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7화 〉 678. 지상최강
"아니, 가주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언중기의 말을 들은 총관 언도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저 서신에 무슨 말이 쓰여져있길래
뜬금없이 당가로 향한다는 소리를 입에 담는단 말인가
"말그대로다. 당가에 강자가 있다고 하더군."
"그게 어찌 당가로 향하는 이유가 된다는 말입니까!?"
언도단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강자가 강자를 찾는 건 수컷으로서 당연한 본능이 아니던가? 총관은 나를 말리지 말도록 하라."
언중기는 단호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와락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언도단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말같지 않는 말을 하는 가주의 언행에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가주라는 직책은 중책이었다.
가벼이 움직여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도 안되는 무거운 자리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서신 한 통에 이리도 발걸음을 빨리 떼어낸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가주! 어찌 그리 함부로 움직인다는 말입니까! 가주께서는 수백명에 이르는 언가의 식솔들을 책임지는 장의 위치에 있는 분이십니다. 경거망동해서는 안됩니다!"
언도단은 그를 바라보며 성토를 하였다.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언중기는 언도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말없이 유심히 바라보았다.
언도단이 뻘쭘함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주르륵 주르륵
그리고 그의 시선을 받은 언도단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한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너무....주제를 넘었나?'
평소 관용적인 언중기였기에 살짝 선을 넘는 발언을 했던 언도단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게 사달이 난듯 하였다.
가주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든 것이다.
두근 두근
언도단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였다.
그때 갑자기 언중기가 손에 들고 있던 서신을 그대로 언도단에게 넘겼다.
그리고 언도단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서신을 받아들였다.
"이..이게..."
언도단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중기를 바라보았다.
"읽어보거라."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알..알겠습니다."
언도단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심기를 거스른 것은 아닌듯 싶었다.
이내 언도단은 서신을 펼친 뒤 빠르게 읽기 시작하였다.
한 자라도 빼먹지 않도록 꼼꼼하게 말이다.
"아..아니!?"
그리고 서신을 전부 다 읽은 언도단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쓰여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신에는 이번 선발대의 전멸사건에 대한 진상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또한 범인에 대한 정체를 비롯하여 그 범인을 징치해달라는 요청까지 덧붙여져있었다.
"이..이게...대체..."
그 내용을 확인한 언도단을 말을 더듬거리기 시작하였다.
누구보다 정의로워야한다는 천무맹주가 복수를 사주하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너무 경악스러워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말그대로 언어도단인 것이다.
"갈만하지 않은가?"
그 모습을 본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거절하셔야합니다!"
언도단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진주언가가 이 사태에 나설 이유는 하등 없습니다!"
"우리 사랑하는 재신이가 다치지 않았는가?"
"재신이 아니고 재선입니다!"
언도단은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그래, 재선이....어쨌든 내 사랑하는 조카가 다치지 않았는가? 삼촌이 된 입장으로서 혼쭐을 내주어야지."
언중기는 악동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조카 이름도 모르는 양반이!'
그 말을 들은 언도단은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렸다.
"가주 재고하셔야합니다. 당가와 천무맹 간의 기싸움에 끼어들어봤자. 좋을 것이 하나 없습니다."
언도단은 간절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간곡히 부탁하였다.
부디 재고를 해달라고 말이다.
이건 진주언가에서 끼어들 일이 아니었다.
비록 이재선이 언가의 피를 이어받은 조카라고는 하나
그래봤자 언씨 성을 쓰지 않는 먼 친척에 불과하였다.
그런 이재선의 복수를 위해 용담호혈이나 다름없는 당가에 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본디 세가의 운영은 마음으로 하는게 아니었다.
머리로 하는 것이었다.
언도단의 머리가 경고하고 있었다.
당가로 가봤자 이득 따윈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요근래 당가의 힘이 너무 크지 않았소? 이참에 기를 눌러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겠소?"
언중기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걸 왜 언가가 눌러준다는 말입니까! 이건 천무맹의 수작입니다! 제 손에 피를 안묻히고 당가를 압박하기 위한 수작말입니다! 가주께서 나선다해도 얻을 수 있는 이익 따윈 그 어떤 것도 없단 말입니다!"
언도단을 열변을 토해내며 그를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무엇 하나 얻을 수 없었다.
이득이 없는 것이다.
당가로 가 선발대를 전멸시킨 범인을 징치해도 본전이었고
범인에게 당할 경우 개망신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당가로 향하겠다는 말을 입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이익은 있다네."
그 말을 들은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슨 이익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언도단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득 따위는 전혀 없어보였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증명할 수 있다네."
"네!?"
"본 가주의 강함을 만천하에 증명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언중기는 유쾌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농을 하실 때가 아닙니다!"
그 말을 들은 언도단을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가주에 대한 예의를 말아먹을듯한 태도였지만
고함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같지도 않은 말을 지껄인다는 말인가
"본 가주는 누구보다 진지하네. 총관."
언중기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나를 수십 년간 보좌해온 자네라면 알걸세. 내 오랜 꿈이 무엇인지 말일세.."
"천하제일인이 아닙니까?"
언도단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맞네."
언중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긍정을 하였다.
"본 가주는 어렸을 때부터 지상 최강을 꿈꿔왔다네. 그리고 그 꿈은 변치 않았지."
언중기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언중기의 꿈은 지상 최강이었다.
남자로서 태어난 이상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강함으로 증명해봐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명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꿈과 이번 일이 어떤 연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서신을 끝까지 안읽었나보군."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
"마지막에 천무맹주가 본 가주에게 약조를 하나 해주었다네."
"약조 말입니까?"
언중기의 말을 들은 언도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서신을 펼쳐 내용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급박한 마음에 대충 넘긴 부분이 있었던 듯하였다.
그리고 이내 그는 발견할 수 있었다.
천무맹주가 해주었다던 약조를 말이다.
서신에는 이렇게 쓰여져있었다.
만약 선발대를 전멸시킨 북해빙궁주를 사로잡아 천무맹으로 데려온다면 서로의 명예를 건 공식적인 비무를 약조해주겠다고 말이다.
"고작 이 비무 때문에 당가로 가겠다는 것입니까!?"
서신을 읽은 언도단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고작이 아닐세."
언중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 평생 넘지 못했던 벽을 넘을 수 있는 기회라는 말일세."
언중기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재원은 그에게 평생 넘지 못했던 거대한 벽이었다.
그런 벽을 넘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공식적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가주께서 맹주를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겁니까?"
"당연하네."
언중기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긍정을 하였다.
"천무맹주가 비록 팔이 한쪽 잘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경의 고수입니다. 그런데 어찌 가주께서 그런 맹주를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까!"
언도단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천무맹주는 약해졌다.
새롭게 천하제일인으로 등극한 검신劍神에 의해 팔이 잘리고 전력이 반절이상 날아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섣불리 얕봐선 안되었다.
비록 팔이 잘리긴 하였지만 그는 여전히 현경에 다다른 고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에게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는 말인가
지금껏 수도없이 덤벼놓고 단 한번도 이긴 적이 없는 주제에 말이다.
이해가 될 리 만무하였다.
"이길 수 있네."
그 말을 들은 언중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러니까....어떻게 이긴다는 말입니까!? 불현듯 깨달음이라도 얻어 현경에라도 도달했다는 말입니까?"
언도단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맞네."
"네에?!"
"현경에 도달하였다네."
언중기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그게..무슨..?"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언도단을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너무나 충격적인 말에 할 말을 잊은 까닭이었다.
"노..농이 짙으십니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린 언도단은 언중기의 말을 농으로 치부하였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언중기의 경지는 수십 년 동안 정체되어있는 상태였다.
화경 상경에서 더이상 발전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언중기가 별안간 현경에 도달하였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진심일세."
그때 언중기의 한 없이 진지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
그 말을 들은 언도단은 의혹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언중기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이 농인지 진심인지 확인할 요랑이었다.
그러자 올곧기 그지없는 그의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언도단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언제 그러한 경지에 오르게 된 것입니까?"
언도단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무맹주의 팔이 검신劍神에 의해 잘려버린 날일세."
언중기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언도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그날 따라 유난히 머릿속이 맑더군. 마치 짙게 껴있던 안개가 걷혀지는 기분이었네. 그리고 그 맑은 상태에서 쉴새없이 주먹을 휘둘렀네. 단전에 있는 내력이 전부 고갈될 때까지 말일세. 그리고 종국에는 깨달을 수 있었네. 본 가주가 현경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말일세."
언중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본 가주가 현경에 다다른 그날 소식이 들려오더군. 천하제일인의 자리가 뒤바뀌어버렸다고 말일세."
"....그...그런...일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네에?"
"너무 작위적이라고 생각지 않은가?"
언중기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그게 무슨..?"
".......본 가주가 화경 상경에 머무른 지 수십 년이 흘렀다네...하지만 그 윗단계로는 나아갈 수가 없었네. 마치 현경으로 가는 길이 안개로 뒤덮혀진 것 마냥 가려져있었기 때문이지. 그런 이재원에 팔이 잘린 날 안개가 걷혀졌다네. 길이 보이더군. 현경으로 향하는 길이 말일세."
그 말을 들은 언도단은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렸다.
확실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언중기는 정마대전 당시 화경의 경지에 올랐던 이재원과 비견될 정도의 천재였다.
그런 그가 정체가 되었다.
그것도 수십년 간 말이다.
화경을 넘어 현경에 다다른 이재원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런데 그 정체되었던 경지가 이재원의 팔이 잘리자 그대로 뚫려버렸다.
마치 위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던 방해자를 치워버린 것처럼 말이다.
어찌 작위적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본 가주는 이게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네."
"하늘의 뜻 말씀입니까?"
"나와 마찬가지로 정체되어있었던 독왕의 경지 상승, 이재원을 뛰어넘는 강자의 등장, 마교의 난립, 갑작스러운 경지 상승 등 이 모든 것들이 지상 최고가 누군지 가리라는 하늘의 뜻처럼 여겨진다네."
언중기는 웃음기를 쫙 뺀 채 한 없이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본 가주는 그 뜻을 그대로 이행할 심산일세. 누가 최고인지. 누가 가장 우월한지 말일세. 그리고 그 첫 번째 무대는 당가가 될 걸세."
우우우우우우웅
언중기는 어마어마한 투기를 일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 목표는 이세신인지 이세준인지 이름도 모르는 조카의 복수따위가 아닐세."
언중기는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언도단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내 목표는 현경에 다다랐다고 전해지는 독왕일세."
"...........독..왕.."
"그래, 그 다음은 천무맹주 이재원일세."
언중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검신劍神 장선우일세."
".............."
"그러니 부디 방해치 말게나. 내겐 지금 언가보단 지상 최강을 가려야한다는 사명감이 우선이니 말일세."
언중기의 눈빛에 광기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언도단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상이상의 광기가 그대로 전해져왔기 때문이었다.
언도단은 생각하였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언중기는 들어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