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0화 〉 671.귀..귀엽도다.
"거기까지다."
불꽃처럼 화려한 여인, 능소화가 딱딱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꽈아아악
하얗게 물들어있는 손을 움켜잡은 채 말이다.
"인사가 과격하네. 능소화."
마치 눈처럼 새하얀 여인, 북궁연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과격한건 그대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능소화는 붉디 붉은 눈동자로 북궁연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냥 가볍게 어루만져줄 생각이었던 것 뿐이야."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이게 어딜봐서 가벼운 거지?"
능소화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수백에 이르는 인원들이 팔다리가 얼려졌으며 추위에 온몸을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몇 몇은 고통에 울부짖었으며 쥐죽은듯 기절해있는 이들 또한 다수였다.
그런데 대체 이게 어딜봐서 가볍게 어루만진 것이란 말인가
"안죽었잖아."
북궁연은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부 중상을 입었다!"
"대신 목숨을 건졌지. 남는 장사 아니야?"
북궁연은 모르겠다는듯 입을 떼었다.
"애초에 다치게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왜지?"
북궁연은 이해가 안간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자들에게 중상을 입힌 이유가 무엇인가?"
"거슬려서."
"
"그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어찌 명분도 없이 저런 중상을 입힌다는 말인가!"
"무림은 강자존이 아닌가? 약자가 강자의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도 명분은 충분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대는 무림에 대해 잘못 이해한듯 싶다."
능소화는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림이 강자존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법과 질서보단 힘의 논리가 먼저 지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쳐도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어찌 거슬린다고 사람을 반병신으로 만들어놓는다는 말인가
이건 명분을 넘어선 과도한 폭력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능소화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비난하라고 해."
그녀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누가 날 비난하든 말든 관심없어. 어차피 그들 모두 내 앞에선 말 한마디 뻥긋 못하는 약자들 아닌가?"
"세상을 혼자 사는 구나. 그대는."
능소화는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유아독존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는 북궁연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까닭이었다.
"혼자 잘 사는게 현명한 거란다. 소화야."
북궁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후우....일단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말이 길어질 것 같다."
능소화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언쟁을 이어가다간 말이 길어질 것 같았다.
"잠시만 요 꼬맹이 버릇좀 고쳐주고."
북궁연은 기절해있는 이재선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안충분해. 팔 한쪽은 잘라버려야겠어."
북궁연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북궁연."
능소화는 불꽃처럼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분명 본녀가 말하였다. 그만하라고. 그정도면 충분하다고 말이다."
"내가 네 말을 들어야할 이유라도 있어?"
북궁연은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곧이어 두 여인의 몸에서 범상치 않은 기세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 모두 감정이 고조된 까닭이었다.
"하우우..우.....우우..
그때 갑자기 미약한 옹알이가 들려왔다.
순간 기세를 흘리던 두 여인이 마치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다.
그다음 이내 옹알이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조그마한 입으로 크게 하품을 하고 있는 귀여운 생명체의 모습을 말이다.
파앗
그 모습을 본 순간 두여인은 기세를 풀어버렸다.
그다음 한껏 풀어진 얼굴로 귀엽기 그지없는 생명체에 시선을 주기 시작하였다.
"귀..귀엽도다."
능소화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말을 이었다.
가슴이 몰랑몰랑할 정도로 귀여운 아이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그치? 귀엽지? 귀엽지?"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북궁연은 뿌듯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떼었다.
사랑스러운 자식이 다른 이들 눈에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니
뿌듯함이 절로 몰려든 까닭이었다.
"이..아이가.....그...맞는가?"
능소화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맞아."
북궁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는듯이 말이다.
".....너무 너무.....귀엽도다.."
"당연하지. 누구 핏줄인데...."
"한 번 안아봐도 되겠는가?"
능소화는 간절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 꼬물거리는 생명체를 품고 싶다는 모성애가 치솟은 까닭이었다.
"안돼."
"....어..어째서인가?"
"손 씻고 만져. 아기는 취약하단 말이야."
"아, 본녀가 실례를 하였다."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만지기 전 청결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부부부...아부우우.."
그때 아이가 다시금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였다.
"배가 고픈가 보네."
그 모습을 본 북궁연은 곧바로 자식의 의도를 파악하였다.
"놔줘."
북궁연은 손을 잡고 있는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을 하였다.
젖을 주려고 손을 놓으라고 하는지
아니면 눈앞에 있는 남자를 끝장내려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죽일게. 놔줘. 아이가 보고 있는데 험할 꼴을 보일 수는 없잖아?"
북궁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파앗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그대로 손을 놔버렸다.
확실히 아기가 보는 앞에서 유혈사태를 일으킬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퍽
그리고 능소화가 손을 놓자 북궁연은 그래도 발을 들어올려
이재선을 걷어차버렸다.
데굴데굴
걷어차인 이재선은 저 멀리 뒤편으로 그대로 굴러가버렸다.
"북궁연!"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냥 가기 좀 그래서."
북궁연은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자아, 그럼 이제 안내해줘. 사랑스러운 남편이 있는 곳으로 말이야."
"............기다리거라."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수긍하며 말을 이었다.
안죽인 것만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능소화는 북궁연을 지나쳐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빙공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수 많은 무인들의 모습이 비춰졌다.
'후우.'
그 모습을 본 능소화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뒤처리를 하고 가야할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능소화는 천천히 극양염황마공極陽炎皇魔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화르르르륵
화르르르륵
그러자 그녀의 몸 주위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세상을 뒤엎어버릴 것 같이 거대한 불꽃이 말이다.
능소화는 그 거대한 불꽃에 마음을 심상을 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불꽃의 색깔이 점차 바뀌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적색을 띄고 있던 불꽃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황색 빛깔의 불꽃으로 변하고
백색 빛깔의 불꽃으로 변하고
청색 빛깔의 불꽃으로 변하고
종국에는 어둡기 그지없는 흑색 빛깔의 불꽃으로 변해버렸다.
마치 무저갱 속 어둠과도 같은 흑색의 불꽃으로 말이다.
쭈욱
흑염黑炎을 피어올린 능소화는 천천히 앞으로 손을 뻗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피어오르던 흑염黑炎들이 순식간에 앞으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세상을 뒤덮을 것처럼 말이다.
화아아아아아아아
쏟아진 흑염黑炎들은 그대로 천무맹의 무인들을 감싸버렸고
이내 흑염黑炎의 둘러싸인 천무맹의 무인들은 그 모습이 완전히 가려지게 되었다.
능소화는 진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능소화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
파앗
그러자 천무맹의 무인들을 감싸고 있던 흑염黑炎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후우"
능소화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긴장을 풀어버렸다.
자기가 할 일은 전부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호오"
그때 그녀의 귓가에 감탄성이 들려왔다.
능소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북궁연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대단한데? 그 거대한 불꽃으로 정확히 냉기만 태우다니 말이야."
북궁연은 감탄했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능소화는 흑염黑炎으로 자신의 냉기만을 불태워버렸다.
사람에게는 일절 위해를 가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것도 눈에 보일 정도로 거대하 화력으로 말이다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태우고 싶은 것만 태우는 것이 본녀가 추구하는 무도武道이다."
능소화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과연....심상心想을 담은 건가. 대단한데? 먼젓번보다 강해졌어."
북궁연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먼젓번에 봤을 때만 해도 불꽃에 심상을 담아내지 못했던 능소화였다.
그런데 고작 일 년만에 심상을 완벽히 담아내게 된 것이다.
"두려운가?"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피식 웃으며 입을 떼었다.
"그럴 리가, 강해진 건 너 뿐만 아니니까."
북궁연은 호승심이 서려있는 눈빛으로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불꽃에 심상을 담아냈다고는 하지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심상을 담아낼 수 있는 건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거 참 기대되는구나."
"뭣하면 지금 붙어도 좋아."
"나쁘지 않도다."
두 여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호승심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얼음과 불꽃
빙공과 화공
한 남자를 두고 다투는 호적수라는 위치
이 모든 것들이 혼합되어 서로를 의식하게 만들었고 종국에는 호승심을 고조되게 만들었다.
두 여인은 생각하였다.
당장에라도 싸우고 싶다고 말이다.
"아이땨땨! 땨땨이땨댜 아부우부우우!"
다시금 귓가에 옹알이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우리 아가, 미안하구나. 어미가 젖을 주지 않았지?"
북궁연은 미안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도다. 본녀 또한 까먹고 있었도다."
능소화 또한 면목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한껏 호승심을 내뿜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젖부터 먹여야겠어."
북궁연은 능소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근처에 빈 전각이 있도다. 일단 그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도다."
"안내 부탁해도 될까?"
북궁연은 능소화를 바라보며 부탁하듯 말을 이었다.
"본녀만 따라오도록 하라."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기를 안고 있는 북궁연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도록 말이다.
씨익
그런 능소화의 작은 배려를 느낀 북궁연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따라서 말이다.
이내 두 사람의 신형이 정문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정문에는 쓰러져있는 수백명의 무인들과 당가의 수문위사들만이 남게 되었다.
".....저어...선배."
일련의 사태를 멍한 표정으로 관망하고 있던 당기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해."
그 말을 들은 당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뺨 괜찮으십니까?"
당기는 양뺨의 살갗이 찢어져 피를 철철흘리는 당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죽지 않아."
"그래도.....피가 그렇게 많이 나는데....."
"금창약 몇 번 바르면 나을 상처다. 신경쓰지마라."
당훈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저어..선배."
그 말을 들은 당기가 다시금 당훈을 불렀다.
"왜."
당훈은 딱딱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거.....어떻게 해야할까요?"
당기는 바닥에 널부러진 채 쓰러져있는 천무맹의 무인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하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당훈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문위사 경력 오년 차인 그의 입장에서도 난감하기 짝이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윗쪽에 보고부터 올리도록 하지."
"........믿어줄까요?"
당기는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고작 한 사람에게 천무맹의 선발대가 전멸을 당하였다.
상부에서 쉽사리 믿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사실인 것을."
당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믿지 않아도 상관없네. 이 사태의 당사자가 당가 안으로 들어갔으니 말일세."
"....그.....여고수는.누구일까요?"
당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오백이 넘는 천무맹의 무인들을 전멸시킨 여인의 정체가 궁금한 까닭이었다.
"..............한가지는 확실하네."
"그게 뭡니까?"
당기는 궁금하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당가에 그 여인의 남편이 있다는 것은......"
당훈은 침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