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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82화 (683/1,419)

〈 682화 〉 683.그저 당가를 옳게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대체 무슨 사정을 알아본다는거지?"

언중기는 안면을 사정없이 구긴 채 말을 이었다.

자중하라는 당진설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독왕毒王의 강함을 몸소 느꼈던 언중기였다.

전력을 다한다해도 승패조차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강함을 말이다.

그런 거대함을 마주한 자신에게 자중을 하라니

어찌 그런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는 말인가

"당가가 바뀌었거든요."

당진설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바뀌었겠지. 반파된 가문이 바뀌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터."

언중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마교로 인해 반파가 된 이후 당가는 바뀌었다.

독불장군처럼 군림하던 예전과는 달랐다.

협력을 하였고 조화를 이루었으며 더 나아가 안정을 추구하였다.

독점으로 부를 축적하던 예전과는 달리 청성과 아미와의 연맹을 구축하여 협력을 도모하였다.

하청업체를 노예부리듯 하던 예전과는 달리 알맞은 노동환경과 급여를 지급하여 조화를 추구하였다.

이윤이 큰만큼 위험부담이 큰 사업을 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이윤이 작아도 안정적인 사업 위주로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반파되어 버린 상황으로 인해 성향자체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연맹을 구축하고 하청업체와 관계를 돈독히함으로써

당가에게 부족한 노동력을 확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바뀌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군."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바뀐 방향성이 심히 이상해서 말이에요."

"이상하다?"

"네에, 당가의 성향이 어느정도 바뀐건 이해할 수 있어요. 바뀌지 않으면 현상유지조차 못할 수준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천무맹을 적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당진설은 날카로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반파되어 성향이 바뀐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반겼다.

시대착오적인 사고에 갇혀 도태되는 것보단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여겼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천무맹을 적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반파된 당가에게 필요한 것은 배후였다.

시대에 흐름에 쓸려가지 않게 바쳐줄 든든하게 버팀목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버팀목으로는 천무맹만한 곳이 없었다.

규모 , 인력, 재력, 명성 등 무엇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천무맹을 적대한다?

누구보다 실리를 따지는 당가가?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그렇기에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당가가 갑작스레 다른 노선을 타게 된 이유를 말이다.

대체 뭘 믿고 이렇게 날을 세우게되었는지 말이다.

"힘이 생겨서 그런거 아닌가? 당가주는 현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라섰다. 무력적으로 밀리지 않는데 굳이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지."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내뱉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무림은 강자존이었다.

강한 자는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제 멋대로 할 수 있지만

약자는 목소리를 낮춰야했고 몸을 납작하게 숙여야했다.

그리고 당가는 힘을 얻었다.

전처럼 숙이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교의 침공으로 인해 당가가 명성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천무맹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은 상황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구태여 적대를 한다고요? 이건 사업적으로 봤을 때 말도 안되는 일이에요."

운영은 적을 만들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

세가를 운영할 때도

사업을 운영할 때도

모두 말이다.

미세한 적의가 공든탑을 무너뜨리는 열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당가는 천무맹을 적대하였다.

수십년간 우군으로서 교류를 해왔던 천무맹을 버리고 교류를 언제했을 지 모를 북해빙궁의 편에 선 것이다.

믿는 구석이라도 없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할 셈이지?"

"믿는 구석을 찾아볼 심산이에요."

"믿는 구석을?"

"네에,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이렇게 막나가는게 아니겠어요?"

"찾은 후에는 어떻게 할셈이지?"

언중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배제해야죠."

당진설은 차가운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입을 떼었다.

"구태여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가?"

언중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당가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은 천무맹에 휘둘리지 않을 힘을 구축했다는 뜻이 아니던가

근데 뭣하러 배제를 할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당가는 그녀의 친정이었다.

당가가 힘이 강해진다는 것은 호재이면 호재였지 악재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암여우가 무슨 생각으로 저딴 말을 지껄이는지 말이다.

"안될 일이에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가는 앞으로도 쭉 천무맹에게 의지를 해야한답니다."

"당가의 독립을 바라지 않는 건가?"

언중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당가가 천무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정도로 독립성이 강해지게 된다면 제 입장에선 무척이나 곤란해서 말이에요."

당진설은 고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뭐가 곤란하다는 거지?"

"당가의 독립성이 강해진다면 제게 오는 지원이 줄어들게 뻔하잖아요?"

당진설의 눈매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는건 사양이랍니다."

당진설은 과할 정도로 당가에게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는 천무맹에서 당진설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수록 천무맹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 또한 증가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만약 천무맹의 대체제가 생긴다면

그녀는 기존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구태여 그럴 의리가 없다고 여겨질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대체제를 배제시켜야했다.

오직 천무맹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정신 나간 년."

그녀의 말을 들은 언중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욕심을 위해 친정의 발전마저 저해하는 그녀의 행태에 절로 짜증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저건 또 무슨 말같지도 않는 소리란 말인가

"네년의 영달을 위해서 당가를 희생할 셈이더냐?"

"희생이라뇨? 단어 선택이 너무 과격하네요."

"희생이라는 말외에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군."

"그저 당가를 옳게 만들고 싶을 뿐이에요. 천무맹과 척을 져서 좋을게 어디있겠어요? 물론 겸사겸사 제 이익을 도모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당진설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언중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가 내 교육을 잘 시켜야겠군. 혹시라도 너 같은 년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야."

언중기는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언가주께서는 농이 짙으시군요."

당진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농이 아니다. 암여우."

언중기는 질린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난 얼마나 기다려야하는거지?"

"적어도 일주일은 기다리세요."

"가능하다고 보는가?"

언중기는 인상을 팍 쓴채 되물었다.

하루도 참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무려 일주야나 참으라니

말도 안되었다.

"만약 참지 못하고 일을 벌이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저희끼리 했던 약조는 전부 물거품이 될거예요."

당진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짜증나는군."

언중기는 짜증어린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맹주와의 혈투는 그가 꿈에 바라마지 않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협조에 감사드려요."

그의 반응을 본 당진설은 만족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그가 함부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 까닭이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게 좋을 것이다. 지체된다면 나 또한 장담하지 못한다."

언중기는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걱정마세요. 배후를 캐는 건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결국 운영은 돈에 귀결되는 법. 돈의 흐름을 파악한다면 배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운영의 핵심은 자본이었다.

그리고 그 자본의 흐름은 결국 배후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뇌물이 되었든 지원이 되었든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을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배후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본의 흐름만 파악하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털 곳은....?"

"네에, 재경각이에요."

당진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제일 먼저 털 장소는 재경각이었다.

자신에 대한 지원을 과감히 끊어버린 재경각

그곳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가의 뒤에서 암약하고 있는 배후를 말이다.

**********

재경각

타타탁 타타탁 타타탁

재경각원 당감은 왼손으로는 주판을 튕기며 계산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수량....오십 근...백 사십근이니까.....대략...은자...이천 오백냥이.."

쓰으윽 쓰으윽

더불어 머릿속으로 계산을 정리한 후 붓을 놀려 빠르게 장부에 기입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당감은 붓을 그대로 놓아버렸다.

"끝났다아아아!"

그리고 양팔을 쭉 편채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상쾌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며칠간 골머리를 썩었던 장부 기입이 드디어 끝나버린 것이다.

어찌 상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 결재만..받으면..끝나..'

당감은 산더미가 같은 서류들을 한아름 안아들었다.

그다음 자리에서 일어난 뒤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최종 결재를 받기 위해서 였다.

똑 똑 똑

"각주님, 저 당감입니다."

이내 재경각주의 집무실 앞까지 도달한 당감은 부드럽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서는 그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주무시나?'

똑 똑 똑 똑

의아함이 든 당감은 다시금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여전히 문안에서는 묵묵부답일 뿐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설마!?'

순간 당감은 최악의 가정이 떠올려졌다.

벌컥

당감은 곧바로 문을 열어젖혔다.

그다음 재빨리 시선을 돌려 방안을 살펴보았다.

'아....'

그리고 이내 절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최악의 가정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 어디 간거야!!!!!!"

당감은 비명 섞인 고함을 내질렀다.

존경하는 재경각주가 또 어딘가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털썩

절망에 빠진 당감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이제 결재만 받으면 퇴근이었다.

푹신하고 안락한 침상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결재의 기회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요랑이 또다시 도망가버린 탓이었다.

'......젠장.'

당감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서류들을 정리한 뒤 다시금 집어들었다.

그다음 책상 위에 곧바로 올려두었다.

그리고 각원 집무실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또 도망갔어요?"

이내 그가 집무실로 도착하자 재경각원 당혜가 그에게 되물었다.

".....응."

"그럼 퇴근은....?"

".......못하는 거지...뭐."

당감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힘내세요...선배."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혜는 애써 그를 위로해주었다.

".....아니야.....이제는 너무 익숙해서...팔자려니해."

당감은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재경각주 요랑의 탈주는 이제는 월례행사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이제와서 사라진다해도 그리 놀랍지 않은 것이다.

"제가 말씀 드릴테니까....그냥 퇴근하는 게 어떠세요?"

".....안돼.....그랬다간 일이 꼬이고 말거야."

재경각에서 결재작업은 서류 작성자의 설명을 듣고하는게 원칙이다.

재경각주가 총책임자라고는 하지만 모든 일을 세세하게 알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작성의 설명이 없다면 결재 오류가 날 확률이 현저히 높아지리라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지금도 한계처럼 보이시는데..."

당혜는 걱정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당감을 바라보았다.

당감의 눈알은 새빨갛게 충혈되어있었고 눈밑은 시꺼멓게 칠해져있었다.

또한 피부는 푸석푸석하였고 머리는 떡이져 기름이 가득하였다.

한눈에 봐도 밤을 새고 피로가 가득한 모습인 것이다.

그런 당감이 퇴근조차 못한다고하니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휴게실에서.....자고 있을게....오시면 바로 깨워줘어.."

"정말 괜찮겠어요?"

"휴게실에도 침상이 있잖아.....비록 집만 못하지만.....쉴 수는 있어."

"알겠어요..선배....돌아오시면 바로 말씀드릴게요."

당혜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고맙다."

쓰담 쓰담

당감은 귀여운 후배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주고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휴게실을 향해서 말이다.

당혜는 그런 당감을 안타까운듯 바라보았다.

기운이 쌩썡했을 때는 재경각주를 직접 잡으러 다니면서 기어이 결재도장을 찍게 만들었던 당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래도 그럴 기운조차 없는듯 보였다.

그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이참.....재경각주님은 어디 가신거야..'

그녀는 갑자기 사라진 요랑에 대한 작은 불평을 토로하였다.

일할 땐 천군만마같은 그녀였지만 이렇게 제멋대로 사라질 때는 불평이 절로 나왔다.

일장일단이 있는 존재인 것이다.

끼이이이익

그때 갑자기 집무실 문이 서서히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당혜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요랑이 돌아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모르는 얼굴이 많이 보이는군요."

하지만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이는 그녀의 예상에 벗어난 인물이었다.

아름답지만 표독스럽다는 인상이 강한 여인.

여인의 몸으로 당가의 무공을 소화한 독한 여인.

무림을 구한 대영웅, 이재원에게 시집을 간 당가의 여인.

천무맹주의 삼부인

당진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재경각주는 어디있죠?"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입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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