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6화 〉 677.권왕拳王 언중기
남자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한 번쯤은 지상최강을 꿈꾸게 된다.
이는 스스로가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수컷의 본능이었다.
그리고 이 본능을 신념으로서 굳게 믿고 살아온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권왕拳王 언중기였다.
무림명가라고 불리우는 진주언가의 삼남 일녀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어릴적부터 강함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광인狂人이었다.
그는 지상최강을 꿈꿨다.
남자로 태어난 이상 누구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는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였다.
신체를 단련하고
무공을 수련하며
지상최강으로 다가가는 절차를 밟고 또 밟았다.
그리고 그가 약관이 되던 날
그는 손윗형제들에게 비무를 제안하였다.
소가주 자리를 걸고 다투는 혈투를 말이다.
당시 진주언가는 후계자 선발에 관련한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공이 뛰어나며 인망이 좋지만 다혈질에 폭급하여 경영에 미숙을 보이는 첫 째 언중골
무공이 뛰어나며 차분하여 꽤나 괜찮은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냉정한 성정 탓에 인망이 두텁지 못한 둘 째 언태환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선뜻 고르기가 애매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셋 째인 언중기가 그들에게 비무를 신청한 것이다.
소가주 위를 걸고 혈투를 벌이자면서 말이다.
처음 그 말을 들은 두 형제들은 코웃음을 쳤다.
나이 차만 십년 이상 나는 동생이었다.
소가주 후보로 조차 언급되지 않았던 연약한 동생이었다.
그런 동생이 혈투를 제안하였는데 어찌 코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무공은 세월에 비례하여 그 깊이와 강함이 더해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세월이 흐를수록 깨달음의 깊이가 깊어지는 정종무공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에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기본공을 떼었을 막내동생이 자신들을 이길리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좋은 말로 막내를 설득하여 돌려보내려고 하였다.
치기 어린 귀여운 동생을 대하듯이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머지않아 자신들의 행동이 오만에 불과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언중기가 별안간 언중골의 콧대를 부러뜨렸기 때문이었다.
무공조차 아닌 가벼운 휘두름으로 말이다.
콧대가 부러진 언중골은 극심한 분노를 느끼며 그런 언중기를 공격하였다.
수족 중 하나는 부러뜨리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 채 말이다.
하지만 수족이 부러진 것은 언중기가 아닌 언중골이었다.
기본공만을 사용한 언중기에게 완벽히 밀려버린 것이다.
그 일련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언태환은 경악을 하였다.
기본공으로 언가의 비전무공을 익힌 언중골을 어린 아이를 가지고 놀듯 대한 것이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입을 턱하고 벌리고 있는 언태환에게
언중기는 물었다.
네놈도 같은 꼴이 되겠냐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언태환은 곧바로 꼬리를 말아버렸다.
그에게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을 느낀 탓이었다.
그렇게 언중기는 손윗 형제들을 무력으로 꺾은 뒤 소가주 자리에 등극하고 말았다.
무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마대전이 일어나게 되었고
언중기는 정마대전에서 미친듯이 날뛰기 시작하였다.
오직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손가락으로 눈을 파버렸다.
얼굴을 뭉겨버렸다.
머리통을 터트려버렸다.
팔을 뜯어버렸다.
다리를 뜯어버렸다.
하지만 부족하고 또 부족하였다.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하기엔 말이다.
강자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강자와 목숨을 건 혈투를 나눴다.
금강불괴에 가깝다고 여겨지던 철마鐵魔의 금피강연마공鐵皮强硏魔功을 맨주먹으로 부숴버렸다.
그리고 철마가 이끄는 타격부대 철귀대를 씨몰살시켜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중기는 갈증을 느꼈다.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함에 대한 갈증이 말이다.
날뛰고 또 날뛰었다.
갈증이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정마대전이 끝났을 때
그는 권왕拳王이라는 칭호로 불리게 되었다.
고작 약관에 불과한 나이에 말이다.
강함에 미친 광인狂人
그게 바로 권왕拳王 언중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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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왕拳王을 부르자는 말이오?"
이재원은 인상을 살짝 구긴 채 말을 이었다.
외골수에 독선적인 권왕을 그리 좋아하지 않은 탓이었다.
그는 강함에 대한 집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친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을 부르자하니 괜스레 거부감이 들었다.
"맞아요."
당진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꼭 그를 불러야겠소?"
이재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과거 강함에 미쳤던 언가주에게 상당한 시달림을 받았던 이재원이었다.
초주검 상태로 만들어놔도 다음날이면 곧바로 회복하여 달려들었던 그의 미친듯한 집착에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다.
그렇기에 내키지 않았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찌 그런 미친놈을 부른단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상대는 저 광활하기 그지없는 북해의 절대자인 빙궁주예요. 권왕정도 되는 이가 아니라면 쉽사리 제압할 수 없을 거예요."
당진설은 담담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상대는 무려 오백이 넘는 선발대를 전멸시킨 절대고수였다.
그런 이를 상대하기 위해선 적어도 권왕 정도는 불러와야 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주전력은 아니었지만 무인 오백을 일방적으로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흐으음.."
당진설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에 수긍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여전히 고민이 되었다.
그 광인과 얽히는 것자체가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맹주께서 언가주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바입니다. 하지만 좀더 대국적으로 생각하셔야합니다."
당진설은 담담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일반적으로 무림의 모든 세력들은 그 쌓인 명예를 기반으로 신뢰를 얻고 지지를 받으며 사업을 운영합니다. 명예에 비례하여 세력은 더욱더 강성해지는 것이지요. 이는 천무맹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림을 구한 대영웅이라는 명예를 가진 맹주와 정마대전에 참전헀던 협의지사들이 모였다는 명예가 지금의 천무맹을 있게 만든 것이지요."
당진설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런 천무맹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고작 한 사람에게 오백이 되는 천무맹 소속 무인들이 전멸당하였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그냥 방관하고 넘어간다면 점점 천무맹을 우습게 여기는 자가 생겨날 것입니다."
"..........."
이재원은 조용히 침묵을 한 채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하였다.
"구파나 오대세가와 달리 천무맹은 그 역사가 짧기 그지없습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그들에 비해 고작 이십 여년 밖에 안되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만큼 쌓인 신뢰 또한 역사가 깊은 대문파에 비해 부실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천무맹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다면 그 타격은 다른 대문파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당진설은 침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구파나 오대세가처럼 역사가 오래된 문파들과는 달리 천무맹은 그 역사가 짧다.
그렇기에 천무맹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도는 타 문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천무맹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다면 타 문파에 비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역사가 아닌 명예를 통해 신뢰를 얻었던 단체였으니 말이다.
"......언가주가 끼어들 명분은.....마련된 것이오?"
이내 이재원은 결심을 굳힌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선발대의 대주로 있던 재선의 중상을 명분을 삼으면 될 것입니다. 재선은 사사로이 언가주의 조카이니 명분으로서는 충분할 것입니다."
당진설은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북해빙궁주에게 된통 당했던 이재선은 언가주의 조카였다.
조카에 대한 복수를 명분이라면 끼어들만한 여지가 충분할 것이다.
"흐음.....당가주가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는데..."
이재원은 고민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빙궁주를 감싸기로 작정한 당가주였다.
그런 그가 언중기의 개입을 허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에 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는 제가 잡아두고 있을테니까요."
당진설은 고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대가?"
"네에, 제가 오라버니를 잡아두는 사이 권왕이 직접 빙궁주와 담판을 지으면 될겁니다. 조카에 대한 복수를 명분삼아 말이죠."
당진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흐음."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최선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우같은 당진설이라면 독사같은 당진철를 충분히 잡아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이 재빠르게 권왕이 담판을 지어버리면 당가주 또한 별다른 대처를 할 수없을 것 같았다.
북해빙궁주를 옹호한 시점부터 말릴 명분 따윈 없어진지 오래였을테니까 말이다.
"좋은 계획인 것 같소."
이내 이재원은 그녀의 계획에 찬동을 하였다.
최선에 가까운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가주가 과연 우리 계획에 따라줄지 의문이 드는 구려."
이재원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언중기는 외골수에 고집불통이었다.
더구나 타고난 반골 기질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작자였다.
그런 언중기가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움직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당진설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결코 저희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테니까요."
당진설은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이재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뭘 믿고 저리도 확신한다는 말인가
이재원의 눈빛에는 의문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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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언가晋州彦家
진주언가는 하북 진주에 위치한 무림 명가로 권법과 강시술로 유명한 곳이었다.
정파의 문파가 웬 강시술이냐며 의문을 표할 수도 있겠지만
언가의 강시술은 죽은 자를 부리는 사마외도의 강시술과는 궤를 달리하는 기술이었다.
죽은 자를 부리는 게 아닌 산자의 신체를 마치 강시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언가의 무인들은 강시술을 통해 단단해진 육체를 바탕으로 언가권을 펼쳤는데 이 언가권이 극성에 다다르게 될 경우 집채만한 바위를 부수고 거목을 쓰러뜨리는 등 극대화된 파괴력을 갖게 되었다.
외공과 내공을 조화롭게 익힐 수 있는 특성을 가진 곳이 바로 진주언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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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채만한 거대한 바위
"후우우우우"
그 앞에서 선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가 크게 호흡을 내뱉었다.
우드드득
그리고 바윗덩어리 같은 주먹을 굳게 말아쥐었다.
불끈 불끈
그러자 팔 전체 근육들이 쉴새없이 요동치더니 이내 부풀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두근이 부풀어올라다.
전완근이 단단해졌다.
핏줄이 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의 양팔은 기존의 팔보다 배는 두꺼워져버렸다.
남자는 오른 주먹을 뒤로 쭉 뻗었다.
부우우웅
그다음 그대로 후려쳐버렸다.
모든 기운을 한점에 집중시켜서 말이다.
쿵
그러자 주먹이 집채만한 바위와 부딪히게 되었고
이내 거대한 굉음이 울려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거대한 굉음과 달리 집채만한 바위는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스르르륵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이내 주먹을 천천히 회수하였다.
그리고 할 일이 끝났다는듯 몸을 돌려버렸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말이다.
파스스스스스
그때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주먹이 닿았던 바위에서 돌가루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빠르게 말이다.
파스스스스스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채만했던 바위가 완전히 돌가루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바위가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남자는 아무런 감흥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가주! 가주!"
그때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익숙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남자는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기다렸다.
익숙한 이가 근처까지 올 때까지 말이다.
"무슨 일인가, 총관."
그리고 그가 코앞까지 온 순간
남자는 담담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천...천무맹에서......서신이 왔습니다!"
총관이라고 불리우는 남자는 다급함이 역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천무맹에서 서신이?"
남자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여..여기 확인해보셔야할 듯 싶습니다."
총관은 품안에 있는 서신을 한 장 건네며 말을 이었다.
남자는 곧바로 서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천천히 정독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집중을 한 채 말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무척이나 유쾌하다는듯이 말이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총관은 의문어린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말이 쓰여져있길래 저렇게 박장대소를 한다는 말인가
"총관."
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하명하시지요."
총관은 정중한 태도로 말을 받았다.
"당가로 간다."
이내 남자가 말을 이었다.
"네에!?"
그 말을 들은 총관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강자가 있다더군."
남자, 권왕拳王 언중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강자라는 단어에 설레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