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4화 〉 675. 질 수 없는 싸움.
"얼굴 왜 그래?"
당서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벌 받았어."
선우는 퉁퉁 부운 뺨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잘됐네."
"서윤아.....이럴 땐 위로를 해주는게 맞지 않을까?"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입을 떼었다.
상상이상으로 매정한 반응에 상처를 받은 까닭이었다.
"솔직히 그정도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
"아니 오히려 그정도로 끝난게 다행이지."
선우가 연무장으로 끌려갔던 일을 대충이나마 전해 들은 당서윤이었다.
그렇기에 생각하였다.
저정도로 끝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이다.
"..........."
그녀의 말에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북궁 소저는 어디로 갔어?"
"연우, 젖먹일 시간이라고 가더라."
"아쉽네. 연우만 아니였으면 진짜 맞아죽었을텐데."
당서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무 매정하지 않아?"
선우는 나름 서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정이 없었다.
없어도 너무 없었다.
서운할 정도로 말이다.
"네가 행실을 생각해봐. 솔직히 난 팔다리 모두 부러뜨려도 무죄라고 생각해."
"내가 뭐!"
그녀의 말에 선우는 즉각적으로 반발하였다.
"여자를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 늘린 게 몇 번이더라......."
".........."
"어떤 여인을 늘렸는지 이름까지 하나 하나 거론해줄까?"
"아니.....충분해."
이내 선우는 그녀의 말에 수긍하였다.
생각해보니 반발하는 것자체가 멍청한 일이었다.
자신의 잘못이 명백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선발대 애들은 어떻게 됐대?"
선우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더이상 말이 길어졌다간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따로 보자고 한거야."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현재 선발대 인원 모두 의각에서 요양 중이야."
"사망자는?"
"사망자는 없어. 하지만 자잘하게 다친 사람들 투성이야."
"힘조절은 했나보네."
"힘조절도 힘조절인데 군주의 불꽃이 가장 큰 도움이 됐어."
"소화의 불꽃?"
"응, 아마 군주께서 얼려있던 부분을 녹여주지 않았다면 팔다리가 썩어 잘라야할지도 몰랐을거야."
"불행 중 다행이네."
"그렇긴 한데.....아무래도 천무맹에서 항의가 빗발칠 것 같아."
"연아 때문이지?"
"맞아......오백이 넘는 천무맹의 선발대를 전멸시킨 북궁연이 떡하니 당가에 있는 그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잖아."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현재 북궁연은 선발대를 전멸시킨 뒤 당가에 들어와 있었다.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은 채 말이다.
당가와 천무맹은 당진설로 하여금 맺어진 엄연히 혈맹관계였다.
그런 당가가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방관만하고 있으니
천무맹 입장에선 좋게 보일 리 만무하였다.
"골머리 아프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생각만해도 골머리가 아팠기 때문이었다.
"근데 우리 애들이 먼저 시비가 트인 거 잖아? 유야무야 넘길 수는 없는거야?"
"시비가 트이긴 했지만 오백명을 중상입힐 정도로 큰 사안이 아니야. 애초에 북궁 소저가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아니잖아. 당가에 소속된 무인도 아닌 그녀가 두 세력간에 기싸움에 끼어들어 무력을 사용한건 물고 뜯을 건덕지를 준 거나 다름 없어."
당서윤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당가 입장에서는 꽤나 난처한 상황이었다.
정황상 당가 측에서 시비를 트이긴 하였지만
천무맹과 당가 사이에서 일어난
단순한 기싸움에 불과하였다.
이런 기싸움을 외부인이 명분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그것도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방법은 없는거야?"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몇 가지 있긴 한데......"
"뭔데?"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제일 잡음이 없는 방법은 북궁 소저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는거야. 중원의 사고방식을 이해 못한 이국인의 단순한 입장 차이로 넘어갈 수 있을테니까.....하지만......."
"사과를 안하겠지."
선우는 생각하였다.
사과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북궁연은 심지가 굳은 여자였다.
스스로가 옳다고 여긴다면 구태여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스스로의 의지를 관철할 힘과 능력이 충분하였으니 말이다.
"다른 방법은 없어?"
선우는 당서윤을 바라보며 다시금 물었다.
아무래도 북궁연이 사과하는 건은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잡음이 상관없다면 그냥 기싸움을 하면 돼."
"기싸움?"
"선발대 측의 잘못을 부각시키고 북궁 소저의 태도가 정당하다며 반발하는 거지."
"그래도 돼?"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식으로 기싸움을 벌였다간 천무맹과 척을 지게 될 수도 있었다.
자신이야 개인이기에 척을 지던 말던 상관없었지만
당가는 개인이 아닌 단체가 아니던가
어찌 그런 선택을 한다는 말인가
"여론의 뭇매를 받긴 하겠지만......못견딜 정도는 아니야. 당가는 약하지 않으니까."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만약 당가에서 북궁연을 감싸고 천무맹과 기싸움을 이어간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 것이 뻔하였다.
현재 천무맹은 마교를 토벌하기 위해 나선 정의로운 무림 단체였다.
그런 천무맹과 척을 진다는 것은 상당한 타격을 감수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래도.....상당히 피해를 입을 텐데......."
그간 천무맹으로부터 상당한 혜택을 받았던 당가였다.
만약 이번 일을 빌미로 척을 지게 된다면 지금까지 누려왔던 혜택을 다시는 노리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였다.
"상관없어."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현재 당가는 천무맹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활로를 여러 개 가지고 있어.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무력 또한 그들을 압도할 정도야. 그런 상황에서 지레 겁먹고 엎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이제 단일 세력 최고는 천무맹이 아닌 당가니까."
당서윤은 올곧은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살짝 감탄하였다.
당당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태도에 꽤나 멋져보였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과거라면 천무맹의 도움 없이는 큰 사업을 유치할 능력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청성과 아미와 협력을 통해 사천연맹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만들어 몸집을 키웠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업체를 정리하면서 상당한 자본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북해빙궁과의 협력을 통해 상당한 무역흑자를 낼 수 있게 되었고 뒷배로 황궁까지 두게 되었다.
게다가 실질적인 무력 수준 또한 현격히 차이가 났다.
현재 당가에는 현경 수준의 무력을 갖춘 이가 도합 다섯이나 되었다.
일인군단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이들이 다섯이나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뭐가 아쉽다고 천무맹에게 납작 엎드리겠는가
어불성설이었다.
"......당가는 강해졌구나."
선우는 감탄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강해졌어. 모두 네 덕분이야."
당서윤은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당가 천무맹에게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원동력이
선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고마웠고 감사하였다.
자신의 가문을
자신의 고향을
이토록 멋지게 성장해준 선우에게 말이다.
"다들....노력한거지.."
그녀의 시선을 마주한 선우는 민망한듯 볼을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만 뭔가 직접적으로 들으니 민망함이 몰려들었다.
"아니, 명백히 네 덕분이야. 네가 없었다면 이러한 성장을 이뤄낼 수는 없었을테니까."
당서윤은 확고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녀의 확고한 말에 선우는 얼굴을 더욱더 붉혔다.
욕을 처먹는 건 익숙해졌기에 뻔뻔하게 대응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 입에서 칭찬을 듣는 건 도저히 익숙치 않았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치솟는 것이다.
"그럼.....북궁연에 관해선 어떻게 발표하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일단 당가와 북궁 소저와의 관계를 해명할 생각이야."
"뭐라고 하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야 북해빙궁주라고 말이야."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마교 토벌을 위해 몸소 당가로 찾아왔다고 하면 어느정도 납득을 할거야."
"흐음....확실히 그런 식으로 정체를 밝힌다면 마교의 주구로 의심될 일은 없겠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맞아, 그렇게 밝히면 그저 동맹세력 간의 다툼으로 치부될테니까.....일이 그렇게까지 커지진 않을거야."
당서윤은 나름 합리적인 판단을 내놓았다.
현재 무림은 마교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천무맹의 선발대가 전멸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자연스레 그 범인을 마교의 간자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 예민하기 그지없었기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북궁연을 동맹관계로 밝히게 된다면 그런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정체불명의 세력과 천무맹 간의 격돌이 아닌
동맹세력 간의 다툼으로 축소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여론의 일방적인 뭇매를 맞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이해 관계에 따라 다투기도 하는건 동맹관계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천무맹 측의 반발이 거셀 것 같은데....."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맞아, 분명 북궁 소저를 내놓으라며 길길히 날 뛸게 분명해."
당서윤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갖은 수모를 당한 천무맹이었다.
분명 명예 회복을 위해 북구연의 신변을 요구할 게 뻔하였다.
"하지만 내어줄 생각은 없어. 천무맹과의 관계보단 북궁 소저와의 관계가 더욱더 소중하니까."
"천무맹에서 가만히 있을까?"
"최악의 경우 선택을 강요할지도 몰라."
"선택을?"
"응, 북해빙궁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천무맹을 택할 것인지 말이야."
당서윤은 담담함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그때 선택하면 돼. 우리의 의지가 무엇인지 말이야."
"괜찮겠어?"
"거듭 말했지만 괜찮아. 당가에는 장선우가 있는 걸?"
당서윤은 신뢰가 가득 묻어나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다는 건 생각이상으로 부끄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뭐, 물론 최악의 경우까지는 가진 않겠지만...."
"어째서?"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이재원의 성격상 당가를 가만히 놔둘 리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은 자존심이 무척이나 강하였다.
그리고 명예에 대한 욕심 또한 타의추종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천무맹을 무시하는 당가를 가만히 놔둘 리 없는 것이다.
"지금 당가는 병참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마교와 전쟁을 위해 모은 대다수 물자들이 당가에 보관되고 있는 것은 물론 천무맹의 동맹세력들이 머무를 장소까지 제공해주고 있지. 이런 상황에서 당가와 척을 지게된다면 모두 길거리에 나앉아 노숙을 하게 될거야."
당서윤은 담담한어조로 말을 이었다.
현재 당가는 병참기지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교가 자리잡고 있는 천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유일한 가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런 당가와 척을 지게 된다면 병참기지 역할을 한다는 계획자체가 완전히 무산될 것이다.
그리고 당가의 병참기지화가 무산된다면 천무맹의 무인들은 길거리에 나앉아 노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을 대다수 수용할 만큼 거대한 규모를 갖춘 세력은 당가외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한 마디로 배짱을 부려도 된다는 소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별안간 등을 돌릴 수는 없을거야. 생각이 있다면 말이야"
당서윤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에 납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쉬운 게 많은 천무맹과 달리 당가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무맹 측에서 섣불리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거네."
"맞아, 질 수 없어. 져줄 생각도 없고 말이야."
당서윤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그녀에 대한 신뢰감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만약 그녀 말대로 된다면 이재원의 사정없이 구겨지는 얼굴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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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선발대를 전멸시킨.......자의 정체가 북해빙궁주라는 말이오?"
이재원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범인의 정체가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발표가 있었습니다."
제갈찬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당가 측에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였소?"
이재원은 궁금하다는듯 그에게 다시금 물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뭐라!?"
그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니
이게 무슨 개방귀같은 소리란 말인가
"아무래도 북해빙궁주 측에서 무력을 쓸만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한듯 싶습니다."
제갈찬은 송구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재원은 안면을 사정없이 구기기 시작하였다.
미칠 것 같은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