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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85화 (686/1,419)

〈 685화 〉 686.애들아, 얘 갖다버려.

"너 때문에 장부가 몇 달이나 빵구났는지 알아?"

요랑은 격분한 표정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과거 당진설은 문서위조를 통해 서류상에는 존재하지만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상단을 기입시킨 뒤 당가의 돈을 상당수 빼돌린 전적이 있었다.

무려 수십 년동안이나 말이다.

요랑은 수십년 간 위조된 서류를 다시 다 갈아엎고 재정비를 하느라 몇 달을 개고생했었다.

아무리 특출난 오성을 가진 그녀라도 수십년 간 쌓여온 비틀림을 곧바로 원상복귀시키진 못하였기 때문이다.

개고생을 하며 요랑은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장부를 빵구나게 만든 장본인을 꼭 족치고 말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다짐을 한 그녀의 앞에 중 눈앞에 당진설이 나타나게 되었다.

요랑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당진설을 마주하자 빵구난 장부를 메우느라 개고생을 했던 울분이 미친듯이 솟구친 까닭이었다.

결국 그녀는 손을 썼고

그대로 머리통을 후려치게 되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

한 편 요랑에게 머리통을 후두려 맞은 당진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인해 사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처음 머리에 고통이 느껴졌을 때 들었던 생각은 어째서였다.

어째서 자신이 비난을 받았는지

어째서 자신이 고통을 느끼는지

어째서 자신이 후두려 맞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직계혈족이었다.

그것도 셋 밖에 남지 않은 당가의 순혈 중에 순혈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머리통을 후두려맞았다.

저 출신성분도 알지 못하는 어린 계집에게 말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사태가 제대로 파악될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화악

이내 그녀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수치심과 모욕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현 당가주의 동생이자 천무맹주 이재원의 아내가 아니던가

수많은 기득권층들 중에서도 그 정점에 올라와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몸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머리를 후두려맞다니?

수치스러웠다.

또한 어마어마한 모욕감이 차올랐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진설은 드물게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평소라면 결코 높이질 않았을 그녀였다.

먼저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는 건 지고 들어간다는 걸 의미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히려 맞은 것을 빌미로 심리적인 압박과 명분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진설은 그런 냉정한 판단을 내릴 상황이 아니었다.

뭣도 아닌 어린 계집한테 맞았다는 사실이

천한 방계 혈족들 앞에서 맞았다는 사실이 그녀의 냉정을 앗아가버렸기 때문이다.

"무슨 짓이긴 정의 구현이지!"

요랑은 다시금 그녀의 머리통을 후려쳐버렸다.

안그래도 미운 년이 반발까지하니 더욱 짜증났기 때문이었다.

"....으윽!"

요랑에게 머리통을 다시금 후두려맞은 당진설은 옅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극심한 고통이 절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 개같은 년이!'

더불어 걷잡을 수 없는 거대한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평생토록 누군가에 핍박 받아본 적도 맞아본 적도 없는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을 마치 애새끼 후두려패듯이 가볍게 대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분노가 차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우우우우우웅

당진설은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주위로 녹빛의 기류가 서서히 형성되더니 그대로 온몸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당신, 죽고 싶은 건가요?"

당진설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요랑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여차하면 중독시켜버릴 기세였다.

"그럴 능력은 되고?"

요랑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독기를 뿜어대는 꼴이 가소로우면서도 귀여워보였기 때문이었다.

"안될 것 같나요?"

당진설은 차가운 눈빛으로 요랑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당진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눈앞에 있는 여자에 비해 신체적인 능력이 한 없이 밀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머리를 후려치는 것에 반응조차 못하였다.

만약 정면으로 붙는다면 승산이 없을 것이다.

저 여자가 마음 먹은 순간 목을 꺾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독이라는 변수가 작용한다면 그 상황은 달라진다.

자신의 품고 있는 극독에 닿는다면 저 우악스러운 여자는 온몸이 녹아내리고 말 것이다.

사십년 간 숙성되고 숙성된 독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지독하였으니 말이다.

"난폭하게 나온다면 저 또한 손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재경각주. 젊은 나이에 명을 달리하고 싶으신건가요?"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요랑을 노려보며 입을 떼었다.

"해봐."

당진설의 말을 들은 요랑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얼마나 강한지 봐줄게."

"제가 손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건가요?"

당진설은 아미를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재경각주가 강짜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써도 상관없다는 말이야. 별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거든."

요랑은 조롱하듯 말을 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독을 뿜어대도 그닥 위험해보이지 않은 까닭이었다.

"오만하군요."

당진설은 차가운 눈빛으로 요랑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신체능력이 우수하다고 해서 독에 대한 내성까지 두루갖춘 것은 아니었다.

내력으로 버틸 수는 있을 지언정 완전한 저항은 무리였기 때문이었다.

"진설아, 혓바닥이 왜 그렇게 길어? 덤빌거면 빨리 덤벼. 입털면서 고고한 척하지 말고"

요랑은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당진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빠지직

그리고 그 말을 당진설의 이성을 잃게 만들기 충분하였다.

우우우우우웅

이내 당진설의 몸에서 피어난 녹색 기류들이 요랑을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중독시킬 셈인듯 하였다.

씨익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품은 독기가 너무나 가소롭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솨아아아아악

그리고 이내 녹색 기류들이 그대로 요랑을 휘감으며 덮쳐버렸다.

'됐어!'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은 쾌재를 불렀다.

저정도로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다면 아무리 강인한 무인이라해도 중독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진설아."

그때 그녀의 귓가에 명랑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독이 너무 싱거운데?"

바로 재경각주 요랑의 목소리였다.

요랑은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혀를 내민채 말을 이었다.

"아니!?"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녀는 극독이 서려있는 기운에 노출 되었다.

무척이나 무방비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데 어찌 저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어떻게!?"

당진설은 의혹어린 시선으로 요랑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중독되지 않는 이유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날 중독시키고 싶으면 이것보다 백 배는 독해야할거야."

요랑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감이 보니까, 꼴이 말이 아니더라. 왜 그랬어?"

요랑은 차가운 시선으로 당진설을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부웅

짜악

그다음 가차없이 당진설의 오른 뺨을 후려쳐버렸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휘익

이내 당진설의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가버렸다.

요랑의 강맹한 장력을 도저히 견뎌지 못한 까닭이었다.

"이건 당감의 몫!"

요랑이 다시금 손을 들어올렸다.

짜악

"이건 당혜의 몫!"

그다음 망설임없이 당진설의 왼뺨을 후려쳐버렸다,

짜아악

"그리고 이건 너 때문에 몇 달이나 개고생한 내 몫이다아아아!"

요랑은 쉴새없이 뺨을 후려치기 시작하였다.

북받쳐온 감정이 올라온 까닭이었다.

자신의 부하들을 건들였다는 분노

그리고 자신을 개고생하게 만들었다는 짜증이 혼합되어

복합적인 감정과잉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이었다.

"그딴식으로 빼먹으면!"

짜아악

"모를 줄 알았냐!"

짜아악

"요 영악한 년아!"

짜아악

요랑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저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가 풀릴 때까지 치고 또 쳤다.

털썩

이내 당진설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극심한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그대로 다리가 풀려버린 까닭이었다.

"왜!"

짜악

"애들 열심히 일하는데 찾아와서!"

짜악

"참견이야! 시집도 간년이!"

짜악

"너 때문에 일 늘어나면 책임질거야!?

짜악

하지만 요랑은 그녀의 다리가 풀리건 말건 손을 멈추지 않았다.

분이 다 풀리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요랑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이, 시원해.'

요랑은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분풀이라는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훌륭한 화풀이 대상이었다.

워낙 독한 년이라 그런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눈물 한 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울고불고 빌었으면 일말의 동정심이 생겨 손대중을 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요랑은 슬쩍 시선을 올려 당진설은 바라보았다.

'오'

그리고 속으로 슬쩍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렇게 뺨을 후려쳤음에도 얼굴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 외엔 별다른 외상이 없었다.

아무래도 내력으로 호신을 최대한 끌어올린듯 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세게 때릴 걸.'

요랑은 아쉬운듯 혀를 찼다.

죽이지는 않으려고 일부러 힘조절을 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보니 굳이 힘조절이 필요해보이진 않았다.

"지....지금.....당신이....무슨 짓을 했는지...아시는건가요?"

당진설은 독기가 가득 찬 눈빛으로 요랑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양뺨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 서린 독기는 일절 빠지지 않아있었다.

"정의구현, 이년아."

요랑은 짤막하게 답을 하였다.

"당신....곱게 죽을 생각은.....하지 않는게...좋을거예요."

당진설은 살기를 풀풀 풍기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죽을 것이다.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무림에서 가장 강대한 두 개의 세력을 동시에 자극해버렸다.

천무맹과 사천당문을 말이다.

천무맹주의 부인이자 당가의 직계 혈족인 자신을 건든다는 것은

곧 천무맹과 당가를 동시에 무시한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재경각주라해도 처벌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무림에서...가장....강대한....세력...두곳을....모두...자극한..거예요.....처벌을....피해.갈수...없을....."

"말이 많아."

그녀의 말을 듣던 요랑은 듣기 싫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머리통을 후려쳐버렸다.

철푸덕

그러자 이내 당진설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머리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버린 까닭이었다.

"애들아, 얘 갖다버려."

요랑은 기절한 당진설을 발로 툭 건들며 말을 이었다.

"소금 뿌리는 거 잊지 말고."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집무실로 향하였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말이다.

그리고 재경각원들은 그 모습을 입을 턱 벌린 채 바라만 보았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련의 상황들이 너무나 경악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잠...잠깐만요! 각주님!"

당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다급히 요랑을 불렀다.

"왜?"

요랑은 귀찮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슬쩍 돌렸다.

"이대로 가시면 어떻게 해요!"

"뭘 어떻게 더 해줘야하는데?"

요랑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말씀을 해주고...가시는게...."

"갖다 버리라니까? 소금 뿌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왜 못해?"

"당부인께서는 출가외인이기는 하나 엄연히 당가의 직계예요...그런 취급을 받았다간 저희 전부 목이 날아가버릴지 몰라요."

당혜는 울상이 된 얼굴로 요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일이 귀찮게 되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짜증나서 홧김에 후두려패느라 뒷일을 생각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요랑은 당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그녀의 물음을 들은 당혜는 절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당진설을 기절시킨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보니 그냥 아무대책 없이 마음가는대로 행동한듯 싶었다.

"....그걸....저희한테...물어보셔도.."

당혜는 울먹이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네."

"무언가 방법이 있나요!?"

"그냥 죽이자!"

요랑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살인멸구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돼요!"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당혜는 격렬하게 반대를 하였다.

당진설을 기절시킨 사실을 숨기려고 그녀를 죽인다니?

빈대를 잡겠다고 화탄을 터트리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 아닌가

"안돼?"

"절대 안돼요!"

"아쉽네...."

요랑은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사실대로 말하자."

"사실대로요!?"

"경험상 이런 일을 숨겼다가 좋은 꼴을 당한 기억이 없거든."

요랑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간 셀수도 없이 많은 거짓말을 하며 인과응보를 제대로 받았던 그녀였다.

만약 이번 일도 거짓으로 모면하려고 했다간 분명 일이 더욱더 심각해지고 말 것이다.

"괜..괜찮을까요?"

"괜찮을껄?"

요랑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잘못 없는데 뭐라할 남자는 아니거든."

요랑은 별빛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신뢰가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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