘못한거야?"

선우가 말이 없자 요랑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혹여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간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파악했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본질은 인간이 아닌 영물이었다.

합리적고 옳은 행동이라고 확신하였지만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영물인 자신이 놓친 무언가가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아니야..잘했어."

선우는 그런 요랑의 물음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떼었다.

과격하긴 했지만 그녀의 대처는 훌륭하였다.

재경각과 당진설 사이에 선을 확실히 그음으로써 각주로서의 권위를 지켰으니 말이다.

"후우....다행이다."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있게 말하긴 하였지만 혹여 실수한 건 아니었을까

노심초사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신의 판단이 옳은듯 하였다.

"그래서 얼마나 쥐팼어?"

선우는 요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진설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말이다.

"다행히 죽이진 않았어!"

"정말 고맙다. 그정도까지 일을 벌리지 않아줘서."

선우는 요랑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였다.

그녀가 수틀린다고 당진설을 죽였다면 뒷수습하느라 머리가 빠개졌을 것이다.

아니 뒷수습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천무맹의 안주인 신분인 그녀가 암살당했는데 대체 무슨 변명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헤헤헤...뭘.."

요랑은 쑥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정확히 얼마나 다친거야?"

선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외상은 심하지 않아. 뺨 조금 부은거랑 머리통 맞고 기절한 게 전부니까."

".....기절까지했어?"

"몇 대 후려치니까 바로 기절하더라? 아무래도 수련을 게을리 했나봐."

요랑은 기절의 원인을 당진설의 수련부족으로 돌려버렸다.

"..........난리 나겠구만."

요랑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생각보다 더욱더 귀찮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어디있는데?"

"의각에 던져두고 왔어."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의각에!?"

"응! 사실 그냥 바깥에 대충 던져놓으려고 했는데 애들이 한사코 말려서....."

요랑은 기절한 당진설을 그대로 버리려고 하였다.

굳이 챙겨줄 의리를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경각원들은 그런 그녀를 한사코 말렸고 결국 당진설을 의각에 맡기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네."

요랑의 말을 들은 선우는 안도를 하였다.

최악은 피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 잘했어?"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은듯 하였다.

"잘했어, 네가 한 일 중 제일 잘한 일 같아."

"헤헤헤헤헤."

선우의 칭찬을 들은 요랑은 기분 좋은듯 미소를 흘렸다.

어느 정도 혼날 걸 각오를 하고 온건데 되려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거야?"

요랑은 궁금하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

선우는 고민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일 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월권으로 요랑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물론 재경각원에게 상해까지 입힌 당진설이었다.

마음같아선 치도곤을 쳐서라도 내쫓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걸 허락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였지만 당진설은 동맹세력인 천무맹의 사절이자 안주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천무맹과 완전히 돌아서지 않는 이상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인 거였다.

"그냥 죽이는 게 어때?"

요랑은 선우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다.

살인멸구처럼 깔끔하고 편리한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천무맹과 전쟁을 해야해."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면 되잖아? 안질걸?"

요랑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는 강하였다.

천무맹에서 가장 강한 이재원의 팔을 잘라버릴 정도로 강대한 무력과

공령지체라는 난전에 특출난 신체까지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가 또한 강하였다.

일반적인 무사 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무력을 갖춘 자신과 맞먹는 강자가 세명이나 존재하였고

청성과 아미와의 연계를 통해 세력 또한 강성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게다가 재력 또한 천무맹과는 비교불허할 정도로 차고넘쳐져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찌 전쟁을 피한다는 말인가

무조건적으로 이기는 전쟁을 말이다.

"안돼."

선우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쟁은 최후의 수단이야. 지금은 전쟁을 하기보단 웅크리고 있을 때야."

선우는 단정짓듯 말을 이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이해가 안돼. 충분한 힘이 있으면서 왜 그 힘을 휘두르지 않는거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요랑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우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불합리조차 강제로 인정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힘을 말이다.

그런 힘을 가지고 숙이며 사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힘이 있다면 휘두르면 되는 것이 아닌가

눈에 거슬린다면 죽이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 저렇게 웅크리고 조심하고 감춘단 말인가

"때가 아니니까."

"뭐?"

"때가 아니야. 지금은."

선우는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생각인데?"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요랑아."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그녀를 불렀다.

"너 독마毒魔와 마주쳤을 때 기억해?"

".......기억해."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독마毒魔라면 자신을 실험체로 삼으려고 했던 노인네였다.

워낙 섬뜩한 기억이었기에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그런 새끼들이 수두룩한 마교랑 당가와 전쟁을 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상당히 피해를 입겠지?"

요랑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이내 결론을 내었다.

독마라면 현경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노인네였다.

그런 인간이 수두룩한 곳에서 침공을 한다면 당가가 초토화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다.

물론 지지는 않겠지만 피해를 극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천무맹과 전쟁을 한 후에 마교와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아주 많이 피해를 입겠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천무맹에 소속된 무인만 수천에 다다랐다.

그런 이들과 전쟁을 한다면 아무리 현경이 넘쳐나는 당가라고 해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교와 다시금 전쟁을 한다면 주춧돌 빼고 남는 게 없을 수도 있었다.

"네 말대로 당가는 약하지 않아. 객관적으로 봐도 천무맹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을거야. 하지만 지금은 사려야해. 지금 당가의 잠재적인 적은 천무맹만 있는게 아니니까."

선우는 냉철한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현재 단일세력으로 가장 강한 세력은 당가, 천무맹 그리고 마교 이 세곳이었다.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한쪽과 전쟁을 벌이게된다면 다른 한쪽이 어부지리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기에 사리고 또 사려야했다.

천무맹과 마교가 서로 공멸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불이익이 있긴 하지. 솔직히 귀찮기도 해. 이제 예전처럼 웅크리고 눈치볼 필요가 없거든 이재원의 무력을 뛰어넘은 시점에서 천무맹은 그리 내게 큰 위협이 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천무맹의 눈치를 보는 것은 귀찮았다.

마음같아선 자신의 원수들을 다 때려죽이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아무런 걱정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마교의 존재가 너무나 거슬렸다.

정확한 전력조차 예측되지 않는 잠재적인 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전쟁을 벌인다면 마교에게 중원을 침공할 기회를 주게 될거야. "

선우는 확고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렇구나."

그리고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삼파전에 가까운 상황에서 한쪽과 전쟁을 벌여 전력을 깎아내리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나머지 한 쪽에게 좋은 일밖에 안될테니 말이다.

"마교를....생각 못했어.."

요랑은 반성하였다.

마교에 대해선 전혀 생각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사람 좋은 호구라 가만히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선우는 더 먼곳을 내다보고 있는듯 하였다.

"미안해, 선우야. 사실 너 호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요랑은 선우에게 곧바로 사과를 하였다.

"망할 녀석."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반성도 빠르고 사과도 빠른 요랑의 태도에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나 때문에....전쟁이 나면...모두 망치게 되는 거잖아.."

요랑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최대한 사려야할 상황에서 당진설을 폭행하여 빌미를 주었다.

전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괜찮아."

"귀찮아지긴 해도 전쟁이 날 정도는 아니니까."

"정말?"

"정말이고 말고. 애초에 네가 명분없이 행동한 것도 아니잖아? "

선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요랑을 달래주었다.

만약 요랑이 아무런 명분도 없이 당진설을 후두려팼거나

그녀를 죽였다면 일이 것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천무맹 측에서는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당가를 적대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요랑에게는 명분이 있었다.

당진설을 후두려팰만한 충분한 명분이 말이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

선우는 확고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