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8화 〉 679. 초대받지 않은 손님
"아부부! 아부! 아부!"
연우가 귀여운 옹알이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래, 그래 아빠 아빠아아! 아빠아아!"
선우는 그런 연우를 바라보며 헤벌쭉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귀여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기 때문이었다.
"꺄하아아"
그런 선우의 미소가 재밌던 것일까
연우는 즐겁다는듯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흐헤헤헤헤헤"
그리고 그런 아들의 웃음을 본 선우는 더욱더 헤프게 웃기 시작하였다.
마치 바보처럼 말이다.
가히 아들 바보라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그렇게 좋아?"
그때 선우의 귓가에 날카롭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눈처럼 새하얀 머릿결을 가진 절세미인, 북궁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너어어무우우 좋아아아."
선우는 헤벌쭉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좋았다.
좋아도 너무 좋았다.
연우는 자신의 핏줄을 이어받은 혈육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좋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북궁연을 빼다박은 연우의 외모는 어떤 아역 배우를 갖다놔도
범접할 수도 조차 없는 초월적인 귀여움을 자랑하였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샘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게 좋은 사람이 우리 연우의 존재는 왜 까맣게 잊고 있었대?"
이미 한 차례 자신은 물론 연우의 존재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전력이 있는 선우였다.
"..........."
그녀의 뼈를 때리는 말에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잘할게...연아."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여기선 앞으로 잘한다는 말밖엔 할 수 없었다.
다른 어떤 말을 하든 전부 변명에 불과하게 될테니 말이야."
"나말고 연우한테나 잘해."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자신은 상관없었다.
선우처럼 우월한 수컷이라면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것정도는
감내할 수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식은 잊어먹는 것은 안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일어나선 안되는 일인 것이다.
"둘다 잘할게......너도 연우도 말이야."
"흥, 말은 잘해요."
북궁연은 토라진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입꼬리가 살짝 호선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입발린 말이 그리 싫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렇게 아옹다옹하며 연우를 보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갑자기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누구십니까?"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별안간 누가 찾아왔는 지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예요. 상공,"
그러자 바깥에서 익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들어와."
그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대번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였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리따운 귀부인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당대부인 운가려였다.
"상공을 뵈어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정중히 인사를 건네었다.
"아, 어서와."
선우는 그녀의 인사를 부드러운 어조로 받아주었다.
"북궁 부인도 반가워요."
선우가 인사를 받자 운가려는 북궁연을 바라보며 살짝 목례를 하였다.
"반갑워요. 운부인."
북궁연은 또한 가벼이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서로 부인이라고 부르기로 호칭을 정한듯 싶었다.
"어쩐 일이야?"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별안간 야밤에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의아함이 든 까닭이었다.
"천무맹으로부터 온 서신 한 통이 날아들었어요."
"서신이?"
선우는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갑자기 웬 편지란 말인가
"네에, 여기.."
선우의 말에 운가려는 품속에 있는 서신 한통을 꺼내들었다.
선우는 손을 뻗어 그녀가 내민 서신을 받아들였다.
촤르르륵
그리고 서신을 펼친 뒤 찬찬히 읽기 시작하였다.
서신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내 선우의 표정이 심각하기 그지없게 바뀌어버렸다.
꽤나 귀찮은 일이 생긴듯하였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쓰여있는데 그래?"
그런 선우의 표정을 본 북궁연이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당진설이 온다네."
"당진설?"
북궁연은 모르겠다는듯 그에게 되물었다.
당진설이 누구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당진설은 서윤 아가씨의 언니예요."
옆에 있던 운가려가 북궁연에게 살짝 소근거렸다.
"그게 무슨 문제라는 거지?"
그녀는 이해가 안된다는듯 되물었다.
부인의 가족이 오는데 어찌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는 말인가
"이야기가.....조금 복잡해서....."
그 말을 들은 운가려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와 얽힌 원한을 일일히 나열했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원수야. 날 죽이려고 했거든."
선우는 당진설과의 관계를 일축시켰다.
북궁연이 이해할수 있도록 말이다.
"처죽일 년이구나."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한기가 풀풀 풍기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나 뿐인 지아비를 죽이려고 든 여자였다.
그녀에 대한 설명은 그걸로 충분하였다.
"하아.....아무래도 당분간은 연우를 못 볼것 같네."
선우는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
북궁연은 의아한듯 그에게 되물었다.
"가려랑 서윤이한테 연기 수업을 받아야할듯 싶거든"
"연기 수업?"
"지금 당가에서 내 신분은 당진철이야. 당진설이 나에 대해 이질감이 들지 않게하려면 완벽하게 당진철인 척 연기해야해."
"번거로워."
북궁연은 인상을 살짝 지푸렸다.
그냥 처죽이면 될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당가로 온김에 죽여버리면 안돼?"
북궁연은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선우를 위협했다는 것만으로도 죽을 죄는 충분하다고 여긴 까닭이었다.
"아니, 죽이지는 않을 거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단호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째서!?"
"좀더 고통스럽게 만들 심산이거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죽이는 건 너무나 쉬웠다.
무형잠영술을 이용하여 아무도 모르게 목을 따버리면 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
그녀에게 더한 고통을 주고 싶었다.
부인들을 선동하여 자신을 암살하려고 하였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어찌 편하디 편한 안식을 선사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 수치스러워야했다.
그녀는 치욕을 겪어야했다.
죽음보다 더한 수치와 치욕을 삶을 선사하고 싶은 것이다.
"호오.."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눈을 반짝거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온정이 많아 은연중 유약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선우였다.
그런 선우의 냉정한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온정과 비정함을 둘다 갖춘 이상적인 남자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어떻게 복수 할건데?"
그녀는 궁금하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나중에 말해줄게. 연우 없을 때."
선우는 슬쩍 연우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뭐 어쨌든 따로 처리할 수는 없다는 거지?"
북궁연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직 그럴 생각은 없어."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쉽네."
북궁연은 진심으로 아쉽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허락만 떨어진다면 자신이 몸소 나서서 죽여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살려둔다하니 이해해줄 수밖에 없었다.
"연우야, 아빠 갔다올게."
쪽 쪽 쪽
선우는 품에 안고 있는 연우의 오동통한 볼에 입을 맞추었다.
"꺄하아아아."
연우는 꺄르륵 거리며 방실방실 웃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방실 방실 웃는 연우를 그대로 북궁연에게 건네주었다.
"연우, 받아줘."
덥석
북궁연은 그런 연우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벌써 가게?"
그녀는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좀이따 밤에 다시올게."
선우는 그런 그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알았어."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이내 수긍하였다.
간다는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려, 가자."
선우는 운가려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그리고 바깥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알겠어요. 상공."
그의 말을 들은 운가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다음 선우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쿵
이내 문이 닫히고 두 사람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북궁연은 두사람이 사라진 문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
"선배, 뺨은 괜찮으십니까?"
당기는 당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네."
당훈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말요?"
당기는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벌써 칠주야나 지나지 않았는가? 충분히 아물만한 기간일세."
"그럼 붕대는 왜 계속 감고 계신 것입니끼?
당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상처가 아물었다는데 붕대를 감고 있는 모습이 영 이상하였기 때문이었다.
"신경쓰지말게."
그의 말을 들은 당훈은 퉁명스럽게 답을 하였다.
"아직 안나으셨으면 좀더 쉬시는게 어떻습니까?"
"멀쩡하다니? 것참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모는구만."
"일중독도 병입니다. 선배."
당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당훈이 선발대에게 살갗이 다드러날 정도로 맞은 지 벌써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당훈은 휴가를 받아 요양을 하였다.
요양이 필요할 정도의 상해를 입은 까닭이었다.
그러데 별안간 일주일만에 복귀를 하였다.
붕대를 칭칭 두른 채 말이다.
일중독이 아닐 수가 없었다.
특별 휴가를 받았으면 쉴 줄도 알아야지
뭣하러 이렇게 꾸역 꾸역 나온다는 말인가
그것도 성치 않은 몸으로 말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중독이 아닐세. 그저 내 사명을 다하는 것일 뿐."
당훈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사명감 때문에 그 꼴이 난 것 아닙니까?"
당기는 당훈을 타박하였다.
괜스레 선발대와 기싸움을 벌였다가 뺨이 거덜나버렸다.
그런 주제에 무슨 사명감이란 말인가
"그래도 지키기 않았는가?"
"뭘 말입니까?!"
"당가의 자존심을 말일세."
"자존심이 밥먹여준답니까?"
그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자네나 나나 당씨성을 쓰는 무인일세. 당가의 명예가 곧 우리의 명예가 아니겠는가? "
".......선배는 당가를 사랑하시는군요."
"내가 나고 자란 가문일세.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하리."
당훈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당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당훈의 미소가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존경심이 솟아났다.
세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저 멋진 무인이 말이다.
저벅 저벅
그때였다.
두 사람의 귓가에 무겁기 그지없는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소리를 들은 두사람은 이내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당가의 정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남자를 말이다.
남자는 무척이나 특이하였다.
칠척은 족히 넘어보이는 장신에
옷위로 근육 그대로 드러날 정도로 우락부락하였으며
얼굴 또한 거칠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온몸이 곤두설 정도의 위압감이 말이다.
"누......누구십니까?"
당훈은 긴장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정체를 물었다.
그가 내뿜는 위압에 압도된 까닭이었다.
"언중기."
그의 물음에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세인들은 날 권왕拳王이라고 부르더군."
거구의 남자,언중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를 들여보내줄 수 있겠는가?"
언중기는 무척이나 정중한 어조로 입을 떼었다.
조카인 이재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따..따로 초대를 받으신 것입니까?"
당훈은 당혹스러움이 묻어나는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초대를 받진 않았다네."
언중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방문 목적이 무엇입니까?"
"오고 싶었다네."
"네에?!"
"그저 이곳으로 오고자 했을 뿐이라네."
언중기는 재밌다는듯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두 수문위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상부에 기별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당훈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재밌는 말을 하는군. 언가의 가주인 내게 기다림을 강요하는 것인가?"
언중기는 흉악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더불어 그의 몸에 어마어마한 투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꺼으으윽...으윽.."
"크으윽...으윽.."
그리고 그 투기에 노출된 두 수문위사들은 괴로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내뿜는 거대한 기세를 감당키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묻지. 내가 기다려야하는가?"
언중기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들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기...기...기다리셔야...합니다."
그때 당훈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거대한 투기에 압도된 상황에서도 사명을 잊지 않은 것이다.
"죽는다해도?"
"........가법...입..니다....지..켜지지..않는다면...의미가..없지요."
당훈은 핏발이 선 눈빛으로 언중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크윽...크하하하하하하하하"
그의 말을 들은 언중기는 이내 크게 웃기 시작하였다.
기개 넘치는 모습이 썩 나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리고 이내 내뿜던 투기를 한순간에 풀어버렸다.
"허억...허억..허억.."
그러자 이내 두 사람이 거칠게 숨을 내쉬기 시작하였다.
심장을 조여오던 거대한 투기가 일순간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자네인가보군. 조카에게 뺨을 맞은 당가의 수문위사가 말이야."
언중기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기개가 있더군. 당가라는 가문이 어떤 곳인지 알 것 도 같네."
언중기는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사내다운 사내를 만난게 썩 기쁜듯하였다.
"기다리도록 하지. 기별을 넣고 오게나."
언중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